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노동에 대한 유럽 7개 국가 노동조합들의 대응

노동사회

불안정 노동에 대한 유럽 7개 국가 노동조합들의 대응

정애경 0 6,207 2018.05.08 05:18
 
 
불안정 고용precarious employment은 오늘날 유럽 노동시장에서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최근 몇 년 동안 노동시장에서 분리와 배제의 과정이 확산되면서,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처한 취업자들의 비중이 유럽 대륙 전역에 걸쳐 증가했다. 불안정 고용은 △낮은 소득 수준과 취약한 소득보장 △고용불안과 낮은 직업안정성 △열악한 노동조건 △교육훈련 기회의 제한 △사회안전망으로부터의 배제 그리고 △노동자 발언권의 제한 등이 결합돼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불안정 고용은 그러한 고용조건에 처해 있는 개별 노동자의 상황뿐만 아니라, 그 노동자의 가족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부족하고 변동이 심한 가구소득, 금융대출 접근권 제한 또는 높은 수준의 금융불안 등이 그러한 고용상태 노동자의 가족들을 둘러싸고 괴롭힌다. 주1)
 
아주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불안정 고용의 증대는 △제조업 등 기존 산업부문 고용의 쇠퇴와 서비스부문 고용의 성장 △테크놀로지와 노동조직의 변화 △기업 지배구조와 사용자 전략의 변화 △노동조합 권력의 약화 △지속되고 있는 사유화와 시장화, 그리고 개인화 경향 등 몇몇 거시적인 발전 추세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노동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발전이 불안정 고용의 증대를 이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최근 연구들은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노동시장 양극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를테면 전문직, 관리직 등 고숙련 양질의 일자리와 개인서비스 등 저숙련의 질 낮은 일자리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일자리 분포의 중간층을 차지하는 제조업 일자리나 일반 사무직 등의 고용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Goos, Manning and Salomons 2009; Fernandez-Macias and Hurley 2008). 2008년 유럽 전역을 강타한 재정 위기로 인해 이러한 양극화 추세는 유럽연합(EU) 국가들 사이에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재정 위기를 겪은 국가들에서는 상층 일자리의 파괴, 중간층 일자리의 제로 성장, 그리고 하층 일자리의 성장 또는 상대적으로 약한 감소 등의 추세가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노동시장의 구조가 훼손됐다(European Commission 2011).
 
둘째, 최근 유럽의 노동시장에서는 기간제노동, 파견노동, (종속적) 자영노동, 프로젝트노동, (주변부) 단시간노동 등 비전형적이고 유연한 일자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Eichhorst, Feil and Marx 2010). 이러한 일자리들은 서비스부문이 확장하면서 처음으로 나타났으며, 일반적으로 직업안정성이 낮고, 대체로 사회안전망에 대한 접근권이 부분적으로만 제공된다. 또한 이러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이들에게는 교육훈련 기회가 차단되어 있다(Eichhorst, Feil and Marx 2010). 그 결과 일자리는 더 이상 노동자들을 빈곤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기준 유럽연합 취업자들 중 노동빈곤 상태에 놓인 이들의 비중은 8.5%에 이른다(Frazer, Gutiérrez and Peña-Casas 2011).
 
