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좌담] 코로나19와 노동의 대응

노동포럼

[특집좌담] 코로나19와 노동의 대응

1,821 05.06 09:00

 


일시: 2020년 4월 28일(화) 오전 10시 30분부터 
장소: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회의실 
정리: e노동사회팀

사회: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참석: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가나다 순)

사회: 오늘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생일입니다. 1995년 4월 28일 설립했습니다. 사실 이즈음에 매년 창립기념 토론회를 해 왔습니다. 올해도 그런 계획으로 준비했었는데. 상황이 이러다 보니 공개 토론회는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코로나19와 노동의 대응>을 주제로 하는 오늘 좌담회로 창립기념토론회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라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가 오면서 경제 상황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진단하고, 고용과 노동의 문제, 그리고 대응 방향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문주 본부장님부터 열어주시죠.

 

 

코로나19와 세계 경제의 위기

정문주: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감염자가 300만 명, 그리고 사망자가 20만 명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문제는 아직도 고점을 찍지 않았다는 것인데, 경제상황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오늘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께서 1분기보다 2분기가 힘들 것이고, 기간산업 관련해서 어려움이 가중돼 나타날 것 같다고 말씀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OECD와 IMF가 2020년 경제성장률 예상을 수정해서 발표했는데요. OECD는 조금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고요. IMF의 경우에는 전 세계 경제가 ‘3.3% 성장’을 한다고 했던 것을 ‘마이너스 3%’로 바꿨습니다. 우리나라는 ‘2.2%’에서 ‘마이너스 1.2%’로 수정했습니다. 신용평가기관들도 무디스를 제외하고 피치와 S&P 등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갈 것 같다고 발표했고요. 현재 한국의 감염자 수 증가 추이는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전 세계 자체가 혼돈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거죠. 들리는 말에 의하면 2분기까지 어렵다가 3분기에 반짝 잠깐 나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가 겨울이 되면 재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0년 한국경제는 3분기에 잠깐 나아졌다가 다시 떨어지는. 그래서 뭐 요새 경제의 경로가 V자형 회복이냐, L자형 침체냐 말이 많은데, W자형의 불안정성으로 갈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거죠.

