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e Union은 무역연합이 아니라 노동조합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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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Korean Confederation of Trade Unions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영어로 Federation of Korean Trade Unions라고 쓴다. 

양대 노총의 영문이름을 아시나요

민주노총이 Confeder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기업별 노조들을 묶어 만든 ‘연맹(federation)’들이 함께(con) 모였다고 해서다. 여기서 ‘con’은 라틴어에서 유래하는 접두사인 ‘com’의 변형이다. ‘함께’라는 뜻을 가진 com이 들어간 다른 단어로는 ‘조합하다’, ‘결합하다’는 뜻의 combine이 있다. 여기서 bine은 ‘묶다’라는 뜻의 동사인 bind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단어는 유럽 몇몇 언어에서 일종의 결사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는 bund와도 같은 계통의 단어이다. 스웨덴금속노조의 스웨덴어 명칭인 Svenska Metallindustriarbetaref?rbundet의 끝자락에 있는 ‘bundet’이나 독일노총(DGB)의 독일어 이름인 Deutsche Gewerkschaftsbund에 있는 ‘bund’도 같은 어원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노총은 왜 그냥 federation이라고 할까? 그 이유는 한국노총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노총의 영어 이름은 그 전신의 영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인데, 당시에는 연맹이나 산별노조의 연합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confederation이 아니라 feder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법의 개정과 정권의 지시에 의해 노동조합의 형태와 구조가 강제로 바뀌면서 산별노조와 단위노조 연맹의 연합체를 왔다 갔다 했다. 자기 스스로 조직의 형태와 구조를 바꾸었으면 조직의 이름에 그 변화를 반영하도록 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바꾸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이미 알려진 영어 이름을 구태여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내버려뒀을 수도 있다. 

우리말로 ‘노동조합’이라고 부르는 노동자들의 조직을 영어에서는 대체로 trade union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많은 혼란을 낳을 수 있는 역사가 담겨 있다. trade와 union이라는 단어는 각각 많은 뜻과 용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Trade는 우리에게 WTO로 더 잘 알려진 세계무역기구의 영어 명칭(World Trade Organization)에서 볼 수 있듯이 요즘 ‘무역’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무역협상’, ‘통상협상’ 등은 모두 trade negotiation이라는 영어의 옮김 말이다. 그래서 어떤 초보자가 trade union을 ‘무역연합’으로 번역했다는 일화도 있다.

자본주의 성장과 노동자 결사체의 탄생

그런데 어떻게 trade가 union이라는 단어와 결합해서 노동조합을 뜻하게 되었을까? 임노동(waged labour)이 본격적으로 생겨났을 때 노동자들은 거의 모두 특정한 ‘업(trade)’으로 돈을 벌어 생계를 꾸려나갔다. 여기서 ‘업’이라는 것으로는 일정한 일을 할 수 있는 숙련과 기술을 갖추어 수행하는 것으로, 목수(carpenter), 대장장이(blacksmith), 마차제조자-수레목수(wheelwright), 철판과 쇠붙이를 사용하여 각종 기관과 기계 장치를 만들고 보수하는 기술을 가진 보일러공(boilermaker), 물방아 목수로 시작하여 섬유공장의 기계를 설치, 수리하는 일을 하는 기계공(millwright), 배 만드는 기능공(shipwright) 등을 들 수 있다. 산업화 초기에 등장한 이들 노동자들은 어느 한 사업체에 소속, 고용되어 일한 것이 아니라 한 지역 내에서 또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일이 있는 곳에서 일했다. 그래서 이러한 노동자를 journeymen(유랑노동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누구를 소개받을 때 “What is his trade?(그 사람 뭐 하는 사람인데?)”라는 질문이 오가기도 한다.

아무튼 1700년대 초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출현하고 1750년대부터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임노동자들의 규모가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노동자들은 뭉쳐서 사용자들에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1776년 출간한 『국부론(Wealth of Nations)』에서도 이처럼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뭉치는 습성을 지적하고 있다. “The workmen desire to get as much, the masters to give as little as possible. The former are disposed to combine in order to raise, the latter in order to lower the price of labour(노동자들은 최대한 많은 임금을 받으려고 하고 주인들은 최대한 적게 주려고 한다. 전자는 노동력의 가격을 높이려고, 그리고 후자는 낮추려고 뭉치는 경향을 지닌다).”

이렇게 뭉친 노동자들의 모임은 주로 세 가지 일을 하였다. 첫째, 자본가들과 집단적으로 임금에 관한 교섭(bargaining, negotiation)을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회원 노동자들이 결사체가 결정한 수준 이하의 임금을 받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퇴직하거나 병든 회원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기금을 설립하여 회원들의 후생복지를 공동으로 도모하는 상조회와 같은 활동이었다. 엥겔스도 지적했듯이, “노동조합은 노동자들 사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첫 조치였다(Unions are the first step by workers to prevent competition between workers).” 

투쟁하는 노동자 조직 만들어낸 조합법

이렇게 노동자들의 뭉쳐서 자본가들을 상대로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 등에 대해 요구를 하는 상황이 확산되자 국가는 이를 제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활동을 제지하기 위해 영국에서 최초로 제정된 법이 ‘조합법(Combination Act)’이다. 1779년에 제정된 이 법의 공식 명칭은 ‘An Act to Prevent Unlawful Combinations Amongst Journeymen to Raise Wages(임금 인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불법적인 결합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 초기 노동조합의 원조 조직들은 일반적으로 ‘combination(결합, 조합)’이라고 불렸다.   

