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비정규직 연대기풍 확립하는 임단협 준비

노동사회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기풍 확립하는 임단협 준비

admin 0 3,054 2013.05.12 05:37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에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경제의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경기 양극화는 사회 전반의 소득분배구조를 악화시키고 있어 빈곤층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높아지고 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도리어 하락하고 있으며 기업규모간, 고용형태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소득불평등 구조 개선 집중

최근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 경제의 내수는 한층 위축되어 경기 양극화가 더욱 확대될 위험에 처해있다. 또한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중인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경기 양극화 확대와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해 임금격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더욱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재 위험에 쉽게 노출되어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실에 항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나 정부는 아직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영계에서는 아직도 노동시장 유연화만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경총은 2004년 임단협 지침으로 대기업 임금동결과 중소기업 3.8% 임금인상안을 내놓았다. 이는 경총이 주장하는 국민경제노동생산성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이다. 더욱이 사용자들은 2월10일 체결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협약을 근거로 임금인상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2004년 임단협에서 소득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 임단협 요구에서 불공정 하청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위한 임단협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비정규직을 위해 노동연대기금을 조성하고 원하청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연동하는 방안을 임단협 지침으로 확정하였다. 또한 2004년부터 시행되는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조속히 도입하여 비정규직과 중소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쟁취하도록 하고 있다. 임금인상 요구에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중요한 요구로 정하고 있으며 사회적 임금을 확대하고 중소사업장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보장하는 등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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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3일 울산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 출처: 프레시안 ]

산별교섭 확보 주력

민주노총 조합원의 40% 이상이 산별노동조합의 조합원이지만 제대로 된 산별교섭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금속산업연맹과 보건의료노동조합 등이 산별교섭에서 일정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노동조합은 올해 교섭에서 상당한 진전이 예상된다. 진정한 산별노동조합이 되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이 확보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실질적인 산별교섭을 쟁취하기 위해 산별노동조합은 2004년 임단투에서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연대기금 조성, 최저임금 산별협약 등의 민주노총 공동요구와 각 산업별 특성에 따른 산업별 공동요구를 중심으로 산별 공동교섭 요구안을 만들어 산별교섭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산별조직과 교섭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산별활동을 활성화하고,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교섭을 위한 제도개선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산별교섭을 반대하는 사용자단체와 대표적인 기업에 대한 투쟁을 집중적으로 전개하여 산별교섭을 확보하려 한다. 2004년 산별교섭의 결과를 총화하여 평가하고, 2005년 산별교섭을 준비하는 사업을 2004년 교섭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시작한다. 그리고 2005년에는 산별교섭이 임단협의 대세가 되도록 하며, 2006년 이후에는 명실상부한 산별시대를 열어 갈 것이다.

연대기금으로 연대기풍 조성

민주노총은 2004년 임단협 지침에서 연대기금 조성을 제안하였다. 정규직 조합원 임금의 일정 부분을 연대기금으로 적립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제도개선 투쟁을 전개하고, 한편에서는 사업장과 산업 단위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해소와 비정규직 남용을 저지하기 위한 단체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과 교섭을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는 동시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사업으로 연대기금 조성안을 마련하였다. 

노동자들이 적립한 기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해당 기업에게도 갹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만들어 낸 장본인은 자본이다. 인건비를 줄이고 해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사내하청ㆍ파견노동이라는 이유로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 박일수 열사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던 노동자였음에도 현대중공업은 고(故) 박일수 동지가 현대중공업과 직접적인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야기한 당사자인 사용자들은 당연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연대기금을 위한 기금 납부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이 기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지기금, 직업훈련 기금, 조합원의 고용안정기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기금의 적립과 운영은 산업별 특성에 맞게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산업별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연대기금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 격차 해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작은 일이나마 스스로 실천하여 노동자 내부의 단결과 연대의 기풍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연대기금의 갹출이나 운영을 산업별 단위에서 결정하도록 하여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노조 강화라는 노동조합 운동의 과제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업별 단위의 기금 조성과 운영은 산별노조 강화와 산별교섭 쟁취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

2003년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의 주평균 노동시간은 48.2시간이며 연간 노동시간은 2,514시간으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인해 노동자들은 피로누적으로인한 각종 산업재해를 겪고 있다. 또한 여가시간의 부족으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함은 물론이고 각종 사회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재교육과 재충전의 기회를 갖지 못해 노동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간 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축소하고 주5일제를 확보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정노동시간 단축 도입이 앞당겨져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주5일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노동시간이 단축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단체협약에서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전 사업장에서 조기 도입하고, 교대제를 개선하며, 초과근로에 대한 할증의 경우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여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도록 하고 있다.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인력 부족분에 대해서는 신규인력을 채용하도록 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단체협약에서 요구할 계획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기존 소득을 보장하고 여가와 재교육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실시되면 이러한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은 결과적으로 생산성향상으로 연결될 것이다. 실노동시간 단축은 시간외수당을 줄여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낮추고 기업에게는 인건비 추가 부담을 유발하게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으로 고부가가치 경제를 구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원하청 임금인상 연동

shlee_02_2.jpg민주노총 2004년 임금인상 요구안은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 해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투쟁이 2004년 임단투의 가장 핵심적인 지점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시급하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단체협약에서도 전체 노동자 임금의 50%로 법정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원하청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원하청 임금 인상을 연동시키고 퇴직금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하며 사회임금을 확대하여 임금격차를 해소할 것이다. 

특히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원하청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원청기업의 횡포에 노출되어 있는 하청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에 원하청 사이의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하청노동자의 턱없이 낮은 임금을 인상하고, 점차 확대되고 있는 원하청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청기업의 임금인상을 하청기업과 연계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하청기업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사용자와 교섭이 어려우며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경우도 하청기업이 지불능력이 없어 단체교섭이 실질적인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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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세상 바꿀 큰 투쟁 준비

민주노총 2004년 사업계획에서는 향후 3년간의 투쟁 계획이 나와 있다. 2004년은 임단투를 비롯한 현안투쟁을 전개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큰 투쟁을 준비하고, 2005년 가을과 2006년 봄 사이에 총투쟁을 계획한 상태이다. 2004년에 모든 산업에서 산별교섭을 추진하되 2004년에 산별교섭을 쟁취하지 못한 노동조합은 2005년 산별교섭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2005년에는 전 산업에서 산별교섭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민주노총은 산별교섭 쟁취를 위한 총괄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산별교섭 확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04년에는 노동절과 11월 노동자대회를 전후하여 두 차례의 집중투쟁기간을 정하였다. 노동절과 4월말 전 조합원 행동주간에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다양한 투쟁을 전개하여 민주노총의 제도개선 요구와 현안 투쟁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11월 초에는 노동자대회와 민중대회, 그리고 집중투쟁 기간을 설정하여 제도개선 투쟁에 집중할 예정이다. 6월 중순에는 2004년 임단투 시기를 집중하고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전선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4·15 총선으로 임단투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인 변수가 2004년 임단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10 노사정합의'의 대기업 임금자제 영향이 임금인상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실노동시간 단축, 노동연대기금과 원하청 연동임금인상에 대한 자본의 반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하청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이 어느 때 보다도 높고 대기업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2004년 임단투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