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부패방지 및 내부통합과 조직운영 쇄신의 방향

노동사회

민주노총의 부패방지 및 내부통합과 조직운영 쇄신의 방향

편집국 0 3,110 2013.05.19 02:00

한국의 노동운동은 내외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급속한 신자유주의 경제로의 편입은 한국 기업의 환경과 노동시장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어 노동운동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 정치사회의 변화도 노동운동에도 도전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의 도전과 함께 노동운동 내부 요인도 노동운동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한국노동운동의 폭발적인 성장의 뒷면에는 한국 노동운동의 구조적인 위기요인이 자라고 있었다. 기업단위의 노동조합운동에 갇혀있는 한국 노동조합 운동은 정규직노동자의 이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은 현장 조합원의 단기 실리주의적인 경향을 한층 강화시켰다. 조합원의 실리주의 경향이 노동조합 간부와 지도부의 사업방향을 강하게 규정하여 노동조합 운동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조합 간부들의 활동의욕을 떨어뜨리고 급기야 비리에 연루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현장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 위축과 간부들의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자세가 흔들리면서 현장 조직력이 크게 약화되는 경향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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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1일 열린 민주노총 창립 10주년 기념토론회 - 출처 : 매일노동뉴스 ]

노동운동 성장기에 현장조직은 어용노동조합 민주화와 노동조합 활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현재의 다수 현장 정파조직은 노동운동의 전망을 제시하고 현장 조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보다는 노동조합 내부 정치에 몰두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어, 분파적 성격을 가진 현장조직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조적 함정에 빠져있는 노동운동

현장 조직력 약화, 기업별노조와 여전히 낮은 조직률, 조합원의 노동조합에 대한 무관심과 단기 실리주의 경향 강화, 간부들의 활동력 약화와 운동에 대한 의식 약화, 정파조직을 중심으로 한 왜곡된 내부정치의 비정상적인 확대, 지나친 분파적 대립양상 등으로 노동운동은 구조적인 함정에 빠져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노동조합의 내부 역량을 결집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노동조합의 상층은 현장을, 현장은 상층을 탓하는 ‘네 탓이오’ 노동운동이 돼 버렸다. 더욱이 대의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으며 대의제를 비롯한 각종 의결기관이 현장과 중앙을 연결하는 민주주의 과정과 의사소통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중앙과 현장의 괴리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기업별 노동조합 구조는 노동조합의 인적·물적 자원의 균형 있는 배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총연맹을 비롯한 상급단체들은 재정과 인력의 부족으로 사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노동조합 상급단체는 요구되는 역할에 비해서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여 조직 내외에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운동이 자기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천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은 일차적으로 노동운동의 자기 혁신을 위한 힘을 노동운동 내부에서 모아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노동조합 구조에서 상층이 주도하는 혁신사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혁신을 위한 운동이 일어나기도 만만치 않다. 다른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혁신사업도 현장의 무관심, 간부들의 소극적이고 타성적인 사업방식, 원활하지 못한 상하의 의사소통 구조,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하는 사업풍토, 추진해나갈 인적·물적 자원의 절대적인 부족 등의 장벽에 막혀있는 실정이다. 

