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제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추진된 '외자도입확충' 정책에 따라 외국인투자액과 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2001년 말 현재 외투기업은 11,515개로 1997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1999년 현재 외국인투자제조업체들의 생산규모는 64조원으로 국내 전체 제조업체 매출총액 480조원의 13.3%를 차지하고 있다. 외투기업의 한국경제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경제의 종속성' 및 외투기업 '노사관계'가 사회적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글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외투기업의 문제를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한다
2. 외국인직접투자와 외자기업 현황
1) 전체 총괄
우 리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에 대한 절대적인 비중은 세계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1)이었으나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액은 1962∼1986년에는 연평균 1.5억 달러였으나 1987∼1993년에는 10억 달러로 확대되었고, 1997년 70억 달러, 1998년 89억 달러, 1999년에는 155억 달러로 급증하였다.([그림1] 참조) 이 결과 1998년부터 4년간 52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함으로써 1962년부터 1997년 사이의 유치액 246억 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를 기록하였다.
투 자액 급증에 따라 한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은 1997년 4,419개에서 2.6배 증가하여 2001년 10,000개를 넘어 2001년 말 현재 11,515개로 늘어났다. 또한 1999년 제조업 외투기업의 고용인력은 20만명으로 국내 제조업 총 고용 250만명의 8%를, 무역흑자에서는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투자의 특징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건당 투자 규모가 5천만 달러를 넘는 대규모 투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5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는 1997년까지 전체의 31%를 차지한 반면 1998년에는 66%, 1999년에는 77%를 차지하였다. 두 번째 특징은 이러한 대규모 투자들이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동안 Philips, Volvo, P&G, GM 등 대표적인 다국적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M&A형 투자 유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98∼99년 30대 재벌의 투자유치를 투자유형별로 보면, 사업부문 매각이 41억 달러로 52%를 차지하고 구주매각이 7억 달러로 9%를 차지하여 총 61%가 매각의 형태를 띠고 있다. 새로운 생산시설 투자보다는 M&A형 기업매각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2) 투자국가별 비교
외 국인직접투자를 투자 국가별로 보면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까지 한국 투자비중이 높았던 일본의 비중이 약화되고 있으며 90년대 이후 유럽국가의 비중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표1]에서 보듯이 이 같은 경향은 IMF 위기 이후에 더욱 확대되고 있다.
유 럽기업의 국내 진출은 1997년 20억, 1998년에는 30억 달러에 육박했으며 1999년에는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유입액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의 33%에서 1999년 40%로 상승하였다. 1962년부터 현재까지의 외국인직접투자의 지역별 구성비를 보면 유럽(29.5%), 미국(29.3%), 일본(14.6%) 순이며, 유럽지역 내에서의 국가별 투자현황을 보면 네덜란드(43.7%)와 독일(21.5%)의 비중이 가장 높다.
3) 산업·업종별 비교
지 난 외환위기 5년 동안(1997∼2001)의 외국인직접투자액(비중)을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산업 326억 달러(55.4%), 제조업 260억 달러(44.1%), 1차 산업 3억 달러(0.5%) 순이다. 외환위기 이전 인 1962∼1996년까지와 비교하면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39.6%에서 51.8%로 12%이상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 림2], [그림3]은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업종별 현황이다. 먼저 제조업을 보면 지난 5년 동안 외국인투자가 집중된 곳은 전기 87억 달러(33%), 기계 32억 달러(12%), 화공 29억 달러(11%), 식품 25억 달러(10%)이며 뒤를 이어 운송(8%), 제지(7%)의 순이다. 특히, 기계·전기전자·금속·운송 4개 업종을 합하면 58%로 이들 업종의 비중이 급속히 확대 된 것을 알 수 있다. 서비스업의 업종별 현황을 비교하면 숙박 73억 달러(22.4%), 금융 63억 달러(19.5%), 도소매 36억 달러(11.3%), 전기가스 14억 달러(4.3%) 순이다. 금융과 보험업종을 합하면 23.2%로 서비스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 5년 동안 금융산업에 유입된 투자액 총액은 75.6억 달러이다.
