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의 나아갈 길

노동사회

공무원노조의 나아갈 길

admin 0 5,510 2013.05.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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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2월 5일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청원군 지부에서 실시된 강연 내용을 재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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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교육을 다니다 보면 지역이나 산업별로 교육생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올 한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교육 요청이 많았습니다. 전교조 교육은 강사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교육시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노동 강의의 경우 시간이 90분 정도지만 전교조 교육은 학교 수업시간처럼 강의시간이 50∼60분으로 짧아 좋습니다. 그러나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교육생들의 태도입니다. 교육생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 교육받는 태도가 불량(?)합니다. 교육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강사의 강의를 요모조모 평가하려고 합니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마찬가지의 특징이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분들은 정말로 강의를 열심히 듣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반응이 없습니다. 아마 오랫동안의 공무원 생활이 자신도 모르게 딱딱한 모습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강의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교육주제는 '공무원노조의 나아갈 길'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공무원노조의 역할과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주제에 접근하기에 앞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공무원도 노동자냐 혹은 공무원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가라는 문제입니다. 11월 14∼15일 전개된 공무원노조의 연가투쟁으로 이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공무원노조에 속한 당사자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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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2권과 0.2권 

일반국민들과 언론들은 "왜 공무원이 노동조합을 만들려하는가, 정부(행자부)가 공무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 노동2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국회에 제출하였는데 이렇게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라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만약 정부의 공무원노조 입법안이 노동2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라면 이 입법안에 대해 찬성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행정부의 "공무원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안)"(이하 '공무원조합법안')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노동조합 결성을 가로막는 교묘한 노조탄압법입니다. 그래서 노동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행자부의 이번 법안을 보고 노동2권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0.2권을 보장하는 법이라고 혹평하고 있습니다. 행자부의 공무원조합법안의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따져보도록 합시다. 

첫째, 노동조합 조직이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성'입니다. 노동조합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정권과 자본의 입김에 휘둘리는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이런 노조를 보고 어용노조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노조를 건설하고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과 자본에 좌우되는 조직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할 있는 자주성 있는, 즉 줏대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행자부는 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한다면서 이 조직의 이름을 '공무원노동조합'이 아닌 '공무원조합'으로 결정해 버렸습니다. 우리가 조그만한 친목단체를 만들 때도 그 단체의 이름은 그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노동조합을 인정한다면서 노동조합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홍길동' 신세가 되고 맙니다. 

홍길동의 비극이 무엇입니까?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똑같이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노동조합'이라는 이름대신 '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안)은 국민정서를 이유로 노동조합이라는 명칭 대신 공무원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행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생각의 소산입니다. 1989년 전교조가 노동조합을 건설하였을 때 '선생님이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는 이유로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만 결국 전교조는 합법화되었습니다. 공무원의 자주적 단결권이 인정된다면 단결체의 명칭은 그 단결체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자주적인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의 자주성 

둘째, 노동조합의 가입 범위 및 대상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공무원 노동조합의 명칭만큼이나 중요한 것입니다. 정부(안)은 조합 가입 대상자의 범위를 6급 이하로 일률적으로 규정함으로써 5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구체적인 담당업무나 직책에 관계없이 가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노동조합법의 기본 정신인 단결권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노조법에 의하면 조합원 자격을 직급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제한하여 규정하지 않고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소위 사용자의 이익대표자)의 참가를 제한하는 소극적 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공무원조합법안은 공안직군 공무원 전체를 제외하고, 더 나아가 인사·예산·경리·물품출납·비서·기밀·보안·경비·방호·운전 기타 이와 유사한 행정기관의 관리·운영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도 제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ILO 제87호 조약에 위반되는 사항입니다. 

셋째, 노동조합 조직 구성의 문제입니다. 노동조합의 힘은 단결에 있으며 단결의 기초는 '사람 수'입니다. 그런데 '사람 수'는 노동조합이 어떤 조직 형태를 취하는 야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예컨대 전교조는 전국단일 노조 형태이므로 선생님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어디에 근무하는지와 그리고 그가 어떤 지역에서 사는가에 관계없이 하나의 조직에 가입합니다. 즉, ○○초등학교 따로, △△고등학교 따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면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노조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교사노동조합의 힘이 커지고 권익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공무원노조도 지역이나 기관에 관계없이 전국단일노조를 건설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공무원조합법(안)은 공무원조합의 설립범위에 대하여 "국가공무원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행정부에 각각 전국단위로, 지방공무원은 특별시·광역시·도 단위로" 공무원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공무원 종류나 직군·직렬 등 직무분야별 공무원만으로 구분하여 공무원조합을 설립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즉 공무원의 설립단위를 법률로 강제하여 지방과 중앙을 구분하고 기관별로 별도 설립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정부(안)대로 공무원노조가 설립되면 공무원의 힘은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의 임금이나 연금제도 등 모든 보수 및 근로조건은 기관이나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직형태는 조직 구성원 스스로 정하는 자주적 권리인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무원조합법(안)은 단결권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독소조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결권에 국한 된 것이 아닙니다. 단체교섭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기본권 인정 싸움

