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리더십의 실태와 발전방안

노동사회

노동운동 리더십의 실태와 발전방안

편집국 0 4,061 2013.05.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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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8년에 완료된 <노동운동 리더십 실태와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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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제기

한국의 노동운동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이념적·조직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노동운동을 둘러싼 환경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정치경제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노사관계의 쟁점 사항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운동이 환경변화 및 쟁점사항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운동 리더십을 재생산하고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의 조직적·활동적 특성상 리더십이 가지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헬스가 지적했듯이 ‘과두제의 철칙’(관료화된 조직은 최고 지도층과 엘리트 집단에 권력이 집중됨에 따라 권력 강화를 1차 목표로 삼게 되며, 이에 따라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진다는 주장)이라는 개념이 가장 쉽게 적용될 수 있는 관료제적 조직 중의 하나가 노동조합 조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조직원리상 조합원의 목소리가 민주적으로 집행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와 대의원대회 등 이른바 ‘노조민주주의’가 강조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집행과정에서는 리더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대표적인 조직이다.

그동안 한국의 노동운동 리더십은 1980년대 이후 성장한 노조활동가들로 형성되어 왔으며, 이러한 노동조합 리더십은 여러 가지 노동운동 과제들을 실천해 왔다. 노조 리더십은 사회적으로는 노동조합의 위상을 높여 왔고, 조직적으로는 기업별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의 전환을 성취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노동자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진보정당을 건설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동운동 리더십의 재생산 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기존에 형성된 노조 리더십 역량은 점차적으로 고령화·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노동조합운동이 1990년대 이후 분명히 사회적 세력으로 자리 잡고는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노동운동이 사회변혁 세력이 아니라 사회적인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계층 중의 하나라고 평가되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전체가 모두 동일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노동자와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노동자로 양극화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의 노동문제는 노동자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조건에 처해 있는 소외된 노동자들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이제는 더 이상 노동운동이 임금인상에 치중해 활동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분위기가 아니고, 임금인상은 자제하고 사회변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

노동운동 및 노사관계를 둘러싼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 리더십이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향후 노동운동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발전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노동운동 리더십이 향후에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형성되느냐에 따라 노조간부 및 조합원들의 의식과 행동이 규정될 것이고, 앞으로의 노사관계 발전방향에도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2. 노동운동 리더십에 대한 이론적 논의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해방 이후부터 계산하더라도 60여 년이 지났다. 이 과정에서 노조 리더십이 가져야 하는 미덕 및 덕목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정리되어 있는 셈이다. 노동조합운동은 노조간부가 가져야 할 리더십으로 변혁적이고 연대적인 리더십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실무전문가형보다는 활동가형 노조간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노조간부가 가져야 할 자세로는 인간주의, 현실성, 변혁성, 민주성, 헌신성, 도덕성을 주요 덕목으로 꼽고 있다.

대부분의 노조 리더십 연구자들도 연대지향적 지도자, 변혁적 리더십, 현장활동가형 노조간부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으로 양 노총을 크게 리더의 유형에 따라 구분한 경우도 있는데, 한국노총은 실리형 리더십에 가깝고 민주노총은 변혁형 리더십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념적인 차원에서도 한국노총은 실리적 노조주의와 자유주의로 분류하고, 민주노총은 변혁적 노조주의와 사회주의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노동운동 리더십은 정의로운 인간(‘의인’[義人])이 되어서 개인적으로나 노조조직으로서나 사회로부터 미덕과 덕망을 인정받으며, 사회변혁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유범상, 2008). 노조 리더십이 혁신적 리더십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최근에 민주노총 리더십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연구자의 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은수미, 2006).