제 조업 업종별로 5,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가 유입된 기업을 보면, 업체 수 기준으로 전기·전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기계, 화공, 식품 등의 순이다. 전기·전자산업에서는 필립스가 LG전자와 LCD 사업부문에 16억 달러를 투자하여 LG.Philips-LCD를 설립한 것을 비롯하여 11건의 5,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기계산업의 경우 6건의 대규모 투자가 유입되었으며 그 중에서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웨덴의 볼보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토목공사장비, 굴삭기, 로다, 크레인 등의 사업부문을 인수하였으며, 엘지그룹은 엘지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을 미국의 오티스에 매각하였다. 한화그룹은 한화베아링의 지분 70%를 독일의 FAG에 매각하여 경영권을 넘겨주었다. 그밖에 대한중석초경, 한라공조, 만도공조, LG금속 등이 외국기업에 매각되었다.
또한 외국인직접투자는 제조업분야 뿐 아니라 경제의 심장부라 할 은행을 비롯하여 증권, 보험사등 금융시장, 부동산 시장으로 확대되었다. 2002년 11월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제일은행(51%), 국민은행(67.5%), 주택은행(62.40%), 한미은행(65.6%), 신한은행(46.8%), 하나은행(45.1%)로 외국인이 최대주주이거나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 보험업에서도 구(舊)대유증권, 조흥증권, 쌍용증권은 영국의 리젠트 퍼시틱, 대만 KGI 그룹, 미국 H&QAP에 매각되었으며, 제일생명, 영풍생명은 독일의 알리안츠, 영국의 푸르덴셜에 매각되었다. 또한 외국자본은 부동산시장에도 진출하여 서울시내 주요 대형빌딩 19건, 총 2조원 어치를 구입한 상태이다. 이러한 결과 외자기업들은 석유화학, 제지, 식품 등의 산업에서 50% 이상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3. 외투기업과 노사관계
1) 기존 이론
외투 기업 노사관계에 관한 연구는 세계화 논의와 결합되어 있다. '이윤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 어느 곳으로나 이동할 의지가 있는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통제되고 민족경제가 하위로 편입되는 단일 세계경제체제'를 세계화라 하듯이 세계화의 중심에는 다국적기업이 있다.
다국적기업(외자기업)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세계화 논의와 연관하여 외투기업의 확대가 세계적 규모에서 고용 및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둘째 다국적기업의 노사관계 관리 유형에 관한 문제이다.
먼 저, 세계화와 연관된 다국적기업 논의를 보면 다음과 같다. 크로티(Crotty) 등은 다국적기업 확대가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론을 ① 바닥으로의 경주, ② 정상으로의 등정, ③ 신자유주의적 수렴, ④ 불균등 발전, ⑤ 공연한 법석 등 다섯 가지로 유형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이동성 증가는 자본을 이롭게하는 반면 노동자와 공동체는 패하게 한다는 것이 '바닥으로의 경주' 이론이고, 이와 반대로 다국적기업은 저임금과 낮은 세금보다는 고학력과 훌륭한 인프라스트럭처 등에 집중되므로 자유로운 자본과 경쟁은 바닥으로의 경주를 낳기보다는 세계적으로 '정상으로의 등정'을 부추길 것이라고 본다. 신자유주의적 수렴 이론은 두 번째 논의와 유사성을 갖는데, 다국적기업을 통한 자본과 기술의 이전은 가난한 나라의 생활 수준을 부유한 나라의 생활수준보다 더 빠른 속도로 향상시켜, 결국에는 생활수준에서 세계적인 수렴을 낳는다는 입장이다. 네 번째로 불균등 발전 이론은 세계의 한 지역(북반부)이 다른 지역(남반부)을 희생하여 성장할 것이라는 제국주의 이론과 유사하다. 