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이건희, 박용성의 삼각함수

노동사회

김우중, 이건희, 박용성의 삼각함수

편집국 0 3,416 2013.05.19 01:00

 

재벌총수, 그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공과는 무엇인가? 이들에 대한 총체적인 역사적 평가는 먼 훗날 이해관계를 초월한 중립적 경제사학자들의 몫이겠지만, 현재진행형으로 우리 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다. 
 
IMF 외환위기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무엇인가? 정치적 수사의 달인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끝냈다는 말을 지금부터 6년 전인 1999년에 공공연히 했다. 소위 환란으로 불렸던 외화유동성의 위기라는 점에서는 그럴 듯 해 보여도, 경제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이 말은 완전히 국민들을 호도하는 어불성설이었다. 아직도 우리 경제에 IMF 외환위기가 완전히 극복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오늘날 우리 경제를 구조적으로 매우 힘들게 하는 양극화의 단초가 바로 IMF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것임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오히려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던 재벌들의 왜곡된 기업지배구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정경유착이나 관치경제는 기술적으로 더욱 교묘하게 국민경제를 병들게 만드는 구조로 고착되어 왔다. 오늘날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양극화의 원인 또한 이 문제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재벌개혁은 경제선진화를 위해서는 물론 경제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도 필수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최근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악취 나는 재벌문제의 핵심인 총수들에 관해 일련의 소회를 밝히고, 재벌개혁의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할 일 많다”던 김우중의 귀국 
 
최근 두 달여 동안 연일 재벌총수들에 관한 보도가 쏟아졌는데 그 첫 번째 타자는 김우중이었다. 월급쟁이들의 우상기업이자 자기의 이름을 넣어 큰 우주를 만드는 기업을 일구겠다고 만든 대우(大宇)그룹은 ‘부실기업들의 종합병원’이라는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져 가는 기업들을 인수한 후 은행대출로 부실기업을 회생시켜 그룹을 확장했다. 그래서 정경유착의 대명사라고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IMF 외환위기 와중에는 자신의 그룹을 지키기도 어려운 입장에서 전경련 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김대중 대통령의 재계 파트너란 지위를 활용코자 하였다. 그런 그가 IMF 외환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대표적 불법경영으로 인해 5년 7개월 동안 해외도피 생활을 하였다. 이미 대우그룹은 김우중 전 회장의 지시 하에 41조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으며 이를 통해 10조원의 사기대출을 받았고 수십억 달러의 수출대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대우그룹은 결국 도산했고, 이 때문에 부실화된 은행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28조원의 공적자금이 소요되었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10월 중국 출장을 이유로 출국한 뒤 5년 넘게 도피 생활을 해왔지만, 아직도 형사재판 3건과 민사 손해배상소송 40여건에 연루되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대우 전·현직 사장들은 분식회계, 사기대출을 공모한 혐의로 23조원의 추징금을 물어내고 형을 살게 되는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과 그 측근들은 이제 IMF 외환위기 하의 대우사태가 여론의 관심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참여정부 출범이후 극도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설적인 기업인’에게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면서 김 전 회장의 사면과 재계복귀를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 정치인들의 약점을 낱낱이 알고 있는 김 전 회장 측은 물밑작업을 통해 이미 귀국조건을 타진한 후 자진 귀국하여 이제야 재판을 받고 있다. 아마도 하루속히 1심 판결을 받은 후 연말 이전에 대통령의 사면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참여정부는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시장 개혁적인 원칙보다는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친재벌적인 정책들을 계속 표방하고 있는 바, 과거 분식회계의 유예 내지는 사면을 추진하였던 분위기가 급기야는 분식회계의 대형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대우 그룹의 김 전 회장 측에게 당당한 금의환향의 용기를 주게 된 것 같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 인해 대우그룹을 위시한 많은 재벌그룹사들이 붕괴하면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실직하였고, 이는 결국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의 양산을 초래하게 된 것인 바,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은 결코 사면 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김 전 회장이 한때 압축성장적 한국 경제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온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및 외화도피 등의 부실경영과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법적 처리를 받아야 한다. 더욱이 김 전 회장은 정치권과의 타협이나 정치적 흥정을 배제하고 ‘누구든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범하고도 고결한 진리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경제에 다시는 IMF 외환위기와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를 통해 분식회계나 불법·탈법적 기업관행은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김 전 회장은 IMF 외환위기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사심 없는 증언을 통해 후손들에게 값진 교훈을 남겨줄 필요가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성공한 기업인들의 경험 못지 않게 실패한 기업인들의 패인들이 학생들에게는 물론 후배 기업인들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우그룹이 한국의 경제 기적을 상징하던 대기업에서 대표적 부실재벌로 몰락하게 된 사태의 총체적 이해를 위해서도 김 전 회장의 진솔한 증언이 필요하다. 특히, 정경유착의 고리로 인해 구조조정 정책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타이밍을 놓치게 된 이유를 소상히 밝혀 정치권과 관료들에게 그들의 책임을 일깨우고 교훈을 주어야 한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던 김 전 회장은 이제 넓은 세계에서의 도피생활을 접고 귀국한 마당에 법 앞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책임감 있는 기업인의 자세라 할 것이다.
 
