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어디까지 왔나?

노동사회

주5일 근무제 어디까지 왔나?

admin 0 3,689 2013.05.08 10:21

 


주5일 근무제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쉽게 감 잡기가 어려운 상태다. 지난 7월 노사 합의 실패 이후 공이 정부로 넘어갔으나, 역시 우여곡절 끝에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10월17일 간신히 국회에 제출되긴 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논의 당사자인 노사가 반대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 선거를 앞둔 국회도 여기에 신경 쓸 여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지난 2년 간의 우여곡절은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국회에서 주5일 근무제는 더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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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노사정 대타협 이후 4년을 끌어온 주5일 근무제의 국회통과가 노사 양측의 반발에 부닥쳐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은 민주노총.한국노총 제조부문노조의 공동기자회견.  ▷출처:참세상 ]

주5일제 논의의 배경과 경과

간단히 주5일 근무제의 논의 시작부터 국회 제출까지 지난 2년 간의 경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따라 잡아야 지금 왜 노사가 반대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처리가 될지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감 잡을 수 있다. 

주5일 근무제는 1998년 노사정 대타협 당시 정리해고 허용의 반대급부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처음 제기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은 그 뒤로부터 2년 뒤다. 2000년 4월 총선 당시 한나라당, 민주당이 모두 공약으로 제시했고, 민주노총이 5월 총파업 당시 전면에 내걸면서 부각돼, 노사정위는 5월 근로시간단축특위를 구성한 것이다. 이 결과로 일단 같은 해 10월23일 △ 주40시간, 연간 2,000시간 이내 단축, △ 휴일·휴가 합리적 조정 및 실제 사용하는 휴일·휴가일수 확대, △ 업종별·규모별 단계적 시행 등 큰 틀에서의 '기본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 뒤부터 2년 동안 논의는 거의 합의가 될 듯 말 듯 하며 공전만 거듭했다. 2001년 9월 공익위원안이 제출되면서 논의가 본격화되는가 싶었고, 12월 노사정위 합의대안이 제출되면서 거의 합의까지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높였다. 그러다가 다시 해를 넘겨 지난 4월 노사정위는 조정안을 제시하며 다시 한번 합의를 시도했지만 끝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7월 마지막 합의가 시도됐다. 노사정위는 정말 이때도 합의가 안 되면 결국 정부로 공을 넘기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남은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임금보전 방식과 연차휴가의 가산연수 문제였다. 노동계는 기존 임금이 저하돼서는 안 된다며, 이를 법 부칙에 세세히 명시해줄 것과 연차휴가 가산연수도 2년마다 1일씩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계는 임금보전은 명시적으로 언급하면 되고, 가산연수는 3년마다 1일씩을 보탤 것을 요구했다. 

1998년 노사정 대타협 이후 4년을 끌어온 주5일 근무제의 국회통과가 노사 양측의 반발에 부닥쳐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로 공은 넘어갔으나

일단 공은 정부로 넘겨졌다. 과연 정부안이 어떻게 나올 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지난 9월5일 드디어 정부안이 발표됐다. 노동부는 지난 2년 동안의 노사정 논의 결과를 토대로 작성했다고 했으나, 썩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첨예한 쟁점인 주휴문제와 관련해 무급인지, 유급인지 정하지 않고 입법예고를 한 것 자체가 일찍이 예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안은 안팎에서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노사의 반발은 예상이 됐던 것이라고 치고, 정부 내에서의 노동부 왕따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정부안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이같은 현상이 예고되긴 했다. 당초 노동부는 노사정위 논의 결과를 기초로 안을 만들었으나 어쩐 일인지 입법예고안은 그보다 후퇴한 안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 등 1년 미만 근속자의 휴가일수가 기존 논의안의 월 1.5일(연 18일)에서 월 1일(연 12일)로 줄어든 것이나, 대통령으로 위임한 시행시기 규모를 기존의 20인 미만에서 30인 미만으로 확대한 것이다. 30인 미만은 전체 노동자의 60.6%인 800만 명이 해당되며, 빨라야 2007년부터, 그러나 기한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재경부, 산자부 등 경제부처들의 압력 탓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항이다. 후문에는 애초 경제부처들은 50인 미만으로 더 확대하려고 밀어붙였으나 노동부가 그나마 완강히 버텨서 30인 미만으로 절충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나마 이것도 정부 내에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대의 복병은 '규제개혁위'였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1998년 출범한 규개위는 뜻밖에 주5일 근무제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애초의 역할인 규제정책을 심의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아예 '주5일 근무제를 꼭 해야 하냐'며 정부의 정책방향 자체를 흔들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전윤철 경제부총리가 10월8일 관계부처장관회의에서 "규개위가 뭐하는 곳이냐"며 "왜 정부정책에 하라 마라 말이 많으냐"고 호통을 쳤다는 뒷 얘기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부는 규개위의 권고대로 시행시기를 300인 미만부터 1년씩 뒤로 늦춰 20인 이상은 2007년 7월까지, 20인 미만은 2010년까지 기한을 두고, 주휴일은 유급으로 유지하기로 한 최종정부안을 마련해 10월15일 국무회의를 통과시키고, 17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안 내용은 무엇인가

정부안의 기본 바탕은 방용석 노동부장관이 말한 대로 지난 2년 간의 노사정위 최종 논의안을 토대로 한 것이 맞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애초 노사정위 최종 논의안에서 국회에 제출된 최종 정부안까지는 일반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보다 많이 반영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국회에 제출된 최종정부안은 △ 임금보전의 경우 법부칙에 종전에 지급 받던 임금수준과 시간급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는 포괄적인 내용으로 규정하고, 노동부는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임금보전'이 되도록 행정지도를 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 국무회의에서는 최초 1년에 한해 임금보전을 한다는 단서가 덧붙여졌다. 

