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꾼'에서 벗어나 조직과 스스로를 성찰하기

노동사회

'노조꾼'에서 벗어나 조직과 스스로를 성찰하기

admin 0 3,919 2013.05.1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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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서는 지난 해 11월28일부터 29일까지, 1박2일간 충정로 선교교육원에서 경기도노조의 전임간부 16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탐색 워크숍’을 실시하였다. 이 워크숍은 노동조합의 민주주의 교육프로그램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된 것이며, 이 글은 연구 보고서 중의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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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탐색 워크숍’은 조직구성원 각자가 누구이고,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또 무엇을 원하고 있고,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자기 자신과 조직을 한발 물러서서 돌아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직내부에 활력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종의 이벤트처럼 조직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의견을 낼 수 있고 큰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한 미래탐색 워크숍은 현재 활동의 가치를 시간 속에서 서로 연결시켜줄 수 있으며, 개인의 조직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 

연구소에서는 작년 말 ‘노동조합의 민주주의 교육에 관한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민주주의 교육으로서 미래탐색 워크숍을 경기도노동조합에 적용해보았다. 경기도노동조합은 의정부, 포천, 파주, 양주, 고양, 부천, 성남, 안산 등 경기도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과 수로(도로보수), 준설(하수도청소), 공원 녹지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조직이다. 2000년에 결성되어, 현재 조합원수가 1400여명에 이르며, 최근 보기 드물게 조직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연구팀은 경기도노조의 미래탐색 워크숍을 통해 민주주의의 두 가지 원리를 실험함으로써 노동조합민주주의 교육으로의 일반화 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경기도노조의 미래탐색 워크숍은 핵심간부들의 관계를 밀착시키면서 조직의 힘을 살아나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하였다. 

실천을 끌어내는 건 ‘소통’과 ‘성찰’

민주주의의 두 가지 원리는 ‘소통’과 ‘성찰’이라 표현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민주주의 교육에서 ‘소통’과 ‘성찰’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은 그 목적과 활동상 ‘경제, 사회, 정치적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교육내용은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실천단위로서 노조라는 조직체가 어떻게 힘을 갖게 될까하는 것이다.  

실천단위인 노조가 지향하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함께 그 목적에 동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동의과정은 ‘인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즉, 조직내부의 구성원들간의 민주적인 의사소통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개인들의 ‘성찰’능력에 따라, 조직의 힘이 좌우된다. 조직 내부의 민주주의 힘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의 힘’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민주주의 교육에서 내부의 의사소통 과정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성찰과정을 공유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래탐색 워크숍은 과거의 성찰, 현재의 진단, 미래의 탐색이라는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 데, 조직내부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내용,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현재 조직구성원의 느낌과 상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일정이 요구되었지만, 경기도노조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여 이틀동안 이루어졌다. 이 글에서는 이 중에서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모든 프로그램은 약 10분 정도, 토론을 준비할 수 있도록 개인보고서 작성시간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인 성찰을 위해서는 이러한 준비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시된 항목 하나하나를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매번 짧게라도 거치게 하는 것은 성찰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에서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게 할 경우,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간부들은 굉장히 어려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반발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 교육자는 ‘쓰는 것’ 역시 교육과정이며,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쓰는 것을 통해 분명히 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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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탐색 

과거탐색은 각자 경기도노조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현재를 조망하는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해 실행하는 과정이다. 당장 경기도노조에서 해야할 업무에서 벗어나서, 조직 전체를 한발 물러서서 조망해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조직성찰’이라 할 수 있다. 
 
(1) 조직이 걸어온 길 
‘조직이 걸어온 길’은 거창하게 경기도노조의 역사를 정리하자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노조가 결성된 지 약 4년 정도 흘렀는데, 그 이전에는 핵심간부들 모두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일부는 한 지역에서 조직결성 초기부터 함께 활동하였을 수도 있고, 다른 몇 명은 노동조합에서 조직활동을 그만두고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삶을 살다가 경기도노조에 발을 디뎠을 수도 있다. 물론, 현장에서 조합원으로서 적극적으로 분회활동에 참여하면서 발탁되어 전임활동을 하게 된 간부도 있으며, 따라서 경기도노조와 연을 맺은 기간도 4년이 넘은 간부부터 2~3개월밖에 되지 않은 간부까지 편차가 있다. 그러나 본인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든 조합원 입장에서 그들은 경기도노조를 이끌고 가는 ‘중핵’들이다. 그럼에도 각자 경기도노조라는 조직을 바라보는 입장이나 생각하는 지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조직성찰을 통해서는 그 ’다른 지점’을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매개고리를 ‘경기도노조의 역사’로 잡은 것이다. 

