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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에서 가정 눈에 띄는 것은 '사례조사-국회전달-거리투쟁'으로 이어졌던 이전과는 달리 후속사업으로 '제도개선'이 실질적인 힘을 받으며 추진될 수 있게 된 점이다." 『노동과 세계』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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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노동계 요구에 메아리 보낼 건가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첫 해. 노동계에서는 그동안 메아리 없는 외침만을 거듭해온 법제도 개선투쟁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쨌든 겨우 열석이라고 한계를 미리 단정짓기도 하지만, 그래도 과거와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올 하반기 국회에서 다뤄질 노동관련 법안은 노동부가 제출하겠다고 밝힌,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근로자직업훈련촉진법의 개정안과 새로 제정될 안으로 올릴 공무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함께 비정규직 보호, 손배가압류 금지, 공무원노조 노동3권 보장, 산업재해 보상, 직권중재 철폐, 운수노동자 보호 등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을 개정하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폐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이와 관련하여 홍원표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민주노총과 협의를 통해 비정규직, 공무원노조, 손배가압류,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관련 법개정을 올 하반기 5대 과제로 설정하고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끝내는 11월부터 본격화될 법제도 개선투쟁 과정에서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와 공무원 노동기본권 등이 뜨겁게 부각될 전망이다.
[ 주요 3당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들. 민주노동당 단병호의원, 한나라당 배일도의원,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왼쪽부터) - 출처: 매일노동뉴스 ]
관심이 집중된 비정규직관련 법안
이렇게 정부와 노동계가 제·개정 과정에서 힘을 겨루게 될 법안 중 특히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단연 비정규 관련 법안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12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폐지안, 직업안정법 개정안 등이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차별폐지, △중간착취와 불법파견을 낳는 파견법의 폐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인정, △법 실효성 강화를 위한 명예근로감독관제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있는 비정규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노동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고용형태의 다양화 등으로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이미 비정규직이 노동시장의 중요한 고용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때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사용여부는 노동시장의 수급여건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되, 노동시장의 건전한 질서확립을 위해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사용자의 남용을 규제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노동부는 단병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대해 "기간제 근로자를 출산, 질병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인정한다든지, 파견근로를 폐지하는 내용 등은 비정규직 보호에만 치중하여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데 소홀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 측은 "좋은 법안이고 이상적인 법안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말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지만,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간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문화와 명예근로감독관 제도 도입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역시 환노위 소속인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 측은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주장한 민주노동당의 안은 비현실적"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고,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환노위) 또한 "현재 기업과 정부가 민주노동당의 안을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큰 싸움을 예고하는 공무원노조법
지난 8월23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올 9월 국회에 제출할 공무원노조 법안을 합의했다. 이날 합의된 법안에 따르면 공무원노조법을 노동조합법의 특별법으로 제정하고,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을 주고 공무원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단체행동권은 불허하기로 했다. 조합원 자격은 30∼35만명으로 추산되는 일반직 6급 이하 및 이에 상당하는 별정직·계약직 공무원, 기능직·고용직 공무원으로 한정지었다. 또한 공무원의 정치활동도 금지시켰으며, 시행시기는 법이 통과된 후 1년부터로 결정했다.
하반기 노동3권 쟁취를 내걸고 총력 투쟁할 것을 선언한 공무원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공무원노조는 "단체행동권을 제한한 정부안은 법 제정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공무원노조를 정권의 도구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별법 제정을 강행한다면 총파업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무원노조는 8월21일 충북 옥천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국회 상임위 기간 동시다발 정시 출퇴근·점심시간 준수 등 준법투쟁 실시, 투쟁기금 100억원 모금, 10월말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시 등의 '완전한 노동3권 쟁취 총력투쟁 계획'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김영일 위원장은 인터넷신문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21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질문이 단 하나도 없었다. 대의원들이 하반기 총파업에 대한 굳은 의지가 한마디 질문 없이 만장일치로 총파업방침을 가결한 것"이라며 "이 싸움은 지도부에서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 이미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는 충분한 공감대가 (조합원들 사이에서)형성이 됐다"고 말해 하반기 노정간의 대회전을 예고했다.
공무원노조와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법안에 대응해 별도의 법안을 제출하면서 대응키로 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8월23일 기자회견을 갖고 "특별법 제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공무원노조를 허용하여야 하며 단체행동권 및 완전한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여 완벽하게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돼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의 입법안과는 별도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공무원노조 완전보장 법안을 9월말 이내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도 "공무원의 완전한 노동3권은 보장 되야 한다"며 정부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무원노조의 완전한 노동3권에는 한목소리로 적극 반대하고 있어 민주노동당과 공무원노조의 뜻이 담긴 법안이 의회 내에서 입지를 찾기란 극히 어려운 상태다.
[ 하반기 입법화를 앞두고 정부와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
아직도 '현안', 손배가압류와 직권중재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손배가압류 억제와 직권중재 철폐에 대해서도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안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결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행해진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음,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기타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 없음,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기타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가압류 불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노동부는 "무분별한 손배가압류에 대한 관행개선이 필요하지만 불법파업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법원이 엄격하게 손배가압류 절차를 집행하고 있다"고 말해 이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됐음을 내비치며, "손배가압류는 노사관계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권중재의 경우 올 상반기 LG칼텍스노조, 지하철노조의 파업 등에서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노동계는 이를 올 하반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로 꼽고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에 직권중재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의지를 밝혔는데 아직도 변화가 없다"며 "2003년 노사관계 로드맵에서도 직권중재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되어 있는데 이후 흐지부지 돼 이번 하반기에는 국정감사부터 시작해 직권중재의 폐해를 알리며 철폐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낙엽은 떨어져도 뜨거운 노동자의 11월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부와 사용자는 상반기 노동계가 밀렸다고 판단하고 하반기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 입법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정부가 파견근로 확대 등에 있어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경제불황과 국민정서 등 명분을 앞세우며 노동법을 개악할 여지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노동계의 하반기 입법투쟁이 대부분 노동법 개악저지 차원에서 머물렀다면, 올해에는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을 최대한 활용해, 미리 노동계의 입장이 반영된 법안을 제출하고 여론전을 통해 힘을 얻은 이후 현장투쟁으로 국회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원장은 "정부가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11월 공무원노조의 투쟁과 더불어, 11월 5만명이 모이는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투쟁동력을 끌어올려 법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