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 촛불을 서울로! 전국으로!

노동사회

평택의 촛불을 서울로! 전국으로!

편집국 0 2,598 2013.05.19 07:18

 


syson_02.jpg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평택 대추리·도두리 일대에 정부의 행정대집행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3월5일, 국방부는 기지 확장 공사의 현장사무소로 사용하기 위해 현재 평택주민들이 점유하고 있는 대추 초등학교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집행하려 했고, 같은 달 15일에는 경찰 4천명과 용역업체 직원 백여명, 그리고 굴삭기를 동원해 대추리 일대의 농지를 파괴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두 차례에 걸친 강제집행이 평택주민들과 인권·사회단체활동가들의 완강한 불복종투쟁으로 무산되자, 4월7일에는 6천여명의 경찰과 경비용역 7백여명을 앞세워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의 농수로를 파괴하기도 했다.

인권침해로 얼룩진 국방부의 강제집행

국방부가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강제집행은 온통 인권침해로 얼룩져 있었다. 4월7일에 진행된 강제집행만 보더라도 용역업체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소화기를 분사하고 방패를 휘두르는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고, 경찰은 용역업체 직원들의 위법한 폭력행위를 제지하기는 커녕 오히려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평택에서는 용역과 경찰이 휘두른 폭력에 의해 많은 수의 주민들이 실신하거나 척추가 부러지고, 손목뼈와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등 중상을 입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용역업체와 불법적인 계약을 맺고 이들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인권단체연석회의의 진상조사에 따르면, 국방부가 4월7일 동원한 용역업체 직원 중 만 18세 미만의 자가 총 21명이었고, 상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도 백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역관련법인 ‘경비업법’에는 만 18세 미만의 자를 채용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상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계약과정에서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국방부가 이를 묵과하고 용역업체를 불법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인권단체들은 경찰과 검찰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불법연행과 구속남발, 그리고 평택투쟁을 “외부 반미운동가들에 의한 선동”으로 몰아가는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를 대표적인 인권침해사례로 꼽고 있다.

평화적 생존권 침해하는 전쟁기지 건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은 한·미정부가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한국 주둔 미군의 기능전환에 관한 것으로, 한반도 방위에 국한되어 있었던 미군의 활동범위를 한반도 주변은 물론 심지어 중동지역으로도 넓힐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미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한미군사동맹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주둔 미군의 역할과 작전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한미동맹이 대응해야 할 위협의 종류와 범위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많은 평화운동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한미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현재 한미동맹의 성격은 ‘대북 방어동맹’에서 ‘대중국 봉쇄동맹’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다양한 분쟁에 개입하는 ‘침략동맹’으로 그 성격이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은 바로 이 전략적 유연성을 실현하기 위한 전초전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국방부의 토지수용이 마무리되고 평택 일대에 미군기지가 확장되면, 전국에 흩어져 있던 미군이 이곳으로 집결하게 되며, 전 세계를 작전 대상으로 하는 신속기동군이 평택 기지를 발판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한·미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헌법에 보장된 평화주의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21일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의 평화주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며, 국민의 안전을 위험한 처지에 빠지게 함으로써 행복추구권과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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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6일 국방부의 용역을 동원한 강제집행에 저항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만 여성활동가  - 출처:코리아포커스/노순택 ]

평화를 위한 불복종의 권리

이처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이 그 정책적 정당성이나 사업추진과정에서의 정당성 모두 의심받는 상황이지만, 국방부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방부가 군대까지 동원해 평택주민들을 몰아내려고 하고 있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수도권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2천여명 규모의 군 병력이 평택 미군기지 수용예정지 일대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들 부대들은 5월2일부터 5일 사이에 평택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중 모 부대에서는 전투경찰대가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시위진압 비디오’를 시청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더구나 일부 부대에는 곤봉까지 지급될 것으로 알려져 1980년 광주이후 가장 큰 민·군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국가의 정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국민의 동의를 기초로 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의 정책이 보편적 인권규범과 충돌하거나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면, 아무리 실정법적 근거가 뒷받침된다 하더라도 국가정책의 정당성은 자동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과 같이 전쟁과 군사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생존권과 평화권을 거리낌 없이 부정하는 행위는 아무리 법적 근거를 들이댄다 해도 국가폭력에 불과하다. 

국가권력이 어떠한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고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폭력적으로 강요할 경우 인민들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저항권이 있다 이미 세계인권선언은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의 저항권” 행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뉘른 베르크 전범재판’은 자국의 법률과 명령에 따라 행동에 임했다할지라도, 이를 근거로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함으로써, 부당한 법률과 명령에 불복종하는 저항권의 행사를 국제법상의 권리로 승격시킨 바 있다. 유엔 총회가 1998년 채택한 ‘인권옹호자 선언’(유엔총회 결의 53/144)도 인권침해에 저항하는 모든 이들을 ‘인권옹호자’로 명명하고, 인권활동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인권침해에 “평화적으로 저항할 권리를 갖는다(12조 1호)”고 명시하고 있다. 

평택의 촛불을 서울로! 전국으로!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해 끈질기게 투쟁해온 평택주민들이야말로 이들 인권규범에서 말하는 ‘인권옹호자’들이다. 자신들의 생존권을 넘어 우리 모두의 평화적 생존권을 염려해 인권옹호활동을 벌여온 평택 주민들의 외롭고 끈질긴 투쟁이 있었고, 또 이런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인권옹호자가 되어 정부의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었다. 평택에서 평화의 촛불이 밝혀진 지 벌써 603일이 지나고 있다. 서울에서도 평택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매주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평택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의 평화를 지키는 길이다. 평택의 촛불이 서울에서,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밝혀질 수 있도록 대중적 저항과 평화적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나가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