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가 지역사회 싱크탱크 되겠다”

노동사회

“공무원노조가 지역사회 싱크탱크 되겠다”

편집국 0 3,339 2013.05.29 11:47
 

interview_01.jpg

이주환:
 먼저 당선 축하드립니다. 어깨가 무거우실 텐데요. 그런데 당선과 함께 해임 징계 처분을 받으셨습니다. 지도부 선출 선거를 마치고 나서, 그리고 해임 징계를 전달받고 나서, 각각 개인적인 소회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정말 크구나, 이명박이 두려워할 만하구나!”

양성윤: 지도부 선거 때문에 한 보름 동안 전국을 순회했는데요. 정부의 비이성적인 탄압이 몰아치는 상황인지라, 연설을 하면서 임기 동안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어떤 각오로 이런 탄압을 뚫고 갈 것인가를 다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합원들은 큰 흔들림이 없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고요. 그런 조합원들의 많은 박수를 받으면서 오히려 대표로서 책임감이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해임 징계를 받았을 때는 담담했습니다. 그게 위원장의 역할과 관련해서 특별한 변화를 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징계 후에 조합원들의 격려 전화를 받으면서 열심히 해야겠다,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런데 며칠 전에 대의원대회를 했는데요. 600~700석이 꽉 차 있는 모습을 단상 위에서 보면서, 우리가 정말 큰 조직은 큰 조직이다, 이명박이 두려워할 만하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대의원 동지들의 여러 신랄한 의견을 듣고 숙고하면서, 이 조직이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 투쟁을 하면서도 어떻게 조직을 사수할 할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당선 후에 잠이 안 오겠다고 인사치레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근데 잠은 잘 오더라고요(웃음). 잠 잘 시간 자체가 너무 줄어들긴 했지만.    

이주환: 먼 길을 에둘러 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통합 과정에서 전공노와 민공노 사이 앙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통합 및 리더십 선출 과정에서 양성윤 위원장님이 많은 사람들에게 듣고 배우며 확신했던 내용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양성윤: 전공노, 민공노, 법원노조 이렇게 세 조직이 통합을 하긴 했지만, 과거 법외-법내 논쟁 속에서 전공노와 민공노 사이에 생겨난 감정의 골은 아직 덜 치유됐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가 공무원노조운동을 하면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이 있어요. 그러니까 나하고 입장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함부로 패거리로 규정하고, 적으로 간주하고……. 사실 노동조합 하려고 공무원 된 사람들은 거의 없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잘못된 관행과 전횡을 고치자고, 나름대로 희생을 감수하면서 나선 거란 말입니다.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동지들이 우리끼리 모여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정말로 실의에 빠지게 하는 이야기를 했던 거죠. 

저는 통합공무원노조가 이런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 배려하는 조직적 기풍을 만들기 위해서, 인위적인 만남을 기획하기보다는, 일상적인 투쟁 속에서 함께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작게나마 승리들의 경험들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활발한 사업들을 통해서 그런 경험들이 축적된다면 쌓인 앙금은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듣고 배우며 확신했던 내용은 바로 이겁니다. 개인의 숨은 욕심이 없으면, 그러니까 위원장 개인이 오직 16만 조합원을 중심으로 서고,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위해서 고민을 집중한다면 어려울 게 별로 없다는 겁니다. 통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통합적인 리더십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간부들을 갈라 세우거나 하지 않고 폭넓게 의견을 듣고, 특히 이견이 있는 동지들은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소통하고 설득하고, 그런 위원장이 되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저는 어쨌든 2년 동안 조직을 위해 몸을 던진 거니까요. 조직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철저히 실현하면서 그런 통합적인 구심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신뢰와 설득의 리더십으로 ‘통합의 조직기풍’ 만들어갈 것

이주환: 형식을 넘어 내용적으로 통합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 텐데요. 이를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제1대 양성윤 집행부에게 맡겨진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통합공무원노조는 이후에도 외연을 더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양성윤: 통합공무원노조 1대 지도부에게 맡겨진 역할은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 된 공무원노조를 만들기 위해서 ‘통합의 조직 기풍’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수없이 소통하고, 이를 통해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정말로 일관성 있게 집행될 수 있는 기풍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죠. 