 
이주호우선 한노사연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코로나19는 이전의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서도 발병 국가나 확진자 숫자나 확산 속도가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당연히 더 크다고 봅니다. 매켄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의 보고서는 이후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게 더욱 힘든 혼돈의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전문가들, 경제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예상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떤 것도 100%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편, 민주노총에서 이번에 ‘코로나 위기와 자동차산업 대응 워크숍’을 했는데, 통계를 보니 전 세계 글로벌 완성차가 121개 공장 중에서 88개, 72.7%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 전역의 자동차공장이 모두 셧다운 상태이고 지구상에서 한국 공장만 정상가동 중입니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단절의 충격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것은 자동차산업 역사 1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자동차산업이 전후방 고용연관 효과가 큰 산업인데, 치명상을 입고 있는 거죠. 국내자동차산업은 빅2 스몰3 완성차와 부품 회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소 전기 미래차, 자율주행, 공유차, 디지털화 등 기존 산업적 전환과 맞물려 더욱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 미국과 중국이잖아요. 세계 경제 21%가 미국, 16%가 중국인데 동반 침체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입니다. 특히 세계 공장이라는 중국 경제가 올해 유례없는 낮은 성장이 예상됩니다. 이런 몇 가지 징후를 봤을 때, 세계 경제가 상당히, 흔히 말하는 V자나 U자형 회복이 아니라 L자형 장기침체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병희: 아직 방역이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는 자체가 어렵지만,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번 코로나 위기는 과거 어느 감염병 위기에 비교할 수 없고, 또한 과거 어느 금융위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주요 국가들이 국경과 생산시설을 봉쇄하면서 생산과 소비가 중단되고 경제활동 자체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조지아와 텍사스 등 미국의 몇몇 주나 덴마크나 스페인 같은 나라의 경우 방역에 성공해서가 아니라, 경제활동을 계속 중단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서 방역 활동 완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거죠. 문제는 코로나 전파가 과연 억제될 것인가조차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앞에서 말씀 주셨던 것처럼 올해 겨울 2차 유행이 나타날 것이라고 많은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얘기하고 있고. 얼마 전 하버드대학의 한 연구팀에서는 ‘2022년까지 미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1)
-1) https://www.yna.co.kr/view/AKR20200415062800009?input=1195m
그런 한편으로,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한 예측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의 중단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사실 봉쇄를 완화하게 되면 급격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죠. 그렇지만 코로나19 이후 과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경제질서가 그대로 갈 것인냐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중국의 강한 경제회복 조치와 ‘G20’의 경제협력 구도를 바탕으로 대응했다면, 지금은 사실상 ‘G제로’ 상황입니다. 위기 극복을 주도하는 헤게모니 국가가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도 각자도생하고 있는 그런 형국입니다. 이에 따라 보호무역이 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교란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존한 생산이 작은 요인 하나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이 짧아지고 다변화되는 방향으로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관련해 특히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흐름이 남미와 동아시아에서의 외환위기, 자본철수 등 신흥국 중심으로 한 위기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지표들도 엇갈리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실업률이 오르면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5주 동안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2,650만 건에 이르지만, 주가도 저점으로부터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주식시장이 강력한 금융정책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건데요. 경제회복의 대가가 주식보유자에게 이전되는 패턴이라고 비판적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단기적으로 보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거죠. 유가 선물(futures)2)
-2) 파생상품의 한 종류로 선매후물(선 매매, 후 물건인수)의 거래방식을 말한다. 즉,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인도, 인수할 것을 약속하는 거래. 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도 회복 기조입니다. 기름을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돈을 얹어주는 역사상 처음 보는 상황도 있었지만, 어쨌든 하반기 석유 가격이 예전 가격을 회복하는 것을 보면 회복 기조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은행 쇼크는 계속 계속될 것이고, 채권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지표들이 제시하는 전망은 매우 엇갈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세계 경제가 올해 3분기에 일정한 회복 기조로 돌아설 것인데, 이것이 얼마만큼 회복되고 지속될 것인가, 이후에도 안전할 것인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매우 큰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전망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정책 내용은 매우 달라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1차와 2차 추가경정예산을 제기할 때는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이후 국내외 쇼크 정도가 강화했기 때문에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논문에 의하면3)
-3) https://voxeu.org/article/forecasting-recoveries-difficult-evidence-past-recessions?fbclid=IwAR1mqOSL0MLNgEJ_F7WQlriafOHa39LqGupwyFIPj8JyD7JuK7bxbpQ2Fj4
경제학자들은 당장 상황에 대해서는 나쁜 방향으로 전망하지만, 그다음 해는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현재 상황은 비관적으로 보지만, 2021년에는 V자형 회복을 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 쉽다는 거죠. 그렇지만 지금처럼 유례없는 상황에서는 그러한 관성에 의한 선택은 자칫 위기대응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 가급적 비관적인 전망까지 고려해서 정책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기침체 시작인가, 제도개혁 적기인가
 
