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확대시행의 문제점과 노동계의 대응

노동사회

방카슈랑스 확대시행의 문제점과 노동계의 대응

admin 0 5,842 2013.05.12 04:17
 

chkim_01.jpg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은행의 안정을 위하여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은행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은행의 고유업무들은 지켜주면서 제2금융권의 고유업무들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편입하는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개편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은 은행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경제에서 투자를 활성화하는 결과는 낳지 못한 채 은행산업에 투기자본을 비롯한 외국자본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주주이익극대화라는 기형적 패러다임을 보급하면서 은행을 자생능력이 부족한 공룡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외국인이 은행의 6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개편을 강행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대외종속만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개편이라는 정부의 잘못된 금융산업 정책에 따라 보험, 증권, 투신, 카드,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모든 산업은 산업의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대량실업과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 중심의 겸업화 정책 중에서 보험업계의 고유업무 중 은행의 부수 업무로 편입한 대표적인 예가 방카슈랑스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 현황

IMF 이후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은행권뿐만 아니라 비은행권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IMF 이후 구조조정(피합병, 퇴출 등)을 통해 사라진 금융기관 비율은 약 40%이며, 은행권이 42.4%, 비은행권 39.6%로 서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형태면에서는 은행권의 경우 합병이 주로 활용된 반면, 비은행권은 인가 및 등록 취소, 파산, 영업이전 등의 직접적인 퇴출이 많아 은행권에 비해 구조조정의 강도가 강했다.

은행권의 구조조정(14개) 중 합병을 제외한 인가취소, 영업이전 등 직접적인 퇴출금융기관(5개)의 비율은 36%인데 비해 반해 비은행권의 직접적인 퇴출이 80%(667개)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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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직규모측면에서 은행권은 조직감축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반면, 비은행권은 조직규모가 큰 보험권 등의 조직슬림화로 인력과 점포가 대폭 축소되어 실질적인 구조조정의 폭이 컸다. 비은행권은 증권 및 여신전문사(카드, 리스, 캐피탈 등)의 조직 증가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구조조정이 큰 폭으로 진행되면서 조직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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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도입 취지 및 시행 경과

방카슈랑스는 은행 등의 금융회사가 보험회사의 대리점 또는 중개사 자격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제도로서 금융겸업화의 진전과 함께 도입이 논의되었다. 방카슈랑스 도입방안 논의 과정에서 방카슈랑스의 순기능 및 역기능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보다는 IMF 외환위기 이후 경영체력이 취약해진 은행의 수익성 확보가 우선시되면서 개방의 폭과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방카슈랑스는 소비자에게는 원스톱(One-Stop) 쇼핑 등 보험가입의 편의성과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보험사에게는 새로운 판매채널을 이용한 신시장 확보를, 은행에게는 새로운 수입원 창출의 기회를 준다는 트리플 윈(Triple-Win)의 기대 속에서 2003년 8월 도입되었다.

방카슈랑스는 금융겸업화의 최초 모델인 만큼 순차적 개방과 불공정행위 규제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실시되었다. 그러나 시행 1년째인 현재 방카슈랑스는 당초 “소비자, 보험사, 은행 상호간 이익을 도모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은행의 수익성 제고만 가져다 주었을 뿐 소비자 및 보험사에 기여한 바는 극히 미미할 뿐만 아니라 각종 문제점만 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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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제휴 및 판매 현황

현재 23개 생명보험사 중 14개사(국내사 8, 외국사 6), 27개 손해보험사 중 11개사(국내사 8, 외국사 3)가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을 통해 방카슈랑스를 시행 중이다. 현재 미실시 보험사 중 대다수는 제휴의사를 갖고 있으나 경쟁력 및 지명도의 열세 등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1개월 동안 방카슈랑스를 통해 총 신계약 43만건, 수입보험료 3조 2천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하였고, 손보업계는 같은 기간동안 방카슈랑스를 통해 총 신계약 38만건, 수입보험료 1,829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하였다. 이중 생명보험업계는 은행이 신계약건수 42만 1천건(98.6%), 수입보험료 3조 803억원(96.4%), 손해보험업계는 은행이 신계약건수 37만 9천건(98.0%), 수입보험료 1,816억원(99.3%)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03년 9월~2004년 6월 중 10개월 동안 방카슈랑스 채널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전체 생명보험업계의 7.4%를, 손해보험업계의 0.8%를 차지하였으며, 첫회 보험료 기준의 경우 개인저축성보험 시장의 64.9%를 차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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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시 문제점