먼저 각자 간부 자신의 시각에서 자신의 노조활동 경험을 반추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했던 사건을 카드에 적도록 하였다. 이때는 ‘조직의 역사, 또는 조직에서 있었던 사건’을 평가하려 하지말고, 자신의 관점에서 적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사건카드를 다 적었으면, 교재에 있는 사건의 교훈을 작성하도록 한다. 이때에도 역시 ‘내가 생각하기에 ○○년에 벌어졌던 ○○한 사건은 나에게 크게 와 닿았다. 왜냐하면 ○○를 나에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간부 개개인이 보는 시각을 강조해야 한다. 이렇게 준비하는 시간은 바로 각자가 조직을 성찰해 볼 기회를 갖는 시간이다. 

다 정리가 되면, 그룹별로 연도를 수평선으로 표시해 놓은 ‘연표 대자보’에 한사람씩 나와서 사건카드를 년도별로 붙이되, 조직의 입장에서 볼 때 성공적인 사건이면 수평선 위에, 위기의 사건일 경우에는 수평선 아래쪽에 붙이도록 한다. 이후에는 왜 그 사건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질문을 받았다. 한사람씩 나와서 발표를 거듭할수록 ‘조직이 걸어온 길’이 차츰 완성되었고, 그 과정은 ‘조직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2) 변화의 단계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조직이 어떠한 단계에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였다. 변화의 단계를 세 단계로 제시하였는데, ‘초기단계 - 개척자조직/분화의 단계 - 합리적 조직/통합의 단계’였다. 각각에 대해 조직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특징, 위기 또는 변화가 필요한 징후 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단계를 염두에 두면서, 경기도노조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역시 개인적으로 준비할 시간을 주고, 제시된 시트에 맞추어 경기도노조의 특징을 단어로 정리하면서 우리 조직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자신의 의견을 적고 간단하게 확인하도록 하였다. 

변화의 단계를 확인하는 토론은 간부들에게 객관적으로 ‘조직’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한 토론과정에서 조직을 바라보는 시점을 단계별로 동일화하되, 세 단계를 통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변화의 단계 토론을 통해 간부들이 ‘조직의 단계와 특징’이라는 ‘렌즈’로 조직을 바라보자, 간부 개개인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들이 ‘감정’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로 표출되었다. 우리 조직은 ‘주체적이지 않고 의존적이다, 위원장이 ‘예!’ 하면 따라한다, 형식적인 부분이 덜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가 아니라, ‘그러니까 우리 조직은 개척자 조직의 단계의 특징을 갖고 있구나’라고 객관화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상명하달식이다, 조직에 대한 헌신이 약화되고 있다, 조합원을 위해 해야 할 업무가 많아졌다가 아니라, ‘공식적인 회의가 많아졌고, 분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분화의 단계도 중첩되어 있다’라든지, ‘우리조직은 통합의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초기 단계에서 분화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인데, 조직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초기단계에 머물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는 식으로 토론을 통해 조직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눈이 자신도 모르게 생기게 되었다.

 (3) 조직성찰 
과거 탐색을 마무리하는 과정은 조직이 걸어온 길, 조직의 특징 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1) 조직의 성과와 한계를 세 가지 측면, 즉, 조직적, 사회적, 개인적 측면에서 고민하도록 하고 2) 조직의 변화, 사회적 기여, 개인적 성장을 위해 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생각하도록 하였다. 약 20여분 동안 정적이 흐르면서, 간부들은 자신의 조직경험에 몰입하였다. 팀별 토론을 통해 조직의 성과와 한계가 몇 가지 대목으로 집약되면서 점차 조직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은 조직의 4년여간 변화를 생각하면서 현재와 연결하는 과정이다. 또한 간부들이 조직구성원들과의 소통 속에서 느끼는 조직에 대한 감정과 느낌을 이성적으로 정리해보는 단계이다. 앞에서 계속 했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조직적’으로 ‘요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재탐색 

현재탐색은 현재 간부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또는 해결이 필요한 지점을 정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과제를 프로그램화 한 것이다. 과거탐색은 간부들이 함께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함으로써 조직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었다면, 현재탐색은 간부 개개인의 관계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간부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며, 기대하고 있는가를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내부 갈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였다. 