사회: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과 예측이 엇갈리지만, 우리 노사정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의 경우 방역이 일정하게 성공하면서 공장이 가동되고 직장 생활이 유지되다 보니 일부 사람들에게는 경제위기가 잘 다가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 가지고 있고, 무역으로 먹고 살아나가는 상황인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혼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현재 상황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여파에 대한 진단과 고용노동 문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주호: 그 전에 방역문제에 대해 한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명색이 보건의료노조 출신인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보장성도 여전히 미약하고, 상병수당도 없습니다. 의료체계를 봐도 공공의료 비율도 10%도 안 되고 가야 할 길이 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방역을 잘하면서, ‘K-방역’이라고까지 불리면서 우리 건강보험과 의료체계가 전 세계적으로 최고라고 확대해석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정부의 투명한 지침과 시민들의 참여가 잘 어우러져서 초기 방역에는 성공했지만, 그게 곧바로 한국의 건강보험이나 공공의료 체계가 우수한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탈리아 등 공공의료 발달한 유럽 국가가 맥을 못 추면서, 공공의료 강화가 전부는 아니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전 국민의 0.3% 20만 명이 확진을 받았어요. 초기 방역에 실패하면서 환자가 많아지다 보니까 전체 병상이 20만 개인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동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의료에 과부하가 걸린거죠. 우리는 확진자가 1만 명가량이니까 전체 인구의 0.02%잖아요. 그러니까 공공의료가 취약하더라도 대응이 된 거고요. 유럽 상황을 보고 공공의료의 문제를 이야기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인력이 더 확충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현재는 물리적 거리 두기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고 소비가 침체하고, 또한 작년의 경기불황이 그대로 올해로 이전되면서, 특히 중소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노동자 등이 치명타를 받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또, 우리나라 수출액의 비중이 중국이 25%가량, 미국이 13.5%가량인데, 이 두 나라가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수출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고요. 내수 관련해서는 운송·숙박·여행 쪽이 특히 타격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경제위기의 충격이 점차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의 대기업으로까지 확산하면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중장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2차, 3차 대유행까지 전망되면서, 고용위기가 무급휴직, 임금삭감을 넘어 정리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별로는 온도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문주: 한국은행이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4월 23일에 발표했는데, 마이너스 1.4%였습니다. 문제는 1분기보다 2분기 더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이동과 집회가 금지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업종이 관광·여행·운수·음식 자영업입니다. 관광 쪽 호텔노조 대부분이 한국노총에 가입되어 있어 알아보니, 1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192개 호텔이 폐업한 상태입니다. 여행업도 국내여행 일부가 이뤄지기는 하는데 나라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니까 99%가 가동이 안 되고 있습니다. 휴업·휴직제도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급휴직을 하거나, 연차휴가를 내년 것까지 당겨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항공 쪽은 아주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4월 말 5월 초 황금연휴 기간에 제주도 수요가 국내선에 생기면서 8%정도가 일시적으로 복귀했습니다. 운수업은 버스를 봐야 하는데. 시내버스 고속버스는 70% 정도 운행이 줄었고, 시내버스가 35% 정도 줄었습니다. 
한편, 4월 들어서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게 자동차부품 쪽입니다. 수출을 많이 하는 자동차 부품사들에서 감원이 막 시작됐습니다. 자동차 생산이 감소하면서 철강산업에도 영향을 주는데, 철강 재고가 증가해도 철강산업 특성상 고로를 정지하지 못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정유업계도 지금 심각합니다. 유가가 하락해서 가공해서 내다 팔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까. 정유업계도 한계상황은 아니지만 지금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서 오히려 나아진 업종들도 있습니다. 식품업종은 매출액이 창사 이래 최대라고 합니다. 휴지를 생산하는 제지 쪽도 괜찮고, 마스크 원재료를 생산하는 화학섬유 쪽도 괜찮다고 합니다. 전기·전자 제조업은 영향이 덜하지만 현 상황이 길어지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용문제는 지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가 19만5천 명 감소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조업단축으로 휴업과 일시 휴직자가 12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배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또한, 실업급여 수급자가 61만 명으로, 3월에만 9천억 원이 지급되었습니다. 현재 실업급여적립금은 약 4조 원 정도입니다. 이대로 가면 올해 내로 다 소진될 수 있습니다. 고용위기의 파도를 버텨줄 튼튼한 방파제가 필요한데 고용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겁니다. 정부가 5월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이를 3개월 안에 내로 신청, 수령하지 않으면 기부로 처리되고 고용보험 재정으로 들어갑니다. 고용보험 재정 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는 반증입니다. 고용보험 재정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먼저, 보험료를 납부하는 노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현재 고용보험 실업급여 요율은 1.6%로 노사가 각각 0.8%를 납부합니다. OECD 대부분 국가의 실업급여 부담은 3%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습니다. 고용위기 상황에서 노사가 각각 0.2%포인트씩 더 분담해서 2%로 올리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OECD 가입국 중에서 낮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보험재정은 연간 약 3조 2천억 원 정도가 늘어나는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업급여 계정에서 모성보호 계정을 분리하고 일반회계분담원칙을 세우고, 고용보험 재정의 국가 책임을 위해 건강보험과 같이 일반회계를 투입해 볼 시점이 되었습니다. 
 
