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대연합,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노동사회

“민주대연합,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편집국 0 3,709 2013.05.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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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은 고양시와 더불어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연합의 정치’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낸 사례로 꼽힌다. 그 달콤한 열매가 무르익기까지 진통이 없었을 리 없다. 인천에서 민주대연합을 주도한 중심 세력들 중 홍영표 민주당 국회의원(부평을)을 만나서 그 과정의 세세한 결과 감회를 들어보았다. 80년대 학번으로 대우자동차에서 노동운동을 통해 잔뼈가 굵었고, 가장 최근인 2009년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홍영표 의원은 반MB 연합 정치의 당위성과 전망에 대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바쁜 환노위 일정에 겨우 틈을 내 인터뷰에 응한 그는, 느릿하지만 명료한 목소리로 “조율”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연합정치 프로세스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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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과연 한나라당의 참패이고 민주당을 포함한 반MB세력 혹은 범진보개혁세력, 민주화세력의 승리일까요? 

interview_01.jpg홍영표: MB정권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해야겠다고 판단한 국민들의 승리라고 판단합니다.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있어서 후퇴가 심각했고, 경제적으로도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수출 대기업 등의 상황이 좋아지면서 거시적인 지표는 회복되고 있습니다만, 비정규직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상황이 더 나빠졌거든요. 서민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준 것 같고요.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불안감이 확산된 것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부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국민들이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세력에게 표를 몰아주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주환: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홍영표: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도 서민들의 삶에 대해서 실천적인 노력이 부족합니다. 또 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들을 좀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 역시 부족했습니다. 그럼에도 ‘반MB정서’ 때문에 이번에 민주당을 비롯한 개혁진보 후보들을 지지하고 선택해주셨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민주, 진보, 개혁 세력들의 ‘단일화’일 텐데,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만큼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거든요. 제가 있는 인천 지역에서는 그래도 정책이나 과정 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실질적인 연대가 이뤄졌습니다만, 다른 지역에서는 그러지 못했죠. 민주당이 야권 연대를 위해서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부적인 협상보다 연합의 필요성 ‘공감대’부터 다져야

이주환: 좋은 결과를 낸 인천에서도 연합의 과정이 평탄치 않았습니다. 실제로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고, 그럼에도 민주대연합을 형성해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입니까? 

홍영표: 인천은 전통적으로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이 굉장히 강한 지역입니다. 울산을 제외하고 민주노동당의 기반이 가장 강력한 지역이 인천이 아닌가 싶은데요. 우리가 연대를 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들이 상호 기반이 확실해야 할 텐데, 그런 점에서 인천은 연합 정치를 위한 대중적 기반이 풍부하게 존재했다는 점을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작년 10월부터, 다른 지역보다 훨씬 일찍 연대를 준비해왔는데요. 야권 연대를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할 것인지, 어떤 과정으로 가져갈 것인지 굉장히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식의 차이도 컸고 논란도 많았습니다만, 어쨌든 야권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한 공감대는 확실히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는 연합의 중심 세력들이 각 단위에서 형성돼서, 자기 단위 내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것이 연대가 이뤄지는 데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에 어디 구청장은 누가 하고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부터 형성해 나가고, 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입장과 정책 차이를 지역의 상황과 문제에서부터 국한시켜 조율했던 것이 야권 연대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반발, 비공식 조율과 포괄적 승인으로 뚫다  

이주환: 민주당 내부를 설득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홍영표: 가장 어려웠죠. 기성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몇 년 전부터 출마를 목표로 준비해 온 사람들이 많은데, 이 분들은 승리를 위해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공유할지라도 자신이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몇 년 동안 준비한 것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내 문제가 아닌 야권연대는 동의하지만, 내가 양보해야 하는 야권연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그래서 ‘프로세스’(진행 절차)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먼저, 작년 10월, 11월경에 민주당 인천시당 내에서 범민주세력의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는 결의를 모아낸 다음, 야권연대 협상을 위한 팀을 만들어서 권한을 위임받았죠. 그렇게 준비를 해서 협상에 들어가서, 먼저 정책적 측면에서는 계양산 골프장 문제, 경인운하 문제, 강화조력발전소 문제 등 연대 세력들 내에서 입장 차가 있는 문제들을 논의를 통해 조율해서 88개 정책적 합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계양산 골프장을 추진하지 않는 걸로 입장을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후보 출마 지역을 배분하는 문제를 협상을 했는데, 중선거구제인 구의원 선거의 후보를 제외하고, 시장, 구청장, 시의원 선거의 후보 배분을 논의했죠. 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정책을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뿐만 아니라 각 세력들이 모두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협상하는 과정에서는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내부에 그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면서 협상을 진행할 수가 없잖아요. 그랬다가는 사사건건 반대에 부딪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겠죠. 때문에 이번 진행 과정에서는, 내부적으로 민감한 문제의 경우 관련자들과 어느 정도 비공식적인 조율을 해나가고, 전체적으로는 협상을 통해 포괄적으로 합의한 것을 내부에서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협상을 완결할 수 있었죠.

