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 2002. 11. 2(토) ·곳: 사무금융연맹 사무실 ·만난이: 이명규 『노동사회』편집부장 lee@klsi.org *************************************************************************************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신데, 정치위원회는 무슨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민주노총은 1995년 만들어질 당시부터 강령에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 대선 과정에 적극 결합했습니다.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이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세력으로서의 자리매김, 아울러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정당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됐습니다. 현재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화입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활동을 하는 조직이 정치위원회입니다. 연맹과 지역본부에 정치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12월 대선에서 민주노총의 방침은 무엇입니까?
대선에서 민주노총의 4대 목표는 ①노동자의 확고한 정치적 기반의 마련 ②민주노총의 주요 요구를 확산 및 관철 ③노동자의 정치의식을 강화 ④진보진영의 정치적 단결과 당의 강화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투쟁과 선거투쟁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과 진보의 상을 명확히 대중에게 인식시켜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로서의 계급적 투표를 조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대선에 민주노총은 어떤 활동을 할 계획입니까?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민주노총은 10월25일까지 연맹별로 한 명씩, 10명 내외를 민주노동당 선거본부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사람을 물색 중인데 연맹의 투쟁 일정과 임원 선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에서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역량 있는 사람을 파견해 줄 것을 산하조직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의 경우,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사무금융연맹에서 정치실천단을 만들어 활동했지만 구체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선거자금을 모으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올 대선에서는 과거 방식을 넘어서 선거운동과 직접 결합하는 정치실천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산하조직들에서 지도부 선거가 많아 고민이지만, 올해는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당 지역조직의 결합을 강화해 지역차원의 선거운동을 만들 생각입니다. 재정은 조합원 1인당 천원 모금을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한 상태입니다. 1차로 11월13일 점검을 하고 다시 독려할 생각입니다.
대선과 관련돼 진행중인 실천사업을 소개해 주시죠.
민주노총은 소책자 5만 부를 발행해 단위노조에 배포하였고, 포스터와 노동과세계 특보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11월29일까지 각 지역의 정치실천단 발족을 모두 마친다는 목표로 지역에서 활발히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치위원들을 중심으로 한차례 대선 강사단 훈련을 마친 상태입니다. 또한 당에도 인력을 파견하여 조직위원회와 홍보위원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추가로 파견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11월 말부터 민주노총의 임원들이 3대 악법 철폐와 대선 승리를 위하여 지역을 순회하며 조합원들을 조직할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의 지구당이 없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런 지역은 노동조합을 선거 연락 사무소로 등록해서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당의 조직적 기반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단위 사업장까지 정치 사업 담당자를 마련해서 이메일, 휴대폰 문자 메세지 등 선전 활동을 구축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구축 중입니다.
공동투쟁본부 논의 등 대선 방침에 대한 혼선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노총은 대선 기간 동안 진보 진영의 단결된 실천을 바랬습니다. 진보 진영에서 복수의 후보가 나왔을 때, 조합원들로부터 왜 진보 운동하는 사람들은 집결하지 못하느냐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을 잡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범국민추진기구(범추) 논의 당시에도 사회당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범추와 공투본 논의는 단일 후보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약간의 의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투본 논의는 대중 투쟁과 선거 투쟁의 결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통의 투쟁 과제를 제기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공투본이 성사가 안된 점은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공동투쟁본부는 노동자의 힘의 제안을 받아들여 구성된 조직이었는데, 노동자의 힘이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무산되었습니다. 문제점이 무엇이었습니까?
공동투쟁본부의 논의 과정에서 공동투쟁본부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공동투쟁과제에 대해서는 참여 단체들간에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다만 대선 후보의 등록 문제를 두고 조직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보의 법적 등록 방식 문제가 애초에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저는 노동자의 힘이 법적 등록 방식 문제 자체를 초기부터 전제로 이야기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후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는 단체들도 있고, 노동해방 대선실천단이 규모있게 조직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노동자의 힘과 그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활동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원하는 활동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상당히 컸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론 안됐지만, 이후에도 이런 노력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의미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후 대선 공동대응을 어떻게 진행할 생각이십니까?
현재는 공투본 논의가 시기와 현실을 감안할 때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만일 공투본을 꾸릴 경우 대중조직 전체가 들어오면 또 다른 차원의 공투본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농은 11월13일 농민대회에 집중하고 있고 정치방침과 관련되어 내부에서 논의되는 게 없습니다. 11월21일 전농 중앙위원회에서 정치방침을 처음으로 논의하게 됩니다. 그 논의가 끝나고 나서 투쟁본부를 만들면 시기가 너무 늦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공투본 논의와 아울러 대의원대회와 중앙위원회의 정치방침이 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방침대로 활동할 것입니다.
한국노총이 민주사회당을 창당했습니다. 위원장님은 민주사회당 창당을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사회당 창당에서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바로 의미의 측면인데, 과거 한국노총의 정치 활동은 주되게 정책연합이었습니다.
