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는 투쟁, 한손에는 투표, 그리고 승리!

노동사회

한손에는 투쟁, 한손에는 투표, 그리고 승리!

편집국 0 2,907 2013.05.19 07:10

1998년 외환위기 사태를 지나며 지금에 이르도록, 한국 자본과 정권은 자신들의 위기를 줄곧 노동자ㆍ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강조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치기하여 분열시키고 있다. 그 결과 비정규직은 860만명, 전체 노동자의 거의 60%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또 분할지배관리 속에서 비정규직 증가와 빈부격차의 고통은 온전히 ‘정규직노동자’ 탓으로 몰리며,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말았다.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정부뿐만 아니라 노동운동도 그 해결대책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가운데 사회가 우경화, 보수화되고 있기에, 정말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byha_01.jpg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조합원 총투표 울산시장후보로 나섰던 노옥희, 김창현후보. 노옥희후보가 확정되었다.   - 출처:프로메테우스 ]

노동의 위기, 울산에서부터 돌파한다

이른바 ‘출산파업’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사회의 고용이 불안정해진 데다가, 여성노동자들의 70%가 비정규직이고 그 임금은 겨우 남성 정규직 평균의 50% 수준이니, “애를 낳아 기를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것이다. 또 재벌들이 세운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은 ‘불가사리’가 되어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이렇듯 노동자로 사는 것도 불안하고, 그렇다고 노동자 신분을 벗어나더라도 어디 가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권과 보수정당들은 비정규직을 무한대로 허용하고, 2년 마다 ‘정리해고’가 가능한 비정규직 개악안을 입법시키지 못해 혈안이다. 또 노동조합을 말살하는 노사관계로드맵과 가뜩이나 불안한 민중의 삶을 최후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한미 FTA를 밀어붙이지 못해 안달복달이다. 

이렇듯 사회는 신자유주의 완결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노동자들이 달려들고 있지만, ‘노동조합’이라는 무기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손에 ‘파업투쟁’이라는 무기를 들었다면, 다른 손에는 ‘심판투표’라는 무기를 들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파업’과 ‘투표’라는 무기를 모두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5·31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노동자들이 기필코 단결된 힘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최근 울산에서는 조승수 의원의 의원직 박탈과 북구 재선거 패배, 이상범 구청장과 이갑용 구청장의 직무정지 처분 등 이른바 ‘진보정치 1번지’라는 명예로운 이름에 걸맞지 않은 일들을 연이어 겪었다. 이렇게 우리는 사회적 위기와 진보정당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이 겹쳐진 속에서 5·31 지방선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노동계급의 위력적인 단결된 힘을 다시 한 번 결집하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 방식에 의한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추천을 합의했다. 4만5천여 노동자들의 직접투표를 통해 노동자ㆍ서민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에 더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고, 본선 경쟁력을 갖추기로 한 것이다. 울산은 ‘산업 수도’이며 동시에 ‘노동자 수도’다. 때문에 노동자들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앞장서야 하는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다. 울산의 진보운동이 어렵다면 다른 지역은 더 어렵다. 위기상황을 울산에서부터 돌파하자.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시발점으로서 갖는 ‘노동운동의 메카’로서 역사적 상징성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투쟁의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고향’으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갖고 극복해야 한다.

‘시청’ 아니라 ‘시정부’ 책임질 노동자후보

이번 조합원 총투표는 단순히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는 보다 적극적인 정치행위다. 당내 존재하는 정파 분열과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며,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과 사회적 연대를 위한 통합력을 발휘할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서민이 울산 정치와 사회의 실질적인 주인임을 선언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뽑는 후보는 ‘울산시청’이 아닌 ‘울산시정부’를 책임지기 위해 나선 후보다. 보수적인 중앙정부의 지침을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관료를 거부하고, 토호세력과 개발업자들의 이익만을 위한 행정과 싸우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미명하에 쌓여온 노동자들의 고통과 눈물을 어루만져주는 지도자를 자임하고 나서는 것이다. 또한 다단계하도급을 통한 중간착취를 포기하고 양심적으로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도시 울산의 전망을 만들어 가는 포문을 열어 젖히는 것이다. 

