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새벽 서리 내리는 겨울에도, 비오는 날에도 새벽이면 길거리로 나서서 비질을 하고, 달리는 차 뒤에 매달려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청소부라 불리던 환경미화원이다. 이들 중 의정부지역 환경미화원이 모여 경기도 노동조합(위원장 김헌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환경미화원 뿐 아니라 도로와 인도, 가로등, 보안등을 관리하는 수로원, 차량이 질주하는 도로 아래 하수 맨홀에서 가슴까지 차 오르는 오폐수와 질식할 듯한 하수가스에 구역질을 참아가며 일하는 준설원, 시군에 소속된 비정규 상용직 노동자와 시군의 위탁업체의 노동자, 노상주차장의 징수원, 분뇨 처리노동자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들은 13개 시군 자치단체 및 산하 기관, 청소업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공식적으로 900여명 정도지만 사실상 더 많은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근로기준법상 40여명의 사용자에 고용되어 있는 이들은 주로 지역별·업종별·직종별 공동교섭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재까지 의정부, 포천, 고양, 양주, 부천 등 5개 지역에서 14명의 사용자와 5개 단체협약(1개는 지역공동협약)과 1개(사용자 5명과의 공동협약)의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 11월 14일 과천 노동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장기투쟁 사업장 해결 촉구 집회 ▷ 출처; 경기도노조 ]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
IMF 한파와 구조조정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공무원 구조조정이란 미명 하에 정식공무원도 아닌 비정규 상용직 노동자들를 해고했다. 또한, 정년 퇴직한 고위 공무원을 위해 시설관리공단을 만들고, 시 업무를 시설관리공단으로 위탁시키기에 정신이 없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새로 창안된 민간위탁이고 구조조정이다. 시 예산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화를 늘린다지만 오히려 시민의 혈세로 퇴직공무원의 주머니만 채워주고, 노동자에겐 최저 생계비도 안되는 저임금을 지급하며, 감원하고 생존권을 앗아가는 게 현실이다.
경기도 노동조합은 1개 지부, 7개 분회로 각 지방자치제 또는 대행업체와 교섭을 하고 있으나 이들의 노조탄압 강도나 방법은 다양하다.
① 부천시분회
부천시는 3개구, 35개동이라는 방대한 지역을 수로원 29명, 준설원 29명, 상수도 누수 수리원 6명에게 맡겨 왔다. 정년퇴직을 해도 인원을 충원하지 않았다. 임의대로 훈령과 규정을 바꿔 1년 내내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연 280일 이하 근로자라는 규정으로 기존의 상여금을 없애고, 연월차수당과 주차수당을 없앴다. 여성노동자에게는 생리수당조차 지급하지 않고 4월부터 20차례가 넘는 교섭에도 불성실한 태도를 유지하며, 오히려 처음의 지급 안에서 후퇴하여 12월까지 시간만 끌어 왔다.
부천시청내에는 이미 5개 노조가 있다. 이들과는 근로조건 뿐 아니라 임금에서도 현저히 차이가 난다. 연 60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12월 경기도노조의 상경투쟁과 경기도내 지구당사 항의투쟁 결과 부천시청 조합원들은 8개월만에 임금인상과 전임자를 비롯한 노조활동을 보장받았다.
② 성남시분회
성남시는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유령노조를 설립해 경기도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탄압했다. 노조가 확인해본 바로는 노조를 만든 사실 자체도 불분명하지만 성남시는 조직대상 중복이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성남시가 만든 노조는 최근 규약을 바꿔 수로준설 등 모든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름도 성남시청노동조합으로 바꿨다. 또한 성남시는 여성노동자가 생리수당지급을 요구하자 50세가 넘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생리 사실여부의 진단서를 끊어 오라는 어처구니없는 성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③ 파주시분회
파주시는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여 60명을 해고했다. 비조합원은 사직서를 쓰기도 하고, 일부는 8월1일부로 시설관리공단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경기도 노조 조합원들은 민간위탁을 하려면 노조의 협의해야 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파주시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노조는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해고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조합원들은 집회에 참여하면서도 작업에 복귀하여 정상근무를 하고 있지만 파주시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관리공단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라며 7개월째 방관하고 있다.
④ 의정부시분회
의정부시에서는 2년 동안 7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산재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2000년 110여명의 조합원 중 위원장을 포함하여 구속자 6명과 조합원 및 민주노총 경기본부 간부 100여명이 세 차례에 걸쳐 연행되기도 했다. 3개월 파업으로 2001년 1월17일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지만 시와 시설공단은 합의서를 이행하지도 않고, 사망 사고자 유족에게 50만원의 위로금만을 제시했다.
조합원에게 강제 사직을 강요하고, 임금을 체불하면서 단체협상을 지연한 의정부시는 중노동 강요로 산재 사고가 수차례 일어났지만 안전작업대책을 세우지 않고 부당노동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올해 10월부터 하반기 투쟁을 시작했고, 그 결과 12월 초 비조합원들이 전원 노조에 가입하면서 노조탄압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이들이 노조에 가입한 이유는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것과 파업기간에 대신 청소하는 게 싫었다는 게 전부였다.
