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말하는 학부모가 되고 싶다

노동사회

희망을 말하는 학부모가 되고 싶다

편집국 0 2,868 2013.05.29 11:10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김상곤 후보가 당선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조금씩 희망을 가지고 교육을 바라보는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오랜 시간 조금씩 진행되어 왔던 경쟁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정책은 작년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르렀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더 이상 탈출구가 없어보였다. 특히 작년에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현 정부의 경쟁 중심 교육정책에 앞장서온 공정택 후보가 당선됐다. 그로 인해 생긴 많은 문제들은 학부모들로 하여금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공정택의 실수 되풀이할 수 없다”는 공감대

김상곤 후보의 당선을 놓고 여러 언론매체들은 진보와 보수의 대립구도나 정치적인 틀로 해석하려는 경향들을 보였다. 그러나 학부모 입장에서 봤을 때 김상곤 후보가 당선된 이유는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정책 대신 아이들이 더 이상 경쟁으로 힘들어하지 않고 즐겁게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펴달라고 하는 요구가 반영된 것뿐이다. 

일부에서는 낮은 투표율을 문제 삼아 직접선거의 한계라며 선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어떤 제도든 정착되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고 섣불리 제도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지금까지 학부모들은 교육정책뿐만 아니라 학교에서의 작은 결정에서도 소외되어 왔다.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본 경험이 없는 학부모들은 교육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점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직접 선택한 교육감이 당선됨으로써 교육에 희망이 보인다면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선거 과정과 투표에 동참할 것이다.

이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결과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와 다르게 나타난 요인을 본다면, 첫 번째로는 이명박 교육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공정택 후보가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교육감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 참여해 후보를 단일화하고 범도민후보를 탄생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진춘 현 경기도 교육감이 공정택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교육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지지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20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로 하여금 ‘공교육 강화’라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범도민후보를 선택하게 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임기가 14개월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찾으려는 열망이 학부모들과 많은 도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런 마음들이 선거과정에서 표출이 되면서 당선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당선은 됐지만 앞으로가 더 험난할 것

당선이 확정되고 취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불안이 번지고 있다. 경기도 교육의 최고 수장자리인 교육감에 당선은 되었지만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교육감으로 취임해도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는 데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텐데, 현 정부와 상반된 생각을 가진 신임 교육감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교육청 관계자들과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러 교육정책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김진춘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특목고 설립 문제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못지않게 이미 설립되어서 운영되고 있는 특목고의 문제 또한 다시 점검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특별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차별적인 교육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 특목고는 ‘특수한 목적’에 맞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대입준비’를 위해 허가된 유명 학원의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수업료가 일반고에 비해 몇 배나 비싼 학교를 갈 수 있는 학생은 이미 정해져 있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학생들과 그 학생들의 부모가 마음에 입는 상처는 깊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이란 잘하는 학생만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뒤떨어진 학생을 끌어올리고 잠재력을 키워주어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당국은 학생의 성적이 부모의 경제력으로 평가되지 않고 아이들의 꿈을 바르게 이끌어주고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교육정책들을 보면 교육당국이 오히려 앞장서서 아이들의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교육에 희망 안겨주길

특목고 이외에도 일제고사 반대와 평준화 문제, 사교육비를 줄이는 공교육의 강화, 무료급식 등 현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을 말한다면 끝이 없지만 이런 정책들이 단시일 내에 바꾸어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더구나 14개월의 짧은 임기 안에 개혁할 수 있는 정책적 한계는 분명하므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조사해서 작은 변화라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학부모들은 김상곤 당선자가 교육감 후보로 처음 출마를 결심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반된 생각으로 각을 세우고 대립을 하지 않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교육희망의 토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학부모가 직접 선택한 결정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면 학부모들은 교육에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고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현 교육정책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