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첫 정기국회를 맞이하며

노동사회

민주노동당의 첫 정기국회를 맞이하며

admin 0 3,822 2013.05.12 06:44

이순신은 "우리에게 12척이 있습니다"라며 명랑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진보진영에게는 민주노동당 10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민주노동당과 의원단에게는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을 진보와 보수의 구도로 재편하고 진보진영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이 글은 민주노동당의 10명의 의원단이 17대 국회에 들어와서 첫 번째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과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정기국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이 글은 민주노동당의 공식입장이라기보다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당직자 한사람의 견해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 내용에 대한 제반의 문제는 전적으로 필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사전에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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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활약할 민주노동당 10명의 국회의원들   - 출처: 매일노동뉴스 ]

드디어, 본게임 시작이다!

우선 진보진영의 역사적 의회진출과 3김정치의 종식, 한국 정당정치와 의회정치가 이념적, 정책적 차별성에 입각한 보수와 진보의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는 지난 17대 총선이라고 평가 할 수 있다. 17대 총선은 87년 민주이행이후 한국정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로서 보수독점적 정치지형 속에서 봉건적 사당정치와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빈사상태에 빠져있던 한국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획기적 진전을 이룬 선거였다(김수진, "위기의 민주주의 구해낸 '참여'의 힘", 『노동사회』 2004년 5월호).

그리고 이러한 17대 총선의 결과로 민주노동당은 10명의 의원단을 보유한 원내 제3당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17대 국회 개원 후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비교섭단체라는 제도적 한계에 봉착하기도 하였으나 비교적 현실 의회정치에 연착륙하는데 성공하였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고 있는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때론 민중들의 큰 기대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보수정당들의 여전한 구태정치에 대한 분노로 절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지금은 현실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정치적 역량과 활동 폭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9월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는 민주노동당에게는 본격적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특히 국정감사는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당의 의원단이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철저한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다. 당과 의원단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과 목표를 설정한 가운데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민생을 중심으로 진보적 정책을 이슈화하고 제도화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불균형 경제구조의 위기와 서민경제의 위기로 진단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경제구조의 근본 개혁을 위해서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균형경제를 건설토록 하고 중소기업 육성과 서민경제 인프라 강화, 부유세 신설, 직접세 인상 등 세제개혁과 사회복지 강화라는 3대 과제를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둘째는 진보진영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함께 진보적 의제를 선정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현재 당의 역량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생생한 현실을 바탕으로 진보진영과 함께 정책을 생산하며 진보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무책임한 폭로나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정당의 진면목을 제시하고 정책경제 중심의 의회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정감사가 재판장(국회의원)과 피고(행정부)의 관계로 접근되었다면 민주노동당은 이를 변호사와 검사의 관계로서 바라보고 정책과 국정수행업무를 주제로 치열한 정책토론, 정책검증을 벌이는 공간으로서 변화를 추구한다.

이와 같은 원칙에 따라서 이번 민주노동당의 국정감사는 기존의 보수정당의 의원들과는 다른 진보적 목소리를 내었다는데 그치지 않고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국정감사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변화를 추구하여, 당원과 함께 진보진영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평가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정책정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의원단뿐만 아니라 당의 정책역량과 국정감사에 참여하는 진보진영이 국정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훈련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키로 하였다.

