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강제합병은 철회돼야 한다

노동사회

조흥은행 강제합병은 철회돼야 한다

admin 0 3,673 2013.05.08 09:37

 


제3차 금융 구조조정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고 시장경제의 원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공·금융·노동·기업 4대 부문에 걸친 구조개혁을 단행했었다. 특히 금융 부문은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고 공적자금을 지원하여 금융 중개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목적의 1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5개의 은행이 퇴출당했고 6개의 은행이 합병됐다. 그리고, 정부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우리금융지주회사와 국민-주택 은행의 합병 등 초대형 은행의 탄생과 겸업화를 통해 금융산업을 집중화시키는 2차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2002년 지금은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의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은행들을 재민영화시키는 3차 구조조정의 단계에 와 있다. 특히 3차 금융구조조정은 외자계 대형은행을 결합시켜 국내 금융권을 소수 대형은행으로 총정리하겠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과 조흥은행의 정부지분 매각 추진 과정은 바로 정부의 금융 구조조정 마무리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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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합병 반대투쟁을 결의하는 금융노조 조흥은행지부 대의원대회  ▷ 출처:금융노조 ]

재정경제부 자료에 의하면 2002년 현재 전체 금융기관의 30.5%에 달하는 631개의 기관이 정리되었다. 은행은 1997년까지 33개의 은행이 있었으나, 지금은 20군데로 축소·재편되었다. 이 같은 금융구조조정으로 인해 은행노동자의 인원은 1997년 11만3천493명에서 2001년 6만9천여명으로 줄었다. 정부의 금융구조조정은 은행간 합병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은행간 합병은 인원 감축과 비정규직의 확산, 임금체계의 유연화, 노동강도의 강화를 낳았을 뿐이다.

지금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명목으로 조흥은행의 경영권을 포함한 정부 지분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조흥은행의 독자생존을 보장한 노정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투명성과 공정성도 의심스럽다. 또한 조흥은행에 투입된 공적 자금을 최대로 회수하기 위한 매각이 돼야 함에도 헐값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스스로 채 1년도 안되어 재민영화 계획을 변경함으로써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흥은행 노조는 정부의 일방적 금융구조조정을 반대하며, 조흥은행을 강제 합병시켜 은행산업을 대형화, 독점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제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핵심

정부의 3차 금융구조조정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에서 공적자금을 회수함으로써 다시 은행을 민영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02년 1월 발표한 '2002년 정부보유 은행주식 매각 추진방향'에서 정부는 정부보유 은행주식 매각을 향후 3∼4년내 완료를 목표로 주가추이를 보아 '단계적'으로 매각하여 공적자금 회수 목표와 조화를 이루겠다고 하였다. 또한 시장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매각시기와 물량을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과정에 대해서도 은행별 규모·여건, 시장상황에 맞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은행별 매각 작업은 관계기관 협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확정한 후에는 매각의 주체가 예금보험공사가 되어 매각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정부 방침에 의거해서 정부지분 축소를 위해 올해 3월부터 두 차례나 해외주식 예탁증서1)(DR) 발행을 추진했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연기했었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는 정부지분 매각과정은 이미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른 단계적 매각과정의 일환으로 블록세일(분할매각) 방식의 공개입찰 매각방식이었다. 

그러나, 10월23일 매각 발표와 함께 공개입찰에 신한지주 컨소시엄이 참여하면서 조흥은행의 민영화 방침이 갑자기 독자생존에서 '합병'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 장관도 "은행 대형화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며 호응하고 있다. 덩달아 매각 지분의 범위도 인수가격이 좋을 경우 경영권을 포함하여 넘길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경영권을 포함한 매각은 조흥은행의 경영진도 몰랐던 사실로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던 방침을 정부 스스로 어긴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조흥은행 노조는 경영권을 포함한 매각은 바로 그동안 정부가 이야기했던 국내은행을 3∼4개 은행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며, '합병'을 전제로 한 음모적 매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독자생존 가능성 무시

조흥은행은 1차와 2차의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갖은 노력 끝에 새롭게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정부는 당시 조흥은행 노동자들의 1인당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길 요구했다. 1997년 조흥은행의 1인당 영업이익은 1억7천만원이었다. 정부는 영업이익을 2억5천만원까지 올릴 것을 명령했다. 영업이익을 포함한 생산성 향상은 조흥은행의 고용인원을 감축함으로써 이루어졌다. 

1997년 1만명에 달하던 정규직 노동자가 2001년 현재 6천5백명이고, 비정규직은 천명 가까이 늘어 20%정도 상승했다. 조흥은행의 구조조정 방식도 여지없이 인력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흥은행은 정부의 요구조건들을 모두 성취함으로써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000년 7월 금융노조의 총파업 당시 노정합의에서 BIS 자기자본 비율이 8% 이상인 은행에 대해서는 독자생존을 보장했다. 조흥은행은 노정합의에 따라 2000년 11월 이 지표를 달성함으로써 독자생존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002년 4월, 지금까지 정부가 부실은행의 경영권을 간섭해오는 도구로 사용한 '적기시정조치'를 조흥은행에서 해제함으로써 실질적인 독자생존의 경로를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흥은행은 올해 하이닉스, 한보, 대우 등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2)을 90% 이상 쌓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낼 수 있는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영권까지 포함하는 정부지분 매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조흥은행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기만하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일방적인 합병 움직임에 대해 노조가 반대하는 것인데, 정부는 마치 조흥은행 노조가 민영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조흥은행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어 은행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것처럼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

조흥은행 조합원은 민영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일방적 합병은 결과적으로 은행산업을 독점시킬 것이며, 은행의 지분 절반 이상을 1인이 소유한다면 매우 위험스러울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경제불안과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애초 정부가 발표한 단계적 민영화 방법도 새 주인을 찾아주려는 목적에 맞는다. 일정 지분을 매입한 기관이나 투자자는 주주로서 이미 새 주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사를 파견하여 그 지분만큼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경영권이 이양되는 것이다.