셋째, 어떤 부문에서건 표준적 일자리의 노동조건들도 하방 압력 아래 놓여 있으며, 그 결과 임금이 낮아지고 유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별다른 직업교육이 필요치 않은 서비스부문과 제조업 일자리의 하층에서 이러한 압력이 거세다. 지금까지 살펴본 노동시장 변화 추세들에 따라, 오늘날에는 20년, 30년 전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용상태에 있지만,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전망은 그때보다 더 암울해졌다. <유럽노동조건조사European Working Conditions Survey> 결과에 기초한 연구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도 1990년대 중반 이래 일자리의 질이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있으며, 불안정성은 증대되고 있고, 직업훈련과 평생교육의 기회는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Peña-Casas and Pochet 2009; Greenan, Kalugina and Walkowiak 2010). 또한 청년, 여성, 저숙련, 노인 등 특정 사회집단에 속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하층에 과다하게 몰려 있으며, 그곳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불안정 고용의 증대는 단지 불가피한 경제발전과 기술발전의 산물이 아니다. 이는 노동관계와 정치영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유럽 수준과 국가 수준의 정치적 행위자들은 노동법, 노동시장정책, 경제사회정책 등 고용과 관련된 제도적 맥락에 따라 상당한 범위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용자들과 경영자들은 기업의 시장경쟁 전략과 기업이 공급하는 일자리 유형을 선택한다. 개별 노동자들과 노동조합들은 사용자들과 고용형태, 계약유형, 노동조건 그리고 기타 이슈들에 대해서 협상한다. 이렇듯 노동자, 노동조합, 사용자 사이의 권력균형, 그리고 각 행위자들의 선호가 불안정성의 수준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불안정 고용의 증대와 노동조합 권력의 쇠퇴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분절성을 감소시키고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의 사회권을 신장하는 것이 전 유럽 차원에서 중요한 정치적 과제로서 대두되었다. 유럽연합 수준에서 보면, 다양한 사회권을 명시하고 있는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EU Charter of Fundamental Rights」이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단시간 및 기간제 고용에 대한 지침 등 다양한 유럽연합 지침들도 노동자의 사회권 개선을 핵심 목표로서 제기하고 있으며, <유럽고용전략European Employment Strategy>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증대된 노동시장 유연성을 양질의 사회보장과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통해 보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유럽 통합 과정의 지배적인 특징은 시장화, 사유화, 국제화 등에 강조점이 놓였다는 것이었으며, 이는 불안정 고용의 증대를 야기한 중요한 요인이다(Scharpf 2002; Keune 2012). 오늘날 유럽연합은 (매우 일반적 관점에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증대된 불안정에 대해서 새로운 유형의 안정성으로 보상할 수 있으리라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안정성을 기획하고 촉진하는 데 실패했다(Burroni and Keune 2011). 국가 수준에서 고용관계의 유연화 추세가 수십 년 동안 진행돼 왔음에도, 유연한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유형의 안전보장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불안정
고용에 대한 관심 집중이 그러한 고용형태의 실제적 감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불안정 노동에 대한 선행 연구의 대부분은 노동시장 구조, 취약계층 집단들, 불안정성의 다양한 차원, 그리고 불안정성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정책들 등에 집중했다. 이와 달리 이 보고서는 불안정 고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동조합의 시도, 즉, 이들이 추진하는 전략과 맞닥뜨린 장애물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회권을 위한 협상Bargaining for Social Rights: BARSORI>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불안정 고용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 양상과 관련해 7개 국가에서 수행된 사례 연구들의 내용을 개관하여 제시한다. 사례 연구가 진행된 국가들은 덴마크(Mailand and Larsen 2011), 독일(Bispinck and Schulten 2011), 이탈리아(Burroni and Carrieri 2011), 네덜란드(Boonstra, Keune and Verhulp 2011), 슬로바키아(Kahancová and Martišková 2011), 스페인(Ramos Martin 2012), 그리고 영국(Simms 2011)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상의 사례 연구들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발견들을 종합하여 제시할 것이다.
 
 
국가 사례들
 
덴마크 
 
덴마크에서 가장 큰 노동조합총연합단체인 덴마크노총LO은 최근까지도 불안정 고용에 관한 포괄적인 전략을 공식화하지 않았었다. 가맹 조직들도 마찬가지로 우선순위에서 이를 배제했었다. Mailand와 Larsen(2011)이 논의했듯, 덴마크 노조의 불안정 노동에 접근 방식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그러한 유형의 고용 규모를 감소시키는 것에서,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의 조건의 개선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모든 형태의 불안정 노동에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예컨대 덴마크의 모든 노동조합들은 파견노동자들을 단체협약으로 포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오직 소수의 노조들만이 프리랜서와 자영노동자를 조직하고 보호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 덴마크 노동조합의 불안정 고용에 대한 제한된 관심은, 최근에는 좀 늘어나긴 했지만, 그 국가에서 불안정 고용형태의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늦긴 했지만 덴마크 노동조합은 불안정 고용과 관련된 이슈들을 주목하고 있으며, 새로운 전략과 활동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한 활동 중에서 최근 중요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이 파견노동자들의 시간당임금을 파견노동 사용 기업의 정규직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하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목표에 동의하는 사용자들과 노사합의가 이뤄지면서, 파견노동자들의 지위가 크게 향상되었다. 청년노동자와 관련된 법규를 고용주들이 준수하도록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일자리 순찰대Job Patrol” 캠페인 역시 또 다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캠페인을 통해 수천 명에 이르는 청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됐다. 반면 건설업의 폴란드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려는 시도와 대학에서 일하는 단시간노동자의 사회권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덴마크 노조가 불안정 고용 문제에 대응할 때 선호하는 수단은 단체교섭인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에서 단체교섭은 가장 중요한 노동시장 규제대책 중 하나며, 덴마크 노동조합은 높은 조직률과 강한 교섭력을 갖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조직화 캠페인이나 공공 캠페인 등도 단체교섭과 결합되어 사용되곤 했다.
 
