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악법 무효화 투쟁, 이제 시작이다

노동사회

언론악법 무효화 투쟁, 이제 시작이다

편집국 0 3,003 2013.05.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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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은 지난해에 KBS 정연주 당시 사장을 사퇴시킨 데 이어 MBC 경영진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진을 친여 성향 중심으로 선임했다. 8월7일 언론노조의 방문진 이사 선임반대 기자회견.  ▷ 언론노조 ]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7월22일 ‘언론악법’을 무리하게 날치기 강행처리하려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까지 파괴하는 야만적 속성을 가진 집단이라는 치부를 재확인시켰다. 이들은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시키는 장면을 국민들에게 생중계로 알렸고, 결국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과 재벌을 위해 정권과 한나라당의 정치적 운명까지 걸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지지율 동반 하락이라는 결과를 감수하면서까지, 고용 대란이 예상된다고 거짓말하며 시행을 유예하려던 비정규직법을 포기하면서까지 언론악법을 강행처리하려 했던 이유는 뭘까? 더 늦기 전에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조중동 그리고 재벌의 언론 장악 시대를 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두 차례의 대선 패배 끝에 얻은 정권을 시스템적인 장기집권체제로 보장받고 싶은 조급함이 작용했고, 조중동은 불법 판촉행위와 편파·편향·왜곡 보도로 자초한 신문시장의 위기와 신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방송뉴스 진출이라는 발판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한 재벌들 역시 자신들을 견제하는 눈엣가시 같은 언론사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스스로 언론을 가져 기업을 방어하고 홍보 창구 노릇을 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명박 정권은 MBC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진을 김우룡 이사장 등 뉴라이트 중심의 인사들로 선임했다. 지난해 정연주 사장을 퇴출시켜 KBS를 장악한 데 이어, MBC까지 장악하거나 그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악법을 악법답게 처리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언론악법 처리를 위해 김형오 국회의장은 언론악법이 ‘경제 살리기’법이 아닌 조중동을 위한 법이라는 것을 스스로 실토해야 했다. 김형오 의장은 7월19일 “미디어법은 민생과 직결되는 법도 아니다. 이 법은 이른바 ‘조중동’ 보수언론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 하는 게 관건”이라며 이 법의 최대 고려 대상이 일부 메이저 신문사임을 지적했다(부산일보 7월20일 전창훈 기자).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국회의장석 주변 점거와 국회 사무처 경위들의 보호 속에서 국회의장을 대행한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언론악법들을 직권상정해 표결 처리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장석을 경호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리한 소위 ‘메뚜기 투표’가 이뤄졌다. 심지어 부결됐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표결 불성립’이라는 억지로 재투표를 실시해 강행처리했다가, 결국 헌법재판소에 법안의 운명을 맡겨놓게 됐다. 언론악법 처리 과정에서 이명박 계열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조중동의 입김에 쉽게 휘둘리고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는, 별 다를 바 없는 인물임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밀실에서 만든 언론악법을 단 한 차례의 공청회도 없이 일괄 상정해 처리하려고 시도한 바 있고 이 과정에서 국회는 만신창이가 됐다. 헌법 개정까지 주도할 수 있는 의석 수를 가진 한나라당이 스스로를 입법 전쟁으로 밀어 넣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이런 시도는 결국 야당의 반발과 언론노조의 파업,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 밀리는 형국으로 이어졌다. 

지난 2월25일에는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언론악법을 무더기 날치기 상정하는 2차 도발을 했지만, 그 결과로 한나라당이 얻은 것은 100일 동안 언론관계법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할 사회적 논의기구를 두는 것에 합의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지형이었다. 이후 한나라당은 “2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이라고 언론악법을 포장해 홍보했지만, 이마저 거짓말로 들통 났다. 

급기야 한나라당은 7월22일 국민과 야당을 속이고 기습적으로 국회의장석을 점거했다. 본회의장 밖에는 한나라당 보좌관 등 ‘사병’들을 포진시켜 놓았고, 국회 본청 앞과 담장 주변, 여의도 일대에는 국회 경위들과 경찰 병력을 포진시켜, 사실상 무력으로 언론악법을 날치기 처리할 태세를 갖췄다. 무력으로 얼마든지 사회적 약속과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시킬 수 있는 집단이 한나라당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번 언론악법 강행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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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언론악법 원천무효 천만인 서명운동' 모습.  ▷ 언소주 ] 

조중동과 재벌을 위한 방송법 개악

정부·여당은 언론악법이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법안으로 국민에게 여론조사나 의견을 묻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나라당 언론법안이 조중동과 재벌에게 ‘텔레비전 방송뉴스’(지상파,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를 넘겨줘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고, 정보를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언론 구조 개편을 통해 장기 집권을 도모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이 여론독과점 방지 등을 위해 보완 손질했다고 요란스럽게 선전하고 있지만, 방송법 최종안에는 언론악법의 본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기업과 신문, 통신사의 지상파방송 지분 소유 10% 허용(2012년까지 경영참여는 유보, 단 지역지상파의 경우 소유와 경영 모두 가능) 및 종합편성채널·보도PP 지분 소유 30% 허용, △외국자본의 종합편성채널 20%·보도PP 10% 소유 허용, △1인 소유 지분 상한선 30%에서 40%로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의 방송뉴스 진출의 폐해는 기업의 문제점이 은폐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삼성의 X파일, 노조 탄압 문제 등은 더욱 더 방송뉴스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이것은 다른 언론에도 영향을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재벌들이 방송사업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언론으로부터의 감시와 견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획일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 소유한 NBC의 경우 ‘블랙 먼데이’(1987년 10월19일 월요일에 뉴욕증권시장에서 일어난 주가 대폭락 사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으며, 원자력산업에 대해 비판적 논조가 없고 군수산업에 우호적”이라며, “기업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으로 치환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방송법 개정안에서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하고 방송뉴스채널 점유율과 일간신문 구독률 합산 규정 등 박근혜 의원이 내세운 소위 ‘매체 합산 점유율’을 도입했다. 하지만 매체 합산 점유율은 기준 자체가 매우 부실해 조중동의 방송뉴스 사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허용함은 물론, 신문시장의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20% 이하의 구독률을 가진 신문사만이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할 수 있게 했지만, 여기서 구독률은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유가 부수 구독률의 개념으로서 이 기준에 따르면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할 수 없는 신문사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울러 방송의 시청점유율은 특정 채널을 시청하는 수상기로 뉴스냐 오락이냐 등을 따지지 않고 여론 영향력을 논하게 된다는 맹점이 있다.

