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안정성은 지구적 위기

노동사회

경제적 불안정성은 지구적 위기

admin 0 4,655 2013.05.12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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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가 최근 발표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경제적 안정성” 보고서는 ILO의 ‘사회-경제적 보장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평범한 사람들의 경제적 안정성이 개인의 생활뿐만 아니라 행복과 사회적 관용을 증진시키며, 사회 전체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 자체는 상식적인 것들일 수 있으나, 거의 전 세계를 포괄하는 광범한 통계자료에 근거하여 국가마다 상이한 정책과 제도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고, 보다 나은 삶을 실제로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예증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료다. 전 세계 48,000명의 노동자들과 1만 곳 이상의 작업장을 포괄하는 가계와 작업장 조사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인식하는 바’로서 경제적 안정성을 측정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ILO의 환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지구화의 사회적 차원에 대한 세계위원회 보고서”(??노동사회?? 2004년 8월호에 소개)에 이어 발간된 이 보고서가 공정한 지구화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피력했다. 역으로 이는 우리가 우리 사회를 보다 평등하게 만들고 지구적 경제를 보다 포용력 있는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경제적 안정이나 바람직한 일자리조차 달성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 조사연구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래의 글은 보고서에 대한 ILO의 요약 소개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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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하지는 않다

경제적 안정성은 행복을 증진하며, 성장과 사회 안정에 도움을 준다. 전 세계의 개인과 국가들의 사회경제적 안정성 측정을 최초로 시도한 ILO의 새 보고서가 발견한 핵심 사실은 이것이다.

이 보고서가 사용하는 경제적 안정성 지수(economic security index, ESI)는 세계 인구의 86%를 포괄하는 90개 국 이상에 대하여 계산한 것이다. 이는 노동과 관련된 일곱 가지 안정성 형태(수입, 노동시장, 고용, 숙련, 노동, 직무, 대의성)에 근거하고 있으며, 각기 정책, 제도 및 결과를 고려하여 작성되었다.

예를 들어 시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생활만족도와 국가 내의 행복 불평등 수준이 평균보다 높다. 그리고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 수준이 아니다. 물론 긍정적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부유한 나라가 더 부유해질수록 소득 증대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득 보호의 정도와 낮은 소득 불평등으로 측정되는 소득 안정성 정도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숙련(skill) 수준과 행복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ILO 보고서는 학력 및 훈련 지표를 포함하는 지수로 측정되는 숙련 안정성 정도가 실제로는 행복과 역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이유를 보고서는 사람들이 보다 많이 교육받고 보다 경쟁력을 갖게 될수록, 맡고 있는 직무가 그들의 필요나 열망과 제대로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간주한다. 때문에 일자리의 질과 이동성이 보다 상향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술과 자질이 실제로 수행하는 직무와 상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보고서가 ‘지위 불만(status frustration)’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또 보고서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시민적 자유를 증진하는 경향이 경제적 안정성을 크게 증진시키며 사회적 안정성 정책에 힘을 쏟는 정부 역시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길게 볼 때 경제 성장은 안정성에 매우 미약한 영향만을 미친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경제 발전 어려워

경제적 안정성을 국가 수준에서 살펴보면 네 개의 묶음으로 나뉘어진다. -페이스메이커(pacesetter; 좋은 정책과 좋은 제도, 좋은 결과의 결합), 실용주의 그룹(썩 좋지는 않은 정책과 제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산출), 전통주의 그룹(대체로 좋은 정책과 제도를 가졌지만 결과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 갈 길이 먼 나라(much-to-be-done; 취약하거나 부재한 정책과 제도에 저조한 결과)가 그것이다.

보고서는 전체 노동자들 중 73% 가량이 경제적 불안정성의 상황에 처해 있으며, 양호한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 국가에 살고 있는 노동자는 8%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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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유한 나라들이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경제적 안정성을 달성해 줄 수 있었지만, 다른 한편 일부 저소득 국가들이 일부 부유한 나라들보다 더 높은 수준을 달성하기도 한다. 실제로 ILO의 분석은 경제적 안정성 수준의 세계적 분포가 소득 수준의 지구적 분포와 일치하지 않으며,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가 세계 소득에서 차지하는 몫보다 경제적 안정성 측면에서 보다 큰 몫을 차지함을 보여준다. 남아시아가 세계 소득의 7% 가량을 갖는 반면, 세계의 경제적 안정성으로는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상대적 소득 수준에서 기대되는 것보다 저조한 경제적 안정성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연구결과의 한 가지 특징은 노동 안정성의 일곱 가지 형태를 모두 강화시키는 일관성있는 정책 조합을 제공하는 나라들만이 전반적인 경제적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다는 것이다. 어떤 영역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얻어도 다른 영역들에서 취약한 성취도를 보이는 나라들은 전체적으로는 성과가 크지 못하다.

