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민주노총 최저임금투쟁 평가와 전망

노동사회

2010년 민주노총 최저임금투쟁 평가와 전망

편집국 0 3,946 2013.05.30 12:11

2010년 7월3일 새벽 6시30분. 최저임금위원회는 밤을 새운 교섭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표결로 마무리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 시급 4,110원보다 210원이 더 오른 4,320원(인상률 5.1%)이다. 경영계가 내놓은 삭감안 철회를 중심에 놓고 벌어졌던 지난해 교섭에서 2.75%, 시급 110원 인상에 그쳤던 데 비해, 올해 210원 인상은 액수로만 보면 ‘성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경기지표 등 경제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평가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은 내용적으로 봤을 때 헌법과 최저임금법이 정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거슬러 가는 것이다. 

‘국민 임투’ 위상에 걸맞은 투쟁이었나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밀고 당기는 지리멸렬한 교섭에 들어간 사이, 전체 노동자의 2010년 1/4분기 임금인상률은 6.0% 치솟았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은 8%가 넘는 고공행진을 벌였다. 이런 흐름은 2/4분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책임질 최저임금은 최소한 당시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률 6.0%보다는 높아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양극화를 해소한다. 전체 노동자 임금 인상률보다 못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오히려 양극화를 더 심화시켜 놓았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 임투’로 설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45개 본부, 지부에서 거리선전전과 저임금 노동자 가계부 조사, 실태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또한 예년보다 두 달 가까이 이른 3월29일 범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최저임금 연대회의 차원의 공동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교섭위원들의 농성을 6월 초부터 전진 배치하고, 5월19일부터 20여 차례 이상의 집회와 농성으로 연인원 8천여 명을 동원했다. 특히 청년유니온을 중심으로 한 청년 노동자들의 참가를 적극 추동하여 이들을 최저임금 투쟁장으로 이끌어냈다. 이들과 함께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임금실태조사를 공동으로 분석해, 최저임금 미달노동자를 방치한 노동부의 부실 행정을 양껏 몰아붙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투쟁 전체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로 명실상부한 역할을 담당하지는 못했다. 시선을 밖으로 돌릴 필요도 없이, 민주노총 내부의 투쟁 조직화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투쟁을 조직할 내부 구조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해당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공공노조와 여성연맹이 추동하는 대로 현장 투쟁에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결국 투쟁의 위상에 걸맞은 민주노총 중앙의 역할은 그 구조조차 확보하지 못해 실무역량의 부족에 시달리기도 했다. 

기계적 결합 넘어서는 유기적 실천이 요구돼

지난해 공동요구안 발표(5월19일)를 위해 단 한 차례 회의를 했던 데 비해, 올해엔 모두 6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공동 선전물 제작 등 다양한 공동사업을 진행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는 공동으로 각 정당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그 답변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하고 공동캠페인을 진행했다. 또한 새로 최저임금 연대회의에 가입한 청년유니온과 함께 청년가계부조사, 편의점 알바 실태조사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각 조직별 사업을 공유하는 수준에 그쳤고, 실질적인 공동사업으로 나아가진 못했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맡기로 한 최저임금 연대회의 차원의 최저임금위원회 압박투쟁은 지자체 선거 준비 등으로 인해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민주노총 차원의 최저임금 대책회의는 투쟁기간 내내 주요 의사결정기구였다. 하지만 예년보다 많은 회의로 다양한 사업을 집행했음에도, 회의의 결정을 민주노총 전체 조직이 공유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다. 특히 6월 말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에서 진행한 문화제는 50대, 60대가 주축인 최저임금 해당 조합원은 물론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정서에 맞지 않은 내용이었음에도, 사전에 확인되지 않은 채 진행돼 많은 문제를 낳았다. 문화제는 ‘세대 간의 연대’라는 취지로 기획됐으나 총연맹 내부 담당자 부족과 공유 부족으로 고작 회의 2번으로 프로그램을 성급하게 확정해 당일 현장에서 혼선을 낳았다. 대책회의의 위상 강화를 통한 전 조직적 관장력 확보가 시급하다. 