이주환: 선거 전 다른 정당 몫으로 배정된 곳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야 향후 지역행정을 펼칠 때도 대연합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는데요. 실제 결과는 어떻습니까?

홍영표: 인천에는 군·구가 10개거든요. 그 중에서 옹진군과 강화군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6명, 민주노동당이 2명이 당선됐습니다.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한 이들은 모두 당선됐죠. 특히 민주노동당 조택상 후보가 출마해 당선된 인천 동구 같은 경우는 평소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지역이라, 민주당 후보가 나갔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었는데도 당선됐어요. 현대제철 위원장으로서 지역적 연고를 갖고 있고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던 게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사실 선거 과정에서는 억울한 마음에 그 지역 민주당 세력들이 지원을 별로 안 했어요. 그래서 제가 가서 선거운동을 많이 했는데, 정말 조택상 후보가 여기서 낙선되면, 제 입장도 그렇고, 앞으로 더 큰 틀의 단결과 연대를 실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에 절박감이 컸습니다. 개표 후 방송을 볼 때도 이 선거구 결과에 제일 먼저 눈이 갈 정도였죠. 다행히 좋은 결과를 내서, 어쨌든 힘 있게 연합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것 같습니다.

공동 지방정부의 정신 실현하는 ‘시민자문위원회’ 구성

이주환: 인천시장 인수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천지역의 상과 관련해 어떤 소통이 이뤄지고 있고 합의가 도출되고 있습니까?   

홍영표: 우리가 공동 지방정부를 만들자고 큰 틀에서 합의를 했는데요. 공동정부라면 내각을 같이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제도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요. 시장에게는 정무부시장 한 명 배정하는 권한 외에는 없습니다. 나머지 실·국장 자리는 기본적으로 공무원들이 하는 거고, 개방직으로 돌려도 일정한 자격이 필요한 거라 선거에 연대한 세력들에게 돌릴 수가 없는 거죠. 또 정무부시장 같은 경우도 긴밀하게 시장과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 불가피하게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람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인천 지역에서 구상한 것이 가칭 ‘시민자문위원회’를 만들자는 겁니다. 이번에 연대세력으로 참여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거기에 참여해서 시정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실제로 이의 설치를 조례로 규정해서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것이 야권단일화 합의 문서에 들어가 있는 내용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부분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자리 문제 가지고 논란은 없습니다.

현재 구성된 공동인수위원회 이름이 ‘대인천 비전위원회’입니다. 선거에서 연대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모두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분들 시각에서 인천 시정을 바라보고 의견을 주시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시의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이를 대신해서 시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해온 경험을 갖고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개발 중심의 시정에서 교육이나, 복지, 문화 등의 영역을 확대하는 데 연대세력들의 노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 인수위원회는 아무 문제없이 단결해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주환: 선거결과는 어쨌든 연합의 정치가 승리한 것이고, 유권자의 전략 투표가 연합의 정치를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향후 정치지형과 기득권구조에서 어떤 변화가 오리라 예상합니까?

홍영표: 무엇보다도 이번 야권 단일화의 위력을, 제 정치세력들이 하나로 된다는 것의 힘을 확인한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나가 된다면 거대한 보수세력들에 대항해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확신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거죠. 그런데, 저도 이번에 해봐서 입니다만,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진 세력들이 연대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빨리 이러한 방향에 공감하고 있는 이들, 민주당 내에 있는 세력과 밖에 있는 개혁진보세력들이 네트워킹을 해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인천 같은 경우 아직까지는 성공 사례인데, 4년 후에도 성공한 사례로 남을 수 있어야 하겠죠. 이를 위해서는 시장을 배출한 민주당에서부터 공동정부의 정신을 잘 존중하고, 또 이후 시정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총선·대선에서의 연합, 대중의 힘 통해 실현해야 

이주환: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도 민주대연합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렇다면 지금의 경험을 발판으로 더욱 위력 있는 정치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홍영표: 민주대연합을 실현하기 위해서 전국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지방선거에서보다 더욱 힘들 겁니다. 철학과 가치, 정책이 다르다는 점이 근본적인 이유일 텐데요. 사실 저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정책이 상당부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를 조율해나가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거죠. 또 전국 수준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무척 힘들 겁니다. 아무튼 민주대연합의 당위성을 신념으로 하는 중심세력을 확실히 만들어지면 그들이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함께 대중적 토대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민주대연합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분들을 설득하고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냉정히 생각했을 때 총선과 대선에선 야권 연합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영표: 사실 이번 선거 전에서 야권 단일화를 하면 좋지만 그게 될까, 하고 많은 분들이 부정적으로 예상을 했습니다. 또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저만 해도 멱살도 잡히고 회의 때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도 하고 그런 어려움이 있었고요. 어찌됐든 이렇게 연합을 통해 승리를 한 경험을 우리가 갖게 된 것 아닙니까? 연합을 추진하는 중심세력들이 형성되어서 대중적으로 호소하고 대중들의 힘에 의해서 실현되게 만들도록 노력한다면, 못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