이병희: 지금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결국 내수부문, 그리고 서비스업이죠.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 1.4%입니다. 민간소비는 6.4% 줄었고 서비스업은 마이너스 2%를 기록했죠. 당분간은 이러한 추이가 계속될 것입니다. 결국은 구제(rescue), 소득지원 등이 가장 중요한 정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경제위기 여파가 이후에 수출부문, 제조업으로 얼마나 파급될 것인가, 글로벌 수요침체가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제조업에서는 생산 차질은 크지 않더라도 글로벌 수요 부진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이게 산업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면밀하게 검토해서 제조업 부문에서 대응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직 생활방역으로 넘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좀 이르지만, 경기부양책을 서서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한국형 뉴딜’이 그런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형 뉴딜이 뭘까요? 대공황 시절에 미국에서 했던 뉴딜(New Deal)은 1차는 ‘공공근로’였지만 2차는 ‘제도개혁’이었습니다. 이게 미국경제의 황금기를 만든 것이죠. 미국식 복지국가의 기본틀이 되는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되는, 일명 ‘와그너법’, 전국노동관계법을 입법했죠. 현재 상황이 3분기도 경제가 불확실할 수도 있고, 4분기 가서 2차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 과제는 첫째는 경제위기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둘째는 임의적인 경기부양이 아니라 제도개혁을 염두에 두는 사회적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고용위기의 대응과 제도개혁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텐데요. 이제 양 노총이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대응과 관련해서 주요한 사업으로 잡아 놓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문주: 코로나 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1997년과 1998년 IMF 경제위기, 그리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코로나 경제위기는 당시보다 때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1930년대 대공황에 대응하면서 미국에서는 노동관계법, 사회보장, 실업급여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피해가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인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특수고용 등 취약계층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공황 시기 와그너법과 같은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메이데이 130주년입니다. 예전 같으면 메이데이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일종의 부흥회를 여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노총의 제도개혁 방안인 <5·1플랜>을 조직노동자와 시민사회, 미조직노동자, 정치권이 함께 공동으로 발표합니다. <5·1플랜>은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에 특히 주목합니다. 대표적으로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들 588만 명, 1년 미만 근속의 497만 명의 노동자들, 그리고 프리랜서, 플랫폼, 특수고용직 220만 명 등에게 온전히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거죠. 또 하나 사회안전망의 확대를 주장합니다. 예컨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도 고용유지지원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말씀드리면. 우선 3월 6일 코로나 위기 극복 관련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정 합의를 선언했습니다. 아무래도 방역 중심의 얘기들이 많이 나왔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한 협조, 그리고 총고용 유지를 위한 노동시간을 조정 등의 선언적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8개 산별에서 노사 또는 노사정 간에 사회협약을 체결하거나 추진 중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산별조직들과 한국노총이 2주에 한 번 모여서 실태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지침 시달하고 현장지원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회안전망 확대, 총고용 유지, 해고 금지, 그리고 공정거래 상생협약 등입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기획재정부가 매년 7월에 했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올해는 6월 초에 발표한다고 합니다. 3차 추경뿐만 아니라 4차, 5차 추경까지 정부에서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 노동자와 현장이 필요로 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고용유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먼저, 조업단축지원제도를 실질화해야 합니다.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에 노동시간을 줄여서 총고용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제도가 조업단축지원금입니다. 현재 우리 제도는 조업단축에 들어간 사업주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는데, 이를 독일처럼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하고, 지원금 수준을 현행 월 최대 40만 원에서 감소한 노동시간의 60% 이상으로 현실화시켜야 합니다. 다음으로, 직업훈련제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위기업종에 종사하는 재직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직업향상훈련을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고용유지지원제도가 있어도 휴직수당을 지급받지 못합니다. 고용노동부의 17개 산업별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 중에 위기업종인 관광레저위원회가 있습니다. 호텔 휴업 중에도 일정 기간 직업훈련을 시키면서 수당을 지급하면서 버틸 수 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올해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는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교육훈련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IMF 때처럼 정보통신기술 직업훈련 확대 강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겠죠.  
 