노조 리더십에 관한 연구는 노동조합이 제도화되고 조직구조도 산별노조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에 많이 진행되었다. 주요 연구 내용들은 노조 리더십 실태, 노조 리더십의 가치지향, 노조 리더십과 조합원의 노조 태도, 노동운동 리더십의 위기, 노조 리더십과 조직효과성 등을 주제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노동운동 리더십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아직도 충분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고, 리더십에 대한 구체적인 주제로 발전되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노조 리더십 실태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및 산별노조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개별기업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있다. 김승호·정경원(2007)은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에서 일하는 상근활동가의 조직활동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주제별로 실태조사를 하였다. 여기서 다룬 내용은 운동에 대한 전망,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개인적인 전망과 진로, 조직 몰입 정도, 업무의 성격, 조직 내의 정치적 입장에 따른 갈등의 정도와 양상, 조직 내 지도부와 동료의 관계, 의사결정, 정보공유, 역량강화 필요성과 조직지원에 대한 인식, 지도력 특성 등이다. 지도력 특성에는 자주성, 민주성, 연대성, 의식성, 투쟁성, 성실성, 도덕성, 전문성, 통합력, 대중성, 조직성, 혁신성, 실천성을 포함시켰다. 

이 연구 결과 ‘운동에 대한 전망’에 있어서는 운동과 조직에 대한 자부심은 높지만 조직 내 활동가 간의 갈등이 심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활동에 대한 인정’ 항목에서는 조직 내의 정보소통·의사결정 과정이 원활하고 민주적일수록 조직 내에서 활동을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 관계’는 갈등 주체들이 존재할수록 문제가 생기고 의사결정 과정 및 정보 소통이 잘 이루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문역량 강화 필요’에 대해서는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문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리더십의 지도력 특성 면에서는 상근간부의 경우 의식성, 실천성, 연대성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기업 노조의 리더십과정을 연구한 김승호(2006)는 노조간부가 올바르게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 사례에서 노조 리더십은 긴 투쟁과정 속에서 희생과 헌신성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는 조직문화를 형성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이 결과 간부와 조합원, 조합원과 조합원 간 유대감도 컸으며 노동조합 초기부터 현장 내에 수많은 소모임을 만들고 이를 크게 묶어서 조합원을 관리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투쟁방향과 관련해서 노조간부 간에 이견이 존재하기도 하였지만 조직문화 자체가 화합적 분위기였기 때문에 갈등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노조 리더십의 가치지향 연구는 산별노조 노조간부들의 특성과 성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조효래(2005)는 한국 산별노조의 간부들은 어떠한 특성과 가치·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주관적 가치와 태도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무엇이고, 그들의 가치와 태도가 노동조합의 운영과 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산별노조의 상근간부들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보다는 사회적 지위 향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노조에서 일하는 것을 직업 활동이라기보다는 사회변혁운동의 부분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규범적 헌신과 자기희생적 동기에 기초한 간부 유형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리더십이 노조에 대한 조합원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윤영삼(2005)의 연구가 있다. 노조 리더십과 노조 대표의 구체적인 변수로서 노조 몰입과 노조관련 행동지향성을 활용하여 양자 간의 영향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노조 몰입에서는 리더십 특성 중 혁신성, 접근용이성, 민주성이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며 연대성과 투쟁성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었다. 노조관련 행동지향성에서는 리더십 특성 중 이익증진성이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며 접근용이성, 투쟁성, 혁신성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직이론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변형성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노조 리더십 특성 중 변형성과 혁신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접근용이성·민주성·이익증진성 순으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운동 리더십의 위기에 대한 연구는 주로 한국 노동운동 리더십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최근 들어 노동운동 리더십의 위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유범상(2008)은 노동운동을 ‘의인’의 등장으로 이름 붙이면서, 노동운동이 시민권을 획득하고 리더십을 확보하는 과정을 경험했음에도 1997년 이후에는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음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조합운동이 ‘이기주의자’라는 담론으로 논의되고 노동운동의 실천이 강자의 이익을 위한 투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산별노조로 전환하여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성을 확보하고 정부와의 교섭 및 정치적 요구까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 실리주의적 노동조합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노동운동 내·외부적 연대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 노동운동이 사회 속 담론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의제와 담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고 있다.

