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와 한계 동시에 보여준 공공부문 연쇄 총파업

노동사회

성과와 한계 동시에 보여준 공공부문 연쇄 총파업

구도희 0 6,405 2016.11.09 12:53
 
2016년 가을,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초유의 연쇄 총파업을 벌였다. 올해 공공부문 노동계의 최대 이슈는 ‘성과연봉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핵심 과제 중 하나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 과제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천명하고, 올해 초부터 전체 공공기관으로의 전면 확대를 밀어붙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22일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이후,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2개월만인 6월10일 기획재정부는 “120개 공공기관이 모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성과연봉제는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노사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역점 정책을 서둘러 도입하기 위해 노사합의를 간과한 채 이사회 의결만 거쳐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노조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도 확인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양대노총 공대위)는 9월5일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노총 공공‧금융부문 총파업’ 돌입을 선포했다. 그리고 “정부의 불법행위와 국민피해를 일으킬 성과연봉제를 막기 위해 9월 말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이와 함께 △정부의 공공·금융기관 성과연봉제·퇴출제 관련 각종 지침 전면 폐지, △성과연봉제 강행 불법행위 중단, 불법 이사회 결정 무효, △정부의 노사관계 불법적 개입 중단 및 노정 교섭 실시 등을 요구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9월22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공공노련의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초유의 공공부문 릴레이 총파업
공공부문 연쇄 총파업의 닻을 처음 올린 곳은 공공노련이었다. 공공노련은 9월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5천여 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에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성과연봉제와 강제퇴출제 지침이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정부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노조, 공공연맹,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특히 상급단체가 없는 한국수력원자력노조·전기안전공사노조·남부발전노조 조합원들도 대회에 참석함으로써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다음날인 23일에는 금융노조가 하루 총파업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금융노조의 총파업에는 전체 9만5천여 명의 조합원 중 7만 5천명이 참여했다. 금융노조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파업 참여 인원이 1만 9천여 명이라며 파업 규모와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으며 조합원들의 기세는 높았다. 김문호 위원장은 “오늘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용자의 성과연봉제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더욱더 끈질기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의 총파업에는 제2금융권을 대표하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도 지지를 보냈다. 사무금융노조는 “노동자들의 불안과 갈등을 조장하는 성과주의가 결국 금융업을 위험하게 만들고 금융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며 “금융노조와 함께 해고연봉제·강제퇴출제를 저지하고 관치금융 철폐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공공운수노조가 무기한 동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에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16개 공공기관노조의 조합원 6만 4천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공공운수노조는 10월27일 현재 31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철도노조를 비롯해, 서울대병원분회 18일, 국민연금지부가 14일, 국민건강보험노조가 13일 동안 파업을 지속하는 등 여러 산하 단위사업장에서 무기한 파업을 통해 노동자의 분노를 보여주었다. 이 중 철도노조는 지난 2013년 23일간의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파업을 넘어 최장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파업에 대해 “역대 최장, 최대 규모의 공공부문 공동파업이며, 근래 수 년 간 민간부문까지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파업 투쟁”이라고 자평했다. 
이튿날인 28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이 연쇄 총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의료공공성 파괴하는 성과연봉제 저지! 의료민영화 중단! 국민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한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을 촉구하며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에는 전면 총파업으로 참가한 보훈병원지부와 근로복지공단의료지부를 비롯해 전국 170개 사업장에서 4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또한 보훈병원지부장과 근로복지공단의료지부장은 무대에 올라 “환자를 대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뽑아내라는 성과연봉제, 우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지금 병원에 필요한 것은 성과연봉제가 아니라 인력충원이다. 성과연봉제는 최악의 대책이다”라는 내용의 총파업 투쟁선언문을 낭독함으로써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윽고 오후3시부터는 민주노총이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개최했다.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도입 중단을 요구하며 열린 대회에는 전국 15개 지역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18만 명이 참여했으며, 서울지역대회에는 각각 ‘총파업투쟁 승리’, ‘국민피해 성과주의 반대’라는 구호가 담긴 빨간색 손팻말, 주황색 선전물을 든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등 1만 6천여 명이 참석해 KBS 앞의 도로를 온통 빨간색,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이날 파업 투쟁에는 공공부문 노동자뿐만 아니라 제조업 노동자들도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은 결의에 찬 투쟁사를 통해 정부의 노동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공공연맹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공공연맹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는 공공연맹 역사상 첫 공동파업으로, 조합원 1만여 명은 국회 앞과 산업은행 사이 차도‧인도를 가득 메운 채 “해고연봉제와 강제퇴출제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특히 공공연맹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여의도 문화마당으로 이동해 공공운수노조와의 공동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성사시켰다.