공무원조합법(안)은 교섭사항을 보수 기타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조직·인사·예산편성 등 관리에 관한 사항은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섭 사항을 국한하게 되면 정부가 우려하는 대로 공무원노조는 집단이기주의 단체로 전락하게 됩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권익향상뿐 아니라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투명한 인사·승진의 문제, 예산 감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확대해야 합니다. 공무원노조에 대해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해 단체교섭조차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그러한 단체의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공무원조합법(안)은 많은 제약 요소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가지 사례만 이야기하면 공무원노조의 설립 시기를 2006년 1월 1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늦게 공무원노조를 합법화하려면 왜 지금 시기에 이렇게 난리 법석을 피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현재의 공무원조합법(안)은 국제적 압력과 공무원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한 것입니다. 이러한 법안은 사실상 직장협의회 법률안을 이름만 바꾼 결과로 보여집니다. 

현재의 정부와 전국공무원노조의 대립은 노동3권이냐 노동2권이냐의 대립이 아니라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싸움인 것입니다. 첫 단추가 중요합니다. 최소한 전교조가 확보한 노동권만큼 정부가 보장하는 안을 가지고 나올 때 전국공무원노조와 대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전교조는 이러한 권리를 확보하는데 1,500명 이상의 교사가 해직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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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가 바로 서야

모든 사람들은 인권이 보장된 사회를 원합니다. 그런데 인권의 가장 기본인 '노동권'에 대해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가입국중 유일하게 공무원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UN인권위와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공무원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수 차례 받았습니다. 한국은 OECD로부터 노동법 관련 특별감시대상국으로 지정 받은 상태입니다. 2002년에도 특별감시를 계속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져 국제사회로부터 노동기본권 탄압국으로 비난받고 있습니다. 이제 공무원노조 건설 및 합법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추세입니다. 12월 19일 어느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이 시대적 요구를 외면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공무원노동조합의 역할입니다. 다른 노동조합과 달리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갖는 특수성을 잘 고려할 때 공무원노조는 국민 속에 그리고 공직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역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운동입니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운동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역할을 중점적으로 추구하게 됩니다. 

첫째, 경제적 역할입니다. 노동자가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임금 기준은 생계비인데, 생계비는 다시 최저생계비, 표준생계비, 고급생계비로 구분됩니다. 공무원의 임금은 하위직으로 갈수록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공무원의 임금이 적정한 수준에서 보장되지 않으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앨 수 없습니다. "공무원들이 월급 받아서 먹고사느냐"는 국민들의 비난은 공무원 사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의 표현입니다. 이제 공무원들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관행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떳떳한 공무원으로 거듭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적정한 보수수준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이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 있는 최소한의 근로기준 관련 사항을 법으로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되고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이전에는 가능한 한 이 부분에 대한 요구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열악한 임금수준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들은 공무원들의 임금 수준이 꽤 높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혹시 월급이 적더라도 퇴직후 평생 연금이 보장되지 않느냐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생활과 임금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난 후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순리라 생각합니다. 

일터 민주화
 
둘째, 직장(일터)의 민주화입니다. 노동조합의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나의 일터를 투명하고 깨끗하게 그래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을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관행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 공직사회는 커다란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공무원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합니다. 