'한 건'이 아닌 '함께', 민주노동당의 국정감사 준비

민주노동당은 국정감사 준비과정에서부터 기존의 보수정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우선 한 의제에 대해서 당 차원의 공동준비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여성정책과 관련하여 '여성부'에 대한 국감준비와는 별도로 여성관련 정책 현안에 대해 각 의원실 보좌진과 당 정책위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보수 정당의 경우 의원들의 '국정감사에서 한 건 하기' 위한 내부 경쟁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동 대응이 불가능하다. 민주노동당은 의원 개인의 성적표보다는 당으로 활동성과를 집중한다는 원칙이 공유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동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제 단체 및 연구단위 활동가의 실질적인 참여 속에서 국정감사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의원이 없었던 동안 진보진영에서 보수정당의 국회의원들을 통한 '입법청원, 현안 질의'를 추진한 경험이 있던 분들은 의제 선정 초기 단계부터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의 중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단순히 진보진영의 의견을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아우성을 벌이고 있다. 의회 내에서 소수정당의 한계를 직시하고 진보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서 보수정당이 구축해 놓은 현실의 벽을 돌파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8월에 진행한 '참여 국감을 위한 워크샵'에서부터 진보진영과 진보적 의제 중심으로 국정감사를 준비하였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국감준비 과정을 당의 중요한 조직사업 과정으로 사고하고 있으며 각 진보진영의 조직발전에도 기여하고자 노력한다. 당이 의회에 진출하고서 접하는 정보의 양과 질은 그동안 우리가 접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동안 국가 정책이 생산·집행되는 과정에 대한 정보에 접근이 용이하지 못했던 진보진영에게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유통시켜, 각 단위조직의 역량 강화와 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차원에서 민주노동당의 의원단에게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요청할 뿐만 아니라 10명의 의원단을 십분 활용하라는 제언을 드리고 싶다. 10명의 의원단은 단순히 민주노동당만의 유력한 무기만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소중한 자산으로 소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을은 예산안 따지는 계절∼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에게는 가을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여름부터 정기국회를 준비하고 9월1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100일간 전년도 회계 결산,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및 의결, 각종 법률안 제정, 국정감사 등으로 정신 없이 보내면 가을을 느낄 틈도 없이 새해가 다가오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국민들은 정기국회보다는 국정감사라는 용어에 익숙해왔고, 정기국회의 대부분을 국정감사로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한 건'에 집착하는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중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정기국회는 크게 3가지 과정으로 집약 할 수 있다. 그 하나가 국정감사이고, 내년도 예산안 심의, 그리고 각 종 법률안 제정이다.

국가행정이 법률에 기반하여 각종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절대 필요하다. 정해진 예산 속에서 낭비요소를 방지하고 행정업무에 대한 견제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정의 우선 순위와 이에 필요한 적정한 예산을 배정하고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에게는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수동적인 대응을 넘어 민중의 삶의 질을 높이는 부문(사회복지 등)에 대한 적정한 예산배정과 사업을 추진토록 하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시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 위원회 활동에서 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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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올해 국정감사부터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준비하는 '참여국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 출처: 매일노동뉴스 ]

법률안 제·개정을 위해 의원을 활용하는 방법

의정활동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현안'이 있다면 이 설명이 그 현안의 성격에 비추어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고 민주노동당 의원단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째, 행정부의 사업을 기획단계에서부터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노회찬 의원은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용산기지 활용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이는 용산기지 터를 민간에게 매각하여 재원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연구였다. 따라서 그것은 기지 터를 공원으로 활용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던 국민 여론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노회찬 의원이 연구결과를 공개한 이후 '정부는 '용산기지 일부를 민간에게 매각하는 방침은 결정된 바 없다'라고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행정부는 대부분의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다양한 검토와 연구를 우선 진행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배정받고 법률안 개정이 필요하면 법률안 개정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이 경우처럼 기획단계에서 무력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각종 법률안이 제출되었을 때(특히 정부측 법률안) 법안에 숨겨져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타당 의원들의 공감대를 얻어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방법이다. 심상정 의원은 재경위에서 정부측에서 제출한 '조세특례법개정안' 중에서 일부 조항의 실효성이 없으며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여 삭제토록 하였다. 수백 건씩 제출되는 정부법률안 중에는 동의 할 수 있는 법안, 일부 내용이 수정이 필요한 법안, 전면 반대해야 하는 법안 등 다양한 수위와 성격의 법안이 있다.

셋째는 독자적인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그동안 당이 제출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 '민생 3법', '장애인 이동권 관련 법안' 등이다. 다행스럽게도 민주노동당 의원이 10명이라서 법안 발의 최소 조건을 갖추어 법안발의에는 문제가 없지만 의결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해당 상임위를 통과해야 하고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을 해야 하는 과정이 따른다. 이를 위해서는 원외에서의 진보진영의 활동으로 여론을 조성하여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하게는 법안 자체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안될 수도 있고, 또는 변질된 내용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4년 뒤, '거대'할 것인가 '소수'일 것인가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원내 전략으로 '거대한 소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진보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10명이라는 한계를 넘어 진보의 목소리를 실현시킨다는 의미이다. 4년의 의정활동의 결과가 '거대한'을 중심으로 평가될지 '소수'를 중심으로 평가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의원단과 보좌진, 당이 앞장서서 싸우고 진보진영이 얼마나 독려하고 엄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의원단과 함께 일하는 활동가로서 '후회 없이 일했다'는 것을 개인적 목표로 최선을 다 할 것이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질책을 부탁드리고 싶다. 민주노동당은 10명의 소중한 씨앗이 진보정치의 열매를 맺게끔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은 필자만의 바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