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년은 '노무현 정권 시대'에 대응하는 5개년 사업방향과 노 정권 출범 첫 해인 2003년 사업계획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그동안 민주노총 사업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과제를 조직의 실천으로 담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이 수차 제기되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노동운동 발전전략' 수립 등으로 수렴하고자 시도했으나 미완으로 끝났다. 따라서 2003년 사업계획은 사업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사업방향을 먼저 결정하고 그 속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자 한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출처: 노동과 세계 ]
5년 운동방향, 평등·자주·연대
1997 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들어선 김대중 정권은 집권 5년 동안 노동자·민중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도 끈질기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역관계의 열세로 인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개방은 대체로 자본과 정권의 의도대로 관철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제구조, 산업구조, 노동시장은 5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이와 더불어 2002년 대선을 통해 정치권력이 재편되었다. 한국 노동운동은 변화된 정치 경제 상황에서 새로운 5년을 총자본과 맞서게 되었다.
이에 민주노총은 '평등', '자주', '연대'를 기치로 사회 변혁의 전망을 열어나가기 위해 신자유주의·세계화 분쇄, 중소영세비정규직 조직화, 산별노조 건설, 민주노총 혁신·강화 , 민중연대전선 구축과 민주세력의 연대 강화, 민족자주권 쟁취와 평화적 통일,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강화로 정치세력화 실현 등을 향후 5년간 지속할 5대 운동방향으로 잡았다.
투쟁 과제로는 신자유주의 분쇄 투쟁과 반미반전 평화·자주통일쟁취 투쟁을 설정하였다.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경제구조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고용불안이 증대했으며, 극단적 시장 논리에 따른 공공성 파괴, 빈부격차 심화 등 그 폐해가 극명히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세계화를 분쇄하기 위해 비정규노동과 차별 철폐, 노동3권 강화, 공공성 강화와 빈부격차 해소를 3대 사회 의제로 설정하였다. 지난 5년간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수세적 대응에 급급했다면, 향후 5년은 3대 사회적 과제 쟁취를 목표로 공세적 투쟁으로 전환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오는 2005 6년 전면적 정치총파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다.
또한 반미반전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해 한미행정협정·한미방위조약 등 불평등조약 전면개정과 민족자주권 회복, 주한미군철수와 한반도 미사일 방어망구축 저지, 북미평화협정·남북불가침조약 체결을 통한 평화군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미국의 침략전쟁 저지, 남북노동자 교류확대와 민간통일운동 활성화, 6·15선언 실현과 평화통일 실현을 과제로 설정하였다.
조 직 과제로는 중소영세비정규직 조직화를 가장 중요하게 추진할 것이다. IMF체제를 거치며 절반을 넘긴 비정규노동자 조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활적 과제이다. 따라서 하청·서비스·특수고용·지자체 비정규직·건설일용노동자 등 5대 핵심 부분에 대한 조직사업본부를 꾸려 조직화에 적극 나설 것이며, 5개년 계획으로 재정·인력의 30%를 여성·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 조직 사업에 투여할 것이다.
또한 2005년까지 전조직이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2006년까지 집단교섭 체제를 확립하며, 2007년에는 대산별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산별노조 건설운동을 힘있게 벌여나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신경영전략 이후 10년을 거치면서 빼앗긴 현장주도권을 복원하기 위한 입체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조직혁신과 총연맹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밑으로부터의 조합민주주의 강화와 정책연구원, 교육원, 노동방송국 설립 등을 통하여 조직의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다. 이와 함께 농민, 빈민, 청년학생, 시민사회단체 등 민중세력과 함께 민중생존권, 사회개혁, 민주개혁, 반미·반전·통일투쟁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한편,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2003년 주요 사업방침
2003 년은 향후 5년간 사업방향을 실현하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딛는 해로서 1단계 기초를 다지는데 주력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였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중단할 것을 총론적 요구로 하고, 우선적으로 지난 정권 하에서 국회계류 또는 추진중인 노동조건 개악법들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대선 공약 사항인 비정규직 노동자 기본권보장,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복지 확대 강화,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중단, 공무원 노동3권 보장과 직권중재 철폐 등의 이행을 위해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조직 과제로서는 산별노조 건설과 비정규직 조직화, 현장 복원과 조직 혁신을 위한 1차 년도 사업에 착수하여, 올해 안에 조합원 80%이상을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비정규 노동자 5대 핵심 조직 사업에 착수해 성공사례를 창출할 것이다.
정치 사업으로는 민주노동당 확대강화에 주력해 올해 조합원 5%이상을 당원으로 조직하며 정치실천단을 꾸려 일상적 정치사업을 강화할 것이다. 나아가 노동자 정치활동 토대를 확대하기 위해 투표일 공휴일 지정, 정당명부제 도입, 노조 정치 활동의 완전 보장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통 일 사업의 경우 미국의 전쟁 책동을 막아내고 반미자주 투쟁을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한편, 6·15남북공동선언 관철을 위한 국내외 연대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특히 연맹·지역본부·노조별 통일학교 운영과 각급 단위 통일위원회 구성, 자주통일실천단 조직, 우리쌀 확산운동 등 반미반전 평화통일 투쟁의 대중적 저변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연대 사업과 관련해서는 전국민중연대 본조직을 올해 출범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진보적 시민사회운동과 사안별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진보적 노동운동진영 구축을 위해 남아공, 브라질 노총을 중심으로 남반구연대를 강화하고, 다국적기업과 외국투자기업에 대해 국제적 감시운동을 펼칠 것이다.