우선 공직사회는 투명한 인사승진 제도를 결여하고 있습니다. 소위 지연, 학연 그리고 낙하산 인사로 표현되는 공평하지 않은 인사관행은 공직사회를 병들게 하는 요소입니다. 이런 부분을 척결하고 바꾸어나가는 것이 공무원노조의 역할입니다. 다면평가제, 상향평가제 등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사관행이 확립될 때 조직은 투명해 집니다. 덧붙여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잘 관리·운영하는 역할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지방자치제로 군수 등 기관장이 주민 눈치를 보게 되고, 이를 감독하기 위해 시·군·구 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제도는 있지만 자기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공무원 노조가 이러한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기관장을 비롯한 고위층들은 몇 년 일하다가 그만두면 끝이지만 실제로 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가꾸어 나가야 할 사람들은 바로 여기 모이신 공무원노동자들입니다. 권력과 금권이 판을 치는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서민대중의 편에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맑은 공직사회를 만드는 역할이 바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임무인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개혁 

셋째, 한국사회의 민주적 개혁입니다. 모든 사물이 연관되어 움직이는 것처럼 공무원의 삶은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권력구조가 민주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봉사는 사실 '권력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에 불과했습니다. 이렇듯 공무원들의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우리 사회는 민주적으로 개혁되어야 하며 민주주의 확장은 단순히 정치적 영역만이 아니라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분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공무원노동조합 활동은 공무원들만의 단결이 아닌 전체 노동자들과의 연대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한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국가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로 노동시간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공무원들은 365일 대기 인생(?)이라 노동시간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한 기업단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5일제 노동시간 단축은 그 사람이 공무원이건 사무직이건 생산직 노동자이건 똑같이 바라는 염원입니다. 이런 문제를 연대하여 해결하는 것이 사회개혁 투쟁입니다. 

외환위기이후 우리사회가 80:20의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로 변했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 틀을 깨뜨리지 않는 한 한국 사회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 할 수 없습니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원인은 잘못된 세제제도, 부동산 투기 등 제도적 요인 때문입니다. 

2002년에 우리나라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자로 신고한 사람이 51,000명 정도 됩니다. 이 사람들은 1년에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으로 4,000만원이상 받는 사람들입니다. 즉, 은행에 돈 넣어놓고 한 달에 350만원이상 이자를 받는 사람들입니다. 1년 내내 일하고도 연봉 2,500만원도 안 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말입니다. 

공무원이 깨어나야 

새롭게 출발한 공무원노조 앞에는 많은 과제들이 놓여 있으며 이를 하나하나 잘 해결해 나갈 때 공무원노조는 한국사회 개혁의 주체로 그리고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조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무원 스스로 노동자라는 자각을 가져야 합니다. 아직 스스로 노동자로 불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분이 많습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그 동안 정치권력이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적 왜곡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노동자' 라는 단어의 개념과 이미지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생산직노동자는 말한 것도 없고 방송국의 기자와 PD가, 병원의 간호사가, 대덕단지의 과학기술자들이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나섰으며 작년 11월에는 교수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노동자로의 자각은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망각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공무원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두 가지 요소를 잘 보자는 것입니다. 새도 좌우의 날개로 날 수 있듯이 공무원들도 이제까지 '국민의 봉사자'라는 이름아래 감춰져 있었던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둘째, 공무원 조직의 힘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힘이 확대될 때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도 앞당겨지고 공무원의 한 맺힌 염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로 결집된 조합원 수는 약 8만명입니다. 이 숫자가 20만∼30만 대오로 확대되면 공무원노조가 잘못된 관행과 풍토를 바꾸는 행정개혁의 기관차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우리 기관만이 아니라 전체공무원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공무원 노조의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성숙한 노동조합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공무원노조와 같은 공공부문 노조의 활동과 투쟁은 국민경제와 대중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점에서 '강한 정치적 성격'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공무원노조의 활동과 투쟁이 '공공성 실현'에 부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계획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적이고 집단적인 문화를 형성하여야 합니다. 노동조합운동은 '한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동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00년전쯤 캐나다에서는 자연 속에 살던 인디언들을 보호지역이란 울타리 속으로 몰아넣고 땅을 빼앗아 버렸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백인 마을에 어쩔 수 없이 끼어 살게 되었다. 인디언 아이들이 백인 아이들 학교로 편입되었다. 학기말 시험을 치르는 날, 선생님이 오늘 시험문제는 아주 어려우니 잘 풀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백인 아이들은 책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 책상과 의자를 옮겨 줄을 맞추는데, 인디언 아이들은 책을 몽땅 꺼내 갖고 자기들끼리 둥그렇게 마루에 둘러앉는 게 아닌가. 선생님의 꾸중에 인디언 아이들은 대답했다. 어려운 일은 모두가 힘을 합쳐서 풀어 가야 한다고 어른들께 배웠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