독일 
 
독일의 노동조합들은 불안정 노동이 독일의 전통인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과 괴리되며, 불평등과 부정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Bispinck and Schulten 2011). 이에 따라 불안정 노동의 급증을 막기 위해 현재의 노동시장 규제대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여, 사회권과 노동권이 완전히 보장되는 표준고용형태의 제약 없는 일자리들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안정 고용의 다양한 형태와 차원에 대응하는 캠페인들이 노동조합 활동이 핵심이 되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전략적 접근들에 기초해 있다.
 
첫째, 독일 노동조합의 전통적인 도구인 단체교섭이다. 독일 노조들은 이를 통해 저임금 주변부 단시간일자리를 규제하고, 파견노동자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시키며, 취약계층 노동자의 교육훈련에 대한 접근권을 개선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단체협약 적용률은 감소되고 있다. 최근에는 60%까지 떨어졌으며,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이다.
 
둘째, 법 개정을 위한 캠페인 전략이다. 독일 노조들은 ‘미니잡mini-jobs’주2) 의 폐지, 기간제일자리와 파견노동의 엄격한 제한, 자영노동자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 보장 등 특정 형태의 불안정 고용을 제한하거나 방지 또는 금지하기 위한 법 개정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법정 최저임금제도 도입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 활성화되고 있다.
 
셋째,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를 노조로 조직하는 전략이다. 불안정 고용이 전체 노동자의 약 3분의 1가량으로 확대되면서, 이는 노동조합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에 하나가 됐다. 불안정 고용 확대로 인해 노조 조합원 규모가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정 고용 상태의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지 규제대책만이 아니라 이 규제대책을 노동현장에서 강제할 조직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편,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전통적인 조합원 모집 채널을 이용한 활동은 대부분 실패했다. 이에 따라 독일 노동조합은 불안정 노동자 중 특정 집단들에 맞춰진 특별한 캠페인들을 개발했다. 이 캠페인들은 특정 집단에 속하는 불안정 노동자 개인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넷째, 독일 노동조합들은 “좋은 노동Good Work”라는 표제 아래 노동의 인간화와 관련된 전망과 담론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왔다. 이를 통해 불안정 고용이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 경쟁력과 고용 규모를 증대시키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지배적 관점에 도전하고 있다. “좋은 노동”이라는 새로운 전망은 광범위하게 제안되고 토론됐으며, △좋은 노동 지표의 창출 △최저임금 정책 △산업안전 촉진 △교육훈련 및 지식이전의 강화 △일과 삶의 균형 개선 등 포괄적인 범위의 구체적인 활동들에 반영됐다.
 
Bispinck과 Schulten(2011)은 이 모든 활동들이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모범 사례들이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노동조합 실천의 영향 범위는 전반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입장에서 독일의 불안정성의 증가는 노동자 보호 법제의 탈규제화를 촉진한 정치권이 의도한 결과다. 따라서 이들이 보기에 더 엄격한 노동 보호 규제를 재도입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책임이다.
 
