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진보 교육감 시대와 전교조 운동의 과제

노동사회

민주 진보 교육감 시대와 전교조 운동의 과제

편집국 0 4,069 2013.05.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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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교육감들의 선거운동 당시 모습. 16개 지역 중 6개 지역에서만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으나, 서울과 경기를 포함하는 이 지역들은 학생 수에 있어 57% 포괄한다.  ▷ 미디어스  ]

지난 6월2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참패로 끝난 선거 결과는 ‘고소영 내각’으로 대별되는 일부 특권층을 위한 정책을 불도저 몰듯 추진해온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의미와 함께,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 사회의 교육부문에서 커다란 변화가 잉태될 수 있는 지형이 형성됐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방 이후 최초로 진보적 교육개혁을 주도할 6명의 교육감이 당선된 것이다.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곳은 16개 교육청 중 6개 지역이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이 지역들은 학생 수와 교원 수 등에서 57%를 포괄하고 있어, 절반 이상의 지역에 진보 교육감이 들어섰다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에 똬리 튼 MB식 교육정책, 그리고 새로운 움직임들

하지만 이러한 선거 결과에도, 지금 전교조는 정진후 위원장이 단식농성 18일 만에 녹색병원에 실려 갔고, 본부와 지부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교육청을 상대로 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태다. 정당 후원금 납부를 이유로 전교조 조합원을 대량으로 파면·해임시키려 하고, 또 해직 노동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 전략은 이번 선거 결과로 실현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그 의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7월14일 일제고사 실시,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강행되는 교원평가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학교 현장에서 여전히 법과 제도라는 이름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과 운동을 전개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교육현장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12일 새로운학교운동과 교육희망네트워크에서 주관하고 충남교육연구소에서 실시된 연수에는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6개 지역을 중심으로 진보 교육감의 중심 공약인 ‘혁신학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는 6월28일 “진보 교육감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곽노현 서울 교육감 당선자가 참가하여 공약 이행 방안을 제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렇듯 전교조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진보운동 진영은 변화된 지형에서의 새로운 운동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전교조 운동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어떻게 새로운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와 관련된 화두를 제기하고자 한다.

‘교육 고통’ 가중하는 교육모델 균열 낸 6·2 선거 결과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적 교육개혁을 주창한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한 것은 온 국민을 ‘교육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기존의 한국 교육모델이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강렬한 열망과 기대가 발현된 것이었다. 2006년 교육감 선거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앞 다퉈 ‘특수목적고등학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에 비하여,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진영의 후보들도 △친환경 무상급식, △혁신학교 신설, △교육비리 척결, △교육복지 확대 등을 내세웠다. 즉, 전면화된 시장주의 모델이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지지 기반에서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교육 모델로의 전환을 위한 근거지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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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결과로 인하여 “경쟁에서 협동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를 슬로건으로, “MB 특권 교육 심판”을 전략적 목표로 내세웠던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운동 진영은, 저지와 반대 투쟁 중심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것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위로부터 교육개혁, 행정 중심 교육’에서, 교육주체와 주민이 주인이 되는 ‘아래로부터 교육개혁, 교육활동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을 주도하여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교육청 및 광역·기초자치단체 등과 소통과 협조를 통해 새로운 교육모델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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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 후원금 납부를 이유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조합원을 대량으로 파면·해임하려는 정부 전략은 이번 선거 결과로 실현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MB정부의 태도는 변화가 없다.  ▷ 미디어스 ]

역풍 맞은 한나라당의 “전교조 심판” 전략

전교조는 그동안 일관되게 MB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경쟁교육을 극복하고 교육복지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무력화’ 차원을 넘어서 아예 ‘와해’시키려는 목적 아래 전교조에 대한 무지막지한 탄압과 배제의 정책으로 일관했다. ‘1.5권’에 불과한 교원노조의 노동 기본권마저 송두리째 부정하여 단체협약을 백지화하고, ‘시국선언’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에 대한 파면·해임을 남발하더니,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납부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의 경감조치도 할 수 없다는 지침을 내려가면서 공·사립 교사 230명가량을 파면·해임하려 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그악스런 탄압이 가해지면서, 학교현장에서는 교육관료들의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가 이루어졌고, 이는 곧 조합원 감소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탄압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정두언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전교조 심판”을 이번 선거의 주요한 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강원도 지역에서조차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당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자체 평가에서도 전교조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선거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 위기에 처한 전교조를 구해내어 진정한 교육개혁을 실현하는 견인차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 교육감 시대, 전교조의 ‘제2의 참교육 실현 운동’

