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큰 걸음

노동사회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큰 걸음

편집국 0 2,679 2013.05.19 01:25

 


jcj_01.jpg제4차 6자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2002년 10월 ‘2차 핵문제’가 발생한 이후 거의 3년만이며, 2005년 2월10일 핵 증산과 6자회담 불참을 통보한 북한의 외무성 성명 이후 7개월만의 일이다. 이로써 3년 가까이 끌어오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왔던 한반도 핵문제는 다시 평화적 해결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한 사항만이 아니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별도의 회담”을 갖기로 합의가 되었다. 이렇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회담 타결 이틀만인 9월20일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평화적 핵활동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증거가 되는 것은 경수로를 하루 빨리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크리스토퍼 힐은 공동성명 타결 직후 “북한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없애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를 이행할 때” 경수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하였다. 경수로를 언제 제공할 것인가를 놓고 북미 간의 정치외교전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다. 북한의 최수혁 외무성 부상은 9월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현단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은 미국이 우리의 평화적 핵활동 권리를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증거가 되는 경수로를 하루빨리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경수로 문제가 이러할진대, 평화체제 구축은 더욱 더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외교와 북한의 역 대미압박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고 그 증산의지를 밝힘과 동시에 6자회담에 불참을 통보했던 북한의 2·10 성명 이후 북미 핵대결은 더욱 격화되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 군축을 언급하며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였다. 미국이 대화의 기초를 파괴했으므로 그 기초가 복원되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논리였다. 미국은 힐과 라이스를 내세워 한국과 중국, 일본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여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라이스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4월 초 중국을 방문한 박봉주 북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고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해결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하여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였다. 중국을 압박하여 대북제재에 동참시키려던 미국의 구도가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2월11일 미국은 한국정부에게 북한과의 무역거래와 비료지원 중단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비료지원 등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는 것이 정부의 의지”라며 미국의 요구를 일축하였다. 오히려 3월16일엔 개성공단 전력공급을 시작함으로써 57년만에 남북 간 전기공급이 재개되기도 하였다. 

한편 미국은 오히려 북한의 역(逆) 대미압박에 직면했다. 이는 ‘당근과 채찍 병행전략’, 즉 평화공세와 정치군사압박을 동시에 추진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3월2일 북한은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사과하고 취소한다면 6자회담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또한 외무성 비망록은 “미사일 발사보류 결정에 대해 현재 그 어떤 구속력도 받는 것이 없다”고 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미사일 실험 발사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미국발 ‘핵실험설’과 북의 폐연료봉 인출

미국은 ‘북한 핵실험설’을 통해 대북압박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4월22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이후, 4월25일 『로이터통신』, 5월6일 『뉴욕타임스』에서 핵실험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함경북도 길주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설명하며 “북한이 핵실험 관측용 관람대를 설치했다”는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하여 “북한 핵실험 관련 정보는 신빙성이 없다”고 보도하고, 로버트 허칭스 전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 역시 미 행정부의 정보 왜곡을 비꼬는 등 미국발 ‘북한 핵실험설 유포’는 미국 내에서조차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 북한의 한성렬 유엔대표부 대사가 4월20일 “핵탄을 만들기 위해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켰다”라는 의미 있는 발언을 하였다. 추가적인 ‘핵무기 증산’을 위해 2002년 12월부터 재가동된 핵시설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인출을 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5월11일 폐연료봉 인출이 완료되었음을 발표하였다. 이제 냉각기간을 거친 후 핵무기 제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단계로 진입할 것이었다. ‘핵증산’이 초읽기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정치군사적 압박과 더불어 북한은 예외 없이 당근 전략을 구사했다. 5월8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면 6자회담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였다. 5월8일 외무성 발언과 5월11일 폐연료봉 인출 완료 소식을 접한 미국은 다급히 뉴욕에서 북미 접촉을 시도하였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여 드디어 5월13일, 2·10 성명 이후 최초로 북미접촉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최초의 북미 뉴욕 접촉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의 7월9일 베이징 회담으로 이어졌고, 이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가 합의됐다. 베이징에서 미국은 “조선이 주권국가라는 것을 인정”했으며 “침공의사가 없으며 6자회담 틀거리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입장을 공식 표명”하였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의 이와 같은 발언을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의 취소라고 인정하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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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합시다!' 이제 더 이상 꿈속의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는가? ]

‘별도의 회담’ 앞에 놓인 장애물들

2단계에 걸쳐 진행된 이번 4차 6자회담은 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특히 북미 양자회담이 연일 열리면서 6자회담의 타결을 주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3차까지의 6자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음에도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합의될 수 있었던 것은 북미 양자회담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공동성명’은 북한은 핵무기와 현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고, 미국은 핵무기 및 재래식무기로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확약하였다. 또한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존중하고,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이로써 한반도 비핵화의 기본틀을 마련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으며, 경제협력과 에너지 지원 역시 약속되었다.

또한 공동성명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별도의 회담’을 연다고 명시했다. 물론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하여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다. ‘별도의 포럼’ 참가 대상국이 어디인지 정확하지 않다. 북미, 남북미, 남북미중 등 평화협정 체결 당사자 문제가 각기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별도의 포럼 참가 대상국 문제는 이후 6자회담의 극복 과제 중 하나이다. 또한 별도의 포럼이 가지는 권한 문제도 제기된다. 별도의 포럼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권한을 갖는가 아니면 평화협정 체결권한은 또 다른 논의틀에서 이루어지는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 외에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논의 이전에 극복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제공 시점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북한과 미국간의 힘 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수로 문제’는 가장 우선적인 과제 중에 하나다. 또, 미국의 대북 불침공의사를 구체화하는 작업 역시 극복 과제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핵전쟁계획과 훈련의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경수로 제공과 맞물려 있는 에너지지원 역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대북 에너지 제공의사를 확인하였으나, 어떤 에너지를 어떤 경로를 통해 제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이 요구하는 중유공급 재개도 에너지지원 문제에서 다루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의 신뢰회복과 관계정상화 조치와 맞물려 진행되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인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과 미국이 추후 개별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토퍼 힐이 16차 장관급회담 남측 대표였던 정동영 장관을 통해 방북 의사를 북한에 전달한 바 있다. 유엔 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은 “만약 크리스토퍼 힐이 핵문제 해결의도를 가지고 나의 조국을 방문하려 한다면 우리는 항상 그를 환영할 것”이라며 힐의 방북 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공동성명 상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북한과 미국의 관계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북미 양자 회담의 시도는 향후 전망을 밝게 해준다.

우리는 지금 한반도 평화체제로 간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북미관계 개선 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발전도 필요하다. 평화체제 구축과 연동지어 남과 북의 군사적 대결 상태를 종식시키고 군사분야에서 화해와 협력을 높였을 때 평화체제 구축이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평화협정의 체결과 평화체제의 구축은 주한미군의 지위 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평화체제의 구축은 주한미군의 주둔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며, 정전협정 60항이 모든 외국군이 한반도로부터 철수할 것을 언급하고 있는 만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60항에 대한 논의 역시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구축, 그리고 종국적인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바야흐로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던 냉전과 분단체제가 종식되고 평화와 통일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미반전 미군철수 여론을 더욱 높여내고, 평화와 통일체제 구축의 또 하나의 과제인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현실화하여 가까운 시일에 도래할 평화와 통일체제를 준비해 나가야 하겠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