3. 노동운동 리더십 실태

1) 면접조사 결과 


한국 노동운동은 ‘리더십 충원 및 재생산’에 있어 커다란 도전에 놓여 있다. 그동안 권위주의적 정권 아래에서 노동운동이 사회적 인정과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면,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치밀한 운동노선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노동조합의 리더십 강화는 현재의 노동운동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대안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면접조사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고 함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87년 이후 노동조합 조직의 민주화로 인해 노조 내부 민주주의는 진전되었으나, 노조위원장의 잦은 교체로 노조지도력의 불안과 노조운영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노조에서 위원장 선거 경쟁은 단독후보가 과거보다 늘어나는 등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노조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단체교섭이 제도화되고 대기업노조의 권력이 공고화되면서 노조의 정책과 권력을 위해 경쟁하는 분파적 집단들이 형성되었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현장조직’(정파)의 역할이다. 87년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현장조직들은 조합원들의 정치적 의식 제고라는 측면에서 노동운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현재 정파의 역할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과 상급단체에 있어 정파들의 갈등과 대립은 내부 단결의 저해, 공식적 의사결정 단위의 무력화, 리더십 불안정화, 노조의 효율성 손상 등 부정적 기능을 초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과열화된 정파 갈등은 조합원들의 노조 리더십 인정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둘째, 노조 리더의 충원이 비체계적이고 조직 내부에서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권력 자원인 임원 및 간부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간부 기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간부 선출이 정책과 노선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인적 네트워크에 좌우되고 있다.
 
이 결과 노조 리더들의 비전 제시 및 내부 혁신의 의지는 높지 못한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현상들은 노조 간부들의 전문성과 능력 약화로 귀결된다. 2010년 이후 ‘전임자의 임금 보장’까지 법적으로 금지될 경우 노조 리더들의 충원이나 선발은 큰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노조 리더의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훈련 시스템 등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노조 리더십의 유형을 나누어 보면 우리나라 노조 리더십은 대중추수적 리더십과 권위적 리더십, 과업지향적 리더십, 변형적 리더십과 협의적 리더십 등으로 구분된다. 주로 비정규직노조나 금속노조 같은 운동적 지향성이 강한 노조의 간부들은 변화주도적 리더십이 많은 반면, 대기업노조나 한국노총 소속 노조들에서는 대중추수적 리더십이 많이 확인된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대기업노조의 성공과 조합원의 중산층화·고령화·보수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노조 지도자들의 대중추수적 리더십과 과업지향적 리더십이 증가하고 있다. 이념적 퇴색과 권력의 향유는 사실 동전의 양면이고, 이념과 연대의 정신이 퇴색하는 조건에서 권력의 증가는 권력의 남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조운동 내부의 이상과도 같은 리더십 유형의 변화는 향후 노조운동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 할 것이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노조운동의 자주성, 민주성, 연대성의 원리가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노조운동 리더십 약화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노동운동의 전략적 과제와 비전의 부재로부터 나타나고 있다.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90년대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연관되어 있다. 이후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표로 민주주의의 심화, 사회민주주의, 시장사회주의, 제3의 길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를 실현하는 방도라 할 것이다. 노동운동이 시민사회운동과의 연대를 굳건히 하면서 노동운동의 독자성을 찾아나가는 세부적인 로드맵이 실천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확산에 맞선 노조의 대안전략은 쉽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이다. 이론의 심화도 중요하지만 ‘실사구시’의 원칙이 필요한 때라 판단된다. 또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전략의 실행 방도도 노동운동이 고려해야 할 전술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다섯째, 노조 리더십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 및 비정규직, 그리고 영세사업장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 노조운동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된 결과 노조운동의 핵심 과제인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등이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조 리더십의 대표성과도 연관되는데 미조직된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조 각급 기관의 ‘할당제’ 도입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제도 도입에 앞선 선차적인 과제는 노동운동의 ‘연대성’ 회복을 통한 계급적 통일성을 담보해 나가는 일이다.

2)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간부들을 대상으로 2008년 10월과 11월에 걸쳐 약  두 달간 실시하였다. 소속 조직으로는 민주노총의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화학섬유노조 등의 산별노조와 한국노총의 금융노조와 금속노련 등이다. 배포된 설문지는 총 600부이고 회수된 설문지는 263부로 회수율은 43.8%이다. 