정부의 헐값 매각

정부는 원매자가 있을 때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애초 계획대로 10∼20% 블록세일을 추진하더라도 원매자는 있다. 그런데 정부가 주식가격도 좋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려는 이유는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7월 해외 예탁증서 발행을 추진할 때, 주식 가격은 5천원 정도였다. 당시 정부는 주식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예탁증서 발행을 중지시켰다. 그러나 정부가 그 가격보다 낮은 4천원 정도에서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정부 스스로 공적자금 회수를 최대화하겠다는 원칙을 어기는 일이다. 현재 조흥은행 주식은 올 초 최고가 7천8백원대에서 40% 이상 하락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 매각을 추진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여 최소 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아야 한다. 1주당 천원이 차이나면 공적자금 5천4백억원을 추가로 회수할 수 있고 2천원이면 1조원 이상을 더 회수할 수 있다. 

투명성 상실이 의혹 불러와

노조가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이 바로 이점이다. 정권말기 흔히 일어나는 정부관료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신한지주회사와의 사전 밀약설과 검은 뒷거래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리한 조흥은행의 민영화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매각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관중 신한지주회사에 표적 매각하려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세웠다는 이야기들이 기자들 입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3대 의혹으로 정의한다. 첫째 신한컨소시엄과의 사전밀약설, 둘째 청와대 직접 개입설, 세째 1조원대의 리베이트설로 정리되는데,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청와대에서 직접 개입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했지만, 지금 조흥은행의 강제 합병 추진과정은 투명성이 아닌 의혹만을 증대시키고 있다. 정부가 당초의 계획을 바꾸려면 그동안 정부와 맺었던 경영개선이행약정서(MOU)를 달성하지 못했던지 과거보다 경영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었던지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이유로 노조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kojw1610_02.jpg무원칙한 대형화 논리는 중단돼야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는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시장논리에 역행하는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말로는 시장논리라고 이야기 하지만 속내는 정치적 논리밖에 없는 듯하다. 더욱이 서울은행의 매각과 조흥은행의 매각추진 과정을 보면 정부는 국민에게 그동안 약속한 내용을 뒤집을 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서 궁색한 논리로 강제합병을 강행하고 있다. 즉 논리가 없는 무대포 매각인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산업의 민영화는 대형화로 귀결된다. 대형화는 은행산업의 독과점화를 낳고 은행을 기업(외국자본) 또는 어느 특정인이 소유하게 돼, 다시 엄청난 재앙으로 국민들에게 되돌아 올 소지가 아주 많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무원칙한 민영화 방침은 재고되어야 한다. 

정부는 은행산업의 세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필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의 집중도를 보면 외국 수준만큼 대형화돼 있다. 국내 5개 은행의 집중도는 65∼70%인데, 미국의 경우 27%, 일본 30%, 프랑스 70%등으로 외국에 못지 않다. 또한 정부가 주장하는 과다한 점포수 문제도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현저히 낮을 것을 알 수 있다. 인구 만명당 은행 지점수가 한국은 1.3개이지만 독일은 5.1개, 일본 3.5개, 미국 2.8개로 오히려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은행권 집중도가 더 높아질 경우 독점적 폐해(금리, 수수료의 담합 등)가 예상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정부는 대형화를 위해서 합병을 주장하고 있지만, 은행간의 합병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세계적으로 추진된 은행간 합병 이후의 주가, 수익성, 비용 분석을 통해 확인된 바에 의하면 불과 25%만이 성공적이었으며, 국내 합병의 경우도 성공적이라고 검증된 사례가 없다. 미국과 유럽 은행은 시장영역확대로 지역은행간 합병을 한 경우와 서로 다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업무 다각화 차원의 성격이 강해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우리의 합병은 대부분 소매금융 중심의 은행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로 국제 경쟁력과는 거리가 먼 얘기이다. 하나와 서울 은행의 통합도 인원감축, 시스템 통합, 화학적 융합 등의 문제로 통합 가능성을 아직 점칠 수 없는 시점인 것이다.

주가가 아닌 서비스질을 위한 민영화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매각소위원회의 회의가 지체되면서 내년으로 넘어갈 듯하다. 이것은 일정이 연기됐을 뿐 정부 방침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현재 추진되는 조흥은행 민영화는 당초 정부가 발표한 은행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기만 하면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조흥은행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당초 정부가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반대하는 것이다.

굳이 매각을 해야 한다면 어느 특정 기업이나 기관에게 매각하기보다는 주식을 분산소유 할 수 있도록 분할 매각을 추진하거나 국민주 방식을 이용하여 전 국민에게 분산 매각을 추진하는 게 올바를 것이다. 만약 국민주 방식으로 분할 매각한다면 국민의 혈세로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에 의거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는 범위에서 매각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어느 특정기관이나 개인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정부는 은행을 수익극대화를 위한 기업의 생산성 향상 즉, 주식 가격을 높이는 경영방식에 치중해서는 안된다. 장기적인 시간을 갖고 은행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과 국민을 위한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은행산업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주장하는 올바른 민영화의 방향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흥은행의 졸속적인 민영화 방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당초 정부가 약속한 민영화 방침을 원칙으로 세우고 그 원칙에 입각하여 여러 가지 경제상황들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국익과 국민의 이익을 반영시키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후주
1) 기업이 해외에서 주식을 발행하고자 할 경우 외국의 예탁기관으로 하여금 해외 현지에서 증권을 발행 유통시키는 주식대체증서
2) 대출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