관성과 타성을 넘어서야

노동조합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노동조합운동은 과거의 관성과 타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 노동배제적인 체제에서 확립된 노동운동의 사업방식을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의 성격변화에 따라 대응전략이 변해야 하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정권의 성격변화는 노동통제방식의 변화를 수반하며 이는 정부와 사용자에 대한 전술 변화를 통한 대응이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민주노총 내부의 갈등도 이러한 점에서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경제구조 변화는 불가피하게 노동시장의 변화를 몰고 왔으나 노동조합은 기존의 조직구조와 사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비정규직 증가와 노동시장의 분절이라는 심각한 과제를 노동조합운동에게 안겨주었다.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이후의 구조조정 상황에서도 ‘정리해고 철폐’라는 경직된 구호에 머물러 있으면서 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조정에 대한 힘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민주노총의 전면적인 정리해고 철폐투쟁 몰입은 그 자체가 성공적이지 못하였음은 물론이고,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노동계급 전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참여정부 이후 정책결정에 대한 일정한 개입의 가능성이 열려있었지만 노동조합은 정부의 각종 정책이나 제도를 개혁하는 데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였다.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계급성을 지키면서 변화하는 노동정세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민주노총은 과거의 경직된 사업방식의 관성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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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성과 타성은 최근 일련의 비리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비리의 원인은 노조간부의 도덕적 불감증이나 투명성 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이보다도 그간 민주노총이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지나치게 관대하였으며 잘못된 관행을 묵인하여 왔던 점과 관계가 있다. 일련의 비리사건에 대해 “자신의 비리에 눈감고 잘못된 관행을 묵인해 왔던 민주노총이 과연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까?”라는 지적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민주노총의 현실이다. 때로는 ‘동지’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단결’ 또는 ‘정권과 자본의 탄압’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조합운동 내부의 비리와 문제를 덮어온 경우가 많다. 스스로의 잘못은 여러 가지 명분으로 호도하고 정당화하는 속에서 비리와 부정의 싹이 자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운동을 하는 우리는 언제나 정당하다”라는 인식은 노동조합 내부의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2005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나와 다르면 어떤 것도 인정할 수 없다”는 아집은 노동조합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오랫동안 합리성이 결여된 억압적 권력과의 투쟁과정에서 ‘반대’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우리의 아픈 경험이 우리 스스로 만든 원칙과 기준마저 인정하지 않는 심각한 가치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책임과 위험이 따르기 마련인 변화를 기피하고 관성과 타성에 젖어있었던 조직이 ‘안심하고’ 할 수 있는 일은 과거와 똑같은 사업에 매달리는 것 밖에 없었다. 변화되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조합원의 실리주의에 기대어 과거의 타성에 안주하던 무책임한 지도력과 간부들의 각성이 시급하다.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과감하게 척결하여야 한다. 비리는 물론이고 잘못된 관행과 사업방식을 청산하는 자기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이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과감하게 실천하는 데서 시작하여야 한다. 최근 민주노총이 시작한 비리고발센터와 규율위원회를 비롯한 비리근절 대책을 흔들림 없이 실천하는 일에서부터 새로운 출발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윤리강령 채택과 이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현장에서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내부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단호한 대응, 작게는 약속 시간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우리가 스스로 결정한 각종 규정과 원칙을 지키는 사업풍토, 그리고 우리 스스로 우리의 원칙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 스스로를 돌아보는 겸허한 성찰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혁신은 현장의 조합원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총연맹은 총연맹 차원에서, 가맹조직은 가맹조직 차원에서, 그리고 단위노조에서는 단위노조 차원에서 혁신사업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혁신위원회와 혁신을 실천할 실천단위를 조직할 것을 요청한다. 각 단위에서의 혁신기구가 비리근절과 운동의 기풍을 바로 세우고 조합원이 참여하는 내부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구체적인 혁신사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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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회의구조를 통한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는 갖추어져 있느나 내용적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 올 2월에 열렸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

‘분파’에서 ‘정파’로

의견그룹의 문제는 무엇일까? 노선과 정치적 입장에 의해 의견그룹이 나누어져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현재의 의견그룹은 대체적으로 그러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의견그룹의 사업을 보더라도 어떤 관계냐에 따라서 스스로 비판의 잣대가 바뀌고 있”고 의견그룹이 정치적 입장보다는 친소관계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이며, 이러한 점에서 “패거리”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의견그룹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의견그룹은 지나치게 권력 지향적입니다. 이러다 보니 모든 것들을 표로 보고 움직이고 있어요. 영향력을 보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무런 조직적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던 대기업 노조 집행부도 몇 달 안에 어딘가에 속하게 되고….”라고 의견그룹의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또한 “숱한 오류와 과오를 저질렀던 사람들도 의견그룹에서 인정만 받으면 표를 통해서 모든 것을 해소시켜 버리는 것이 현실의 상태”라고 의견그룹의 세력 확장을 위한 어두운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의견그룹은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현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아 우리의 조직력을 추락시키고 붕괴시키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견그룹은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만 있을까?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발전을 위한 역할은 없을까? 의견그룹이 노동운동의 현실적인 과제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가? 정파의 영향력이 조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목소리도 있고 이해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현장에서의 정파의 부정적인 행태를 지적하면서 “지금처럼 가서는 결국 우리 역량을 갉아먹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많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른 조합원은 “정파조직이 자기의 의견을 대중조직을 통해서 실현하고 대중조직은 그런 의견을 받아서 자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의견그룹의 역할을 정리하면서 “이것은 우리 운동이 건강하게 가기 위해서 필요하다”라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의견그룹들은 제대로 된 정파라고 보기보다 사람관계로 엮어있는 경우가 많고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의견을 추종하는 경우가 많으며 현장 대중의 의사가 왜곡되어 상층부에 반영되는 문제 등이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조직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여 운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의견그룹은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의견그룹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현재 민주노총과 그 주변의 의견그룹이 보여준 행태에 기인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발전적인 토론을 위해서 의견그룹이 형성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의견은 별로 없다. 단지 노동운동에 발전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견그룹이 노동운동의 방향이나 쟁점을 발전적으로 논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선과 실천을 명확히 드러내고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지고 사업을 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의견그룹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활동하여, 대중 속의 활동을 통하여 평가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 의견그룹의 자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교류와 토론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전제되었을 때 의견그룹은 건강한 활동가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노동운동의 발전과 대안 모색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의 운동에서 틀지워 졌던 의견그룹을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대중운동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 나갈 필요도 있다. 