‘삼성’과 ‘참여정부’의 관계?
 
김우중 전 회장이 병원을 드나들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이에 그동안 난공불락이던 삼성제국의 이건희 회장에게 뜻하지 않던 사건이 발생했다. 외신에서까지 ‘은둔의 제왕(Hermit King)’이라고 불리던 그가 언론에 크게 조망을 받은 사건은 소위 고려대학교에 400억원을 기부한 후에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려던 계획이 총학생회의 반발과 시위로 난장판이 된 일이었다. 급기야는 총장을 비롯한 전 보직 교수들이 이 회장에게 사과하고 모든 언론이 삼성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삼성의 구조본부에서는 언론들의 우호적인 보도와 정치, 행정, 경제, 법률, 교육, 문화 등의 모든 분야에서 우호적인 지지세력들의 힘을 믿고, 지난 6월28일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3개 계열사가 지난 4월1일 발효된 정부의 개정 공정거래법이 계열금융회사의 의결권 행사를 가로막는 위헌조항을 내포하고 있다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선진국의 사례들로 비교해 볼 때 이론상으로나 현실에서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다수설이다. 
 
오히려 이 헌소사건이 삼성그룹에게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초래한 것을 보면 개인이나 국가는 물론 기업에 있어서도 심판하시는 이가 있다는 확신이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즉, 이번 헌법소원 자체의 문제보다도 소위 ‘삼성제국’의 힘이 너무 커져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삼성과 노무현 정부가 너무 가까워서 생기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었다. 참여정부와 삼성이 역대 어느 정부 못지 않게 가깝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삼성구조본부와 청와대 사이에 실세 모씨를 매개로 한 ‘핫라인’이 형성되어 있다는 루머가 공공연히 나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끝까지 삼성 등의 재벌그룹과 개혁정책을 갖고 씨름하던 이동걸 부위원장을 사퇴시킴으로써 더 이상 금융감독 당국에는 삼성을 견제하거나 재벌개혁이나 시장개혁을 할 의지 있는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그룹이 금융감독 당국의 허술한 감독의지를 철저하게 이용하면서 법치를 훼손한 예는 언론보도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2004년 7월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를 보유하는 과정에서 금감위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을 위반한 것이고, 둘째는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 보유중인 삼성생명 지분(19.41%)을 ‘시가’ 대신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변칙회계를 저지른 것이며, 셋째는 삼성생명이 2004년 계약자 몫으로 돌려서 계산해야 할 2조원 가량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을 회사 몫으로 돌려 부당이득을 취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이렇게 명백한 사례들이 있는데도 정부당국은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처벌은 커녕 법이 미비하다면서 법을 개정해서 사후적으로 삼성의 불법 탈법적 행위를 용인하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애비 말을 들어야지…
 
오늘날 삼성그룹의 초석을 굳건히 닦은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전 회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정치와는 항상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건희 회장체제의 삼성그룹이 노무현 정부와 가깝게 지내려고 했던 것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혁정부이기를 바랐던 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출범한 참여정부에 대해서 두려운 마음이 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구조본부의 핵심세력들의 오판이 더 큰 화를 불러오는 것 같다. 정부와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건희 회장은 선친의 유교를 지키지 않아서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선친의 유교를 지키지 않아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온 나라를 뒤흔든 ‘X파일 사건’이다. 
 