설문조사 내용은 크게 △노동운동에 대한 진단, △일반적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 △사업장 노사관계, △노동조합의 목표와 활동목표 등에 관한 인식, △노동조합 활동 참가 유형과 정도, △간부로서의 지도력 특성, △노사관계 방향성에 대한 인식, △역량 형성 요인, △노동조합 활동과 상태에 대한 평가, △노동조합 간부활동 만족도 및 지속 여부, △노동조합 위기 원인 진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부들 사이의 이념성은 그 개념과 지향성에서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계급적, 정치적 지향성을 강하게 보이는 데 비해 한국노총은 조합원 중심의 경제주의적 지향성을 강하게 보인다. 경제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간부들도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이념적 활동을 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적 지향성의 개념 차이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활동방식 차이를 낳는 가장 큰 요인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노사관계 인식과 노동조합의 목표에 대한 인식에서도 일정한 차이를 낳는다. 노사관계 인식은 한국노총이 보다 협조적이며, 노동조합의 목표에 있어서도 민주노총에 비해 조합원 중심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제주의·실리주의를 보여준다. 소속조직에 따라 파업이나 파업 이외의 쟁의행위 경험도 민주노총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사업장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에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보다 약간은 더 부정적 평가를 받도록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난 결과를 보이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 참가 정도와 지도력 특성에 대한 평가이다. 14개 항목으로 평가한 노동조합 활동 참가 정도는 파업 항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13개 항목에서 한국노총 간부들의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도력 특성 또한 회사로부터의 자주성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한국노총 간부들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2개의 영역 모두 응답자 본인의 평가여서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한국노총 간부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활동력이나 지도력 특성은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노동조합 활동이나 상태를 집행부에 대한 신뢰, 조합원의 참여, 미래 전망, 자신감 등 8개의 항목으로 평가한 결과에서도 전체적인 평가수준은 긍정적이지 않으나 한국노총 간부들이 민주노총 간부들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양 노총 간부들의 역량형성 경로도 조금은 차이가 있는데 이렇게 다른 방식의 역량형성 경험이 노조간부 활동에 있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노조간부들이 노사관계의 전반에 대한 인식 지평과 다양한 시각을 갖추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급조직이나 소모임 등 주변 동료들의 영향 역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전체 조직 분위기와 문화가 노사관계 인식이나 이념적 지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양 노총 간부들은 현재의 노동운동 상태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실리주의 경향 등 내부에서, 한국노총은 경제침체 등 외부환경 요인에서 가장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경제침체 등 외부환경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최우선적인 방안이 조합원의 참여를 통한 노동조합 조직력이라 할 때 당분간 노동조합 운동의 위기국면을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합원의 소극적 참여가 일시적인 경향이 아니라 실리주의의 확산, 경제주의의 확산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조합 조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시급하게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스스로 이념형이라고 생각하는 간부들인 경우에도 민주노총 간부들은 정치적·계급적 경향성을, 한국노총 간부들은 경제주의적·노사협력적 경향성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념형의 차이는 노동조합의 목표나 활동목표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도 그대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평가하는 활동성이나 지도력 특성에서는 오히려 한국노총 간부들이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 활동 등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고 있다. 간부로서의 활동에 대한 만족도도 한국노총이 더 높다. 다만 노동조합의 전반적 위기가 매우 높은 수준임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그 원인에서는 외부환경과 조합원의 소극성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 외에는 비슷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사관계 인식, 활동방식의 차이 등은 일정 정도 스스로 평가하는 이념형에 기반하는 것으로, 일시적 이익이나 단기적 유·불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노총 간부들은 스스로 평가하듯이 제반 활동력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평가, 간부로서의 지도력 특성 등에서 민주노총 간부들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활동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 또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부들 사이의 인식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4. 함의

