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공동투쟁 인식과 향후 투쟁방향

노동사회

민주노총의 공동투쟁 인식과 향후 투쟁방향

admin 0 3,955 2013.05.12 04:29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고통과 위기를 겪고 있는 세력은 노동자계급이다. 농민, 빈민의 처지도 예외가 아니며, 바야흐로 온 민중이 위기와 고통, 빈곤과 차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다. 반면 가장 이익을 얻는 세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국경을 넘나 드는 거대투기자본 세력일 것이다. 이들의 침략과 약탈의 틈바구니에서 국내 집권 정치세력과 국내자본은 살길을 찾아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에 편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투자협정(BIT),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타결된다면, 한국노동자계급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당할 처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을 완성하기 위해 내놓고 있는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하는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고스란히 잘 드러내 주는 정책이다. 또, 한편으로 이들은 노동운동 약화를 위해서 '귀족노동자론'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퍼트리고, 생존권, 기본권 차원의 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탄압만을 능사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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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9월 2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 출처: 매일노동뉴스 ]

절박한 처지에는 '너'와 '나'가 없다

2004년도 하반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처지는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다를 수 없다. 양노총 지도부가 공동투쟁을 결심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궁색한 변명과 불순한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한 기성 정치인들이라면 그 무슨 계산이 있겠지만, 노동자들은 다르다. 고통과 한숨만이 절로 나오는 이 절박하고 비통한 현실에 모든 노동자가 팔을 걷어 부치고 함께 싸워 나가자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지 않겠는가. 양대 노총의 9월22일 전격적인 공동투쟁 합의는 이와 같은 한국사회의 현실이 연출한 작품이다.

특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차별의 철폐를 위해 양대 노총은 상반기부터 공동투쟁을 펼쳐 왔었다. 그 결과로 9월13일∼19일 '차별철폐 대행진'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비정규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안을 공동으로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헌데, 9월10일 노동부가 '비정규직 보호'라는 미명아래, 오히려 비정규직을 무한정 확대하고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박탈하는 근로자파견법 개악안, 기간제법 개악안을 강행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총파업투쟁을 결심한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그리고 9월22일 이수호 위원장의 한국노총 방문이 있었고, 이 방문에서 우리는 공동투쟁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양대 노총 공동투쟁본부 구성이 갖는 의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10월5일 하반기 투쟁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투쟁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특히 양대 노총은 대정부 교섭에서도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과 함께,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 했다. 이번 양대 노총의 하반기 공동투쟁 합의는 내용과 형식의 면에서 이전에 비해 진전된 것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먼저, 노동진영 단일 투쟁전선 형성의 토대가 더욱 튼튼해졌다. 노동계급이 하나의 힘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필요가 없는 당위적인 요구다. 한국노동운동은 87년 이후 정권과 자본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명실상부한 노동운동의 주체로 거듭났다. 그러나 95년 민주노총의 건설로 불가피하게 두 개의 전국 조직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노동계급의 조직역량의 분산을 가져왔으며 조직률의 하락과 함께 노동운동의 진전에 장애를 가져온 원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양 노총의 공동투쟁 합의는 세계화 신자유주의 전면화 이후 노동자계급의 조직적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하나의 힘으로 단결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의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당면투쟁에서 정부와 자본의 민주노총에 대한 고립을 막아내고 노동계의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본과 정권은 상대적으로 원칙적이고 전투적인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한국노총과의 합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의 모양새를 만들어 왔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민주노총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불순한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은 사회적으로 '과격한 집단'으로 매도되었으며, 한국노총은 조합원 대중에 대한 지도력과 대표성이 약화되었다. 이번 합의는 자본과 정권의 각개격파전술을 무력화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신자유주의반대, 노동기본권쟁취를 위한 대중투쟁 동력이 강화되었다. 현안에 대한 입장의 일치, 대정부 교섭에서의 공동대응을 넘어 총파업투쟁의 필요성에 대해서까지 양 노총은 인식의 일치를 이루었다. 이는 공동투쟁, 노동계 단일전선 형성에서 의미 있는 진전일 뿐만이 아니라 대중투쟁 동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98년 이후 신자유주의정책의 전면화와 노동기본권의 침해로 인해 노동계급은 벼랑끝으로 내몰려왔다.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전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동계의 단일전선 형성으로 신자유주의반대 투쟁의 주체가 강화되고 있다. 노동계 단일전선을 넘어 민중진영의 단일전선 형성으로 나아간다면, 세계화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대안사회, 대안정책에 대한 모색과 투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하반기 투쟁목표