자신이 참여했는데 생각하고 다르게 결정되었다고 간부가 현장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정말로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업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고 이번에 자기 생각하고 다르게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다음에는 달라질 수 있는 거잖아요. 좀 더 여유를 갖고 그런 흐름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무슨 일이든 결정을 할 때는 현장의 조합원들을 고려하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부나 간부들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명분만 앞서고 현장에서 실천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조직 내에서 통합의 기풍을 만들어내고 완수하는 것이 1대 지도부에게 맡겨진 역할이라고 보고요. 그런 작은 차이를 극복하는 노력들이 안정적으로 실현될 때, 그야말로 야 괜찮은 조직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른 조직들에게도 심어줄 수 있을 때, 굳이 외연 확대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나눠져 있는 공무원노조들이 저절로 통합공무원노조와 함께 하리라 봅니다. 현재로서는 무리하게 외연을 확대하려고 하기보다는 내부 기풍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주환: 위원장은 어느 정도 자기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양성윤 위원장님입니까? 다시 말해, 통합공무원노조 출범의 시대적 사명,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양성윤 위원장님 개인의 경력이나 능력 성향이 어떤 부분에서 맞닿아 있다고 보십니까? 

양성윤: 저는 처음에 한 지부의 전산통계부장으로 시작해서, 지부장, 서울본부 사무처장, 서울본부장을 거쳐 위원장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부, 본부, 중앙을 두루 경험하고 있는 셈이죠. 그동안 노동조합 간부로서 생활을 해오면서 제 개인적인 욕심을 내세운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임기를 반드시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제 역할에 어떻게 최선을 다하느냐, 위원장 역할이 끝났을 때 어떻게 하면 후회를 남기지 않을까를 중심으로 고민합니다. 

지금 진보진영이 지속적으로 분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공무원노조들이 1년여 만에 통합을 이뤄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획기적이고 전체 진보진영에게도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정부의 엄청난 방해를 뚫고 민주노총 가입을 성사시켰다는 것은, 실제로 민주노총 속에서 공무원노조가 어떤 역할을 할까 하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에게 중요한 일침을 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공무원들에게 정부의 공작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죠. 즉, 현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과 반노동적 정책에 대한 근엄한 심판인 것입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단일 후보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흐름들을 강화하라는 요구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이렇듯 지금 우리 조직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갖춰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또한 이러한 시대적 사명 속에서 조금 더디더라도 통합의 기풍을 만들어내고, 조직 내 민주주의와 소통을 강화해 하나로 단결된 힘을 만들어가는 것이 이명박 정부를 이기는 길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를 이기기 위해서는 사안 사안마다 직접 싸우는 길도 있겠죠. 하지만 취약한 조건에 있는 우리가 공권력의 탄압에 매번 정면대결하는 것은 결국에는 수세적 대응으로 몰고 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힘을 모아내서 좀 더 높은 곳에 전선을 쳐야 한다는 거죠.    
     
한편, 좀 멋쩍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성향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람들 얘길 듣길 좋아하고 쉽게 단정하질 않습니다. 지도부로서 여러 사람 얘길 듣고 자연스럽게 판단하려 하고, 판단의 기준으로 얼마만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느냐 그 결정에 조합원들의 신뢰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를 내세웁니다. 또 다수가 선택했다고 그 결정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결정을 반대한 소수들의 선택도 옳은 것이고 이 소수들과 최대한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하죠. 단계 단계를 안정적으로 밟으며 성장해 온 점, 그리고 이러한 제 개인적인 성향이 우리 조직이 통합의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조합원들이 판단해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공무원노조 탄압은 ‘촛불’에 덴 청와대 작품

이주환: 통합공무원노조의 출범과 민주노총 가입에 대해 정부의 탄압이 무척 거셉니다. 출범 전에 이 정도일 줄 예상을 하셨나요? 실질적으로 탄압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나 조합원들을 분노케 하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을 예로 들 수 있을까요? 

양성윤: 새로울 건 없다고 봅니다. 공무원노동운동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크고 작은 탄압이 지속돼 왔거든요. 그동안 경험을 해보니까 탄압을 하면 자중지란이 줄어들고 내부가 단결합니다. 조합원들의 단결과 일부 선진적인 간부들의 희생 속에서 이러한 탄압을 극복해 왔죠. 물론 이명박 정부의 탄압이 이전 정부와 다른 점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거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대하는 태도는 결국 탄압밖에 없거든요. 공무원노조와 함께 할 수 없는 정책이 없습니다. 대통령부터가 말은 대화하자 그러고 있지만 소통할 거리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탄압을 지속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다음으로, 조합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분노를 일으키는 부분은, 수만 명의 조직인 전공노에서 몇 명도 되지도 않는 퇴직자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했다고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고, 사무실을 강제폐쇄하고, 조합비 원천징수를 거부하고 하는 정부의 태도입니다. 참 한심하죠. 불과 1년 전 법외에서 활동할 때는 정부가 법 안으로 들어오라고 사정사정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든 법 내로 들여놓지 않으려고 하는 게 정부의 태도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금 우리가 계속해서 정보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어떤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라, 노정 사이 갈등과 파국의 후과가 결국에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힘들어하는 서민들을 위해서 대화 속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이야기하겠다는 거죠.

