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사업주를 구속하라!

노동사회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사업주를 구속하라!

admin 0 4,573 2013.05.12 05:31

2월14일 ‘동토의 왕국’ 현대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 박일수 씨가 “내 한 몸 불태워 부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일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 자결하였다. 그리고 두 시간 뒤, 울산 삼산동 세원 신경외과 5층 계단 난간에서는 현대중공업 조합원 유석상 씨가 목을 매 자살하였다. 유석상 조합원은 산재 재요양 중이었고 허리 수술 이후 통증이 너무 심해, “아프고 괴로워서” 먼저 간다는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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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14일 노동자건강공대위와 현중사내하청노조 공동으로 현대중공업 사업주 구속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 출처: 울산 산추련 ]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도 여지없이 새해 벽두부터 노동자들이 죽어나갔다. 지난 1월3일 제3도크, 선박엔진에 장착할 2.4톤의 피스톤이 크레인으로 옮기다가 작업 중이던 노동자의 머리 위로 피스톤이 떨어졌다. 직영노동자 김문규 씨가 이를 맞고 사망하였다. 1월11일에는 일요일 특근을 하던 하청노동자 윤종숙, 박희서 씨가 족장설치작업을 마치고 바스켓을 타고 내려오다 바스켓이 뒤집어지면서 추락하여 사망했다. 같이 타고 있던 3명의 다른 하청노동자는 크게 다쳤다. 1월12일, 1525호 선박 선미 기계실에서 정수 탱크 청소작업을 하던 황길수 씨가 탱크 안 압축공기 때문에 튕겨 나온 덮개에 가슴과 복부를 맞고 사망하였다.

이렇듯 현대중공업에서는 항상 죽음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았다. 지난해 8월26일 이후 11명의 노동자(하청노동자 7명, 직영노동자 4명)가 추락, 협착, 질식, 과로, 산재로 인한 자살 등으로 죽어갔고 폭발사고와 전기스파크사고로 18명의 노동자가 크게 다쳤다.

지난해 11월28일 엔진 대조립부 폭발사고로 15명이 중화상을 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고현장은 노동부, 산업안전공단,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경찰 등이 참여하는 조사단이 경위를 조사하기도 전에 모조리 치워지고 청소가 끝나버렸다.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사고현장 보존이 기본이지만, 사고를 은폐·축소하기에 급급했던 현대중공업이 사고현장을 치워버린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후송된 노동자들이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을 만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사측 관리자들이 병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은 재빨리 중상자들을 부산지역으로 분산, 배치시키기까지 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노동자들을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사고현장이 치워지면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노동자들은 다시 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사고가 되풀이된다. 사고의 진상은 흐지부지되고, 노동자의 피가 마르기도 전에 작업이 강행되는 것이다. 결국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들의 몸값은 하청노동자와 직영노동자로 나눠져 달리 매겨지고, 사측은 유족의 입을 돈으로 틀어막고 사태를 수습한다.

사내하청노조와 노동자 건강권 공대위의 투쟁

지난해 9월1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사내하청노조 조합원임이 확인되면 조합원이 있는 업체는 폐업되고,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부당해고를 당하고 현장에서 쫓겨났다. 그런 와중에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 중대재해로 죽어갔다. 물론 그 이전에도 노동자들이 죽어갔지만 지난해 8월26일 이후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은 마치 전염병이 돌 듯 쏟아져 나왔다. 열악한 작업조건과 죽지 않을 만큼만 굴리는 작업강도 속에서 정규직보다 숙련도가 떨어지는데다가 충분히 쉬지 못한 만신창이 몸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하청노동자들이 더 빈번하게 중대재해에 노출되어 죽어갔던 것이다. 불과 두 달만에 6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몸서리가 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이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에 맞서기 시작하였다. 비록 적은 수였지만 모여서 선전전과 추모집회를 열었다. 작은 외침이 미포만을 휘돌았다. 이에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투쟁에 결합하였다. 공대위는 지난해 중순 영세건설일용노동자 이종만 씨가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한 사건에 공동 대응하면서 만들어졌다. 사내하청노조와 공대위는 ‘중대재해 책임자 현대중공업 사업주를 구속하라!’ ‘중대재해 진상을 규명하라!’ ‘작업중지권을 완전 보장하라!’ ‘유족에게 공개사과하고 충분한 보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추모집회와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와 노동부 항의방문,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현대중공업 사업주 고발 등의 공동대응을 하였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과 이에 항의하는 투쟁은 지역 언론과 주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어쩌다 한번도 아닌 잇따른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언론과 주민들이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노동자의 목숨을 개처럼 취급하는 현대중공업의 현실이 새롭게 폭로되기도 하였다. 작년 10월13일 하청노동자 강성구 씨가 업체 탈의실에서 가슴을 움켜쥔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급성 심장마비였다. 