민주노총은 양대 노총 공동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결심에 따라 총파업투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 9월21일 대의원대회에서는 당면한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 저지와 함께, 상반기부터 준비해 온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투자협정(BIT)협상 저지,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국회 통과 저지 등과 5대입법 쟁취(국가보안법 폐지,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 공무원 노동3권 확보, 직권중재 폐지, 손배가압류 폐지 등)를 묶어 이른바 4대 핵심요구를 정식화한 바 있다.

민주노총의 정세인식은 올해 하반기가 본격적인 자유무역협정체제로 나아가는 '제2의 IMF 구조조정' 직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의 세계화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성과를 계승하며 전면적인 FTA 반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미 정부는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와도 협상을 진행중이며 내년부터는 미국 등 수십개 나라와 무차별적인 전면 시장개방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식 세계화정책을 추종하는 사대주의적 경제통상정책의 반영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시대적 추세를 감안한다면, 더 이상 수구냉전적 사회분위기를 이대로 계속 두어서는 안될 일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계적인 탈냉전 추세에 걸맞게 한반도에도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넘쳐나도록 한국사회부터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은 온 국민의 바램일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이라크 파병철회를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의 의료개혁운동, 사무금융연맹의 투기자본 규제를 위한 노력,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언론개혁, 전교조를 중심으로 교육개혁, 공무원노조를 통해 공직사회 부정비리 척결과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한국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추구하는 민주노총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 내용들이다.

또한 작년 수많은 열사들의 분신을 불러 왔던, 신종 노동탄압정책인 '손배가압류 제도'를 법적으로 폐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노사자율적 교섭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직권중재제도의 철폐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민주노총은 2004년도 하반기를 한국사회 진보적 개혁과 제도개선의 중요한 시점으로 상정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파국은 정부 손끝에서 시작된다

민주노총은 파국을 원치 않는다. 대화와 교섭을 통해 이 사태가 해결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 하지만, 칼을 들이대며 노사평화를 강변한다면 투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파업투쟁을 준비하는 것은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언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의 전유물이지, 노동자의 행태가 아니다.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전국의 단위사업장 현장을 다니며 조합원과 함께 총파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모든 일정을 현장조합원과 함께 호흡하고 투쟁을 결의하고 준비하는데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0월25일부터 11월6일까지 전국 1,700여개 단위노조에서는 파업 찬반투표가 실시될 것이다. 이 파업찬반투표는 민주노총 출범이래 최초의 파업찬반투표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다양한 형식의 찬반투표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민주노총 차원의 결의와 계획에 의거한 70만 파업찬반투표는 처음이다. 그래서 더더욱 각오가 남다르다. 직접민주주의의 총아인 조합원 직접투표를 실시해서 실질적인 총파업을 결행하겠다는 결심이다.

11월13일과 14일은 10만 조합원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그동안 전태일 열사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11월에 열렸던 여느 때의 대회와는 달리 10만 규모가 참여하는 대회는 사상초유의 일이다. 10만 조합원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다시 한번 정부에 촉구할 것이다. 그리고 파업찬반투표 결과를 내외에 공표하고 총파업투쟁 지침을 발표하여 실질적인 11월 투쟁의 포문을 열게 될 것이다.

파국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는 정부가 선택해야할 일이다. 한국의 노동자에게 더 이상 나빠진다는 것은 죽음과 절망, 가난과 차별만이 넘쳐나는 세상일뿐이기 때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