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이었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폐기되고, 새롭게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두 개의 법률은 여성의 몸을 사고 파는 중개업자들과 포주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 구조 속에서 착취당해 온 여성들을 구제하고자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집창촌의 여성들이 이 법의 시행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다는 내용이며, 이들의 주장은 여성단체의 그것과 상반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갖가지 성매매 옹호론이 등장하고 있으며, 정치인들 법조인들이 남성 성욕 해소책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하고 있다.
언론들은 앞장서 성매매 단속으로 인해 위스키 산업이 기울고, 바이어 접대를 못해 회사들이 끙끙 앓고 있으며, 숙박업이 침체돼 은행권이 타격을 크게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제주도는 기초의원들까지 나서서 제주지역을 성매매특별법 제외지역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관광산업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성매매는 피해자가 있는 범죄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사람들이 과연 성매매가 왜 문제가 되는지,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는 '파는 여성'과 '사는 남성' 간 거래가 아니다. 성매매는 여성의 몸을 사는 사람들과 파는 사람들 간 거래다. 포주들은 자칭 '아가씨 장사'를 하고 있으며, 이 때 여성들은 인간이 아니라 상품이다.
최근 집창촌 업주들이 3천여 명이나 되는 성매매 여성들을 버스 차량에 태워 여의도까지 끌고 나왔고, 그 자리에서 여성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런 집회 자체가 성매매 여성들과 포주들의 권력관계를 보여준다. 그런데 언론은 성매매 여성들의 '자발적' 시위라면서, 그 여성들이 '공창'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람들은 그 여성들이 마치 집창촌에서 일을 계속하고 싶어한다는 듯이, 그러니까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는 노동자인양 간주해버린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이 무엇이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성매매의 현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그 안에 있는 여성들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면 오산이다. 포주들과 얽힌 관계는 강압적이며, 무엇보다 여성들은 빚으로 묶여 있다. 그 곳을 벗어나면 마땅히 갈 곳조차 없는 여성들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 여성들은 포주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성매매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 현장을 벗어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누가 성매매를 “쉽게 돈 버는 일"이라 하는가
성매매 산업에 오래 유입되어 있던 여성들은 많은 성매매 지역과 다양한 업소 유형들이 실제론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포주들과 여성들의 관계는 상부상조가 아니라 착취의 관계다. 많은 경우 성매매 여성들은 십대 때 유입된다. 이들을 몇 개월만에 200~500만원의 빚을 지게 만드는 곳이 바로 티켓다방과 같은 업소들이다. 여성들은 이 곳 저 곳으로 팔려 다니고, 나이가 들수록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열악한 곳으로 가며 빚은 계속해서 늘어간다.
나이트 클럽에서 일하다 도저히 힘들어서 살 수가 없다고 도망 나온 한 여성과 그 가족들은 업주들의 협박 때문에 전 재산인 시골에 있는 땅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처했다. 그녀는 10년간을 단란주점, 맥주양주집, 나이트클럽 등에서 일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빚을 갚지 못한 상태였다. 여관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했던 한 여성은 4년여 만에 후유증으로 실어증에 걸리기도 했다. 누가 성매매를 쉽게 돈 버는 일이라 하는가. 그것을 노동으로 친다면 3D며, 티켓 영업의 경우 20대만 되어도 체력이 딸려서 할 수 없을 정도다.
자신의 몸이 타인의 소유가 되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 여성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무력화시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성매매 현장엔 언제나 폭력이 존재한다. 성매매로 인해 얻은 질병은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모두 오랜 기간의 '치유'를 필요로 하며,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전국 곳곳으로 팔려 다녔던 30살의 한 여성은 업소에서 도망 나오면 '어깨'(깡패)들을 풀어 반드시 잡아내고, 엄청나게 두들겨 맞을 뿐 아니라 사람 쓴 값까지 빚으로 얹히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낸다 했다. 탈성매매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것, 바로 포주와 여성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빚'의 고리다. 최근 포주들 간에 공유하고 있던, 성매매 여성들의 '빚' 상황을 보여주는 '블랙리스트' 명단이 발견됐다. 여성들은 포주와 깡패들 손아귀에 놓여있다.
 [ 조영숙 여성연합 사무총장 등 시민사회단체 각계 인사들이 10월 7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성매매방지법의 올바른 시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잇따. - 출처:오마이뉴스 ]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은 곧 노동시장의 문제
따라서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성매매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성노예 제도를 인정하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은 비성매매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노동권의 확보와 주거마련 등 복지제도를 통해 보장해주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실로 심각한 성매매 시장은 한국남성들의 왜곡된 성문화와도 관련이 있지만, 여성에게 부당한 노동시장의 성차별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전문직에 정규직인 소수의 여성들을 제외하고, 다수 여성들은 한 달에 100만원 벌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보육이나 청소, 봉제 등 소위 '여성직종'의 인건비는 비상식적인 값으로 책정된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여성들, 30대 이후 취직을 하려고 하는 여성들은 그나마 그런 일자리조차 찾기 어렵다. 하루 종일 일해도, 일의 강도 역시 남성들의 그것에 비해 결코 못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가출한 여성들이 갈 곳은 뻔하다. 아르바이트로는 방값도 대기 어렵기 때문에 재워주는 곳, 성매매 업소로 빠지기 십상이다. 부양가족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사회는 성매매 여성들의 '자발성', '비자발성' 따질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여성들과 경찰과 검찰, 상담센터, 여성단체와의 신뢰(경찰, 검찰 비리로 인해 여성들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를 구축해 이들이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고 독려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성부 뿐 아니라 노동부와 복지부, 행자부, 건설교통부 등이 함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성 산업 축소시키는 것이 관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여론은 줄곧 집창촌에만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은 결국 한국사회의 기형적인 성 산업을 대폭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언제 어디서나 여자 몸을 사고 팔 수 있는 나라다. 술 마시는 곳에는 늘 여자가 있고, 안주로 여자까지 곁들여 먹는 것이 한국남성들의 문화다. 노래방, 음식점, 공원, 이발소, 안마시술소, 전화방, 게임방, 인터넷 등. 모든 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져 왔다. 대낮에 다방에서 커피를 시키면서 십대 여성들을 몇 시간씩 주무르는 것이 담배 피우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남자들이 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타인의 몸을 사는 것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성매매와 관련해 성욕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남성의 성욕이 세계적으로 이상성욕이라도 된단 말인가? 성욕의 해소법은 각자가 찾을 일이지, 타인의 몸을 이용하는 것을 정당화시킬 순 없다. 지금이라도 법적 처벌을 통해, 캠페인을 통해, 공적인 교육을 통해 그릇된 성에 대한 가치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어린 남성과 여성들은 왜곡된 성문화에 길들여지지 않게 해야 한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경찰의 단속과 이후 조치들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다. 회식과 접대가 곧 여성의 몸을 사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 이 어마어마한 성 산업과 기업문화. 여기에 메스를 대야 한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건, 기생관광 부진이나 숙박업소의 불황이 아니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매매 여성, 그리고 예비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하며, 또한 남성들의 회식문화와 접대문화를 바꾸기 위한 방편을 모색하고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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