이주호민주노총은 올해 전태일 50주기이고 민주노총 25주년이라서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준비했습니다.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동기본권 확대와 사회 대개혁을 사업계획의 중심축으로 해서, △‘전태일법’이라는 이름 아래, 특고 등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법 2조 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핵심 과제로 제기하면서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8법으로 비정규직 철폐, 산별교섭 제도화, 교육·건강·노후·주거권 불평등 해소, 재벌개혁, 정치개혁을 주요 총선 의제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갑자기 터지면서 기조를 대폭 수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노총은 5월1일 노동절 슬로건을 △재난 시기 모든 해고 금지와 생계소득 보장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사회안전망 확대로 잡았습니다. 문제는 의제 설정과 함께 비상체계를 가동하고 있는데, 몸이 잘 안 따라가고 있는 거예요. 민주노총의 기존 방식은 5월 메이데이집회와 6월 말 비정규직집회를 열어서 십수만 명이 모여서 의제와 투쟁을 선포하고 하반기에는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정점으로 압박해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대중동원과 대규모 집회를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민주노총 가맹·산하 조직 중 올해 기존 방식대로 정상적인 대의원대회를 한 데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투쟁하면서 우리 의제를 사회적으로 알려 나갈 것인가와 관련해서 현재 내부에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쨌든 올해 민주노총은 7월4일에 비정규직철폐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어요. 이날까지 진전이 없으면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서 이날을 기점으로 삼고 있고, 그 이후에 하반기 11월 노동자대회로 이어가는 방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 전국 수준 및 산업업종 수준의 노정협의와 함께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런 한편으로, 그동안 국회가 입법하지 않고 미뤄온 과제들, 예컨대 특수고용·예술인 고용보험 가입, 사회서비스원법 제정, 공공 의대 설립, 재난휴업수당이나 유급질병휴가 등의 문제를 5월 임시국회에서 털어내도록 압박고자 합니다. 정리하자면 7월4일 이전까지는 노정협의와 국회입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서 제도개혁이 잘 안 되면 비정규직철폐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투쟁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21대 국회가 진보정당이 약화되고 거대 여당과 양당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에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태인데요. 어쨌든 이번 21대 첫 정기 국회가 코로나를 넘어 한국사회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병희: 3월 고용지표가 생각보다 훨씬 더 나쁘게 나왔습니다. 무급휴직자가 126만 명가량으로 급증했습니다. 취업자 감소도 19만5천 명이나 됩니다. 이를테면 코로나19로 고용노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120만 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된 거죠. 나아가 지금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해도 소득이 감소하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겁니다. 고용보호와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IMF 때는 주로 대기업 및 공공부문에서 밀려난 상용직과 평생직장의 붕괴가 주목을 받았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비정규직이 타격을 받았지만 사실 사회적으로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거죠. 양 노총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도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노동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가 노동시장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시장 구조와 제도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수고용이나 간접고용의 제도적 보호 방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이를 위해 필요한 행정적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야 합니다. 파견과 도급의 구분이라든가 특수고용의 법적인 규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지난 15년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던 문제들이 경제위기가 닥쳐오니까 더욱 뼈아프게 체감되고 있습니다. 저는 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 자리 잡은 고용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비용과 위험을 아래로 전가하는 방식은 사회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렵고, 현재의 위기 속에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양 노총이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의 확대, 일자리 유지 등과 관련된 강한 의지를 내보이는 것, 특히 취약계층을 우선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편, 양 노총에서 제시하는 ‘모든 해고 금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조금 더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이 가져오는 문제는 사실 노동자의 책임도 아니고 기업의 책임도 아닙니다.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기에 대해서 최후의 지불자로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에 설치되는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원칙에 ‘해고 금지’를 명문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양 노총이 공론장에 제기하는 상징적 슬로건으로서 ‘해고 금지’는 의미가 있겠지만, 코로나19 이전에 쌓여 왔던 부실의 구조조정을 인위적으로 막고 조세로 국민 전체에게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어쨌든 지금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 조건으로 고용 안정, 기업 정상화 이익 공유, 도덕적 해이 방지 등을 명시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획기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런 한편으로, 일정 비율의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내거는 것이 저생산성의 한계기업을 유지시켜 시장을 교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노사정 대화를 통해서 고용 유지의 의미와 기금 지원의 조건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할 텐데, 이런 맥락에서 ‘해고 금지’라는 슬로건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외에도 양 노총이 제기하는 방안 중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특히 특수고용과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나 ‘한국형 실업부조제도 도입’은 상당히 많은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국회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위기와 사회적 대화 사이 험로
 