(1) 갈등조절1: 활동스타일 분석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 갈등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없으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갈등을 있는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되,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서로 어떻게 ‘조절’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저 나름의 경험, 가치관, 생활습관, 태도 등등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성격과 일하는 방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갈등이 표면화되어 서로의 활동과 삶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갈등조절의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우리는 서로 같지 않은 사람이다’ 즉, 나와 다름을 ‘인식’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활동하는 스타일’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서,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깨닫고, 이 같은 다름 속에서 어떻게 함께 활동할 수 있을 지를 탐색해보도록 하였다. 

스타일 분석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첫째는 ‘개인적 스타일’을 확인해 봄으로써, 개개인의 특징과 성격을 객관적으로 드러내 보이도록 하였다. 예컨대, 참모형, 전사형, 실무지원형, 분위기메이커형 등으로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확인하면서, 평소에 몇몇 관계에서 독특하게 나타났던 관계의 문제를 유형 속에서 객관화해 보았다. 두 번째는 ‘활동스타일’을 확인하면서 조직활동에서 주안점을 두는 지점이 서로 다름으로 인해 나타나는 갈등을 객관화해 보았다. 예컨대, 활동을 할 때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아니면 일의 추진에 더 주안점을 두는가를 한 축으로 하고, 대중성을 중시하는 정도와 지도성을 중시하는 정도를 또 다른 축으로 해서, 각자의 활동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어떠한지를 확인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각자 체크를 한 후에는 비슷한 유형끼리 팀을 이루도록 하였다. 각 팀에서는 자신들의 유형이 활동과정에서 발휘될 수 있는 장점과 약점을 토론한 후, 개선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도록 하였다. 약 20여분 동안 간부들은 자신의 조직경험에 몰입하였다. 팀별 토론을 통해 조직의 성과와 한계가 몇 가지 대목으로 집약되면서 점차 조직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2) 갈등조절2: 인정하고 염려하기 
이어서 간부들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막무가내식이 아닌 일정한 형식을 제시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서로간의 소통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인정하고 염려하기’는 그동안 마음 속에 있지만 바빠서, 쑥스러워서, 거리감이 느껴져서 등등의 이유로 서로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말하는 시간이다. 

각자 모두에게 인원수만큼의 용지를 나누어주고, 교육 참가자 모두의 이름을 용지 맨 위 왼편에 적고, 자기 이름은 오른편에 적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름이 적힌 용지마다, 그 이름의 주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도록 하였다. 

먼저 내가 그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 것, 정말 인정하는 바를 세 가지 정도로 추린 후 용지에 적도록 했다. ‘이런 점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당신의 이런 점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이러저러한 점은 정말 존경스럽다’ 등의 형태로 적도록 하였다. 다 적고 난 후에는, 이제 반대로 업무에서 또는 의사소통을 하는데 염려되는 점을 딱 한가지만 쓰도록 하였다. 

특히 염려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단점을 고쳐라’는 식으로 쓰지 말도록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이 시간은 장단점을 나누는 시간이라기보다, 의사소통을 위해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밖에서 제시되는 단점에 대한 지적은 결과적으로 지적 받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서로간의 관계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 따라서, 염려하는 점을 적을 때는 ‘나는 당신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점이 어렵다’는 식으로 ‘자기느낌’을 위주로 표현하도록 했다.

맨 마지막 장에는 ‘자신에게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염려할지’를 생각해보고 ‘예상되는 염려점’을 스스로 써보도록 하였다. 보통 개인적인 문제가 지적되면 ‘나는 원래 성격이 이만저만하기 때문에, 네가 이해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러한 점을 한 걸음 앞서 차단하는 장치로, ‘자기반성’의 시간을 배치했다. 물론 이런 반성의 내용이 발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주지해야 한다. 

다 쓰고 난 후에는 각 용지에 적힌 이름의 주인에게 용지를 주도록 하였다. 이후에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편지를 쓰면서 읽으면서 느낀 점, 자신이 예상한 염려사항과 동료들의 염려사항의 비교 등을 주제로 모두 돌아가면서 느낌나누기를 하였다. 

이후 약 30여분간의 침묵이 흐른 시간, 편지를 쓰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 시간은 경기도노조 간부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온전히 동료들만을 생각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고, 간부들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자신에게 쓰여진 열 다섯장의 편지를 읽었던 시간은 열 여섯 명의 간부들의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순간이었다. 