소위 정파라고 불리는 조직들은 노동조합 간부나 주요 활동가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들의 각성과 성찰이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 가능한 해법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각 조직의 모든 정파가 지금까지의 사업을 평가하고 민주노총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한다.

내부 민주주의 강화의 길은?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회의구조를 가지고 있어 형식적으로 민주주의 절차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민주주의 기구가 내용적으로 조합원의 의견을 잘 반영하여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먼저 각종 의결기구에서 현장 조합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점이 있다.([표2] 참조) 의결기구에 참석하는 대표들이 조합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대의원 등 의결기구 참가들이 현장 조합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음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안건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조합원들에게 회의결과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정파적인 사업 작풍이 지적되기도 한다. 회의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의견에 충실하기보다는 자기가 관계된 계파의 의견을 가지고 회의에 참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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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대의원 선출 등 의결기구 참가자의 선출기관과 선출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의결기구 참가자의 선출방식은 대표의 활동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민주노총 대의원을 선거구별로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는 대의원 직선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의 상하를 연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대의원과 중앙위원 등의 선출방식 변화는 조직 민주주의의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의결기구의 준비와 운영을 충실히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사전토론기회 제공, 안건토론을 위한 충분한 시간 보장이 내용을 충실히 할 수 있다. 

지도부를 조합원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방안이 노동조합 민주주의 강화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이 노동조합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조직 민주주의와 조합원의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몇 년에 한번 실시하는 선거가 지도력 강화와 민주주의 활성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직접민주주의에 걸맞은 사업을 어느 정도 배치할 수 있는가를 잘 점검해 보아야 한다. 민주노총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조합원 직접투표로 결정하는 방식 등 선거 직선제 이전에 조합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연맹이나 총연맹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직선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않았을 때의 후유증도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집행체계 정비와 재원 재분배

민주노총은 과중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이를 집행하는 재원과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별노조의 미발달, 중앙집권적인 정치사회구조, 기업단위 노동조합의 한계 등으로 총연맹에 대한 요구는 매우 많다. 사회적 의제, 법제도 문제는 물론이고 각 산업의 산업정책, 개별사업장의 문제에 이르기까지도 총연맹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총연맹의 턱없이 적은 인원, 절대적으로 부족한 재원으로 이러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차치하고 조직내외의 당면한 사업을 감당하는 일도 매우 벅찬 상태이다. 총연맹, 연맹, 지역본부, 단위노조가 각각 담당하여야할 업무에 대한 평가와 업무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조직, 투쟁, 산별 등의 과제는 연맹에서 주로 담당하도록 재배치되어야 하며 총연맹은 정책, 정치, 연대 등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총연맹의 일꾼들이 정책이나 전략적인 업무를 하기보다는 당장의 집회나 조직에 동원되는 방식으로는, 그 나마의 재원도 적절히 활용하기 어렵다. 

총연맹과 산별연맹, 지역본부, 그리고 단위노조의 역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역할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산별노조시대에 걸맞게 각 조직의 역할이 재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역할의 재분배는 조직 내 인적·물적 자원의 재분배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총연맹과 연맹 등 상층조직의 재정확보를 위한 특별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책정된 의무금을 100% 완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총연맹과 산별조직에 대한 의무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의무금을 정률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리고 단위노조가 적립하고 있는 기금을 총연맹, 산별단위로 집중하고 여기에 조합원 모금을 보태어 상급조직 단위의 ‘비정규연대기금’ 또는 ‘민주노총 조직발전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