이주환: 말씀하신 것처럼 이러한 탄압들의 근저에는 ‘길들이기’ 차원을 넘어 ‘통합공무원노조의 존재 부정’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은데요. 정부 내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세력들은 누구이며, 왜 그런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십니까?  

양성윤: 탄압을 주도하는 세력이 단순하게 행정안전부나 노동부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서 노동부 담당자를 만나려고 해도, 친절하게 노동조합이 설립신고 요건을 갖추도록 돕는 게 자기 역할인 이 사람들이 실제로 우리를 만나려고 하질 않아요. 이미 반려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죠……. 생각하니까 또 화나네(웃음). 기존에 공무원노조들의 시국선언 관련해서 검찰, 경찰, 국정원까지 관여한 것을 드러내는 여러 정황 증거로 봐서는 지금 상황도 이명박 정부의 컨트롤박스인 청와대에서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최근에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서 공무원노조가 정책에 대한 자기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졌는데요. 이건 정부의 정책을 가장 밀착해서 집행하는 공무원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거잖아요. 이런 태도는 단순히 공무원노조를 억압하는 것을 넘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거라 판단합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노조에게 자신의 근본적인 정신을 거슬러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우리 본연의 임무인 정책 비판, 공직사회 개혁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편, 이 정부는 지난해 촛불집회의 경험 속에서 국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어떤 정책 방향을 가져가야 할지는 전혀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그 때 주도했던 세력을 어떻게 탄압해야 할지만을 곱씹었던 것 같아요. 지금 소위 ‘촛불 단체’들에 대해서 융단폭격을 하고 있는데요.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 민공노에서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부처의 지부장이 양심선언을 해서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어요. 지금 탄압에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앙갚음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철저한 탄압을 통한 무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주환: 그 와중에 선관위 노조들이 통합공무원노조를 탈퇴했는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성윤: 선관위 기관 측의 회유와 압박이 굉장히 컸는데요. 특히 선관위 동지들의 경우 신분을 (해직 위협에 취약한) ‘특정직’으로 돌려버리겠다는 협박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건 결과적으로 선관위 조직이 통합공무원노조를 탈퇴한 것이 우리 실력의 바로미터라는 부분은 인정해야겠죠.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관위 조직의 탈퇴가 새롭게 등장한 통합지도부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큰 일거리를 하나 던져줬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히려 고마워요. 통합지도부가 전체 조직을 단결시키고 방향성을 집결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뛸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해줬으니까요. 어쨌건 단기적인 사건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결국에는 선관위를 비롯한 여러 공무원 조직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실력을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공무원노조가 지역사회 싱크탱크가 되어야 

이주환: 이러한 조건 속에서 공무원 노사관계 안정화와 공공행정 강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당성에 대한 확신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차분하고 현실적인 지혜가 필요할 텐데요. 현재 공무원노조가 어려움을 뚫고 가기 위해서 갖고 있는 전략이나 복안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양성윤: 정부의 탄압이 두려운 게 아니거든요. 어려움을 뚫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은 현장 간부의 확신, 조합원들의 확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탄압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말이나 구호가 아니라 공무원노조 본연의 역할인 공공행정, 사회공공성 강화를 우직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조합원들이, 공무원이 정말 달라졌구나, 확신할 수 있는 현장 실천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야죠. 공무원들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실천 속에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무원노동조합도 자기 혁신을 해야 합니다. 정말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높은 방향만 제시하고 조합원들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조직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입장과 이해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우리가 제시하는 정치사업이나 연대사업도 제대로 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특히, 지역사회 내에서 공무원노조가 어떻게 현실적으로 뿌리박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저는 공무원노조가 지역사회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민복지, 사회 소외층을 위한 제도 강화를 위해서 전면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공무원노조의 정책역량 강화는 이런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그것만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공무원노조가 지역사회에서 싱크탱크, 시민사회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명박 정부가 탄압을 하면 할수록 우리들은 국민 속으로 들어갈 겁니다. 반면 정부는 고립이 될 뿐이고요. 그렇게 만들 겁니다.

통합공무원노조 민주노총 가입은 ‘MB정권 중간심판’

이주환: 정부가 통합공무원노조의 합법성을 부정하고 법외노조화 하려는 데는 해직자들의 조합원 자격 인정 문제와 민주노총 정치투쟁 결합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이에 대한 현재 입장과 또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이신지 듣고 싶습니다.    

