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협상, 원칙적 대응으로 일관

노동사회

주5일제 협상, 원칙적 대응으로 일관

admin 0 3,116 2013.05.12 05:40

비정규직 문제와 주5일 근무제가 올해 임단협 쟁점이 되리라는 전망이 짙은 가운데 재계의 임단협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경총의 2004년 임단협 지침이 발표되었다. 지난 3월8일 발간된 ‘2004년 단체협약 체결지침’에서 경총은 총선을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2004년 노사관계의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경총은 근로시간 관련 법 개정의 문제가 작년에 마무리 되었지만 사실상 근로시간 관련 노사간 이견은 2004년 임단협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경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거부, 주5일제의 경우 개정된 근기법의 원칙적 적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임금은 300인 이상 대기업은 2003년 지급 수준에서 동결,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3.8% 범위내에서 인상·조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경총의 임단협 지침은 양대 노총의 입장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올 임단협도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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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총은 2월24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수영 새 신임회장을 선임하였다.    - 출처:경영계 ]

주5일제, 대안 없어 충돌할 문제

경총은 올 임단협의 최대 쟁점은 ‘주5일제’를 둘러싸고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의 노사관계가 기업별 교섭체계에 정규직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노동계가 쟁점화하려는 ‘비정규직 문제’가 임단협에서 큰 쟁점을 형성하지 못하리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반면 ‘주5일제’의 경우, 개별 단위사업장과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이해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 경총과 양대 노총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경총은 개정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의 경우 △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월차 휴가 폐지, 연차 휴가 조정, 연당근로 상한선·할증률 조정, 생리 휴가 무급화를 단협에 반영, △ 해당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주40시간제를 도입하되 토요일을 휴일 처리로 하지 말 것, △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용 규정을 단협에 규정, △ 선택적 보상휴가제도 도입, △ 연장근로, 여성근로자 활용으로 기존의 교대근로와 연장근로를 현행 유지, △ 경조·특별 휴가 등 약정휴가 축소 등 “법개정에 맞춰 단협을 수정”하도록 하였다. 또한 적용 사업장이 아닌 경우에는 △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의 증가를 전제로 검토, △ 소정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한 임금은 감액 등을 요구토록 하였다.

경총 최재항 정책본부장은 “아직 기술력에 기반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동 시간단축 도입은 시기상조였다”고 말했다. 경총의 지침에서 드러나듯 재계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5일제’ 수용을 노동계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양대 노총은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5일제는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임단협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은 보전하되 근로조건도 저하되지 않아야 한다는 임단협 지침을 마련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경총 최재항 정책본부장은 “노동계의 노동시간단축은 과거엔 일자리 나누기란 측면이 강했다. 지금은 삶의 질 개선으로 중심이 이동했지만, 일자리 나누기란 측면에서 일정 정도의 근로조건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을 노동계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비정규직, “사용자의 고유권한”

mklee_02%20%281%29.jpg주5일제 못지 않게 임단협의 쟁점으로 자리잡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경총은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의 심각성보다는 노동조합의 조직률 하락에 따른 노조의 현장 지배력 약화, 사회단체와의 연대투쟁을 이끌기 위한 명분 등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비정규직 사용은 “사용자의 고요권한”이므로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였다. 구체적인 지침으로 경총은 △ 사용자의 고유 권한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음, △ 비정규직 및 하청업체 임금인상과 연동한 임금인상 요구는 수용 불가, △ 비정규직의 일정기간 경과 후 정규직 채용 강제 규정 수용 불가, △ 단협상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수용 불가, △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 근로조건 개선 문제는 정규직의 고용유연성을 전제로 대응, △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특수 업무 종사자, 파견근로자, 하도급업체 노조의 단협 요구에 불응 등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경총은 올 한해의 노사관계를 금속, 보건, 금융 등 산별노조가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산별교섭에 응하지 말 것을 주문하였다. 구체적으로는 △ 산별·집단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기업별 교섭 관행을 유지, △ 산별교섭, 집단교섭을 진행하기로 약정한 경우, ‘합리적 수준의 교섭위원 선정’, ‘타사업장 문제나 상급단체 지침 등을 이유로 한 파업 돌입 금지’, ‘이중교섭 금지’ 등을 규정, △ 산업별 중앙노사협의회 설치요구 거부, △ 산별노조의 산업별 최저임금 요구 거부 등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경총은 임단협의 쟁점 사항으로 △ 노조의 정치활동, △ 인사·경영권, △ 고용보장 및 고용조정, △ 산업안전보건, △ 불법쟁의행위 책임 등이 부각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 임금 자제, 성과주의 임금체계 확립