신자유주의 반대투쟁과 반전평화 운동
국제적으로 초국적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 공세가 지속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2003년 3∼4월경에 농업·교육·의료 서비스의 개방을 위한 WTO 도하 아젠다 협상 양허안이 제출됨으로써 1차 고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일,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상이 본격 추진될 것이다. 개방 확대는 경제주권의 침탈과 함께 국내의 구조조정·정리해고,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조건 저하를 필연적으로 초래할 것이며, 이에 반대하는 반세계화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금융·공공·화 학 부문의 구조조정이 예정되어 있고, 자본과 정권은 통합도산법 제정으로 구조조정 기업에서의 단협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16대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구조조정 관련법(가스공사법, 철도민영화법, 정산법)의 개정이 2003년 중에 다시 추진될 것이다. 이와 함께 발전소 매각이 강행될 것이다.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는 대국민 공공서비스를 위축시켜 결국 노동자·민중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것이고, 국가기간산업을 외국자본에게 넘겨주어 경제의 토대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2003년에도 노동자들은 공공, 금융, 화학 등 구조조정저지를 위한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미국의 군사패권주의가 더욱 강화되어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조성되고 돌발사태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통일을 가로막고, 반민주적·보수적 기류 강화로 귀결될 것이므로 반전평화운동이 요청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남북 자주교류 확대, 국가보안법 철폐, 군비 축소, 평화협정 체결 등의 요구를 중심으로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의 여중생 살해 사건을 통해 폭넓게 확산된 민족자주권의 문제를 2003년에 소파개정, 주한미군기지 반환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출처: 노동과 세계 ]
빈부격차 개선과 노동조건 저하 저지
김 대중 정부 5년 동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저하되었다. 2003년도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침체와 이라크전쟁의 여파, 설비투자 감소,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위축 등의 영향으로 2002년 보다 낮은 5%대 성장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는 임금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4%에 가까운 물가상승은 노동자·민중의 생활고를 가중시킬 전망이다.
반면에 독점강화와 빈부격차 확대로 경제와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는 하층 가정의 파탄 위험성을 가중시킬 것이다. 따라서 임금인상 투쟁 준비를 치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정규-비정규, 영세-대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단체협약으로 보장토록 적극 요구할 것이다. 특히 임금인상에서 소외되어 점점 격차가 커지는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 수준 상승을 위해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 강화를 통한 빈부격차 해소를 사회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료기관 확대, 건강보험급여 확대,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민주화, 공공임대주택 20% 확보, 부유세 도입, 주식양도차익세 도입, 자영업자 소득파악 강화, 국방비 삭감을 통한 사회보장예산 20% 확보 등을 주요한 정책 요구로 제출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도 신자유주의 정책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며, 이는 큰 틀에서 김대중 정권의 정책방향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우선 2003년 상반기 중에 주5일제와 관련하여 근기법개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기업연금제 도입으로 퇴직금제도를 잠식하기 시작할 것이다. 경제특구 설치를 위한 시행령 제정 및 대상지역선정작업도 진행할 것이다. 따라서 2003년은 벽두부터 노동조건 저하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노동3권 강화와 산별교섭 쟁취
공 무원 노동3권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될 것이며, 임단투 시기 직권중재 조항에 의한 파업권 제한과 탄압이 여전히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등장은 교수·공무원노동 3권 보장, 직권중재조항 철폐, 실업자의 단결권 보장,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등 국제적 압박이 가중되어 온 노동3권 쟁취투쟁의 계기가 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모든 노동관련 사항을 강화된 노사정위원회에서 다루고자 할 것이며, 민주노총의 참여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도할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는 현재의 노사관계, 정치 지형에서 김대중 정권 때와 다른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 개편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현재의 노사정위원회 체제를 타파하고 노정, 노자, 노사정을 망라한 총체적 교섭구도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민 주노총 조합원의 41%가 산별노조 체제로 편입되고, 일부 조직의 노사간 집단교섭이 진척되는 등 산별노조 건설운동의 성과가 있으나, 사용자들은 여전히 기업별 노조 체제로 노동자들을 분할 지배하려 하고 있다. 2003년 민주노총은 총연맹 차원의 산별노조건설운동을 추진하여 조합원 80%를 산별노조로 전환시킬 것이다. 또한 사용자단체의 산별교섭 의무조항 강화, 대중적 산별 요구 제출과 산별 교섭·산별 공동투쟁을 추진할 것이다.
비정규노동자 조직화와 조직 역량 강화
제 조업 공동화와 서비스부문 확대 현상이 지속되고 그 결과 비정규직의 증대 등 고용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경제특구 설치로 인한 파견노동자의 확대, 근기법 개악으로 인한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 차별확대 등 2003년도에도 비정규노동자를 확대하고 차별을 강화하는 노동정책이 지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조직화를 실질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하청노동자, 서비스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지자체 비정규직노동자, 건설일용노동자 등 5대 핵심 조직대상을 선정하여 조직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각급 조직의 체계와 운영을 산별노조체계에 조응하도록 하고 비정규직을 수렴할 수 있도록 혁신하는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이와 함께 내셔널 센터로서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여 총자본에 대한 대응력을 한층 높일 것이다. 이를 위해 금년 7월경 정책연구원을 설립하고, 2004년 교육원 설립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