양성윤: 해직자 문제는 공무원노조의 정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리고 조직에 헌신한 분들입니다. 이 분들의 조합원 자격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부여한 겁니다. 저들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죠. 16만 조합원 중에 130여 명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문제 가지고 노동조합의 합법성을 따지는 것은 말도 안 되죠. 또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거잖아요. 게다가 공무원노조는 파업권이 없습니다. 민주노총이 정치투쟁한다고 해도 공무원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렇지만 제대로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지 못한고 거기에 놀아날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꾸준히 정치적 비판을 반드시 할 겁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국무위원 몇 명이 뚝딱거려서 제한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은 이 정권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비이성적인 탄압과 반노동정책, 그리고 지금 추진 중인 비효율적인 국책사업들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정부에 탄압에도 이를 가결시켰다는 것 자체가 엄중한 중간평가라는 것이죠. 어쨌든 통합공무원노조는 기존의 방향성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설립신고서를 정확하게 요건들을 갖추고 제출할 텐데, 이를 만약 반려한다면 소송뿐만 아니라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 정부의 비이성적인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이주환: 통합공무원노조가 강조하는 ‘공공행정 강화’와 ‘대안정책 제시’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현재 상태에서 노조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를 실천해 나갈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구체적 의제들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간외수당 등 내부 문제 먼저 개혁하겠다

양성윤: 부정부패 등과 관련해서 공무원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남 탓 먼저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특권의식에 젖어 있지 않은가 살펴보고 내부의 문제 먼저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시간외수당 관련해서 조직이 결단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무원들은 시간외수당에 대해 임금보전적이다, 제도가 잘못됐다고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이 부분은 빨리 끊어야 한다고 봅니다. 공무원들이 도덕 불감증에 걸려서는 안 된다, 아무리 제도가 나쁘더라도 우선 거기서 벗어난 다음에 그런 분노를 가지고 제도개선 투쟁을 해야 더 효과적이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초기단계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이런 내부개혁을 비롯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들을 몇 개 과제로 압축해서 제시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주환: 거론하기 이른 감이 있지만, 2010년 임금?단체협상에서는 많은 장애물과 어려움들이 예상됩니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단체협약 파괴는 어느 수준이며, 어느 방향으로 갈 거라 예상하십니까? 또한 통합된 공무원노조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현장 공무원 의견 모아 ‘정책실패백서’ 발간할 것

양성윤: 지금 구 전공노의 경우 정부가 이른바 ‘불법단체’로 규정했죠. 그러면서 그동안 쌓아온 단체교섭 결과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를 실제로 감당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많은 경우 기관 측에서도 불만이 상당히 큽니다. 내년 교섭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다른 공무원노조들과의 의견조율 등 조건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임금 동결, 사회복지 예산 삭감 등에서 비롯된 조합원들의 분노를 조직의 역량으로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겠죠. 이를 위해서 통합공무원노조는 이명박 정부에서의 실질적인 사회복지 후퇴, 희망근로나 인턴공무원제 등 안이한 고용대책의 폐해 등을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비판하고 대책을 제시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책실패백서’쯤 되겠죠. 우리 공무원노조의 본래 역할인 정책 비판을 등한시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자세를 봤을 때 교섭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텐데, 2010년에는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근속 승진 체계 개선 등의 핵심 요구에 집중해 교섭을 실시할 겁니다.  
       
이주환: 당선 후 현장 순회를 앞두고 계실 텐데요. 그러한 현장 순회 속에서 조합원들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과 관련된 것입니까? 또한 위원장으로서 조합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입니까? 

양성윤: 공무원노조운동이 그간 크고 작은 탄압을 겪어왔습니다만, 어쨌건 지금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는 선거로 이완된 분위기를 빨리 다잡아야 한다, 지도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투쟁의 상을 뚜렷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거였고요. 조합원들에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말 ‘제2의 창립’,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해보자는 겁니다. 공공성에 대해 보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들에게 현장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서, 공무원노조가 꼭 필요하구나, 공무원노조가 옳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퇴근 후 몰래 읽던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을 되새기며

이주환: 마지막으로, 양성윤 위원장님이 스스로 공무원노동자로서 자각을 느끼고 노동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 첫 마음을 어떻게 되새김질하고 있으며, 현재 본인에게 어떤 힘을 주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양성윤: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이 발효되자마자 제 캐비닛에는 직장협의회법 서적이 항상 있었어요. 사람들 다 퇴근하면 혼자 그걸 보곤 했죠. 단체장의 만횡과 인사 전횡을 보면서 야 이거 심각하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생각해왔습니다. 지금도 그런 마음들을 간직하고 있고요. 공무원노조가 단순히 공무원들의 임금만을 다룬다면 제가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민주적인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고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이죠. 

또한 제 개인적으로는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 ‘1조합원 1단체 가입 운동’이라도 벌였으면 좋겠어요. 공무원들 중에는 단순히 시민단체가 요구만 하는 피곤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함께 하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공무원노조가 지금 힘든 상황이고 힘든 만큼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공무원노조라는 작은 화초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애정 어린 관심과 질책을 아끼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통합공무원노조가 국민들의 관심으로 자나라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세력으로 우뚝 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