이에 반하여 마지막 견해는 다국적기업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즉, 다국적기업의 지표인 FDI는 국내총생산에서 아직 적은 비율을 차지할 뿐이며, 그것도 선진국 중심국가에서 진행되므로 수렴도 바닥으로의 경주도 낳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국적기업이 노사관계 및 고용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와 같이 5가지로 유형화 한 후 이들은 규제완화와 전지구적 시장 지배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는 '바닥으로의 경주'의 결과가 지배적일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노사관계 관리 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프렌켈과 로얄(Frenkel & Royal, 1999)은 세계화와 다국적기업의 확대에 따른 노사관계의 변화 유형을 ① 억압모델(repression model), ② 포섭 가설(incorporation hypothesis), ③ 상호이익 가설(mutual gains hypothesis) 등 3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억압 모델'는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 근거한 것으로 자본의 이동성 확대에 따라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운동이 약화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포섭 모델은 인적자원이론가(HRM)들에 의해 주장되는데, 다국적기업이 갖는 기업 이미지로 인해 기업과 노동자의 이해가 조정되고, 노동자들은 개인의 능력 개발과 성취 지향에 따라 높은 수준의 고임금을 보장받게 된다. 노동조합은 불필요하게 보이지만 기업의 하위 파트너(junior parter)로서 허용된다. 마지막으로 상호이익 가설은 단체교섭의 이점을 강조하는 모형이다. 기업주는 노조를 기업의 파트너로 인정하며, 다국적기업의 진출에 대해 노동자는 기업의 투자에 호감을 갖고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인해 노사간에 상호이익이 증진된다는 입장이다.
2) 한국진출 외자기업의 노사관계
외 자기업에 대한 정부와 노동운동의 입장은 크게 대립된다. 먼저 정부의 입장은 1석5조(一石五鳥) 효과론으로 요약된다. 즉, 한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는 ① 고용증대, ② 장기자본의 유입, ③ 전통적인 경영체제를 벗어난 현대적 경영기업 도입, ④ 경영투명성 확보, ⑤ 수출증대 등의 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노동운동은 ① 국내에서 생산된 부(wealth)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점, ② 인수합병 형태로 들어오는 외자들은 생산에 치중하기보다는 구조조정 후 재매각하는 방식의 투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일자리 창출은커녕 실업양산과 고용불안이 야기된다는 점, ③ 외국자본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선진경영기법은 이른바 신경영전략 신인사제도 등 노동통제를 강화하는 기법이란 점에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대의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과 정부(경영)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제 외환위기 동안의 기업의 해외매각 과정에서는 커다란 노동쟁의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대우차나 만도의 경우 투쟁이 있었으나 이것은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에 대한 투쟁이 주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의 해외매각 문제에 대한 상급노조의 인식과 단위 사업장의 실천 상에 큰 괴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에 진출한 외자기업 노사관계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외투기업의 노조조직율은 약 30%2) 전후인데 이것은 전체 노조조직율인 12%보다는 꽤 높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외자기업의 기업규모가 크고 경영실적이 좋은 것을 감안하면 조직율은 높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외자기업 경영진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24.5%, 노조가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38.8%로 약 63.3%가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박우성, 2000) 반면 노조가 원래 존재했던 사업장을 인수하였던 사업장에서는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제기된다.