이탈리아 
 
이탈리아 노동시장의 특징은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다(Burroni and Carrieri 2011). 지난 15년에 걸쳐 이탈리아 노동시장은 철저하게 유연화됐다. 다양한 형태의 유연한 노동계약들이 확산되어 사용됐고, 이는 새롭고 적절한 형태의 사회안전망 형성과 결합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 중에 하나는, 오랫동안 이탈리아에서는 사회보장 관련된 논의가 연금 이슈들에 집중됐었고, 이로 인해 다른 형태의 사회보장정책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약됐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탈리아 정부가 점차 긴축정책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노동조합들은 불안정 노동을 다루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본 전략들을 추진했다. 첫째, 국가 및 지역 수준의 노사정 3자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치적 의제들에 영향을 미치고, 보다 직접적으로는 노동시장 개혁과 새로운 사회안전망 장치들의 도입 과정에 개입하고자 했다. 한편 이러한 유형의 3자 협상은 당면한 이슈들의 특성이나 정권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기적으로 부침을 겪었다. 1990대에는 노조가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 및 지역 수준 사회협약들의 체결에 당사자로서 참여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정부 및 사용자 측과 노동계 커다란 입장 차이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의 3개 노동조합총연맹들 간의 차이도 명백해졌다. 총연맹들 중 CISL과 UIL은 정부 및 사용자와 몇몇 협정에 대해서 합의하고 조인한 반면, 가장 큰 총연맹인 CGIL은 이를 거부했다. 다만 연금 및 노동시장 규제와 관련된 2007년 사회협약에는 예외적으로 3개 총연맹들이 모두 합의하고 서명했다. 이러한 예외가 중도 좌파인 Prodi 정부의 시기에 발생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 외에 중도 우파 정부들 치하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복잡했다. 2007년 협약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청년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안전망, 실업수당의 개선, 호출노동의 폐지, 기간제노동 사용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이었다. 이렇듯 노동조합은 노사정 협상에서 일부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노동시장 유연화의 심화를 막거나 보다 포괄적인 형태의 사회안전망을 설치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둘째, 1990년대 후반부터 이탈리아 노조들은 파견노동자와 독립 자영노동자 등 유연하고 종종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서 새로운 조직들을 출범시켰다. 이러한 새로운 노조들은 유연한 고용형태 노동자들의 권리와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유연한 일자리에서 표준적인 일자리로 이동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사회적 대화, 캠페인, 집합적 동원 등을 통해 비정규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대변한다. 또한 이 노조들은 자신이 속한 총연맹 내부에서 다른 산별연맹들과의 공동 행동을 추진하고, 비전형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보다 많이 반영한 일반적 의제들이 설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동한다. 또한 이 노조들은 기업 수준 및 국가 수준의 단체교섭에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요구 사항에 적합한 보호장치, 기본권리, 법률적 틀 등에 관한 정보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보급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노조들은 지속적으로 규모가 성장하여, 2010년 기준으로 조합원 수가 최대 5만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규직노조들과 비교하거나, 조직 가능한 잠재적 조합원 수를 고려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다. 한편, 이들은 특히 기업 수준의 단체교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업단위 교섭에서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서는 정규직노조들이 유연한 고용형태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다루고 있으며, 노동조합들 간의 입장 조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새로운 노동조합들이 조합원 규모나 영향력에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미래를 향한 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할 것이다.
셋째, 이탈리아의 노동조합들은 노사 파트너십을 통해, 노사가 기금을 출연하여 파견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쌍무적 복지체계를 출범시켰다. 이탈리아 노사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산업안전 관련 관행을 개선했고, 파견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보호장치를 도입했으며, 경력과 소득을 상대적으로 안정화시켰고, 추가적인 복리후생과 복지조치를 전달했으며, 교육훈련 활동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노동시장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부문에 속하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노동이 상대적으로 덜 불안정해져가는 것을 지켜봤다.
 