또한 보고서는 “소득 안정성이 다른 노동 관련 안정성의 형태들에 주요한 규정력을 갖는다”는 것과 수입 불평등이 몇 가지 점에서 경제적 안정성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것의 함의는, 불평등이 큰 사회들은 경제적 안정성이나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라는 측면에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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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분석은 인구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연재해 수의 증가와 함께 하여, (1980년 이래의) 최근의 지구화 기간 동안 경제적 충격의 빈도와 정도가 상승하는 추세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분석은, 만약 두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연간 경제성장률의 격차는 증가하면서 일인당 경제성장률은 하락했음을 보여주는데(표참조), 이는 급속한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는 이들의 예측과는 반대로, 국가 차원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ILO 보고서는 이러한 경향들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데, 왜냐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우연적인 위험이 아닌 체계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연적 위험은 개인적인 실업이나 질병 같은 개인 생애 동안의 사건들에서 기인하며, 표준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전체 사회와 지역에 영향을 끼치는 충격들에 대해서는 대응하기 훨씬 어렵다.

섣부른 개방화는 위험하다

ILO 보고서는 개도국들에게 국가 수준의 경제적 안정성이 자본 거래의 개방성과 역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데(11장), 이는 개도국들이 사회가 외부 충격들을 견딜 수 있도록 제도적 발전과 사회 정책이 갖추어지기 전까지 그들의 자본 거래 개방을 늦추도록 신경써야 함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신용의 요동과 외부적 경제 발전의 영향을 소화해낼 제도적 역량을 보유하기 전까지는 금융 시장의 개방을 연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국가 정책에 관한 세계적 데이터뱅크를 끌어오면서, 보고서는 15개국에서 수행된 일련의 안정성조사(People's Security Survey)의 통계들을 이용한다. 여기에는 48,000명의 노동자들이 그들의 일자리, 그들이 경험하는 불안정성과 불평등 및 이와 연관된 사회 경제 정책에 대한 태도 등을 인터뷰한 자료가 포함된다.

응답자들에게는 다양한 측면의 경제적 안정성과 불평등에 관한 질문이 이루어졌고, 경제적 취약 부분에 보다 큰 지원을 행하는 것에 매우 광범한 찬성 의견이 있으며 불평등을 줄이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이 분명히 나타난다(조사결과 3 및 2장). 여기서 드러나는 요점은 경제적 불안정성이 불관용과 스트레스를 키우며, 그것은 사회 병리를 낳고 또 궁극적으로 사회적 폭력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 외의 연구결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박스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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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의 노동자 대부분은 노동조합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으며, 조사대상이 된 나라의 대다수 사람들은 노동조합에 큰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조사결과 2).
-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큰 불안정성을 경험하며, 불안정의 유형도 더 많다(조사결과 4).
- 거의 모든 곳에서 고용 안정성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행위의 비공식화, 아웃소싱, 구조조정에서 기인한다(6장).
- 대다수의 사람들이 직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조사결과 13 및 8장).
- 직무 안정성(일자리와 경력을 충족시키는 전망을 갖는 적절한 자리의 존재)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취약하며, 안정성조사의 데이터는 광범한 직무 불만족을 확연히 보여준다(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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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고서는 특별히 디자인한 기업가-노동자 유연성 및 안정성 조사를 활용하는데, 이는 12개국의 1만개 이상 회사의 경영자들에게 그들 노동자와 종업원들의 태도에 관하여 질문하여 작성된 것이다. 이 데이터에서 눈에 띄는 결과는 노동력에게 보다 큰 수준의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상업적으로 더 성공적이고, 성장하며, 생산적인 고용을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 분석은 특히 개도국들에게 보다 큰 수준의 경제적 안정성을 부여하는 최선의 전망을 제공하는 넓은 범위의 정책들을 논의한다. 이러한 정책들을 평가하기 위하여 보고서는 색다른 접근법을 제안하는데, 그것은 사회에서 가장 불안정한 집단들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줄이며 동시에 의도된 수혜자들에 통제나 ‘부자유’를 부과하지 않는 강력한 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근거 위에서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ILO의 분석은 새로 생겨나는 세계적 경제 체제를 특징짓는 새로운 형태의 체계적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응하는데 있어 전통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이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린다(14장). 이에 따라, 정부와 국제 기구들은 선별적이고 검증된 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보편주의적 권리에 기반한 틀을 진척시켜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