2000년대 들어 한국 노동운동은 외부환경 변화 및 내부 조직의 불안정으로 말미암아 상당한 기간 동안 노동운동의 침체 또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노동운동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 중의 하나가 노동운동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에서 노조 리더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많고, 비교적 단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노동운동을 바꾸어 나가고 환경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 및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현실에 맞으면서 변혁적인 리더십이 노동운동 내에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조간부들도 현재의 노동운동 상태를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위기 상황의 원인으로 조합원의 실리주의 경향 등 내부적 요인을 들고 있고, 한국노총은 경제침체 등 외부환경 요인이 중요하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동운동 위기의 주요인을 무엇으로 진단하든지 간에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합원의 참여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조합원이 ‘연대성’과 ‘변혁성’보다는 고용안정 및 임금보장을 중심에 두고 활동을 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노동운동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이 노동운동을 둘러싼 상황에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변혁적 노조 리더십의 형성 및 발전이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 노동운동 리더십이 발전해 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노동조합운동 내부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노조 운영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조 리더십을 제도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는 ‘노조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노조 리더십은 조직의 특성상 매번 선거 시기마다 위원장 선거 경쟁을 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도 이른바 현장조직이나 정파로 나뉘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대기업과 상급단체에 있어서 정파들의 갈등과 대립은 내부 단결을 저해하고 노조 리더십 안정에 매우 부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조직 간에 합의할 수 있는 민주적 규칙 및 관행이 정착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의 노동운동 위기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노조간부의 재생산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은 주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시기에 형성되었던 노조 리더십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87년 세대’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이제 새로운 노조 리더십이 재생산되고 형성·발전되어 노동운동의 질적인 도약을 기약해야 할 시기가 성숙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노조간부의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노조간부의 재생산 체계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간부 재생산체계 및 구조를 수립하고 노동조합조직과 현장조직에서 지속적인 교육과 충분한 노동운동의 비전 제시를 통해서 변혁적인 노조간부를 노동운동 내부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노동운동 리더십이 전문성을 강화하고 역량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 상황은 노조간부들이 노동조합운동 발전에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노동운동 발전에 필요한 전문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점에 대부분이 동의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노조의 일상 업무와 투쟁 상황에 쫓겨 체계적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나 산별노조의 임원들과 같은 노조 리더들이 노조간부의 역량 강화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고, 노조간부의 교육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는 노동조합 운영 및 활동 구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노동운동 리더십이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담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변혁적 리더십’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국 노동운동의 목표는 원래 실리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적인 것이었다. 이 점은 아직도 노동운동 내의 담론으로 남아 있어서 사회변혁적 노동운동, 사회운동적 노동운동, 사회적 노동운동 등 다양한 용어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변혁적 리더십은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는 용어이기는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최근 사회문제로 제기되는 노동 양극화의 문제나 비정규·미조직 노동자의 문제를 노동조합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서 대기업노조와 중소기업·비정규노조와의 연대성을 살리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노조 리더십의 경력개발 경로 및 진로 문제에 대해 다양한 길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에 새로운 간부 충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노동조합 활동이 노조간부의 경력개발 및 진로 발견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노동생활에서 뒤처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부담감을 지우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간부 활동이 조직적으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갈 필요가 있다. 기업노조에서 산별노조 및 노총 등 상급단체로의 진로를 모색하거나, 사회변혁과 관련 있는 조직인 진보정당이나 지역 단체들로의 진로를 개발하는 방안들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노조 리더십의 구성에 있어서도 기존의 정규직 중심에서 소외된 노동자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 및 비정규직 노조간부의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현재 노동운동의 과제는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여성·영세사업장노조 간의 연대라고 할 때, 소외된 노동자계층이 노동조합조직의 각 수준에 상당한 정도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 리더십 구성에 ‘할당제’를 도입하거나, 각종 조직 및 활동에 이들 계층이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운동 리더십이 변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황에 맞는 노동운동의 전략 및 비전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동운동은 이념적으로도 사회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를 논의하고는 있지만 아직 현실적이면서 변혁적인 이념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고, 정책적으로도 사회적 합의나 정책참가에 대해 일치된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연대 측면에서도 이론과 주장은 많이 있지만, 실제적으로 연대가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노조 리더십이 현재의 노동운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발전해 가기 위해서도 노동운동 내부 및 사회적 차원에서 공감할 수 있는 노동운동의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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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