△ 연차휴가일수는 1년 이상 근속자는 15∼25일, 2년마다 1일씩 추가, 1년 미만 근속자는 한 달에 1일씩의 휴가를 주기로 했다. 또한 휴가사용촉진방안을 신설했다. △ 초과근로상한선은 현행 12시간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16시간을 적용키로 했다. △ 초과근로수당 할증률은 현행 50%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최초 4시간 분에 대해 25%를 적용키로 했다. △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현행 2주∼1개월 단위를 3개월 이내로 확대하고, 일 12시간, 주 52시간으로 한도를 정했다. △생리휴가는 현행 유급에서 무급으로 변경하고, △주휴는 입법예고 당시 '미정'으로 결정을 뒤로 미뤘다가 지난 국무회의에서 최종 유급 지속으로 결정했다. 

△ 시행시기는 당초 입법예고안에서는 공공부문, 금융·보험업, 1,000인 이상 사업장은 2003년 7월까지, 300인 이상 2004년 7월까지, 50인 이상 2005년 7월까지, 30인 이상 2006년 7월까지, 30인 미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규개위의 개선 권고에 따라 정부는 최종 중간에 100인 이상을 하나 끼워 넣어 100인상 2005년 7월까지, 50인 이상 2006년 7월까지, 20인 이상 2007년 7월까지, 20인 미만은 2010년을 기한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키로 중소기업의 경우 1년씩 뒤로 미루도록 시행시기를 조정했다. 

또 노사정위 최종 논의안과 달리 이번 정부안에서 추가된 것은 부칙에 기존 단협 및 취업규칙의 갱신 노력의무 규정을 두어, 노동계는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밖에 선택적 보상휴가제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중소기업 지원대책 등에 대해서 추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발표하기로 한 바 있다. 

쟁점 대립 노사간 팽팽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정부안에 대해 당사자인 노사는 모두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사의 논리는 복잡하면서도 간단하다. 노동계는 주5일 근무를 한다는 명목으로 임금이 줄어들고 노동조건이 저하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고, 재계는 선진국인 일본보다 많이 쉬어서는 안 되며 중소기업은 아직 준비가 덜 됐으니 시행시기를 2005년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양대 노총은 공통적으로 '중소영세·비정규직 희생 없는 주5일 근무제'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정부입법안은 이런 면에서 못 미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우선 시행시기의 경우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20인 미만 사업장은 201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시행시기를 앞당기고, 비정규직의 휴가일수가 월 1일로 축소된 것도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임금 보전의 경우 정부안은 선언적 의미에만 머물고 있다며 확실한 임금보전안을 마련해야 하며, 단협·취업규칙 갱신 의무조항도 독소 조항이란 지적이다. 

물론 양대 노총의 입장은 한쪽은 협상 당사자였고, 다른 한쪽은 외곽에 머물러 왔던 만큼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협상 실패로 결론지어진 마당에서는 그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양대 노총 제조부문이 공투본을 구성하고 오는 10월27일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적극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양대 노총의 향후 대응도 이 같은 분위기를 유지할 전망이다. 

반면 재계도 반발의 수위를 계속적으로 높여왔다. 우선 재계도 시행시기를 문제삼는데,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시행시기를 늦춰줄 것을 계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정부가 규개위의 권고를 받고 중소기업의 시행시기를 1년씩 늦췄음에도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또 휴가일수도 일본보다 많다며 국제기준과 관행에 부합하는 제도개선을 이뤄야 하고 임금보전과 관련 가변적 수당은 임금보전에서 제외하는 것을 분명히 명시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 역시 노사정위 협상 과정에서 경총, 전경련, 중기협간 각각 입장 차이가 있었으나 현재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는 역시 견고한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재계는 이미 주5일 근무제 법안이 정부의 손을 떠난 관계로 앞으로 대국회 로비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방용석 노동부장관은 "당시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노사 양측 모두 정부입법으로 추진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며 "노사가 지금에 와서 정부입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방 장관은 "지금 정권에서 (법안을) 처리해줘야 차기 정권도 가뿐해질 것"이라며 현 정권내 통과 의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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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5일 근무제 시행 당사자인 노사가 정부안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입법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사진은 민주노총이 개최한 종묘 집회  ▷ 출처: 참세상 ]

정치권 선택 폭 좁아

그러나 전망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현재까지의 분위기다. 
우선 주5일 근무제 시행 당사자인 노사가 정부안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입법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이는 앞으로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실제 국회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쉽게 처리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인 관계로 더욱 조심스럽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 민주당은 모두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당론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국회 사정도 좋지 못하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기능을 멈추고 있는 지금, 정상적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 아니라 실제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해 보인다. 11월8일 정기국회가 문을 닫는데, 환경노동위는 법안 의결을 11월1일 하게 되고 본회의는 7, 8일께 열릴 예정인데, 주5일 근무제와 같이 민감한 법안을 공청회 없이 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면, 도저히 시간이 안 된다는 것이다. 

환경노동위의 한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는 뜨거운 감자로 양당 모두 쉽게 건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국회 상정까지는 국회 본연의 임무를 내세워 막을 수는 없겠지만 회기내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수당인 한나라당 입장도 비슷하다. 얼마 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모 방송국의 심야토론에서 이전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검토해서, 제1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처리하겠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는 주5일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대기업처럼 지금 실시해도 별 영향이 없는 곳은 바로 하면 되지만, 중소기업처럼 주5일제가 부담되는 곳은 노사합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법으로 아무날 아무시 언제부터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고 연내 국회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인 주5일 근무제, 지금 어수선한 정치의 계절에 적어도 올해 내에는 거의 '시계 제로'를 맞을 상황이 커 보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