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5천 공공노동자들의 연맹이 만들어진다

노동사회

4만5천 공공노동자들의 연맹이 만들어진다

admin 0 3,891 2013.05.12 06:32

이 글은 한국노총 내 공공부문 연맹 3개 조직이 어떤 배경 속에서 통합을 모색하고 실천하였으며, 어떤 성과와 과제를 남겨 놓고 있는지 정리한 것이다. 나는 전국공공서비스연맹에서 활동하며 통합 추진 이전의 연대활동과 통합 실무협상을 담당하였다. 하여 이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적으로 서술할 수 있으나, 통합을 준비하는 다른 연맹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과 통합조직 출범 전이라는 점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 먼저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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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새역사를 쓰겠다." 왼쪽부터 오현수 공공건설노조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장대익 정투노련위원장, 김종훈 공공서비스노련 위원장     - 출처: 매일노동뉴스 ]

금년 11월 내 통합연맹 출범

지난 7월27일 한국노총 공공 3개 연맹(공공건설노련, 공공서비스연맹, 정부투자기관노련)은 1년여 협상의 산물인 ‘통합기본합의서’에 서명하면서 ‘금년 11월 내 통합연맹 출범’을 공식 선언하였다. 각 연맹의 통합주체들은 공공부문 노동자의 권익신장과 사회공공성 확보, 산별노조 추진과 대정부 교섭력 강화라는 기본목표를 설정하고, ‘통합의 성공’은 물론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통합에 따른 결합력과 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3개 연맹의 지도부와 간부들은 공공통합연맹이 한국노총의 개혁적 변화를 추동하고 양대노총 공공부문의 연대투쟁을 강화하며, 사회연대 실천에 있어 적지 않은 기여를 하리라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으로 통합실현에 매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노조 통합은 자동화 및 기술혁신에 따른 경제 환경의 변화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고용불안과 노조의 영향력 축소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이 크며 또한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동시에 영국의 공공서비스노조인 유니슨(unison)이나 독일의 통합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 등은 노조의 통합이 자본의 공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임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조악하게나마 나누자면 우리나라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크게 중앙·지방 행정기관, 교육기관, 공기업 및 산하기관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의 조사(김태현,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현황과 발전방향」2001)에 의하면 약 220여개 50만명 이상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교사와 공무원을 제외한 공기업 및 산하기관 노동조합의 경우 양노총에 비슷한 규모로 분산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1999년 민주노총 내 공공연맹과 공익노련, 전지협 등이 통합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 출범하면서, 이것이 조직확대는 물론 대정부투쟁 및 노동기본권과 공공적 의제의 제기 등에 있어 공공부문의 대표적 조직으로 발돋움하였다.

한국노총에는 통합을 추진 중인 3개 연맹 외에 전국규모의 노조인 체신노조, 전력노조, 담배인삼공사노조 등이 존재하며, 금융노조와 연합노련에도 몇몇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있다. 공공 3개 연맹에는 64개 노동조합 약 4만5천명, 정부투자기관 9개와 정부산하기관 10개, 재투자 및 출자기관 6개와 지방공기업 및 기타 공공단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통합 후에는 조합원 수 및 조직 대표성에 있어 상당한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를 통해 한국노총 내 공공부문이 일정한 구심력을 형성하고 운동의 과제를 통일·집중시켜 노동운동의 발전과 한국노총 개혁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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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추진의 배경

공공3연맹이 통합을 모색하게 된 배경에는 여느 노조통합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외부적인 환경과 내부적인 요인이 함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공공부문에 가해진 인력감축, 민영화 및 조직통폐합, 노동조건의 악화 등 정부의 강제적 구조조정은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조직력과 교섭력, 그리고 정치력의 한계를 절감하게 하였고, 대표성의 확보와 정책역량의 강화를 위해서 조직수준의 발전을 모색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98년 이후 양노총 공공연대 및 한국노총 공공노협 활동을 하면서 공공3개 연맹은 공공부문의 동일직종인 공기업 및 산하기관을 조직대상으로 하면서 경쟁적, 중복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너무도 비효율적인 방식임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연맹의 위상에 걸맞은 적절한 사업과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분산된 자원과 인력을 집중하여 규모를 확대하고, 이에 기반한 집행력의 강화가 절실함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2003년 한국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채택된 개혁특위의 권고사항인, ‘2006년까지 유사산별 통합과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한국노총의 조직노선은 통합추진의 매우 중요한 지침역할을 했다.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추진되었던 금속·화학연맹의 제조부문 통합추진은 공공부문 통합에 상당한 자극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이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을 모법으로 제정되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구분경계가 사라진 점도 통합논의가 가속화되는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통합의 유인(incentive)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각 연맹이 통합지도부 구성과 사업관행 그리고 운동방식에 있어서 서로 다른 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조합원들이 통합가능성에 대한 확신부족 때문에 무관심하다는 것 등의 장벽이 놓여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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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투쟁의 경험. 지난 5월 31일 한국노총 공공서비스연맹과 민주노총 공공연맹, 사무금융연맹이 청와대 앞에서 낙하산인사 중단, 자율경영 보장, 공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 출처: 공공서비스연맹 ]