외투기업 노사관계를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로 노동쟁의 발생 빈도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외투기업의 노동쟁의는 1997년 5건, 1998년 2건, 1999년 9건에서 2000년부터 눈에 띠게 증가하는 추세(2000년 31건, 2001년 20건 등)를 보이고 있으며 또한 쟁의가 장기화, 대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 국 진출 외자기업 노사관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 할 수 있다. 첫째, 국내 경영진에게 성과주의와 계약주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결과 경영전략이 단기 성과주의로 흐르고 있으며, 이 경우 노동조합도 단기 성과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 노사갈등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둘째, 성과중심 보상체계의 확립이다. 은행, 증권을 필두로 외투기업의 경우 연봉제 임금제도는 보편화되고 있으며 외자기업 대다수에서 성과보상체제가 확립되고 있다. 이 결과 공동체적인 기업문화가 파괴되고 개인주의,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된다. 이에 따라 경영성과가 높은 대기업사업장의 경우 기업별 노동조합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셋째, 단체교섭제도 및 문화의 차이이다. 외투기업 노조간부들이 첫 번째로 꼽은 변화는 '규칙에 의한 관리의 강화'이다. 이는 기존 노사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온정주의 문화가 '법'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노동조합에게는 양날의 칼로 다가온다. 약속 불이행이나 부당노동행위 같은 탄압은 줄었으나 기존 노사관계에서 인정되었던 기업별노조의 각종 관행(전임자 임금 지급, 노조 사무실 기업내 제공 등)들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넷째, 자본 철수 위협론이다. 노사갈등이 장기화하거나 노동쟁의가 발생했던 사업장에서 자본 철수를 이유로 한 일방통행식 교섭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조업체 중에서 한국게이츠, 한국오리베스트, 한국로버트보쉬기전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한국게이츠의 경우 파업시 제품의 해외공수 문제가 발생하여 노사갈등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다섯째, 경영투명성의 문제이다. 외투기업 대부분 비상장사이고 유한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어 재무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며 다국적기업 본사마다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로 경영상황을 파악하는데 있어 노사간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그 러나 앞에서 제기한 외투기업 노사관계의 특징은 최근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도 확인되는 것들이다. 이 결과 외투기업 노조 간부들은 외투기업으로의 기업 변동이후 노사관계의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몇몇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외투기업이라 하여 노사관계가 특별히 더 안정적이거나 불안정한 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외자기업의 노사관계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은 노동조합의 힘이다. 노동조합이 현장조직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는가에 따라 노사관계의 특징과 성격도 그 차이를 보이고 있다.
4. 외투기업과 노동조합의 대응
외투기업의 노조운동은 기업 매각 그 자체에 대한 대응과 매각 이후 노동조합 활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세계화 시대, 외투기업의 한국 진출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와 연관된다. 국가기간산업, 금융산업 등 공공성이 높은 산업의 졸속적이고 맹목적인 민영화 신앙에 대해서는 투쟁 전선을 명확히 하되 외자기업 모두를 악(惡)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수정되어야 한다. 외국인투자 지상주의도 외국인투자배격론도 지양되어야 한다. 외자기업의 노조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노동의 세계화를 모색하여야 한다. 세계화와 세계 경제의 출현은 불가피 한 흐름이다. 문제는 세계화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이다. 세계화에 대해 노동조합은 변화를 회피하거나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노동조합은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세계화에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의 이익을 국제적으로 대변하는 국제산별노련(ITS)과 국제자유노련(ICFTU)의 위상과 역할이 보다 분명해져야 하며 한국노동운동의 국제노동운동에 대한 공헌도를 높여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다국적기업에 대한 대응도 일국적 규제가 아닌 국제적 규제가 가능하다. 예컨대 유럽연합 법률은 다국적기업에 유럽종업원평의회(European Works Councils: EWC)를 설치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종업원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다국적기업의 경영 정책 및 그 결정들에 관한 정보들은 이 새로운 포럼(EWC)에 제공되고, 또한 자문을 거쳐야 하는 규제력을 갖고 있다.
또한 외자기업(다국적기업) 내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확보해나가야 한다. 한국은 OECD 가맹국으로서 2000년 채택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3)에 따르도록 권고되어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 및 활동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둘째, 산별연맹 단위의 외자기업대책위원회(또는 노조협의회)를 운영하여 각 사업장 단위의 정보공유, 공동요구안 추진, 각종 대책활동을 일상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기업들은 경영측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서울재팬클럽(Seoul-Japan Club) 등의 기구를 두고 노사관계 및 외국인투자촉진을 위한 각종 활동4)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노동의 대응은 개별사업장 단위에 머물러 있다. 외자기업 노동조합들의 벤치마킹을 위해서도 대책기구가 필요하며 각종 대책기구가 활성화될 때, 제도 정책적 개입도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운동의 정책역량과 국제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물적 기반을 확보하여야 한다.5) 외자기업의 노조활동을 확대강화하기 위해서는 상급단체의 정책 및 국제사업역량이 대폭 확대하여야 한다. 그간 양 연맹의 외자기업 대책활동이 계획은 있었지만 꾸준히 추진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인력과 재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물적 기반 마련에 대한 고민도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다.