소모적인 입시교육으로 황폐해진 상황 속에서 교육복지는 대폭 줄이고 경쟁제일주의는 더욱 강화해온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파산 선고를 맞고 있다. “학교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모토로 내세웠지만, 소모적인 경쟁만을 부추기고 사교육비와 공교육비 할 것 없이 교육비 부담을 폭등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6·2 선거 결과는 국민들에 의해 파산을 선고받은 MB식 교육정책을 전면 전환시키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교육개혁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교조는 학교현장부터 바꿔나가는 것을 중심으로 이러한 시대적 과제 실현을 주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MB 특권교육 심판”을 내세우고 당선된 6개 교육청을 중심으로, 일제고사, 교원 평가, 성과급 등의 정책에 대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며 바꾸어 나가야 한다. 또한 교육비리 척결, 교육 민주화, 교원 잡무 경감 등을 통하여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학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대비하여 진보 진영 후보들의 공통공약으로 제시되었던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으로서, 즉 교육시장주의의 대안이 될 공교육의 거점으로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와 혁신학교 모델 마련과 연계하여, 2010년 전교조가 주창한 “제2의 참교육 실천 활동”을 교육주체와 지역주민이 함께 실현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관 거버넌스 통한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야

이번 선거 결과 6개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 당선되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운 광역단체장 10명이 당선되어 진보적 교육정책을 강화할 정치적 기반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지방행정조직의 권력 교체가 교육주체와 주민들의 참여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교육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은 전교조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다. 전교조는 이러한 지형 변화 속에서 기존의 활동 방식을 새롭게 재정립하여, 대중투쟁과 단체협상뿐만 아니라 ‘민관 거버넌스 참여’ 등을 자신의 활동 내용에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전남지역의 경우, 전남교육발전위원회 교육청과 도청이 공동으로 구성하여 친환경급식지원센터 건설, 무상교육 확대, 방과 후 학교 지원활동 등을 추진하고, 여기에 전교조가 교육청과의 관계 정립을 중심으로 하면서 도청과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모델을 구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이 회자되는 핀란드 모델 중에서 요즘 특히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사회적 협약으로서 ‘국가소득정책협약’이다. 1968년에 합의된 이 협약은 5년마다 개정되는데, 교육도 이 가운데 한 분야로 포함되어 있다. 그 내용은 교육부, 교육청, 교원노조,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해 교육부문의 발전계획 초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핀란드 경험을 참고로 삼아 한국에서 적극적 교육복지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진보 교육감 벨트’에서, 이를 테면 서울의 경우 ‘교육청 서울교육혁신협의회 시민참여센터’(가칭)를 만들어 권력을 분점하고 소통, 참여를 통한 교육개혁의 성공 사례들을 창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협약’이라는 형식적인 틀보다는, 학부모와 지역주민,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에 대한 공공적 해답을 제시해 나가는 전교조 등 교육단체의 실천적 활동일 것이다. 예컨대 전교조가 “교육복지 실현”이라는 목표에 맞추어 학생?청소년 지도에 종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대안학교 교사, 사회복지사, 공부방 교사, 상담 전문가, 영양사, 사서교사, 기간제 교사 등이 함께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체계 또한 갖춰져야 할 것이다.

국민과 함께, 경쟁에서 협동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곽노현 서울 교육감 당선자가 대왕초등학교를 방문한 것은, 경기도와 서울 지역의 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이 학교에서 경기지역 출신에게만 무상급식이 적용되는 상황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실제 교육감 ‘아저씨’를 맞이한 아이들은, “제발 일제고사 좀 없애 주세요!”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으로 억눌려온 학생들이 진보 교육감에게 절실한 자신들의 요구를 분출하고 나선 것이다. 

전교조 운동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현장에서부터 “경쟁에서 협동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모델 창출의 안내자로서, 그리고 실천가로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2003년 이래 지속적으로 조합원이 감소해오고 있는 흐름을 반전시켜 조직 확대와 강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도 이러한 “국민과 함께하는 전교조 운동”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