네덜란드 
 
네덜란드 노동조합들은 기간제고용, 단시간노동, 근로자파견과 저임금노동의 발생률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한 1990년대 이래 불안정 노동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Boonstra, Keune and Verhulp 2011). 네덜란드 노조들은 처음에는 유연한 고용형태 자체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대응을 거부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실질적인 변화 결과를 지켜본 후, 노동조합들은 곧 이러한 비전형 노동을 포괄하기 위한 전략들을 추진했다.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모든 형태의 노동에 법률과 단체협약의 기준이 적용되도록 하여, 비정규 노동의 노동조건과 법적 지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네덜란드 노동조합들은 이후 1999년 「유연성과 안정성에 관한 법률」로 정식화된 “유연안전성flexicurity” 모델에 따라 자신들의 이익 일부를 맞바꾸는 노사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을 통해 노조는 사용자들의 제안을 수용하여 더 많은 유연성을 받아들였다. 대신에 이를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보장과 비전형적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확대와 교환할 것을 요구했다. 유연한 고용형태 중 일부는 단체협약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10여 년 후 노동조합들은 이러한 전략이 어느 정도 오판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협정을 맺을 때 노조들이 예측했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 네덜란드 노동시장에는 유연한 고용형태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 되어버린 산업과 집단이 존재한다. 동일한 방식으로 법제도나 노조가 포괄하기 어려운 위장된 자영고용이 성장했으며, 주변부 단시간노동이 확대됐고, 가장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유연한 고용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체협약 적용률은 여전히 85%에 이르지만, 단체협약이 유연성 감소의 도구가 아니라 유연성 확대의 도구로 전환되는 것을 노조가 막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노조들은 불안정 노동에 대한 방침들을 채택하고 다양화해 나가고 있다. 네덜란드 노조들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양질의 노동decent work” 캠페인에 참여했다. 또한 네덜란드노총FNV은 다음과 같은 목표들을 표방했다.
 
- 유연한 고용계약은 “아프거나 최대치일 때sick and peaks”만 허용한다. 예컨대 직원 중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제활동이 최고점에 이른 상황에서만 정규직을 대체하는 비정규 노동을 사용할 수 있다. 연간 9개월 이상 일하는 사람은 정규직 고용계약을 맺어야만 한다.
-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한다. 예컨대 파견노동자는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자신이 파견되어 일하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단체협약의 기준에 따라 임금을 받아야 한다.
- 노동은 저임금이나 노동빈곤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져야 한다.
 
FNV는 우편업, 청소업, 육류가공, 슈퍼마켓, 가사도우미, 건설업, 교육, 택시, 노동자파견업 등 여러 산업들이 ILO 양질의 노동 의제 기준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함을 확인했다. 네덜란드 노조들은 미디어 캠페인을 통해 불안정 노동의 특징과 결과를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건설업 등에 존재하는 “급여 돌리기pay-rolling”주 3) 관행을 금지시키기 위해 법원에 재판을 신청했다. 네덜란드 노조는 노동자파견업 부문의 단체협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중단하고 파견노동자들에게 이들이 파견된 산업 또는 기업의 정규직들에게 적용되는 단체협약을 완전하게 적용되도록 시도할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다. 또한 많은 산업부문에서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리고 단체협약이 기간제고용 관련 규제를 더욱 유연화하기 위해 사용된 전례들을 고려하여, 네덜란드 노조들은 규제를 더욱 엄격히 하여 단체협약을 통해서 유연화의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이들을 대신해 위장된 자영자를 기간제로 고용하는 사용자들의 관행을 네덜란드 “폴더모델Polder model”의 핵심 제도인 사회경제협의회와 노동재단의 주요 의제로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정치적 의제로 설정함으로써 규제와 관행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 노동조합들은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불안정 고용의 성장에 대해서 비판적이며, 이를 감축시키고자 하는 장기적 전망을 공유하고 있다(Kahancová and Martišková 2011). 다만 이들의 접근 방법은 상당히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것으로,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특정 집단 노동자들과 관련한 구체적 조치들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는 많은 부분 슬로바키아 노동조합들의 조직력 부족과 한정된 조합원 규모에 기인한다. 슬로바키아가 사회주의체제에서 벗어난 이후 이 국가의 노동조합들은 단순히 정치경제적 행위자로서 합법성을 유지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Kahancová와 Martišková(2011)는 슬로바키아 노동조합의 불안정 노동에 대한 대응 전략은 관련 노동법제도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국가 수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슬로바키아에서 노동조합은 정부의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삼자협의회의 일원이다. 이들은 정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의회 내 분파, 행정부처들, 그 외에 다른 정치적 행위자들과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개입의 결과는 현안이 되는 이슈의 성격과 의회 및 정부 내 노조에 대한 지지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2007년 노동법 개혁 때는 노조의 제안들 중 몇 가지를 사회민주주의 정권이 수용했다. 이 개혁은 여러 측면에서 불안정 고용상태 노동자들의 권리를 강화한 것이었다. 반면 2010년 새롭게 등장한 보수주의 정권은 노동조합의 저항과 시위, 정치적 압력에도 유연성과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개혁을 추진했다. 사실상 노동조합 단독의 정치적 행위역량은 한계가 있다.
 