사회: 위기 극복을 위한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경제주체 간에 대화와 결속이 중요할 텐데요.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로써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했지만,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밖에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이 제안과 관련해 다양한 평가와 인식이 있을 텐데, 그와 관련된 대화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이주호: 비슷한 질문을 워낙 많이 받아서 최근에 한겨레신문에 기고를 하기도 했는데.4)
-4) 한겨레신문(2020년 4월 13일) “‘해고금지’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36878.html
문제의식은 이런 겁니다. 어쨌든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가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음에도 결국에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제도적 참여와 관련해 내부에서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 사회적인 위기가 닥쳤으니 제도적 틀과 상관없이 연대와 협력을 위해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을 한 건데요. 핵심의제는 ‘해고 금지’와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대’입니다. 기업만 살리기가 아니라 노동자 고용 유지를 위한 기업 살리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 지원 시 고용 유지 조건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한국노총이 참여해서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하긴 했지만, 민주노총 참여 하에 전국 단위와 함께 산업·업종 단위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때문에 경사노위 밖에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제안을 한 거죠. 2,500만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정문주: 한국노총은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이미 했습니다. 후속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뜻대로 잘 안 됩니다. 안 되는 이유 중 가장 큰 게 정부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겁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관련 업종의 사용자들이 사회적 대화에 잘 참여합니다. 예컨대 관광서비스연맹이 호텔 상황이 심각하니 얘기를 하자고 하면 사용자단체가 나오는데 그 자리에 정부가 안 나옵니다. 한편으로, 최근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신 것 관련해서, 경사노위 왜 만들었냐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사노위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공식적인 법정기구입니다. 그 얘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게, 이미 한국노총 산하 산별연맹 5개 정도가 업종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위기업종이 3개가 새로 가세해서 같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일자리, 사회안전망 등 코로나 위기 관련 주제에 대해서도 의제별 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고, 조만간 합의문이 나올 계획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제도 밖 사회적 대화가 성사되기 쉽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더 부연하면. 사회적 대화가 잘 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주체들의 책임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논의를 시작했으면 어쨌든 결론을 내야 합니다. 중간에 흐지부지 끝내면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 양산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모이면 끝까지 참여해서 점을 찍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사용자단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여러 노조가 하나의 사용자와 교섭하기 위해 창구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사회적 대화에서는 다중 복수의 사용자단체들을 노총이 상대해야 합니다. 지금 사용자단체 중에서 대표성을 갖는 게 경총이에요. 그런데 경총은 매우 극단적인 입장을 가지고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습니다. 시대 흐름과 어긋나는 사용자단체가 대표로 나와서는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도 제대로 교섭하고 싶으면 내부에서 논의해서 창구 단일화 절차나 입장을 명확하게 통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미지의 노동세계
 
사회: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민감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 논의를 마무리해야 할 텐데요. 전환의 시기이다 보니 거시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좌담은 위기 속에서 장기적이고 방향, 미래지향적인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문주: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이제 우리는 1년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게 명확합니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상대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입니다. 일반적인 독감이 최대 잠복 기간이 2~3일이라는데 코로나는 14일입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극복한다고 해도 곧이어 잠복 기간 3주, 4주 되는 것들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환경파괴가 몰고 온 재앙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동의 미래, 일의 방식이 바뀔 것이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 불안정노동에 대한 소득보장과 사회안전망 확대, 노동기본권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만드는 것이 코로나 극복에 있어서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제2의, 제3의 코로나 사태가 닥치게 될 텐데. 정말 심각하고 점증하는 위기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희: 얼마 전에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뉴욕타임즈에 칼럼을 기고하셨더라고요.5)
-5) https://www.nytimes.com/2020/04/13/opinion/sunday/covid-workers-healthcare-fairness.html
이분이 하는 얘기의 핵심은 코로나 위기 동안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는 노동자는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과 종속적인 노무제공자라는 겁니다, 노동법과 사회적 보호를 못 받는. 오늘 우리가 논의한 문제의식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지나고 난 뒤 어떤 세상이 될까? 여전히 불평등이 유지될 것인가, 아니면 노동에 정당하게 보상하는 안전한 세상에 우리가 살 것인가? 저는 이 질문이 중요한 함의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히 노동시장 제도를 잘 구축하는 게 향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집중된 논의들을 통해서 결실을 내고, 미룬 숙제도 하고, 앞으로의 과제도 잘해나가는 시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주호: 지금은 누군가 국가의 시간이라고 하지만 전 조직노동의 시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빨리 시작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노총을 포함해서 여러 단체들의 제안들을 받아서 충분히 논의가 진행되면 좋겠고요. 요즘 상황에 대해 ‘미증유’라고 표현하잖습니까. 전례가 없는 상태인데 우리는 여전히 전례 기준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변화가 와야 하고, 그 변화의 핵심 목표는 생명과 안전, 복지와 생태, 연대와 평등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판 뉴딜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규제 완화, 재벌 소원 수리해주는 게 뉴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희 박사님이 잘 지적하셨지만, 공공적 투자 확대와 사회보장 강화, 노동기본권 보장이 뉴딜의 핵심입니다. 이번에 다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서 그동안 여러 한계로 엄두를 못 내었던 전국민고용보험과 사회안전망, 노동기본권 보장 쪽으로 힘을 모아가면 이 미증유의 위기가 한국사회가 진정으로 노동 존중 사회와 사회연대 복지국가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코로나 위기 이후에 노동의 문제를 얘기를 해봤는데. 아직은 첫 단계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논의하고 모색해야 할 영역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1차 논의는 이것으로 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몇 개월 지난 다음에 노동 세계의 변화와 그로 인해 추진된 제도개혁에 대한 평가, 그리고 여러 가지 장단기 대안을 논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좌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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