경총은 3월18일 발표한 「2004년 경영계 임금조정 기본방향 」을 통해 경제 성장잠재력이 크게 줄고, ‘고용없는 성장’의 현실화, 9%에 육박하는 청년실업 현상 등을 볼 때 임금 동결로 고용 창출 및 기업가 정신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은 임금동결, 중소기업은 지난해 대비 3.8% 범위에서 인상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재계가 과거부터 줄기차게 제기해 온 임금피크제, 직무급제 등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산시킬 것을 이번 임금조정안에 포함시켰다. 이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노사 관계를 뿌리채 흔들겠다는 의도로 현장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과 투쟁을 맞게 될 것”이라며 “탄핵으로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를 틈타 재계가 ‘산업쿠데타’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총은 “정규직도 임금을 올리면서 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는 것은 무리”이고, 양대 노총의 임금인상 요구안이 ‘생계비’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재계의 입장에서는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미진한 지는 몰라도 지불능력 한도내에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같은 임금 조정안을 내놓은 경위에 대해서 경총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자제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기업규모간 임금격차의 해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경우도 임금 안정을 통해 중소?영세 기업의 중국 시장으로의 이전 등 충격적인 산업 공동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계가 임금 안정에 협력할 경우 경총은 개별 기업들이 정리해고 등 인위적 고용조정을 “가급적” 자제하고 신규인력 채용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근로조건의 격차 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경총이 기업규모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며 내놓은 중소기업의 3.8% 임금 인상률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GDP 기준) 전망치 5%와 물가상승률 전망치 2.9%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 완화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없어 경총의 임금 조정안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경총은 최근 민주노총이 발표한 ‘연대임금’에 대해서는 “납득도 안되고, 실효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완성차 4사의 노조가 마련한 ‘사회공헌기금’에 대해서도 보도자료를 통해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저해되고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는 현 상황에서, 다시 이익에 대해 교섭을 하자는 것으로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의 요구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의욕과 경영 마인드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경총은 사회공헌기금을 비롯한 기금 문제는 의무적 교섭대상이 아님을 방침으로 정한 상태이다.

초기부터 대립각을 세우는 경총

경총은 지난 1월 2004년 노사관계 동향을 예측하고, 대책 수립을 위한 「2004년도 노사관계 전망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은 올 노사관계에 대해서 58%가 “더 불안해질 것”이라 답했고, “훨씬 더 불안해 질 것”이란 답한 사람은 16%로 답하였다. 응답자의 75%가 불안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주된 요인으로 근로시간문제, 노사관계 로드맵 문제, 총선관련 노동계의 투쟁 강화, 산별노조 확대 및 산별교섭 추진, 비정규직 및 하청문제의 순으로 꼽았다. 교섭기간도 최근 몇 년간 교섭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올해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총은 비정규직 문제나 임금 인상 관련에서 계속적으로 노동계와는 매우 상반되는 입장을 강경히 발언하고 있다. 경총이 올 노사관계를 좌우할 쟁점에 대해 노동계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노사간 임단협을 둘러싼 힘 겨루기가 시작될 전망인 가운데 ‘주5일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인해 올 임단협은 난항이 예상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