슬로바키아 노조들은 불안정 고용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어 단체교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제기한다. 그러나 슬로바키아노총KOZ SR의 추산에 따르면, 취업자 중 20%만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으며 나머지는 협약 적용 범위 밖에 존재한다. 또한 Kahancová와 Martišková는 슬로바키아에서 단체협약이 불안정 고용을 대상으로 하거나 이를 규제하고 있다는 폭넓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 불안정 고용에 대한 규율은 단체교섭의 일반적 절차나 단체협약의 일반적 조항들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는 불안정 노동 문제에 대한 슬로바키아 노조의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전략과 이를 감축하고자 하는 장기적인 전망에 부합한다. 동시에 슬로바키아에서 단체교섭은 불안정성과 관련된 현안을 다루는 도구로서 미미한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야금산업metallurgy과 농업 두 부문에서는 단체교섭이 실제로 불안정 고용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야금산업의 단체협약은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슬로바키아 사례의 저자들은 이 국가에서는 노조가 불안정 고용을 다루는 데 있어 단체교섭이 정치 및 입법 과정에 대한 영향력 행사보다 덜 효과적이라 결론을 내렸다.
 
스페인 이 보고서에서 사례가 보고된 7개 국가들 중 스페인이 아마도 불안정 노동의 발생률이 가장 높을 것이다. 이는 기간제 계약이 예외적으로 높을뿐더러, 노동빈곤률도 무척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안정성을 줄이는 것이 스페인 노동조합들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Ramos Martin 2012). 최근 몇 년간 스페인 노동조합은 상대적으로 강한 동원력에 기초하여 불안정 노동에 대응하기 위한 캠페인을 광범위하게 벌였다. 이들은 특히 기간제노동의 과도한 유연성, 파견노동자들과 단시간노동자들이 사회안전망과 출산휴가를 적용받을 시 겪게 되는 어려움과 낮은 임금 수준 등에 초점을 맞췄다. 스페인 노동조합의 이러한 활동이 가장 우선적으로 향한 대상은 정부다. 종종 총파업까지도 포함하는 이러한 노동조합의 캠페인은 정부가 제기한 임시직계약, 단체교섭체계, 파견노동 규제, 임금 설정 등과 관련된 노동시장 개혁안에 대한 반응으로서 촉발된 것이다. 최근 유럽 재정 위기 속에서 한편으로는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와 분권화를 위한 개혁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의 저항 역시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 스페인 노동조합들은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10여 년간 노동조합은 사용자단체 및 정부와 다수의 양자 또는 삼자 협정을 맺었다. 그러한 협정에서 핵심 이슈는 임시직계약의 사용을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스페인 노동조합들은 사회적 대화와 저항을 통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왔다. 그러나 동시에 특히 유럽 재정 위기가 시작된 이후 집권한 정권들은 긴축정책과 고용관계의 유연화 및 분권화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재정 위기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스페인에서 단체협약이 노동시장 거의 대부분을 포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페인 노동조합이 불안정 노동을 다루는 데 있어 단체협약이 강력한 도구로 사용할 거라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Ramos Martin(2012) 제시하듯, 예컨대 사용자들이 노사합의를 통해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오히려 확대되는 등 단체협약은 종종 유연화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스페인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유럽연합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노동현장에 실제로 적용되는 산업단위 및 지역단위 협상에서 노동조합의 교섭력은 강하지 않다. 스페인 노동조합이 불안정 노동자들의 상황을 개선하려고 할 때 정부와 법제도에 특히 집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Ramos Martin은 스페인 노조가 성공한 몇 가지 사례들을 제시한다. 그 중에 하나는 임시직 공무원을 정규직과 동등하게 처우하도록 한 캠페인과 관련된 것이다. 이 캠페인은 내부 승진의 권리 부여를 위한 근속년수 계산 시 임시직 근무기간도 포함하도록 요구했다. 수년간의 캠페인이 진행된 후 이 이슈는 유럽연합사법재판소에 제소되어 임시직공무원에게 우호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또 다른 사례는 가사노동자와 관련이 있다. 가사노동자들에게는 사용자가 어떤 종류의 보상도 없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한 규정이 적용됐었다. 나아가 이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사회안전망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충분한 연금기여금을 모을 수 있도록 허용되지도 않았다. 노동조합이 수년 동안 시위를 벌이고 이 이슈를 두 개의 노사정협정에 포함시킨 이후에야, 2011년 정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안을 채택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이 여성인 70만 이상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됐다.
 