민사당 창당은 정책연합이 철저하게 한계에 부닥쳤음을 인식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책연합이라는 형태로 표를 주고 지원했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삶의 조건이 하나도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이점에 대해서 내부의 자각이 있었다고 봅니다.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것은 지금까지의 자기 활동을 반성하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왜 그것이 독자적인 정당 창당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 합니다. 노총 조합원 중 일정 정도의 사람들이 민주노동당 당원이기도 하고, 민주노동당 당대회 부의장이 한국노총 조합원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을 통해서 자기의 정치세력화를 할 수도 있을 텐데 독자적인 정당 창당으로 나갈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창당을 주도한 세력을 보면, 지금까지 주되게 정책연합으로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과연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 갈 것인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장담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사회당이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얘기가 기성 정치권처럼 일정 자리를 요구하거나,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정체성을 새롭게 바꿀 것을 요구하는 식으로 흘러간다면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칫 잘못해서 이런 식으로 간다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강령 변경과 지분을 요구한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국노총이 창당을 한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막을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는게 아니지만, 민주노총이 생각하는 우려를 적극 제기할 것입니다.
노동연대처럼 노무현을 지지하는 흐름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동연대에서 하고 있는 활동이 실질적으로 확산되고 있지 않습니다. 비판적 지지는 예전에도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비판적 지지의 흐름들은 해가 갈수록 규모나 위력 면에서 줄고 있습니다. 97년의 비판적 지지 흐름과 지금의 비판적 지지 흐름을 비교해보면 민주노총 내부에서 그다지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몇몇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빼가고 참여시킬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을 흔들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봅니다.
노동연대는 주로 민주노총을 공략하는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자신의 방침을 지켜내기 위한 전통을 갖고 있고 실질적으로도 그러합니다.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 봅니다.
비판적 지지의 약화가 민주노동당의 지지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급투표를 조직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핵심전략입니다. 계급투표의 성향들이 지자체 선거를 계기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급투표를 어떻게 확고하게 만들어 낼 것인가는 활동에 의해 좌우된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민주노동당의 현 단계에서 조직화의 대상은 바로 노동자라는 점입니다. 계급투표를 조직하기 위한 활동을 민주노총은 하고 있는데, 과연 민주노동당은 계급투표를 조직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언론과 미디어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미디어에 치중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그 속에서 투쟁하는 대중들의 요구를 담아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그냥 두루뭉실하게 가다보니까 당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게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대선 후보를 우리가 지지해야 할 정당이고, 후보라고 명확히 인식을 할 수 있을 때 지지율이 상승하리라 봅니다.
저는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여전히 지역주의의 틀에 갇혀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계급투표를 하기 위한 활동 기반이 커져 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와 민주노동당의 역할분담으로 이 문제를 풀어 갈 것이 아닙니다. 역할 분담이 활동 과정에서 점차 두 단체가 소원해지고 있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를 시급하게 복구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창당 초기에는 민주노총의 사회, 정치적 영향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민주노동당은 약진한 반면 민주노총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1997년 IMF 위기 이후, 단결하는 기풍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경제 위기 이후 민주노총은 방어적 모습만을 띄워 왔습니다. 내부적 문제이기보다는 전반적인 국가 상황이 그런 측면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한편, 진보정당 또는 혁신정당이 이전에도 있었으나, 선거만 끝나면 해체되는 경험을 주목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승리21 대통령 선거 이후에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은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이 굳건히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민주노총이 없었다면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겪었을 겁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그간의 민주노총의 활동이 뒷받침되어 민주노동당이 창당할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노조는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정당으로부터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브라질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위원장님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당과 노조의 관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다만, 그것이 나타나는 형식은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이고 이것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당과 노조의 결합도는 시기나 상황에 따라서 언제나 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일반적 원칙의 제시보다는 우리의 상황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당장 집권을 바라볼 수 있는 진보정당이 있는 상황도 아니고, 오히려 진보정당을 키워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에게 주어진 역할과 과제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민주노총 내부에도 정당 선택 자율성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개인의 정치적 자유는 민주노총이라고 해서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보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조직으로서 자기 방침이 있습니다. 그 조직의 방침이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구속해서는 안되지만, 조직은 조직 나름의 방침을 가지고 대중을 지도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현재 민주노총의 방침을 불변의 진리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방침은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이 방침이 문제라면 대의원대회를 통해 다시 바꾸면 되는 문제입니다. 물론 지금의 정치방침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지만, 모든 개인들이 다 동의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것을 비판하는 것은 자유지만, 어겨서는 안됩니다. 어길 경우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에서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가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만일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대의원대회를 통해 새롭게 결정해야지 이것에 브레이크를 걸면 안됩니다.
끝으로 대선 이후의 정치위원회 활동 계획은 무엇입니까?
대선의 의미 중 하나가 2004년 총선을 대비한다는 것입니다. 그 의미는 단순하게 표를 이번 대선에서 얼마 얻는다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계급 투표 전략이 얼마나 관철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선택이 하나로 결집될 수 있을 때 2004년 총선에도 결집된 하나의 힘으로 나올 수 있다는 차원에서 대선이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대선을 통해 조직을 남겨야 합니다. 두 가지 차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합원 당원을 늘리는 것과 전국적으로 민주노동당 지구당이 없는 곳에 노동조합이 연락소를 맡고 향후에 지구당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구당과 지역 본부가 선거를 같이 한다면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적인 채널을 만드는 작업을 할 작정입니다. 2004년 총선이 사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활동은 앞으로 계속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