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조직활동가 양성과 50억 기금확보

노동사회

비정규 조직활동가 양성과 50억 기금확보

편집국 0 2,543 2013.05.19 01:23

최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의 류기혁 동지, 부산 화물연대 조합원인 김동윤 동지가 연이어 비정규 노동자의 삶을 비관하며, 노동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우리 곁을 떠났다.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조직화의 과제가 4~5년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아직도 비정규 노동자의 처지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점차 노동운동 진영에서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를 중심과제로 삼고자 하는 기운이 높아지고 있어 희망적이다. 
   
민주노총은 2005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 조직화를 위한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위해 ‘50억 비정규 기금 마련’을 결의하였다. 또한 올 하반기 민주노총은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목표로 총파업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는 이제 민주노조운동에서 주변적인 과제가 아니라 운동의 중심과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온 비정규 문제

hng_01.jpg비정규 전략조직화 사업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50억 기금 마련에 대한 민주노총의 이러한 결정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이 바탕이 됐다. 첫째, 현재와 같이 낮은 비정규직 조직률로는 민주노총이 비정규 노동자는 물론 전체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는 1995년 42만명에서 2004년 62만명으로 20만명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조직률은 12%대에 머물고 있으며 전체노동자의 57%를 차지하는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률은 3.1%에 머물러 있다. 이런 조직률로 노동계를 대표한다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둘째,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 몰아닥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확산,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저하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나 △사용자의 극심한 탄압,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법제도적 한계, △조직되기 어려운 조건과 환경,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연대 형성 미흡 등으로 격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업장에서 조직화에 실패하거나 조직확대에 실패했다. 그리고 조직 유지와 보전도 급급한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비정규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자발성에 의존한 상담과 소극적 조직화, △계획적이고 준비되지 못한 조직화 과정, △제한된 역량(조직활동가의 부재), △미조직사업에 주력할 수 없는 조직환경(조직유지 관리 및 투쟁 중심) 등의 문제를 처음부터 안고 있었다 이에 따라 보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조직화 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03~2004년까지 2년에 걸쳐 전략조직화 사업을 전개하였으나 전반적으로 부진하였다. 화물운송노동자, 덤프운전기사 조직화 성과와 공공서비스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4개 지역 공공서비스노조 건설을 제외하고는 기초 정책연구와 조직화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였다. 원인은 기본적인 조직사업 역량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노총 중앙과 소속 연맹 지역본부의 비정규사업 담당 인원은 2003년에 53명, 2004년 39명에 불과하였다. 이중 사업전담자는 2003년 11명, 2004년 16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비정규직 관련 정책, 투쟁, 조직사업을 함께 담당하고 있어 전략조직사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조직사업은 사람사업이고 전문적인 조직활동 역량을 얼마나 투여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의 차이가 크다. 그러나 사업은 여전히 기존의 조직 유지·관리와 투쟁사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맹과 지역본부가 각개 약진하면서 사업의 집중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때로는 조직대상이 중복되어 역량이 낭비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이런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비정규 전략조직사업’이란 이름으로 인력과 재정의 집중 배치, 핵심 조직화 대상 선정, 체계적인 조직화 전략과 계획(전략과 체계 마련)에 따라 공세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전개하는 방침을 확정하고 추진하게 된 것이다.

‘50억’과 조직활동가는 실과 바늘 관계

그동안의 비정규 조직과 투쟁의 한계를 정리하면서 대표적으로 △자발성에 의존한 상담과 소극적 조직화, △계획성있게 준비하지 못한 조직화 과정, △제한된 역량(조직활동가의 부재), △미조직사업에 주력할 수 없는 조직환경(조직유지 관리 및 투쟁 중심) 등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따라서 전략조직화 사업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조직화 대상을 집중하고(집중 조직화 대상 설정), △이에 걸맞은 전략조직단위를 조직하고(5대 전략사업 중심), △이 조직화 사업을 담당할 조직활동가를 양성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조직활동가 양성과 배치, 그리고 조직화 기금 50억 조성에 있다. 현재 연맹과 지역본부의 상근활동가들의 경우 비정규 조직과 투쟁사업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에 비정규 조직과 투쟁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활동가의 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조직활동가가 비정규 조직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이것은 민주노총의 일반예산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략조직화 사업에서 50억 기금조성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참고로 미국, 호주, 영국노총의 경우 이미 조직률 하락과 노동자의 대표성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비정규·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조직활동가 양성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으며 서서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정규 조직화 기금은 대략 세 가지 용도로 쓰여질 예정이다. 이는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이미 결정된 부분이다. 사용용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조직활동가 발굴·육성 사업에 쓰여진다. 즉, 조직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조직활동가 학교운영에 필요한 예산으로 지출된다.