영국 
 
영국의 노동조합들은 불안정 고용상태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 또는 자신들의 용어로는 “취약노동자들vulnerable workers”을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행동계획들을 개발해왔다. 영국의 주요 노동조합총연맹인 영국노총TUC은 이들이 겪는 취약한 조건에 대해서 알리고 관심을 모으기 위해, 그리고 이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설정하기 위해, 2007년에 불안정 노동자들과 관련된 도전과제를 조사하는 내부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Simms(2011)는 불안정 노동에 대응하는 영국 노동조합의 다양한 활동들을 제시한다. 그 주요 영역 중 하나는 단체교섭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단체협약 적용 범위는 전체 취업자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리고 불안정 고용의 비중이 높은 부문에서는 조직화가 진전되지 않고 단체협약 확장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국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불안정 고용에 대응하는 것은 도적적인 과제라는 점이 확인됐다. 단체협약을 통해서 불안정 노동자들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공연예술가나 간호사처럼 전통적으로 다수의 불안정 노동자들이 존재함에도 오래 전부터 교섭 관행이 확립된 부문들도 일부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불안정 노동의 조직화와 규제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이를 위한 노력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또한 민영화로 인해 공공서비스부문에 속하다가 민간사용자와 관계에 속하게 된 불안정 노동자들, 그리고 사업이전transfers of undertakings으로 인해 사용자가 바뀐 불안정 노동자들을 노조가 교섭 과정에 포괄하려 시도한 사례들도 있었다. 교섭 과정에서 두 명의 사용자를 다루는 과정이 복잡하긴 했지만,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사례들이 관찰됐다.
 
영국 운수노조들이 핵심 조합원 집단이 아닌, 외부의 불안정 노동자 집단까지도 교섭 범위에 포괄한 것은 또 하나의 긍정적인 사례다. 이 노조들은 운수업부문의 불안정 노동자들, 예컨대 런던지하철의 청소노동자들까지 단체교섭 범위를 확장했으며, 이들을 조직하고 있다.
 
영국 노동조합들의 행동계회 개발이 집중된 또 다른 영역은 조직화다. 영국 사례에 대한 보고서(Simms 2012)는 청소노동자들, 영국 북부 산업지대의 폴란드 이주노동자들, 고등교육분야와 공연예술부문의 기간제 및 시간제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제공한다. 이 사례들은 대상을 명확히 하는 캠페인 계획, 동기가 부여된 조직활동가, 그리고 충분한 자원이 결합하면 조직화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사례들은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은 수많은 인적 및 재정적 자원의 투자와 개별적 접촉을 요구하는, 아직까지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제라는 점 역시 드러낸다. 열정이 식거나 재정 지원이 축소됨에 따라 조직화 캠페인을 장기간에 걸쳐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조직화 캠페인은 지도부와 간부 모두로부터 강한 헌신을 요구한다.
 
 
결론과 정책적 함의
 
지금까지 살펴본 7개 국가 사례들은 불안정 고용 감소를 목표로 하는 노조활동과 관련해 몇 가지 통찰과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지난 수십 년간 유럽에서 불안정 고용이 확산됨에 따라 노동조합 전략계획의 목표로서 불안정 고용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실질적으로 커졌다. 노동조합들이 종종 노동시장 “외부자들”보다는 “내부자들”의 이해관계만을 대표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들은 불안정 노동의 조건을 개선하고 증대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일련의 행동계획들을 개발해왔다.
 