물론 이 법 이전에, 또는 이 법 말고도 노동자들의 ‘조합’ 활동을 제재하기 위한 숱한 조치들이 있었다. 1718년에는 양털을 빗질하는 노동자(wool combers)들과 양모 직공(wool weavers)들의 ‘불법적인 모임(clubs)과 조합(combinations)’ 활동을 제재하기 위한 포고령이 선포되었다. 또 노동자들이 조합을 결성하는 것을 음모(conspiracy)로 규정하고 이에 가담했던 노동자들을 ‘공모죄’로 처벌하는 경우도 있었고, 각종 노동자 결사체들이 구성원들에게 규약과 방침에 동의하는 서약을 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해상 반란을 처벌하기 위해 제정되었던 ‘불법적인 서약 금지법’을 적용해 처벌하기도 하였다. 1834년 영국 도체스터 지역의 6명의 농장 노동자들이 “불법적인 서약을 행했다”는 명목으로 체포되어 영국이 운영하던 유배지인 호주의 타스마니아 섬으로 추방되었다. 이를 역사는 ‘Tolpuddle Martyrs(톨퍼들 순교자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편, 조합 활동에 대한 규율과는 별도로 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한 법 조치들도 있었는데, 그 시초는 13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전역을 휩쓴 흑사병으로 1/3의 인구가 몰살되어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당시 영국의 왕조는 최초의 ‘근로기준법’이라고 할 수 있는 ‘Statute of Labourers’를 제정하여 일일 노동 시간을 14시간으로 정하고, ‘일반적으로 지급되던 수준 이상의 임금’의 지급을 금지하며, 고용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 뒤 구빈법 등 각종 법을 통해 영주, 장인, 주인 등 각종 고용주에 의해 고용되어 일하지 않는 것 자체를 불법화하였다.

1779년 제정되어 다음 해 약간 손질된 ‘조합법’은 그 의도와 달리 노동자들의 조합 활동과 다양한 투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로 각종 노동자 모임들이 생겨났다. 이들 중에는 프리메이슨(Freemason)과 유사한 비밀 결사체의 형식을 띈 조직도 있었고, Society of Journeymen Millwright(직물공회) 또는 Boilermakers' Society(보일러공회)처럼 ‘society’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불법 조합’이 아님을 표방하고 친우회법(Friendly Societies Act)에 따라 친우회로 등록한 모임들도 있었다. 이러한 단체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단체교섭(bargaining collectively)을 통해 규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합법’과 제반 노동자 활동 탄압 조치들을 철폐시키려는 다양한 투쟁과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 법은 1824~25년에 마침내 폐지되었다.

trade union만 노동조합이 아니다

현재 노동조합의 영어 명칭인 trade union에서 union은 최초의 노동자 결사체들을 지칭했던 combination과 마찬가지로 ‘결합’, ‘조합’, ‘뭉침’의 뜻을 가진다.  매년 초 미국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발표하는 연두교서 국정 연설을 State of the Union Address라고 하는데, 이를 직역해서 번역하면, ‘연합의 상태[현주소]보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래 여러 개의 주(state)들이 뭉쳐 하나의 연방 국가를 구성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영국의 국기를 일반적으로 Union Jack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하나의 국가로 합쳐지면서 두 국가의 국기를 결합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일반적으로 우리가 ‘버마’라고 부르는 나라의 공식 명칭은 Union of Burma(또는 Union of Myanmar)이다. 이 또한 7개의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담은 이름이다. 이처럼 union은 노동조합(trade union)이라는 어떤 특징적인 조직만을 뜻하는 것을 넘어서 널리 쓰이는 단어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온 ‘노동자 결사체’들이 trade union이라는 이름과 개념으로 정착된 것은 각 결사체들의 자기규정과 이러한 단체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법 체제가 성립되면서 부터이다. 영국에서는 1871년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의 활동과 지위를 인정하고 규정한 “노동조합법(Track Union Act)"이 제정되었다. 그런데, 사실 근대 노사관계 체제가 성립된 뒤에도 trade unio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노동조합도 꽤 많이 있다. 미국의 운수일반노조인 팀스터스노조(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는 trade union 대신에 Brotherhood of Teamsters(역마차기사 형제단)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최대 교원노조는 ‘전국교육협회(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최대 공무원노조인 American Federation of State, County and Municipal Employees(AFSCME)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옮기려면 ‘미국 주·군 지자체 노동자연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명칭보다는 실질이 중요하지

노동조합의 일반적인 영어 표현인 trade union은 업종별 (숙련)노동자들의 조합(combination)으로 시작했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특정한 업에 관한 숙련이 중요한 규정 조건이 아닌 현재의 노동조합을 trade union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labour union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기도 하고 그냥 un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별노조도 industrial trade union보다는 industrial union이 더 정확한 영어 명칭일 것이다. 

그런데 호주에는 Australian Workers Union이라는 노동조합이 있다. 양털을 깎는 노동자들의 조합으로 시작하여 현재 다양한 산업과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조직하고 있는 일반노조(general union)의 모습을 갖춘 이 조직의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호주노동자노동조합’이다. 또, 미국에는 Communication Workers of America라는 이름의 ‘노동조합’이 있다. 이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그냥 ‘미국통신노동자’가 된다. 어디에도 노동조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서는 가장 왕성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조직이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3권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될 때 정부가 교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고 ‘조합’만 결성할 수 있다는 안을 내온 적 있다. 또 노동조합관련법에 따라 설립되지 않은 단체는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도 거론되었다. 그런데, 당시 한국정부가 외국에 정부의 교사공무원 노동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알리는 영어문서에서 “조합을 허용한다”라는 것을 ‘trade union’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으려 하면서 외국에서는 노동조합을 허용하는 것처럼 거짓 홍보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역사적으로 노동조합은 combination, society, association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의미는 그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자기규정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국정부의 우스꽝스러운 이중플레이는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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