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지역정치운동과 지역노동조합의 역할

노동사회

민주노동당의 지역정치운동과 지역노동조합의 역할

편집국 0 3,523 2013.05.19 12:59

이 글은 민주노동당의 지역정치운동과 지방자치운동을 소개하고 지역노동조합의 지역정치활동 활성화의 과제를 제시할 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 성동구에서 전개되고 있는 지역노동운동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역노조의 사회권 운동의 필요성

서울시 성동구 지역에서는 지난 7월 성수동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복지 실태조사 사업을 진행하였다. 사업 과정에서 접한 노동자들과의 두 가지 경험을 소개한다. 하나는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조사 응답자 중 한 분이 “노조는 깡패 집단이다”라고 표현하였다. 영세 공장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노동자였다. 평소 노조활동에 대한 지역 노동자들의 신뢰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좀 더 면담을 해보니 그 분은 ‘여호와의 증인’이란 종교를 갖고 있었고 도덕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분이었다. 그러한 가치 기준에서 노조 활동을 평가한 것이었다. 

첨예한 노사관계를 풀기 위해서, 악덕 기업주에 대항하기 위해서 노조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다소 거칠고 격렬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며 어느 정도 불가피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저항 이전에 고려할 것이 있다. 우리는 지역 노동자들에게 충분할 만큼의 신뢰를 형성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지역에서 노조활동 방식의 혁신과 변화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시점이다. 

또 하나의 예를 이야기해보겠다. 이것도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노동자들의 반응이다. 실태조사 사업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노조가 이러한 사업도 해요?”하면서 관심과 호응을 보낸 것이다. 당시 그 지역은 노동자 해고와 인권 침해 문제로 6개월 이상 파업 투쟁과 거리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었다. 파업에는 관심이 크지 않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요구를 모아낼 목적으로 진행하는 실태조사 사업에는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보여준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예는 노조활동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노조활동 방식의 혁신과 노동자의 사회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사회일원으로서, 지역의 주민으로서 복지권, 건강권, 생존권 등의 사회적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즉 지역노조의 노동자 사회권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활동이 필요하다. 

skkim_01.jpg
[ 지역에서 무상의료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 성동구위원회 당원들 - 출처 : 민주노동당 성동구위원회 ]

민주노동당과 지방자치운동, 그리고 지역정치활동

민주노동당은 ‘세상을 바꾸자’는 기치로 2000년 창당하였다. 2004년 총선을 계기로 국회의원 열 명을 배출하였으며 원내 3당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여기에 가장 커다란 힘을 모은 세력은 바로 노동자였다. 민주노동당은 ‘거대한 소수 전략’ 하에 소수 원내의 힘의 한계를 노동자·민중의 거대한 운동으로 사회적 의제를 실현하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과 민주노총이 긴밀한 협력과 연대를 맺고 있다. 이 선상에서 지역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간략히 얘기해 보자. 

민주노동당이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목적은 지역정치 권력을 획득하는 것과 지역을 진보적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지역정치 운동의 영역은 지역권력 획득운동, 지방자치운동, 지역사회운동으로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지역권력 획득운동은 지방선거를 통한 기초단체의 행정 권력을 획득하는 것과 지방의회의 의회권력을 획득하는 것이며, 지방자치운동은 행정과 의회 제도에 대한 감시와 대안을 창출하는 운동이다. 또한 지역사회운동은 지역 주민과 노동자의 삶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운동이며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운동이다. 여기에는 지역복지운동, 지역노동운동, 지역환경운동, 지역현안문제해결운동, 지역문화운동, 지역교육운동, 주민자치공동체 운동 등이 포함된다.

결국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지역정치운동은 노동자의 노동 및 복지 운동을 사회의제화 하는 것이다. 지역 노동자의 사회적 요구인 지역노동복지센터 설립 요구 운동, 영세사업장 밀집 지역에서의 보건소 설립 운동 등을 당과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측면에서 지역정치운동의 상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을 지방자치활동으로 보는 이가 많은 것 같다. 이는 지역정치운동의 일면만 바라보는 것이다. 지역은 또 하나의 국가이다. 노동자·서민들은 전 사회적으로도 자신의 권리가 배제되어 있지만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집단적 규모가 전 사회적으로 비교해서 작을 뿐이지 사회적 권리에서의 소외, 참여에서의 배제는 똑같다. 따라서 지역사회운동도 마찬가지로 노동, 복지, 문화, 환경, 여성, 행정, 의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한다. 중앙과 마찬가지이다. 

지역사회는 행정자치영역과 주민(생활)자치 영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지방자치운동의 위치는 지역사회운동의 영역 중 ‘행정자치’에 대한 부분이다. 즉 주요한 대상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이다. 기초의회 모니터 사업, 예산분석사업, 감시운동, 사회단체보조금 공개청구운동, 구청장 판공비 공개청구 운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행정과 의회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참여를 조직하는 운동이 지방자치운동이다. 따라서 지역정치운동에 있어서 지방자치운동은 행정과 의회에 대항하는 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역노동운동의 과제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단위는 크게 지역일반노조, 지역 업종별 노조, 단위 기업노조 등이 있다. 지역 노동조합은 일반적으로 지역일반노조와 지역 업종별 노조를 대상으로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는 ‘지역’이라는 대상 범주에 초점을 맞추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조로 단위기업 노조까지를 포함하도록 하겠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조의 정치활동 활성화의 과제로 아래 3가지를 제시해 본다. 