신문시장 파탄 낼 신문법 개악

한편 언론악법에는 지역 언론의 가치를 자본의 이익을 취하는 도구나 주류 일간지들의 부가서비스로 전락시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행 신문법 제15조 3항에서 규제해 놓고 있는 신문의 복수 소유 규제가 풀려 거대 신문사들이 작은 지역 신문사들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애초 한나라당은 신문법 중 제10조 2항도 삭제해, 무가지, 무상 경품 제공을 금지시킨 독자의 권리보호 내용을 없애려 했으나 거센 반발에 밀려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후 이를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신문고시 폐지를 시도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문제는 이후 공정위가 신문 시장의 불법·탈법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문지원기구들인 한국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통합하고, 문광부 장관에게 재단 이사장의 임명과 해임권을 갖게 했으며, 언론진흥재단은 자의적으로 언론진흥기금을 운영하게 할 수 있게 해 놓고 있다.

이 같은 신문법 개악은 조중동의 신문 시장 독과점 지위 체제를 다져주고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며, 정권에게는 기존 언론진흥기금보다 직접적인 당근과 채찍으로 신문사들을 주무를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다. 

달아오르는 조중동의 방송 진출 경쟁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은 원천무효인 언론악법을 헌재 판결 전에 조기 실행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안을 발표하며 언론악법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했다. 시행령안에서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위원장을 방통위원장이 임명할 수 있게 했고,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 간 상호 교차소유 허용 범위를 33%로 정해, 거대 복수종합유선방송 사업자(MSO)가 지역지상파 사냥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등을 통틀어 최소 3개 이상의 신규 사업자들을 선정하겠다는 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구성은 대략 조중동 등 신문사-기업(재벌, 통신사업자 등)-SO 사업자 등의 배치가 전망된다.

동아일보는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위해 김재호 대표이사 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방송설립추진위원회를 지난 8월17일 발족시켰고, 조선일보는 변용식 편집인을 단장으로 한 방송진출 기획단을 꾸렸다. 그리고 중앙일보는 김수길 부발행인을 중심으로 방송본부를 발족시켰다. 여기에 매일경제TV는 종합편성채널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합뉴스 역시 보도전문채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국민일보 등도 방송뉴스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악법은 고스란히 조중동 중심으로 언론시장을 재편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으며, 만약 사업자 선정에서 이들 중 한 신문사라도 탈락할 경우 이들 신문사들이 정치권에 행할 ‘복수’가 무엇인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방통위와 한나라당 등은 종합편성채널 등에 대한 조기 사업 안착화를 위해 세제 지원, 광고규제 완화, 접근이 편리한 채널 번호 부여 등의 추가적인 지원안을 놓고 만지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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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8일 언론노조의 '언론악법 폐기 1인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모습.  ▷ 언론노조 ]

언론악법 원천무효, 천만 서명으로

언론노조는 언론악법을 막기 위해 이명박 정권 아래서 세 차례의 총파업을 전개했다. 세 번의 총파업 때마다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언론악법이 여론다양성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한나라당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의 일환이라는 우려에 야4당(민주노동당, 민주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은 물론 노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일반 시민까지 공감했기 때문이다. 즉 채널이 늘어나는 것이 단순히 식탁에 반찬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특정 정치집단의 의도대로 조미된 반찬이 늘어난다는 것을 시민들이 간파한 것이다.

이는 서울광장, 청계광장 그리고 광화문 광장까지 국민에게 안식과 편안한 쉴 공간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광장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광장은 공권력에 의해 막히는 것을 시민 생활에서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현재 야4당과 언론노조, 시민사회단체, 촛불시민, 네티즌 등으로 구성된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언론장악 저지 100일 행동 시즌2’(100일 행동)은 언론악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을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의회 폭거’로 규정하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심판을 위한 6대 국민선언을 발표했으며 현재 ‘언론악법 원천무효 천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00일 행동은 불법적인 대리투표, 재투표로 처리된 언론악법은 원천무효이며 어떤 효력도 갖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며, 의회 폭거를 주도한 김형오, 이윤성, 안상수, 고흥길, 나경원과 부정투표, 불법처리에 동참한 모든 한나라당 의원들을 언론악법 원흉으로 규정했다. 특히 오는 10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 등 모든 선거에서 유권자의 단합된 힘을 모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철저하게 심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악법 불법 날치기 강행처리 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은 9월 중순께 공개 변론이 진행되며 언론악법 시행일인 11월1일 전인 10월 말께 헌재 결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노조는 현재 언론악법 원천무효 총력 투쟁을 선포하고, △언론악법 원천무효 천만 서명 운동, △언론악법 불법처리를 배후 조종한 조중동 절독 운동 및 이들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성이 생명인 언론을 황폐화시킬 언론악법이 실제로 살아 움직일 수 있을지는, 이런 노력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이뤄지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