‘통합협상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기까지

앞서 통합 추진의 배경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3개 연맹은 90년대 중반 ‘공공부문노동조합대표자회의’ 활동과 IMF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공노협’과 ‘공공연대’의 공동투쟁을 전개하면서 연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공공대산별을 위한 공공부문 대통합은 각 연맹의 의결기구의 결의사항과 임원 선거의 공약사항으로 간헐적으로 제기되기도 한 것이다. 특히 3개 연맹의 현직 위원장은 모두가 통합을 주요 공약으로 하여 당선되었고, 집행부의 주요 사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통합논의는 2003년 한국노총 개혁특위의 권고와 한국노총 대의원대회의 결의를 바탕으로 모색되었다. 대의원대회 이후 3개 연맹은 상근간부 공동워크샵을 개최하였고, 통합추진의 방향과 주요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위원회 수준의 실무단위 논의기구를 띄웠다. 이와 동시에 공동임단투를 위한 대응팀을 구성, 운영하여 연구조사를 통해 공동요구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그리고 실무팀은 3개월 가량의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통합추진위원회의 공식출범과 집행위원회의 상시 운영을 합의하였고, 마침내 2003년 9월22일 한국노총에서 3개 연맹 통합추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갖았다.

통합협상의 주요 의제는 금속·화학연맹 통합사례를 조사하여 확정하였는데 총 13개 핵심사항을 중심으로 결정되었다. 이후 집행위원회는 5차례의 집행위원회 회의 및 워크샵을 통해 통합연맹의 세부적인 모습과 추진방안을 만들었고, 이는 2004년 3개 연맹의 정기대의원대회에 보고되었다. 이후 3월 연맹 사무처 합동수련회를 통해 통합의 시기에 대한 논의가 가닥이 잡히면서 협상의 의제가 정리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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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협상 과정의 가장 큰 쟁점은 초대 지도부의 구성과 조직대상의 문제였다. 특히 지도부의 경우 공동위원장과 단일위원장 안을 놓고 상당한 기간 논의를 하였는데, 결국 과도체제 1년 한시의 공동 위원장제로 절충되었다. 또한 대외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 총괄 위원장을 두기로 하였다.

조직범위는 통합연맹의 정체성(공공부문의 정의)과 대표성 그리고 운영상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는데, 현재 각 연맹에 가입되어 있는 조직 중 공공성이 다소 약한 노조의 가입제외 문제가 관건이었다. 이에 대해 우선은 큰 틀에서 통합을 완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관련 연맹의 내부 의사결정을 존중키로 하였다.

이렇게 3개 연맹 상호간의 토론과 협상 그리고 절충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통합협상 기본합의서’가 올 5~6월 사이 각 연맹의 중앙위원회에서 보고되었고 일부의 미비한 부분은 규약 및 규정 제정과정에서 완성키로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3연맹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 7월27일 합의서에 서명하고 통합을 공식 선언하였다.

통합과정이 축제가 되기 위하여

한국노총은 지난 대통령선거 혼선과 4·15 총선의 녹색사민당 참패 이후 대대적인 위기에 휩쓸렸다. 이후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이용득 집행부가 출범하여 노총의 개혁과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한편, 공공부문 노동운동은 교원노조 합법화와 공무원노조의 출범, 그리고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공공성 확보투쟁 등으로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노동기본권의 쟁취와 국민과 함께 하는 사회공공성 강화라는 목표는 아직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진된 공공부문 3개 연맹의 통합은 한국노총의 체질개선과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집중화를 위해 의미 있는 실천이다. 그리고 각 조직의 대의원과 단위노조 대표자 및 사무처 성원 등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통합을 공식화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아직은 진행형인 연맹통합이 완결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과제를 남아 있다. 우선 통합기본합의서에 근거한 규약 및 규정의 제정 과정에서 세밀한 절충이 필요하다. 둘째, 통합을 위해 필요한 ‘조건부 해산결의’가 재적대의원 2/3의 찬성을 통해 가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통합대의원대회가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조합원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고 현장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합추진위원회는 남은 기간동안 통합의 장점과 비전을 홈페이지와 포스터, 책자 등을 통해 집중홍보하면서, 단위노조의 상근간부 및 대의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통해 규약 및 제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통합대의원대회가 우리의 목표를 명확히 공유하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그리고 산별노조 건설과 대정부교섭 쟁취, 중앙과 현장의 결합력 강화 및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의사결정 대표성 부여, 공공부문 노동운동 연대와 대통합 모색 등이 연맹통합의 비전으로 제시될 것이며, 이러한 비전의 공유와 확대가 성공적인 통합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