첫째, 불완전판매로 인한 고객권익 침탈 및 보험산업 신뢰도 저하가 예상된다. 은행의 과도한 푸쉬(Push)형 영업 및 불완전판매는 계약자의 불만과 이에 따른 보험산업 신뢰도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현재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되는 보험상품 관련 품질보증해지, 반송 등 불완전 판매비율이 7~12%(기존 2~7%)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해약환급금이 적은 보장성보험의 판매가 허용되는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시 불완전판매는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다. 또한 방카슈랑스 계약의 민원처리 및 분쟁해결을 모두 보험사에 전가하는 것도 보험사의 부담 가중 및 대외적 신뢰도 저하를 유발할 것이다. 방카슈랑스 전화설문(약 600건)에 대한 조사 결과, 보험청약서 사본 및 약관 미전달, 해약시 원금손실 미설명, 자필서명 미실시 등 불완전 판매계약이 15.0%나 차지하였다.
둘째, 기존 보험사의 경영위기가 고조될 것이다. 대형은행이 방카슈랑스 시장을 과점하고 은행계 보험사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기존 보험사의 입지약화 및 경영위기를 야기할 것이다. 은행과의 영역진입 상호형평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은행계 보험사의 약진은 방카슈랑스 2단계 개방시 기존 보험사의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급격한 방카슈랑스 확대는 시장포화, 경기침체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 보험사의 영역축소 등의 위기상황에서 기존 보험사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방카슈랑스에 참여하지 못하는 중소형사의 파산 및 기존 대형사의 쇠퇴까지도 초래하여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민부담을 초래하는 보험발 금융위기가 촉발될 수도 있다.

셋째,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가 빈발할 수 있다. 은행은 보험사와 제휴계약 체결과정에서 보험사에 불공정한 계약내용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은행은 자체상품의 금리를 인하한 반면 방카슈랑스 상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고금리를 보장토록 요구하고 있다. 은행은 저축성예금의 금리를 2004년 6월 3.83%로 인하한 반면, 방카슈랑스 상품은 4.25%~4.40%의 확정금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형편이다.

넷째, 보험산업 종사자의 대량실업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은 2단계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의 판매 허용과 함께 대대적인 판촉 및 보험사에 대한  보험료 인하 요구 등을 통해 방카슈랑스 시장 확대를 꾀할 전망이며, 이 경우 동일한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 시장을 두고 막대한 영향력 및 네트워크에 가격경쟁력까지 보유한 은행과의 경쟁에서 보험설계사는 열세를 피할 수 없다.

만약 2단계 방카슈랑스를 강행한다면 1~3년 이내에 30만 보험 종사자 중 1/3~2/3인 10~20만명 가량의 대량실직을 초래하고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대재앙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중 보험설계사의 비중이 가장 높을 것이다. 1962년 도입된 이후 보험설계사는 국내 여성노동시장의 7.9%를 차지하는 등 여성의 사회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현재 전체 보험모집액의 80%를 점유하는 등 전문 직업군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2단계 방카슈랑스의 강행은 급격히 늘어날 여성 실업자를 수용할 대체 직업군도 마련하지 못한 현실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매년 40~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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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2일 열린 '대량실업 초래하는 방카슈랑스 저지를 위한 보험인 총력 결의대회'  - 출처:전국사무금융논동조합연맹 ]

방카슈랑스 확대시행은 중단되어야한다

투자와 내수 부진, 일자리 창출 전망 부재가 이어지는 불황 속에서 대량실업을 초래하고 외국자본만 살찌우게 될 방카슈랑스 확대시행을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전면 중단하는 것 이외에도 은행의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법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의 금융정책은 은행 중심의 대형화, 겸업화라는 금융산업 개편 정책에서 벗어나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의 제살 뜯어먹기 및 국민 호주머니 털기 경쟁이 아닌, 금융산업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동북아 개발을 주도하는 21세기 주력 산업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정책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사무금융연맹은 이러한 정부의 잘못된 금융산업 정책을 바로잡아 금융산업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제2금융권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지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하여 연맹 산하 8만 조합원의 의지를 모아 “금융산업 균형발전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2004년 10월 이후 제2금융권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온 힘을 집중하여 민주노총과 함께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다. 또한 11월1일부터 시작한 곽태원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통해 가시적으로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을 바꾸어내고 있다.

은행 중심 대형화·겸업화 논리와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기형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금융정책 방향을 금융산업 균형발전을 통한 국익 극대화라는 패라다임으로 바꾸어내기 위한 투쟁에 언론을 비롯한 5천만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