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은 인터넷 방송을 타고

노동사회

노동운동은 인터넷 방송을 타고

admin 0 3,349 2013.05.12 04:22

보수언론들은 2002년 대선 직전부터 대대적으로 민주노총 죽이기에 나섰고,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임단협에서 잘 싸우고도 언론의 뭇매를 맞았고, 노동자들의 잇단 분신에 언론은 냉랭하고 대통령이 막말을 해도 민주노총의 대응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러한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 조작 속에서 시민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시대착오적 과격성(?)”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고 시민들의 사회정치의식 보수화와 함께 민주노조운동은 시민들로부터 고립되고 있었다. 노동자들 또한 자신들의 일상적 경험에 대해 민주노총의 담론과 상반된 보수언론의 해석 사이에서 정신분열을 겪으며 의식의 이중성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개원기념 토론회 중 「민주노조운동의 진단과 향후과제」(조돈문 카톨릭대 교수)

hsyang_03.jpg한국노총 ‘한소리방송국’

지난 21일 대학로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2004 총력투쟁 전국노동자대회’는 한국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생중계방송이 이뤄졌다. 한국노총 ‘한소리방송국’은 첫 생중계를 통해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한소리방송국은 4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11월1일 시험방송을 시작하고, 11월15일부터 매일 한시간의 본 방송을 시작했다. 보름 여의 짧은 시험방송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본 방송은 CJ(Cast Jockey) 최경옥씨의 진행으로 노동계 현안과 사회이슈를 주제로 라디오로 진행된다. 전문 아나운서 출신이 아니다보니 어설프기도 하고 실수도 잦아 “정말 노동자방송답다”라는 평가와 “그래도 방송인데…”라는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누구나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취지를 생각한다면 어색함은 감수할 수 있는 문제다.

현재 한소리방송은 2~30여명이 꾸준히 청취하고 있다. 100만 조합원을 놓고 본다면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궐하리라”라는 성경구절처럼 한소리방송국의 꿈은 원대하다.

한걸음씩 노동자·민중 곁으로

우선 하루 한시간인 방송시간을 빠른 시일 내에 두시간으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영상분야 컨텐츠 개발준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도권영상패 조직을 필두로 광역·전국단위 영상패를 통해 전국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시간 방송체계와 속보성을 갖게 될 것이다. 건축중인 여의도 새 건물에는 세개의 스튜디오를 갖춘 방송국 전용공간도 마련하게 된다.

또한 라디오는 FM소출력 지역방송국을 토대로 전국망을 구성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울산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을 개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영상부분 또한 궁극적으로는 케이블을 통한 방송송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대비해 연수원내에 교육센터를 가동하여 전문인력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한소리방송국에서 ‘한소리’란 ‘한소리 하자!’, ‘하나의 목소리’ 등 여러 뜻을 담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소리뿐만 아니라 비판의 소리도 여과 없이 내보낼 겁니다. 아직은 1시간 방송을 위해 하루를 소비할 정도로 힘들게 방송을 하고있지만 노동자와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역동적인 매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겁니다”며 한국노총 이상진 교육선전부장의 포부는 당찼다.

민주노총 ‘노동방송국’

민주노총은 2개월 여의 시험방송을 거쳐 10월14일 ‘노동방송국’의 첫 목소리를 내보냈다. 4·15총선 이후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의 주장을 상시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 노동자 투쟁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하면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이 방송국 개국의 원동력이 되었다. 보다 빠른 방송을 위해 문화미디어실을 신설하고, 민중의 소리 제작팀과 연계하여 빠른 시간 안에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 ‘노동방송국’의 동시접속자 수는 250~300여명이다. 이는 매일 1~2천명의 고정 청취자가 있다는 얘기고, 이 정도 수준이면 국내 여타 인터넷방송국을 단숨에 제치고 청취율 1위를 달성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노동방송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8일 민주노총의 ‘노동방송국’을 방문했을 때 스튜디오에서는 우문숙, 김현선씨가 진행하는 ‘지금은 노동자시대’의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속도상의 문제로 인터넷 방송을 듣지 못하기에 사전청취도 못한 채 무작정 찾아간 방송국에서 기존 아나운서 뺨치는 실력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내심 놀라웠다.

노동방송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6시간의 생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노동방송 뉴스’, ‘지금은 노동자시대’, ‘빛나는 노동자세상’ 등의 코너를 통해 노동자, 민중의 방송을 펼쳐가고 있다.

오락방송이라도 노동자가 만들면 다르다

‘노동방송국’ 역시 인터넷 라디오방송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활용한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조합원 교육에도 활용하고 있으며, 노동자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한 소출력 FM지역방송에 대한 목표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조합원들의 반응을 살피며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보다 발전적인 미디어매체로의 발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노동방송의 강점은 ‘민중의 소리’라는 기존 인터넷 방송국의 기술지원을 받고, 전문인력을 확보함으로써 공중파 못잖은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다 2천5백여곡의 민중가요를 확보하고 있고, 다시 듣기는 못하지만 소스를 공개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후면 통신원 제도를 통한 신속한 현장의 소식을 들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한 기술적 검토는 마친 상태이다. 내년이면 산하 각 사업장에서 임단협을 통해 점심시간 사내방송을 통해 현장노동자도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모범단협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민주노총 이준용 문화미디어실장은 “개국까지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뜻과 의지로 해냈습니다. 민주노총의 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해야죠. 다만 계급성을 견지한 방송, 오락방송일지라도 계급성을 확고히 하는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방송이라면 그저 우리의 삶과 이야기는 없이 허구를 강요하고,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기보다는 권력과 자본의 편에만 있는 줄 알았던 한국의 노동자들에게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양노총의 방송국은 노동자 스스로 만들어 노동자 편에 서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민중문화운동 역량을 배가시키는 역할도 기대된다. 침체되어있던 민중가요 창작도, 널리 알려줄 방송이 있으니 차차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적 측면에서도 노동자 스스로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동영상을 통한 교육이 가능해짐으로써 노동자의식 고취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다만, 제도권 방송에서도 나타나듯이 내용이 채워지지 못한다면 거품은 일시에 빠질 것이다. 다양한 컨텐츠개발을 위해서는 양 방송국의 공동기획에 의한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할 것이고, 좋은 프로그램은 교류방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양 방송국이 이미 준비하고 있지만 전국에 산재해있는 사업장들을 담당할 기술인력을 양성해낼 교육여건을 마련하는 노력과, 접근성의 개선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동자들 역시 ‘내가 주인이다’, ‘내가 참여해야만 발전이 있다’라는 생각으로 주체적인 수용자가 되어야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