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의 공동 총파업 대회도 사상 처음으로, 공동 대회에는 모두 6만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대회장에 공공연맹 조합원들이 들어서자 환호가 쏟아졌으며, 기세를 몰아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과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얼싸안고 연대투쟁 의지를 다졌다. 조상수 위원장은 “국회와 정치권이 나서 평행선을 달리는 노정 대화를 주선해달라”고 말했고, 이인상 위원장은 “정부가 끝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부하고 일방적 강압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더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는 2차, 3차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총파업이 남긴 3가지 성과 
9월 말로 공공부문 노조는 1차 집중파업의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공공부문 파업은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우선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첫 공공부문 연쇄 총파업을 순조롭게 성사시켰다. 총파업을 앞두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불편을 볼모로 하는 공공·금융부문의 명분 없는 총파업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며 “불법 행위에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겁박했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은 노조집행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투쟁의지와 총파업 참가율을 보여주며 한목소리로 공공기관 성과주의를 반대했고, 정해진 파업을 굳건히 이어나갔다. 
또한 투쟁의 정당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제대로 알려냄으로써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공공부문 총파업을 앞둔 9월22일 서울지역의 177개 정당·노동·시민·사회단체는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서울지역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지지선언을 했다. 이들 단체들은 “공공부문을 지키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가세했다. 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5678도시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9월27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옥수역에는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익명의 시민이 쓴 철도·지하철 노조 파업 응원 대자보가 붙었다. 이 사연이 알려진 후 서울 시내 지하철역 곳곳에 파업을 지지하는 대자보들이 붙었고, 이 메시지들은 파업 노동자들에게 파업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또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공운수노조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응답자의 69.4%가 “노사합의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 주도로 도입해야 한다”(24%)는 응답보다 대략 3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77.6%는 “성과연봉제에 관해 노조와 정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일 큰 성과는 서울시 투자기관과 서울대병원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여부를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서울시 투자기관 5곳은 9월29일 성과연봉제 도입여부는 노사 합의로 결정하고, 저성과자 퇴출제 등 성과와 고용을 연계하는 제도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노사는 또한 지방공기업 자율경영, 중앙정부 공공기관과의 처우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인 서울대병원도 10월16일 노사합의를 통해 내년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잠정합의했다. 이는 공공기관에서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은 첫 사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합의는 무엇보다 국민 피해로 이어질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에 힘입은 결과”라며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 노사합의로 파업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쁜 사용자 vs 모범 사용자
서울메트로, 서울대병원의 노사합의를 두고는 공공부문 노동계 가을 투쟁의 성과인 동시에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사용자의 의지가 노사관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서울시의 노사합의는 모범사용자로서의 서울시와 공공기관 노‧사‧정 협의구조인 서울시모델협의회의 역할이 컸다. 합의 이후에도 서울시는 10월10일 열린 노사정 회의에서 서울시 공공기관에 적합한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연구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공공기관 평가제도 개혁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공성 확보가 공공기관 평가에 있어 제1기준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서울시가 앞장서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제도적 대안도 제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메트로 등이 파업을 종료한 뒤 자신의 SNS에 “공공기관은 공공성 가치와 시민안전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안전 및 공공성 평가제가 더 절실하며 서울시만이라도 공공기관 평가 잣대를 바꾸겠다”고 적기도 했다. 
이 사례는 반대로 정부가 모범사용자로서의 역할을 방기할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올해 초 정부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밝힌 뒤 공공부문 노조들은 정부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꾀했다. 그러나 정부는 노조의 요구에 귀를 닫았고 노정갈등은 심화됐다. 결국 공공기관 노조들의 연대체인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내 사회적 대화기구 설치를 요구했으나, 이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공공기관 노조들을 길거리 투쟁과 파업으로 내몬 것은 결국 정부였다.  