이렇듯 조합원들의 총투표는 수동적인 정치세력화를 넘어서는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정치적 저항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4만5천 조합원 동지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노동자 시장후보를 선출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이다. 가족과 지역주민들과 연대하여 민주노동당 노동자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일하는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 울산”을 만드는 길에 매진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곧 비정규직 개악안 날치기 통과를 자행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심판해, 노동자들의 단결된 정치적 힘을 현실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조합원투표는 진보진영 무력감 깨기 위한 도전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 총투표 방식을 두고 우려를 했다. “그 골치 아픈 일을 왜 하려는 것이냐”는 것이었다. 어차피 2005년부터 당과 이견으로 민주노총 후보선출 정치방침이 폐기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울산은 잘 알려진 대로 정파들의 대립과 갈등으로 유명하다. 정파 대립은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충돌하고 해소가 되어야하는데, 왜 오랜만에 통합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민주노총 울산본부까지 분열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느냐는 불만이었다. 또 당 내부에서는 ‘당 중심성 강화론’에 따라 당원 중심의 직접투표를 주장하는 기류가 형성되어 있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중심성과 계급성의 약화가 오늘날 당의 위기가 왔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이렇게 해를 넘기며 꼬여 온 매듭을 푸는 책임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새롭게 들어선 지도부들에게 부여됐다. 다양한 방식을 고민을 해봤다. 그러나 쉽게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울산 진보진영의 무력감을 해소하고 5·31 지방자치 선거에서 ‘수성’이라도 하려면, 어떤 방식이든 ‘모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다소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도록 과감하게 정면 돌파하는 방향을 선택하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울산시장 후보선출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투표가 막 끝난 상황이다. 매끄럽지 못하고 잡음이 생긴 부분도 있었지만, 분열의 후유증이 최소화되는 과정이다. 한 번의 커다란 고비는 넘겼다.          

울산이 무너지면 결국 전국의 노동운동, 진보운동이 무너진다는 책임감이 오늘 모험의 길을 선택하도록 했다. 울산은 지금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의 계급적, 지역적, 사회적 연대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브라질 룰라의 집권도 노동자들 중심으로 시정부를 장악하면서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 집권의 초석을 놓는 것은 울산일 것임을 자부한다. 

byha_02.jpg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에서 지방자치선거에서 노동공약 개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

 노동자 시장 당선은 ‘혁명’이다

4월 말 현재 울산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후보가 50%의 지지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보나마나한 선거”라는 속단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며 열정을 담금질하고 있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울산지역의 40만 노동자들이다. 이들 중 50%인 20만명만 민주노동당의 후보를 선택하도록 만든다면 노동자 시장은 자동적으로 당선된다. 

아니 25%인 10만명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민주노동당 후보를 선택한다면 노동자시장을 당선시킬 수 있다. 그런 좋은 토양을 갖춘 곳이 울산이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에는 4만5천명의 조합원이 있다. 거기에다가 민주노총 소속이었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한국노총 울산본부의 민주노동당 지지까지 끌어내면 10만명의 노동자 부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노동자들의 계급투표를 가족으로 확대해서 현재 15% 안팎인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지율을 당선권으로 올려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그 역사적인 책임을 완수할 것이다. 

우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산하연맹 그리고 단위노조, 전직 노조간부들까지 총동원하여 시장, 구청장, 시·구의원 공동선대본을 구성하고 직접 선거운동에 결합토록 할 것이다. 자치단체장과 시·구의원, 비례대표까지 정당을 명기하는 선거인만큼 울산 전역의 모든 선거구에서 선거운동본부를 탄탄하게 구성하여 가동시키고, 시장 선거대책본부에서 진두지휘체제를 확립시켜 한나라당과 ‘2강 구도’를 형성하고 한판승부를 벌일 것이다.

이번에 시장후보로 선출된 노옥희 후보는 전교조 교육위원 출신의 교육전문가이며, “울산 노동운동의 대모”라 불린다. 이러한 자산에다가 여성이라는 특징을 잘 살리는 선거운동이 필요하다. 당연히 노동자를 중심으로 공략하되, 그에 더해서 세상의 절반인 여성층의 마음을 흔들고, 또 재벌들의 대형할인마트 건설로 생존권이 파탄난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의 삶을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삼각의 연결고리 형성을 어떻게 형성하느냐가 최초의 노동자 시장 탄생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울산에서 노동자 시장이 당선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혁명적인 노동공약’을 발굴하고 있다. 지역토호와 가진 자들의 이권만 챙겨주는 도시의 개발과 건설 중심의 시정 운영방식이 아니라, 벼랑 끝에 내몰린 민중들의 삶을 보듬어 주는 가장 현실적이며 다급한 사회적, 지역적 의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득표로 연결시켜 나갈 것이다. 

노동자가 결심하면 이루어진다

혼자서 꾸는 꿈은 희망일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수없이 많은 노동자ㆍ서민들이 암흑의 터널에서도 한줌 햇볕을 쫓아 희망을 일구어 온 것도 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이 무엇일까?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어린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권리,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안정적인 집에서 살 권리,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를 공급받을 권리,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 나쁜 공기를 마시지 않을 권리 등이다. 그것은 돈이 있고 없음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이러한 것들을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 바로 노동자들이 꾸는 정치적 꿈이다. 노동자가 결심하면 노동자 시장이 당선된다. 그 꿈은 울산에서 현실이 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