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협상, 그 이슈와 전망

노동사회

한미 FTA협상, 그 이슈와 전망

편집국 0 3,458 2013.05.19 03:17

지난 2월3일 한국정부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롭 포트먼(Rob Portman) 미 무역대표(USTR)가 미 의회 의사당에서 다수 미 상·하원 의원들의 임석 하에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협상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현재 스크린쿼터문제, 농산물개방문제를 중심으로 한·미간 통상협상이 본격화 되고 있다. 협상출범이 공식적으로 선언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FTA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곧바로 스크린쿼터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고, 또 이미 홍콩 WTO각료회의를 통해 드러난 농민들의 불안과 저항도 다시 행동으로 표출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미 FTA협상의 파장에 대한 혼란 

물론 한·미 FTA협상의 개시가 그러한 불안감이나 불만만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고서는 한·미 FTA의 체결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단기적으로 0.4%, 중장기적으로 2.0% 늘어나고 대미수출의 증가로 생산과 고용도 늘어나게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농업부문의 생산과 고용이 줄어드는 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는 생산과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또한 서비스업과 제조업도 산업 전체로는 득이 되지만 업종별로는 피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이 예측한 보고서에도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일한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즉 2001년 미국은 이미 국제무역위원회(ITC)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체결 시 미국의 한국 수출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자동차, 쇠고기, 영화 등을 중심으로 대략 54% 증가하고, 한국상품 수입은 섬유, 의류, 전자제품 등을 중심으로 대략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농업과 스크린쿼터문제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혼란이 예상된다. 

이러한 혼란과 불안감은 아직까지 한·미 FTA협상에서 어떤 의제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질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더욱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국민들은 한·미 FTA협상의 개시가 국내 경제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범까지의 과정, 사전실무점검협의 절차와 내용

우선 한·미 FTA의 협상이 어떠한 절차와 내용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한·미 양국은 2005년 2월부터 4월까지 3차례의 사전실무점검회의를 개최, 양국 간 FTA가 서로에게 커다란 ‘이익’이 된다는 공통 인식을 갖게 된 이후, 6차례의 통상장관회담 등을 통해 FTA 협상 출범 문제를 긴밀히 협의해 왔다. 최근 양국 정부가 FTA 협상 출범에 필요한 각자의 국내절차를 마무리하게 됨에 따라, 방미중인 김현종 본부장이 포트먼 무역대표와 최종 조율을 마치고 협상 출범을 공식 선언하게 된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 간 FTA 사전 실무점검협의 제1차 회의는 2005년 2월3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동 협의를 통해 양측은 상호 FTA 관련 제도 및 절차에 대한 의견교환을 했고, 국내 전문가들이 그동안 연구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청취하는 기회를 가졌다. 실무점검협의 제2차 회의는 2005년 3월 28일~29일 워싱턴에서 개최되었고 이 회의에서 한·미 양국 정부는 양국이 제3국과 과거 체결한 FTA 협정문의 주요 내용 즉, 관세 인하 구조, 원산지규정, 통관절차, 검역,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농업, 무역구제조치 등에 관한 비교 분석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실무점검협의 제3차 회의는 2005년 4월28일~29일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제2차 회의에 이어 제3차 회의에서도 양국이 제3국과 과거 체결한 FTA 협정문의 주요 내용 즉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 경쟁, 노동, 환경, 투명성 등에 관한 비교 분석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양국 간 실무점검협의와 관련하여 혼돈해서는 안 되는 것은 동 회의가 FTA협상을 위한 사전준비 모임이며 협상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전 실무협의에서 양 당사국은 FTA 추진절차 및 효과를 확인하고 FTA 추진 시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교환을 하였으며 협의가 본격적인 FTA 협상 출범을 전제로 하지는 않고 진행된다는 데 이해를 같이 하였다. 따라서 협상의 주요 의제는 향후 협상이 진행되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측은 사전 실무점검 협의를 통해 양국 간 FTA 관련 제도, 절차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이외에도 농산물, 지적재산권 및 스크린쿼터 등 양측 주요 현안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만 한·미 FTA에 대한 미국 내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정책을 표명했고 국내외적으로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 실무점검협의과정에서 주요 통상이슈에 대한 입장 표명은 있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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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스크린 쿼터 축소방침 발표에 영화계는 물론 제사회단체가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준)를 결성하고 대으에 나셨다.>