첫째, 지역 노동의제를 발굴하여 지역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영세 사업장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들은 노동권과 노동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을 위한  사회적 권리 확보를 위한 지역 노동의제를 발굴하여 지역노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 안전 및 건강 문제를 발굴하는 것,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실태와 정부 정책의 문제를 발굴하는 것,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문화, 여가 등의 복지 욕구와 서비스 제공 방안을 제시하는 것 등의 활동이다. 개별 기업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노동에서의 사회적 의제를 발굴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현재 성수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수동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복지 실태조사’ 사업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성수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준공업지역이며 인쇄, 제화, 금속 등의 작은 공장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현재 성수동의 작은 공장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값싼 중국산 제조품의 유입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대기업의 하청체제 하에서 불안정한 운영이라는 고질적인 문제, 이로 인한 이전 및 폐업,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동자들, 배제된 노동복지권 및 건강권, 영세업종노조의 활동력 약화 등의 어려움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현재 성수동 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지역노동 및 사회단체 9개 단체가 공동으로 ‘공동실태조사단’(민주노동당 성동구위원회, 서울경인지역인쇄노조, 금속노조서울동부지회, 서울지역일반노조, 민주노총서울본부, 성동건강복지센터, 성동희망나눔, 성수삼일교회 내일의 집, 노동건강연대 등)을 구성하여 실태조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7월까지 거리 조사와 현장 방문 조사를 통하여 약 700건을 조사하였다. 이후 8월에 분석 및 노동의제를 정리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9월부터는 지역에서 운동본부를 결성하여 ‘무상의료와 지역공공보건시설(도시형보건지소) 확충운동’,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지역노동복지센터 설립요구운동’,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및 복지권 확보운동’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의 문제는 결국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 비정규직지원센터 등과 연계를 하고 있다. 

둘째, 노동사회적 의제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소지역에서의 노조간 협의체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노조가 활동하는 것은 상당히 미약한 상황이다. 또한 지역에 있는 노조간에도 연대가 미약한 상황이다. ‘노동자니까 무조건 모여보자는 식’으로는 잘 안될 것이다. 먼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노조간 연대와 실천을 하자는 것이다. 업종, 산별을 따지지 말고 지역을 범주로, 의제를 중심으로 연대 활동을 전개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서 중심 역할은 지역일반노조가 맡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현재 민주노총에서는 ‘비정규직 투쟁 50억 기금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의 관점은 지역에서도 전개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노동자의 복지권, 노동권 등의 사회적 권리 쟁취를 위한 운동을 통하여 연대운동을 공동으로 모색해 보자. 지역일반노조가 중심이 되고 단위기업노조 또한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동지적 연대 정신을 발휘하여 지역에서 실천 활동을 전개하자. 다음으로 상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여 소지역간 노조 협의체로 발전시켜여 한다. 공동 연대활동의 전제는 상호 교류와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편하게 자주 만나는 관계형성이 필요하고, 상호 이해를 위한 교육 및 토론 사업 등이 필요하다. 예로 지역노조간 친선 축구대회, 족구대회, 역사기행, 통일기행 등의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노조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공동 워크숍 등의 사업을 추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단위노동조합운동의 지역사회운동 참여가 필요하다. 최근 노동운동은 사회의 공공적 이슈를 중심으로 대정부 차원의 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의료 공공성 강화 운동, 궤도연대의 교통의 공공성 강화 운동이 바로 이러한 흐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해당 기업별 이해를 넘어서서 공공적 사회 개혁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사회 진보와 복지사회로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한 노동운동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별노조 차원의 대정부 요구운동은 정권과 자본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운동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 할 수 있는 방안 중에 하나가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에게 신뢰를 갖는 조직으로 서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례로 성수동에 있는 현대자동차서비스 조합원들과 간부들이 ‘봉사회’를 조직하여 지역의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외에 보건의료노조가 지역주민들을 위한 건강복지사업을 하는 것, 공무원노조에서 주민 민원상담을 하는 것, 자동차정비본부에서 주민들을 위해 자동차 정비를 하는 것 등 이러한 것들이 지역사회에서 지역운동과 함께 진행된다면 국민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는 노동운동’이라는 시각을 버리게 될 것이다. 

한편 공무원노조의 등장은 지방자치운동의 활성화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운동단체들은 행정과 의회에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공무원 노조가 ‘정보제공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구청과 구의회의 문제에 대해서 실재적인 접근도가 높아졌다. 향후 공무원노조에게 행정과 의회에 관련한 운동적 요구는 더욱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당에 대한 관점이 변화해야

민주노동당은 지금 전국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조직을 갖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지역노조가 있는 지역에는 아마 거의 민주노동당 지역조직이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이 민주노동당 탄생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듯이 민주노동당의 성장·발전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덧붙여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을 ‘투쟁지원체’로만 사고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이 당답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했으면 한다. 지역에서 노동의제 발굴의 기획자가 될 수 있도록 하거나 지역노동조합 간 네트워크의 중재자, 협조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노동자 계급의 사회적 이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조직으로 민주노동당이 설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의 성장 발전 시기에 노동운동에 부여된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