미래탐색 

미래탐색은 5년 뒤 실현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현재의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먼저, 각자 5년 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도록 하였다. 예컨대, 조직적 변화에 대해서는 ‘5년 뒤 조합원수는 몇명으로 늘어날까, 그렇게 되면 조직형태의 변화는 없을까, 조직운영상의 변화는, 사무실 크기는, 전임간부는 몇명으로 늘어날까, 또 상급단체와의 관계변화는 없을까’ 등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도록 하였다. 또, 조합원, 현장간부, 전임자들의 역량이 강화된 모습은 어떻게 나타날 것이며, 경기도노조의 위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교섭단체인 지방자치단체, 지역의 주민들, 또 가족들이 경기도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 상상해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간부들을 팀으로 나누어 각자가 상상하는 미래를 서로 얘기하면서 보다 풍부하게 조직의 5년 뒤 미래를 구체화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미래를 표현하는 방식은 ‘콜라주’로 준비하고 발표하였다. 발표를 마친 뒤에는 1박2일 과정을 모두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5년 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제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실천적으로 고민해보도록 하고 실천적 결의를 모아내면서 정리하였다. 

콜라주를 만드는 작업은 공동작업으로 진행하였는데, 5년 뒤 미래를 토론한 내용을 상징화하여 잡지, 색종이, 풀, 가위, 크레파스, 색카드, 등을 활용하여, 커다란 대자보에 상징화하도록 하였다. 상징화하는 작업은 간부들에게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을 자극하기도 한다. 자신과 동료들의 생각을 이미지화 하면서, 토론내용을 감성적으로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척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는데, 다른 팀에서 하고 있는 내용을 보고, 커닝을 하기도 하는 등 열띤 분위기에서 공동작업이 이뤄졌다. 

간부들은 5년 뒤의 미래를 자유롭게 상상하면서도 자신들이 지금 이 순간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실천적인 고민으로 옮아가고 있었다. 실천적 결의의 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이었다(지면관계상 프로그램 과정에서 나온 자세한 토론내용을 싣지 못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연구소 홈페이지(www.klsi.org) '교육자료실'에서, 경기도노조 미래탐색 워크숍 관련 자료를 참조하기 바란다). 교육을 마무리하면서 간부들에게 처음의 느낌과 현재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1박2일간의 미래탐색 워크숍을 마무리하였다. 다음은 이번 워크숍의 목적을 잘 드러내는 참가자의 소감이다. 

교육과정을 통해 진짜 사람들이 바쁘게 살았구나하는 걸 느꼈습니다. 또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장점이나 단점이 같은 거구나. 사람들마다 나름대로의 빛깔과 향기가 있구나 하는 생각,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 조직이 유지가 되는구나, 한 분 한 분의 성격과 개성이 참으로 소중하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28일 교육 공문을 보내와서 보았는데, 1박2일 제목이 미래탐색이 어쩌고 하는데 잘 와 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끝나고 보니 제목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배우고 가는 것도 많고 가슴에 담고 가는 것도 많고, 손에 잡혀지는 것도 많습니다. 특히 내 손에 들고 가는 이 편지들은 활동하면서 저를 두고두고 행복하게 할 것 같습니다.


“옆사람이 소중하구나. 장점과 단점이 같은 거구나.”

경기도노조의 미래탐색 워크숍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과거탐색'은 조직의 걸어온 길을 객관적으로 성찰해보면서, 간부들이 조직을 바라보는 시점을 공유하는 과정으로 조직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또 ‘현재탐색'은 간부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접근하면서 부분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이었다. ‘미래탐색'은 실현 가능한 미래를 함께 상상해보고, 실천전략을 수립하면서, 교육과정을 실천적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현재 많은 노동조합은 경기도노조가 안고 있는 것과 동일한 문제들에 봉착해 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자신과 동료를 돌아볼 틈 없이 바쁘지만, 가슴에 남는 것 없이 살아가고 있다. 어떤 간부가 이야기 한 것처럼 심하게 말하면, ‘노조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노동조합 조직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부들은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이다. 

노동자 교육은 상황과 맥락이 중요하다고 할 때, 경기도노조의 미래탐색 워크숍을 그대로 모든 조직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교육은 노동조합을 운영하면서 ‘간부들 서로가 순간마다 부딪치고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노동조합에서 미래탐색 워크숍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언제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