연속 총파업을 앞두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양대노총 공대위는 “공공·금융부문 노동자도 국민 불편이 크게 우려되는 파업을 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노조와 성실한 교섭에 나서고, 일방적 정책 추진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파업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며 “정부가 대화에 나선다면 공공·금융부문 노조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일방적 정책 추진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서울시 노사합의 다음날 “서울지하철 노사합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있어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만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되는 만큼 반드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파업이 장기화되자 다시 한 번 정부에 성과퇴출제 중단과 함께 노정교섭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10월20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이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는 불통과 무능 행보를 중단하고 노정교섭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양대노총 공대위는 11월 2차 집중파업을 예고했다. 공공연맹·공공노련·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는 11월11일, 금융노조는 같은 달 18일에 2차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9월28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성과퇴출제 폐기를 외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조의 최후 수단인 파업, 효과는 과연? 
노조의 최후 투쟁 수단인 파업만으로는 독선과 편법, 불통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한계도 드러났다. 이는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동계는 철도 파업 장기화의 원인으로 정부와 코레일의 강경대응을 첫손에 꼽는다. 철도노조의 파업 목적은 여타 공공부문 노조와 마찬가지로 임금체계 변경이라는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것이다. 또한 철도노조는 적법한 쟁의절차를 밟았는데, 정부와 코레일은 ‘불법’ 딱지를 붙이는 데에만 골몰했다. 그 결과 노조는 쉽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파업 28일차인 10월24일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철도파업이 장기화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합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불법으로 규정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출구를 차단해 버렸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부는 국회 차원의 중재를 거부하고 노조 지도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10월25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고, 이날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사실상 불법파업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의 전력을 다한 투쟁에도 정부의 불통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공이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13년 철도노조의 KTX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에도 여야가 나서 국회에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 노조와 합의함으로써, 파업 장기화 사태를 원만히 마무리한 바 있다. 이에 양대노총 공대위는 10월6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성과연봉제 정책을 유보하면 총파업을 중단하겠다”며 국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공대위는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 교섭을 통한 합의사항임을 인정하고 2017년 시행하려는 성과연봉제 정책을 유보한다, △공공기관 노조는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총파업을 중단한다,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 내 노정 당사자를 포함한 논의기구를 구성해 2017년 3월 말까지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과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노동계와 야당이 요구하는 철도노조 파업 문제의 해결 방안도 국회를 통한 4자 협의체 구성이다. 10월14일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철도노조 파업이 길어지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철도 파업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교통부·코레일·철도노조 4자가 만나 대화로 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사회적 협의 기구를 만들어 성과연봉제에 대해 논의하자”는 최 의원의 제안에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불법파업에 대해 원칙대로 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후 파업이 장기화되자, 야3당과 노동계는 10월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연봉제 논의를 위한 4자 협의체 구성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야3당이 중재를 위한 국회 내 사회적 대화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뎌 철도노조의 무기한 파업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사회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노동계의 고심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오는 11월12일 전국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로 공공부문 총파업 투쟁을 이어가려던 민주노총은 11월1일 비상 시국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같은 달 19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한국노총도 10월2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전국 동시다발 노동부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정권 퇴진을 외쳤다. 결의대회에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국민을 기만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 퇴진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정부는 귀 닫은 채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였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운영이 마비됨에 따라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 정책은 동력을 잃고 한동안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자들은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됐다. “정부가 노동자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였지만 국민은 이번 파업을 ‘부당한 정부에 대응하는 정당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공공부문 파업을 지지하는 진보단체 인사들의 시국선언을 정부는 곱씹어 봐야 한다. 과연 누가 불법을 저질렀는가. 
 
 
  • 제작년도 :
  • 통권 : 제1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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