현재 정치권과 정부가 민심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X파일 사건은 소위 삼성그룹의 이건희 총수가 그 대리인인 이학수 당시 비서실장(현 구조조정본부장)을 시켜 처남인 당시 중앙일보 회장인 홍석현과 협력하여 특정 대권후보를 지지하고 당선시키기 위해 금품을 살포하려 했던 모의과정이 안기부 ‘미림팀’에 의해 도청된 테이프가 세상에 터져 나온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에도 말수가 적고 선대 회장 생전에도 형들과는 달리 온건하고 판단력이 뛰어나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3남이었던 그에게 승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 X파일 사건으로 국민들과 국가에 끼친 해악이 엄청난 것은 물론 돌아가신 선친에게도 유교를 지키지 않은 불효를 저지른 것이다. 만약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있어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기 전에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대형사건이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바야흐로 정치권이나 행정부가 마음대로 쥐어흔들며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정치권도 검찰도 국정원도 국민여론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삼성의 소탐대실로 인해 공이 어디로 튀고 삼성제국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삼성그룹의 국민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너무 커져서 삼성의 위기가 국가경제의 위기로 전이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그래도 국가선진화와 미래를 위해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어떤 가치관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박용성 회장의 ‘겉과 속’
 
한쪽에서 X파일이 터지고 난리가 날 때 또 한편의 재벌 악취드라마 ‘속 형제의 난’이 개봉되었다. 다름 아닌 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인화와 형제우애를 자랑하던 두산그룹에서 죽기살기식의 형제의 난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형제의 난은 몇 년 전 일어났던 현대그룹의 ‘몽’자 돌림 형제들의 왕자의 난(몽자 돌림 왕자의 난은 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리를 하였음)과는 비교할 수 없고, 조선왕조 초기 ‘방’자 돌림 왕자의 난을 연상케 하는 피비린내 나는 형제의 난이다. 
 
지금 현재 진행형이라서 어디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으나 이 사건의 핵심에서는 그동안 개혁적 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문제시했던 재벌총수들의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문제점들이 백화점식으로 그대로 망라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문제는 그동안 기업 측의 입장을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로 대변한다고 했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미스터 쓴소리’ 박용성 회장의 치부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일단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만 봐도 수천억원의 분식회계와 회사공금의 사적 유용, 부당 배당금 지급, 부당지분 계산 등 연계된 문제가 산더미같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현재까지 검찰조사에 의한 것이 아니고 두산그룹 당사자들이 이실직고한 것에 의해서만 밝혀진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검찰이 박용오 전 회장이 고발한 것을 중심으로 계속 수사를 하면 어떤 사실들이 더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고 표리부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박용성 회장은 입만 열면 한국적 기업지배구조가 가장 글로벌하고 한국에 맞는 지배구조라고 주장해 왔는데, 그렇다면 분식회계, 공금유용, 부당지급 등이 정당하단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장개혁을 위해선 재벌개혁 선행돼야 
 
지금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1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 수십만명의 실직자들이 거리로 쫓겨났던 IMF 위기를 겪었지만 환란의 가장 큰 당사자 중의 하나였던 재벌오너들의 행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 재벌정책이 회칠한 무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근본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환란 이후 지난 8년 동안 재벌개혁은 기업지배구조의 주변만 두들겨 왔을 뿐 심장부인 총수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혀 구축하지 못했다. 우리는 현재진행형인 위의 세 가지 사건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재벌총수들의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의 원칙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대통령이 재벌총수들과 밥같이 먹고 그룹제왕으로 대접하면서, 불법을 저질러도 의법조처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즉각 사면함으로써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재벌들을 법과 규칙도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오만한 권력자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야 한다. 
 
둘째,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사각지대이며 재벌오너들이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비상장법인에 대한 효율적인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상장법인의 경우 상장법인 보다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재벌오너들의 작위적 편법수단이 되기 쉽다. 그렇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감독수준을 상장법인보다 높여야 한다. 
 
셋째, 재벌들이 선동하는 사이비 민족주의와 반기업정서론을 근거로 시장친화적 견제시스템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재벌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민족주의를 왜곡하고 동시에 반기업정서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자신들의 경영권을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과장하여 제도를 없애거나 무리한 방어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을 잘못하거나 불법을 자행한 경영인은 퇴출되고 교체되는 것이 기업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 대우 계열사들이 오너가 퇴출되고 구조조정한 후에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끝으로, 참여정부 내에 두 가지 다른 재벌정책이 존재하는 바,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개혁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재벌 감독유기(遺棄)정책인데, 대통령은 양자택일을 하여야 한다. 앞에서 야단치고 뒤에서 봐주는 정책기조는 재벌들로 하여금 더욱 기형적인 행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진정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시장개혁을 원한다면, 모든 불법거래의 길목을 알고 있는 금융감독조직의 근본적 개혁 없이 재벌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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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권 : 제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