예측되는 한미 FTA협상 범위와 이슈

그간 한·칠레 FTA를 비롯하여 다수의 국가들과 FTA의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FTA 체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분야에서의 관세철폐 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FTA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WTO의 상품과 서비스관련 규범에 일치하는 높은 수준의 FTA 추진을 지향함으로써 다자주의를 보완하고, FTA를 통해 국내제도의 개선 및 선진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통상정책방향과 양국정부의 사전실무협의 결과를 토대로 보았을 때 향후 한·미 FTA협상의 주요 의제는 관세인하 구조, 원산지규정, 통관절차, 검역,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농업, 무역구제조치에 대한 부분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 경쟁, 노동, 환경, 투명성 등 매우 방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협상출범 선언으로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FTA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지, 뉴욕타임지 등과 같은 미국 언론들도 이에 대한 내용과 평가를 일제히 보도하며, FTA체결이 한·미 간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공적인 협상’의 체결에 대해서는 의문시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즉, 한국의 경우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 스크린쿼터와 관련한 영화제작자들의 반발,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 원산지 인정 여부 등이 해결돼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한국의 시장장벽에 대한 미국자동차 업계의 불만 등이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양국이 모두 관심을 두고 있는 스크린쿼터문제, 농업협상, 개성공단제품의 원산지 규정문제 등이 협상 내외의 이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과정에서 발생할 일련의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의 경제·사회·문화적 효과에 대한 분석과 함께 협상과정 전반에서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2004년 4월에 발효한 한·칠레 FTA의 경우 정부는 발효 이후 1년간 양국 간 교역량이 전년대비 48% 증가하는 등 FTA체결의 이익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우리 공산품의 칠레 수출은 47% 증가하였고,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휴대폰의 수출이 각각 58%, 250% 증가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이러한 FTA 효과분석의 결과가 미국이라는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향후 한·미 간 협상전략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한국정부의 협상전략에 대한 조언 

한편 2004년 11월에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어 올 3월 발효예정에 있는 한·싱가포르 FTA에서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하여도 우리나라 제품과 동일한 특혜관세를 부여토록 하여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해외판로 개척의 선례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한·미FTA의 협상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핵문제와 인권문제 등이 해결되기 전 북한과의 교역을 금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한국 원산지표시 관련 협상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충분한 협상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은 2005년 7월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비준, 10월 중동국가 중 다섯 번째로 오만과의 FTA 체결에 이어, 9월 말 태국과 FTA 5차 협상을 끝내고 올 1월9일부터 13일까지 제6차 협상을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아시아 국가 등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태국에 대한 FTA 추진은 ASEAN에 대한 무역전략인 ‘아세안 이니셔티브사업(Enterprise for ASEAN Initiative)’을 기초로 시작되었으며, 태국은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인 미국시장 확보를 통한 경제성장 촉진, ASEAN에서의 FTA 허브국가 및 외교 주도국 달성 등을 목적으로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다. 

미·태국 FTA 협상의 주요 이슈는 (i) 비농업수입품에 대한 태국의 높은 평균관세, (ii) 태국의 수입허가제, 관세행정의 투명성 제고, (iii) 설탕, 쌀 등의 농산물 시장개방, 태국의 관세 및 비관세 농산물시장 제도, (vi) 통신, 법률, 금융, 건설, 회계, 택배 등 서비스 시장 전 분야에 걸친 개방, (vii) 지적재산권 보호, 환경 및 노동 등이다. 미·태국 양국의 FTA 협상 과정, 주요 이슈 및 향후 향방은 한·미 FTA 협상 시 우리나라가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이슈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정부는 성공적인 한·미 FTA 협상에 대비 외교통상부 김종훈 본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외교부, 재경부, 산자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복지부, 정통부 등 관계 부처를 망라한 범정부적 협상단을 구성하고,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여 협상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FTA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과 함께,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FTA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관건이 될 것이다. 한·칠레 FTA 체결 직후 각계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국론이 분열되었던 경험은 FTA 추진 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알려 주는 교훈이 되고 있다.

민감산업 충분한 이행기간 확보나 자유화 예외 필요 

정부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2004년 6월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규정’을 제정하여 FTA 추진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FTA 추진과정에 각계 전문가와 업계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협상 자체를 통한 보완방안과 병행하여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농산물과 수산물에 대해서는 ‘FTA이행지원 특별법’에 따른 보상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그밖에 공산품 분야에 대해서는 산업자원부가 중심이 되어 특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FTA체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내법제의 정비를 서두르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국회 비준동의 등 국내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국론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FTA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이나 분야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FTA 협상에서 취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호해야 할 민감산업 및 민감품목과 보호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한 검토, 즉 산업별 선택과 집중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피해가 예상되는 민감한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행기간을 확보하거나 자유화 대상의 예외로 처리하고, 아울러 FTA 결과 수입 급증으로 인한 산업피해가 발생할 경우 특별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이 가능하도록 협정문상 제도적 장치를 두는 등 가급적 협상을 통해 문제가 우선 해결되거나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