강성구 씨의 작업일지를 유족들로부터 확인했을 때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 주간 근무를 하던 고인은 10월9일 오전 8시 출근하여 24시간을 근무하고 10월10일 오전 8시 퇴근했고, 같은 날 19시에 다시 출근하여 야간 12시간을 근무하고 10월11일 07시 퇴근했다. 그리고 10시간 뒤인 10월11일 17시에 또 다시 출근하여 야간 12시간 근무를 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강성구 씨는 10월13일 근무 도중 끝내 사망했다. 사내 안전보건센터가 바로 코앞에 있었지만 가슴을 움켜쥔 채 통증을 호소하는 노동자는 40여분이나 방치됐고 이는 죽음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유족들이 항의하자 사측은 “고인이 탈의실에서 작업복을 갈아입다 쓰러졌다”는 헛소문을 퍼트려 우리를 더욱 분노하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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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4일 저녁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화암문 앞에서 진행된 집회  - 출처: 울산 산추련 ]

죽음 앞에서도 뻔뻔한 경총

지난 2월5일 울산지방노동사무소가 현대중공업 안전보건총괄 중역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올해 현대중공업에선 발생한 3건의 중대재해에 대한 노동부 조사결과 중량물 취급계획서 미작성, 구명줄 미설치, 안전교육 미실시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들이 지켜지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현대중공업 사업주가 아니라 안전보건 총괄책임자만을 구속시켰다. 이는 200~300만원 정도의 벌금으로 대신하거나 중소사업장 사업주만을 구속했던 기존 관행에 비추어 보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사업장 사업주 구속을 피해 가려는 노동부의 눈치보기가 드러난다. 

그런데, 경총은 현대중공업 안전보건총괄중역이 구속되자 “형평성과 현실을 도외시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철회하라”며 성명을 내고 나섰다. 현행 구속영장신청제도가 사업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동시에 2인 이상 사망’, ‘연간 3건 이상의 사망재해’로 규정하여 4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지닌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장과 중소규모 사업장을 구분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총은 대규모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죽어 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수십명 이상의 노동자가 죽었을 경우를 제외하곤 노동자가 죽든 말든 상관말고 자본이 이윤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어이가 없다. 아니, 노동자를 기계부품처럼 사고하는 속뜻을 거침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 모습에 분노한다. 경총의 주장은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예방활동을 성실히 하여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정면에서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경총은 거기서 한발 더 나간다. 업종의 특성과 작업현장 그리고 근로자의 과실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경총은 사고가 나면 노동자에게 과실을 책임지게 하고 구명줄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하지 않아도 되게 법을 고쳐달라고 요구한다. 2003년 2,663명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고 86,492명이 다치고 병들어 삶을 파괴당한 현실이 경총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얼마가 죽어 나자빠졌든 간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자본의 입맛에 맞도록, 사업주의 책임을 면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라고 게거품을 물고 있는 것이다.

안전한 일터 노동자 단결이 만든다!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로 노동자의 몸이 골병 들고 과로사가 줄을 잇고 있다. 추락사, 협착사, 질식사, 폭발사고로 노동자들은 전쟁을 치르듯 죽고 있다. 특히 하청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 보건조치들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유기용제와 분진에 1년 내내 노출되어도 특수건강검진은 꿈도 꾸지 못하고 조선산업노동자의 70% 이상이 겪고 있다는 근골격계질환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처리를 할 수가 없고, 불안정한 고용을 빌미로 협박하여 사고현장을 목격해도 진술을 하지 못하게 목을 쥐어짠다. 결국 사고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노동자는 생존의 유일한 무기인 몸을 회복하지 못하고 실직과 가난에 내몰린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울산에서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해내자는 의지로 현대중공업 사업주 구속처벌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노동자의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여기는 자본에게 노동자 목숨의 소중함을 각인시키고 사회적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의식을 전환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미 중대한 안전보건문제를 발생시킨 사업주에게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포괄적인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못하도록 하는 ‘기업살인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전국적으로 나오고 있다. 울산지역의 사업주구속처벌 투쟁이 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안전한 일터는 현장 노동자들 힘의 결과이다. 그러나 현재 현대중공업은 숨막히는 현장통제와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강도 때문에 현장조직력이 와해 상태이다. 하청노동자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하청노동자 박일수 열사의 분신도 그런 현실을 깨트리고자 하는 염원 속에서 이뤄진 결단이리라. 당장 현장의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안전한 일터 속에서 건강한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결속이 필수적이다. 비록 힘들고 더딘 과정이지만 이는 미래를 결정하는,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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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일지
   2003년

○  8.26 고광수(52세, 대진기업 하청노동자) : 압착사
○  8.30 손병진(직영노동자) : 협착사
○  9. 8 강동언(42세, 원호기업 하청노동자) : 추락사
○ 10. 1 임채언(54세, 성진기업 하청노동자) : 추락사
○ 10.13 강성구(서일기업, 하청노동자) : 과로사
○ 10.21 조추현(52세, 무진기업 하청노동자) : 질식사
         -몽골인 하청노동자 2인 질식으로 의식을 잃었다 회복
○ 11.28 엔진대조립부 폭발사고 15명 중화상
○ 11.29 시험설비기계실 전기스파크 사고로 3인 화상
   2004년
○  1. 3 김문규(53세, 직영노동자) : 부재 낙하로 머리에 맞고 사망
○  1.8 이보화(48세, 직영노동자) : 실족하여 중상
○  1. 8 문영수(직영노동자) : 뇌출혈
○  1.11 윤종숙(49세, 효성ENG 하청노동자), 박희서(42세) : 추락사
         -김윤식, 박종옥, 이기성 다침
○  1.12 황필수(44세, 직영노동자) : 가슴흉몰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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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