[ 12월 7일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전개한 경기도 노조원 ▷ 출처; 경기도노조 ]
⑤ 안산시분회
안산은 올 한해 최고의 탄압을 받은 분회로 8개 청소 업체에 110명의 조합원이 있다. 새벽같이 나와 일을 하고도 퇴근시간이면 회사 직원 집으로 불려가 일을 하고 아무소리 못하는 게 안산 조합원의 상황이었다. 청소 예산은 늘어갔지만 안산시는 임금은 올리지도 않고, 청소차량 대수와 청소 인원을 허위 신고하여 예산을 횡령했다. 올해 3월 노동조합 가입을 통보하자 같은 날 8개 업체가 동시에 유령노조를 만들고, 경기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20명을 해고, 정직시켰다. 6월19일에는 150여명의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환경미화원을 쫓아내고 직장폐쇄 조치를 내려 조합원들은 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구사대가 조합원 3명을 청소 차량으로 치고, 천막에 돌진한 사고도 발생했다. 그러나 70일 파업투쟁에서 95명 중 단 1명의 이탈자만이 나왔고, 시와 업체는 노조가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8월28일 시장 입회 하에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안산시는 계속 대체근로를 사용했고, 합의서 내용 중 20여명의 정직, 해고자에게 해고기간 동안 임금전액 지급, 자녀 학비지급, 자치단체 환경미화원에 맞는 임금지급 등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경안 사업장에서는 4명을 해고했고, 다른 곳에서도 노조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각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명을 대기발령했다.
조합원들은 합의서 이행 촉구, 노조탄압 중단, 청소업계 비리 척결 등을 요구하며 5개월 동안 시청 앞에서 천막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경안에서 해고된 4명과 대기발령 된 1명은 모두 복직되었으나 분회장을 비롯한 4명은 아직 복직되지 않은 상태다.
⑥ 고양시분회
고양시 조합원들은 2000년 11월부터 4개월 천막투쟁과 1개월 전면파업투쟁 등 노조사수와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투쟁을 8개월 동안 전개했다. 현재는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 사측에서 지키지 않는 단체협상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임금은 행자부의 지침을 받는다. 행정자치부에서 내리는 최저의 임금지침이다. 지금까지 각 자치제 별로 행자부 지침에 웃도는 임금을 지급했지만 고양시 환경미화원은 지침조차 모르고 주는 대로 받았다. 오히려 고양시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시간외 수당을 체불하고, 노조탈퇴를 강요하며, 일방적으로 배치 전환을 해왔다. 12개월 째 임금교섭이 진행되었지만 이에 불성실로 일관하고 단체협약도 이행하지 않았다. 시청 공무원이 사진 찍다가 넘어진 것을 폭행이라며 부분회장을 고발하고, 시장과 면담하려던 여성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⑦ 포천군분회
포천군 조합원들은 2000년 1월부터 시작하여 1년 동안 투쟁함으로써 2001년 1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포천군은 시골지역이라 강도 높은 노조탄압은 거의 없었으나 경기도 노조의 전체 일정에 맞춰 네 차례의 파업투쟁에 함께 참여했다.
지역과 사업장이 달라도 경기도노조는 탄압과 노조 와해 시도에 맞서 노동부, 경찰, 검찰 규탄대회, 그리고 각 분회별 천막투쟁과 파업투쟁을 1년 내내 전개해 왔다.
제조업과는 달리 파업을 해서 얻는 성과가 미약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사측은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작은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마치 노조 때문에 처리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모든 책임을 노조에 떠넘겼다. 또한 노동부, 경찰, 그리고 신문사에 교섭이 잘 되어 가는데도 노조에서 거부한 것처럼 유언비어를 퍼뜨려 책임을 떠넘겼다.
경기도 노조는 2001년 1월2일 신년 초부터 파업을 계획했으나 전날의 폭설로 조합원들의 이동차량 문제와 시민 불편을 이유로 파업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민주노총 총파업 시기인 6월12일∼13일 조합원 7백명이 고양시를 출발하여 안산, 수원에 걸친 투쟁을 진행했다. 또한 하반기 투쟁을 시작한 9월27일 전 조합원 오후 파업, 그리고 10월17일, 18일, 24일에 걸쳐 전체 파업을 진행했다. 이 투쟁을 통해 안산의 집단해고 및 합의서 불이행, 임금 고의체불을 상당부분 해결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2001년 12월5일 경기도내 16개 지구당사에서 조합원 180여명이 동시 항의농성을 시작으로 6일 여의도 국회 앞 상경투쟁, 그리고 7일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진행했다. 이 투쟁을 통해 부천시청의 조합원들은 연간 400여 만원 이상의 임금인상과 전임자를 비롯한 노동조합활동 인정을 얻어냈고, 안산의 해고자들이 복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새벽 찬바람에 그리고 중노동에 못 이겨 2000년 7월 후 지금까지 불과 18개월 동안 13명의 동지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가족과 동지를 뒤로 한 채 떠난 동지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말없이 알리고 있다. 더 이상 중노동이나 과로 등 열악한 환경에서 쓰러지는 동지가 없도록 근무 여건 개선, 차별적 임금철폐, 그리고 노조사수를 위해 경기도 노조는 계속 투쟁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체에 합의서와 단체협약서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촉구하여 기본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확보하고, 중노동을 야기하는 민간위탁 저지문제와 전체 상용직의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