둘째, 전략 조직화사업을 위한 조직활동가 활동비로 지급될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조직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비정규 조직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유능한 조직활동가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는 비정규 조직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우선 1단계로 50억 기금을 조성하여 최소 3년간 90명의 조직활동가를 양성하여 핵심부문에 배치해 비정규 조직사업에 전념하도록 할 예정이다. 

셋째, 국내외의 다양한 조직화 사례나 투쟁사례 연구, 각종 기초조사 등 비정규 전략조직화 사업을 위한 정책사업에도 일정한 예산이 지출될 것이다. 아마도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기금의 사용처도 중요하지만 기금이 얼마나 투명하게 집행될 것인지에 관심이 더 많을 수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9월9일 중앙위원회에서 ‘비정규 조직화기금 운영규정’을 통과시킨바 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중앙집행위원회의 의결로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는 등 투명하게 기금을 운영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조직별로 점차로 일반예산에서 비정규 조직사업 예산을 늘려서 전 조직적으로 비정규 조직사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획도 제출하고 있다. 이제 노동조합운동 진영은 비정규 조직화를 위해 매진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모금운동은 잘 되고 있습니까?

비정규 50억 기금의 모금 방식은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임금투쟁의 일환으로 임금인상 투쟁방침 확정시 1인당 1만원의 비정규기금을 납부할 것을 대의원대회·총회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되었다. 아울러 기금 납부는 2005년 임단협 타결과 동시에 일괄 공제할 것을 결의하였고, 주요 노동조합의 경우 노조별 특별기금 결의 방식도 병행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9월 말 현재 납부율과 결의율은 매우 저조하다. 이렇듯 납부율과 결의율이 저조한 이유는무얼까?

첫째, 비정규 조직화사업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조합비 이외에 조합원들로부터 기금을 모금하는 것은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 민주노총 조합원의 다수는 정규직인데 이들 정규직 조합원들은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느끼거나 비정규 조직화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보다 다양한 홍보전략을 세우고 연맹과 단위노조 지도부를 독려하여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교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비정규 조직화사업에 대한 적극적 의지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납부현황을 보면 그나마 비정규조직사업 계획을 연맹사업계획에 포함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기금 결의나 납부에서 성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 조직사업 계획이 없는 연맹의 경우는 기금결의나 납부실적이 거의 빵점에 가깝다. 

셋째, 50억 기금이 과연 목표대로 모금이 될 것인가, 그리고 조직활동가를 양성하여 배출할 경우 비정규 조직사업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 하는, 이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현장에 존재하는 것도 50억 기금모금 운동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 비정규센터에서는 기금모금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우선 9월 말까지 기금납부 현황을 종합하여 각 연맹 및 단위사업장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홍보전략을 수립하고, 집중해서 조직해야 할 대상을 정하여 기금운동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또한 기금결의나 기금납부가 저조한 연맹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간담회를 개최해서 기금사업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비정규 노동자에게는 조직활동가가 필요하다

비정규 조직사업의 사례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예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건설일용노조의 비정규 조직사례다. 건설일용노조는 2000년부터 이미 조직활동가 학교를 통해 배출된 활동가를 현장에 투입하여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한 소중한 경험이 있으며 지금도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확대사업이 진행중이다.  

비정규 노조들의 투쟁은 한번 시작되면 대부분 장기투쟁이 된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비정규사업을 투쟁이 벌어지면 이를 엄호하고 지지하는 내용 위주로 해왔다. 그러나 더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 사업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건설일용노조의 경험에서 입증되었듯이 조직활동가를 배출하여 전략적으로 조직사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비정규 50억 기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970년대 전태일 열사에게 한 사람의 대학생 친구가 절실했다면 지금 비정규 노동자에게는 한 사람의 조직활동가가, 조합원들의 정성이 담긴 1만원의 비정규 기금이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서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온 몸을 던져 희생한 수많은 동지들을 잊지말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