셋 째,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경영참가활동을 확대 강화하여야 한다. 실질적 의사결정권이 다국적기업 본사에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 현지경영인 및 중간관리자의 문제, 회계작성 방법의 차이, 나아가 자본 철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활동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넷째, 국제수준의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 민주적 노사관계의 기반을 구축하여야 한다. 세계화의 파도는 모든 국가의 노동권을 수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책에 따라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국가의 노동기본권이 잘 확립되어 있을 때 노동자의 권리는 신장될 수 있다. 2002년 11월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6)에서 보듯이 외국투자 촉진을 빌미로 한 노동법개악이 현실화될 때 외투기업의 노동권은 심히 후퇴할 수밖에 없다.
여섯째, 투쟁의 확대, 여론 확보를 위해 노동조합운동은 환경단체, 여성단체, 인권단체 등과의 연대를 일상화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여야 한다. 외투기업이 국내에 야기하는 문제는 단지 노동권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소비자,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개연성을 안고 있다. 노동세력간의 연대만큼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와 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후주
1) GDP에 대한 누적 외국인 직접투자의 비중은 싱가포르 82%, 미국 8%, 영국 22%, 말레이시아 38%, 중국 24%인데 반해 한국의 경우는 8.2%(1999년 기준)이다. 한국의 경우 1995년 1.0%에서 1997년 1.7%, 1998년 5.7%로 최근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1997년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평균이 11.7%, 개도국 평균이 16.6%인 점에 비추어볼 때 한국은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2) 1994년 노동부 조사에서 조사대상기업 422개중 36.7%가 노조 사업장이었으며 박우성(2000)조사에서는 28.5%인 것을 감안하면 외자기업 조직율을 30%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국적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제고하기 위하여 1976년 제정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에 뇌물방지, 소비자 보호 등을 추가하여 2000년 6월 새롭게 개정하였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가이드라인을 수락한 한국을 포함한 총 33개국이 각기 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를 설치하여 가이드라인에 대한 홍보 및 가이드라인의 이행과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회원국 공동의 명의로 다국적기업에 대해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국제규범이다.
4) 서울재팬클럽(SJC)의 경우 한국내 기업의 사내 사원복지, 취업시간 중의 노조간부 활동시간 보장이나 근로조건(연,월차 및 퇴직금 등)과 여성보호규정(생리휴가, 산전산후휴가등)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거나, 기업투자환경 조성을 이유로 한국정부에 정책 건의 등 압력을 가하고 있다.
5) 상급노조의 역할과 기능이 크게 강화될 필요가 있다. 관련법과 제도의 개편, 단체교섭시 노동조합 측의 의사소통 능력의 제고(통역서비스 등), 초국적기업의 경영정책이나 노무관리 정책에 대한 국제적 정보의 수집과 제공, 해외노조 및 노동단체와의 연대활동의 강화 등은 사업장 단위의 노조의 수준에서는 해결되기 힘든 과제들이다.
6) 이 법에서 노동 분야와 관련된 것은 17조와 19조 등으로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도 불구하고 무급 휴일 또는 여성인 근로자에게 무급 생리휴가를 줄 수 있다”고 해 월차휴가를 없애고 일요휴무와 생리휴가도 무급화했다. 이렇게 될 경우“월차휴가 폐지, 주휴 무급화로 18% 이상의 임금이 깎이며, 생리휴가가 무급화되는 여성은 20% 이상 임금이 삭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