제도 도입 22년, 변함없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

1988년 도입 이후 22년이 지났지만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노동자 해소’라는 법 도입의 취지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981년 6월 현재 구로공단의 전체 노동자 수는 58,061명인데, 대부분 전자와 섬유계통에 취업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40% 정도가 월급을 타고 15일 뒤엔 생활비가 바닥나는 저임금에 시달렸다(『노동자의 살림살이: 노동자의 임금과 생활실태조사』,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풀빛, 1985).

jhlee_06.gif

노동부는 최저임금제도 도입 직전인 1980년대 초중반부터 매년 임금지침으로 ‘저임금 개선’을 내세웠지만 집행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부가 <85년 임금조정 지도지침>에서 저임금 개선과 임금격차의 완화를 달성하기 위해, △월 10만 원 미만 저임금 일소, △학력 간?직종 간?남녀 간 임금격차 완화, △자율적 임금교섭의 보장 등의 방침을 내세웠지만, 제도 도입 때까지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 한국노총의 <85년도 노총 임금지침>에 따르면 조합원 임금조사 결과 1983년 9월 현재 통상임금이 월 10만 원 미만인 경우가 섬유 69.1%, 화학 13.8%, 금속 15.3%를 차지했다. 결국 정부의 1983년과 1984년 저임금 행정지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정부의 행정지도가 기업에게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최저임금제도 도입 직전인 1980년대 중반 한국의 노동자 가운데 10~20%가 월 10만 원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였다. 한국 사회는 이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2010년 현재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가 10%를 넘는 기형적 구조를 그대로 안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달라진 것이라곤 저임금을 판단하는 기준이 ‘월급 10만 원’에서 ‘월급 100만 원’ 이하로 바뀌었을 뿐이다. 

구조가 문제인가 투쟁이 문제인가 

상황이 이러다보니 20년 넘게 운영해온 현행 국가위원회 방식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 목소리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산업별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 결정을 물가와 생계비 등에 자동 연동시키자는 주장이다. 위원회 방식의 현 제도의 문제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두 가지 개선책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산업별 최저임금제도 도입은 우리의 의도와 달리 현행 의회 구조 속에서 도입할 경우, 자본의 의도에 따라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업별 최저임금제도 도입은 2년 전부터 경영계가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본의 요구는 현행 전국 단위의 최저임금제도를 최고점으로 해서 한계산업에 도달한 업종의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하자는 것이다. 자본은 올 최저임금 교섭장에서도 택시업종의 최저임금을 절반 이하로 낮추자고 요구했다. 

산별교섭으로 최저임금제를 운영하는 바람에 국가위원회 방식의 최저임금위원회를 둘 필요가 없었던 독일도, 최근 저임금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7개 업종에서 위원회 방식의 최저임금 결정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현격하게 떨어진 독일의 산별 교섭력 때문이다. 산업별 노사 교섭을 위한 최소한의 토양조차도 없는 한국에서 이런 방식을 곧바로 도입했을 때는 혼란이 심각할 것이다. 

물가 등에 자동 연동시키는 방식도 문제다. 미국 콜로라도 주는 최근 물가 하락을 이유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6.3% ‘삭감’했다. 콜로라도 주는 주 헌법으로 소비자 물가에 따라 매년 최저임금 수준을 조정토록 규정했다. 콜로라도 주의 수도 덴버 권역의 경우 2008년 7월부터 2009년 7월에 걸친 소비자 물가지수가 0.6% 하락했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 주는 2009년 11월 시급 7.28달러인 최저임금을 4센트 낮춰 7.24달러로 6.3% 삭감해 2010년 1월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의 최저임금은 2007년에 6.85달러, 2008년 7.02달러, 2009년에 7.28달러, 2010년엔 7.24달러다. 

결국 해결책은 기존 제도 이외에 이러한 두 가지 흐름까지 포함해 3자를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이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는 대안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