행동에 나선 노동조합들의 동기는 다양했다. 한편으로는 사회적 행위자로서, 사회 전체에서 노동자의 지위를 높이고 사회 정의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지향성이 그 동기로서 작용했다. 사실 유럽의 노동조합들은 종종 자신을 조합원만의 대표자만이 아니라 상당부문 전체 노동자들, 특히 노동시장 내부의 취약집단의 대표자로서 여긴다. 다른 한편으로, 불안정 고용의 확산이 자신이 직접적으로 대표하는 사람들, 즉 조합원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사실 또한 노조의 행동 동기로서 작용했다. 노동조합은 불안정 고용을 감소시키고 불안정한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노동시장의 일반적인 표준을 상향시키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사례 연구들은 불안정 노동 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동조합들이 △단체교섭 △사회적 대화나 캠페인 등을 통한 국가정책과 법제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 △법원 제소 △불안정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이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 △공공 의견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동원과 캠페인 등 다양한 전략들과 도구들을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이러한 다양한 유형들의 활동들을 그럭저럭 모두 수행했으나, 그 강조점은 노조가 모을 수 있는 자원과 각국의 특정한 환경에 따라 크게 달랐다.
 
노조 입장에서 봤을 때 각 전략에는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다. 예컨대 단체교섭은 노조가 취할 수 있는 전통적인 규제대책으로서 노조는 이를 통해 불안정 고용상태에 놓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국가에서 불안정 고용상태에 놓인 노동자들 중 일부만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례 국가들 중 일부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불안정 노동자들의 지위를 개선할 수 있을 만큼 충분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안정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입법은 적어도 원칙상으로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용자들이 끊임없이 법제도의 경계와 빈틈을 창조적으로 탐색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불안정 고용형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법 개정은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크게 좌우된다. 법제화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때때로 노동조합의 감시와 고발이 필수불가결하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은 악명 높은 난제이나, 충분한 자원이 투입되고, 노동조합 지도부가 지원하며, 공공 여론이 동원되는 경우에는 충분히 성공적일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들이 보여준다. 그러나 자원이 고갈되고 지지가 줄어들면 성공적인 사례들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매우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직화는 종종 노사갈등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노조가 불안정 노동의 감소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져왔음에도 이러한 유형의 고용형태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은, 노동조합의 행동계획이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았음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할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 스스로의 전략적 선택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설명된다. 노조가 불안정 노동의 감소를 목표로 하는 활동들을 점차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심지어 그러한 활동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관련된 담론들은 어느 정도 상징적인 수준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투입되는 자원들이 빈약하고, 불안정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도구들이 완전하게 사용되지 않으며, 조직화 캠페인들은 일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노종조합들이 불안정 노동 문제에 의심할여지 없이 최우선순위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한편으로, 특히 노조의 조합원 규모가 작고 제도적 지위가 취약한 국가들에서는 불안정 고용의 급속한 성장에 비해 종종 노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돼 있다.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노조가 불안정 고용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불안정 노동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노조뿐만 아니라 사용자들과 사용자단체들, 의회와 비정부기구들 등 다른 행위자들도 자원과 노력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노조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러한 다른 행위자들과 협력과 동맹, 그리고 대화를 강화해야 한다.
 
 

주 1) 이 글은 Keune, M. (2013). Trade union responses to precarious work in seven European countries. International Journal of Labour Research, 5(1), 59. 논문에서 2절 “Labour market developments”를 제외하고 번역한 것입니다. 완역본은 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됩니다. 
 
주 2) [역주] 매달 450유로까지는 세금과 사회보장 비용이 면제되지만, 주당 30시간 초과 노동을 할 수 없는 단시간일자리
 
주 3) 이러한 관행에 따라 건설회사는 노동자를 채용하긴 하지만, 이들과의 고용관계에 대한 법적, 행정적 책임은 외부의 다른 부서에게 맡긴다. ‘급여 돌리기’는 노동자파견계약과 마찬가지로 “공식적 사용자(formal employer)”와 “실질적 사용자(material employer)”의 분리를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임금돌리기의 경우에는 [공식적 사용자가 노동자를 채용하는] 노동자파견계약과 달리, 노동이 수행되는 사업장의 사용자(“실질적 사용자”)가 노동자를 채용하고 대리인(“공식적 사용자”)에게는 책임을 미룰 뿐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정규직 계약과 더 유사하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20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