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노동운동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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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참석: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정경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이명규: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동정책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18년 한 해만 돌아보더라도 최저임금 문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주52시간 상한제 도입, 광주형 일자리 논란 등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변화에 대해 노동운동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평가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전에 『노동사회』 좌담은 주로 외부의 전문가들로 꾸려왔는데, 오늘 이 자리는 우리 연구소 내부 연구원 중심으로 마련되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각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종합해서 모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발생한 것들 중에서 노동운동에 함의를 갖는 사건들을 꼽아보는 것부터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으로 돌아보는 2018년의 노동운동
 
이주환: 저는, 노동운동에 영향력을 갖는 사건은 아니지만, ○○회계법인에 노조가 만들어진 것에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노동조합 조합원이 12만 명 이상이 늘었다고 합니다. 정황상 2018년에는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촛불시민혁명 이후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노동기본권, 노동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가 사회적으로 활성화됐고, 이런 것들이 노동조합 가입과 건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문직이고 고소득자인 회계사들의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은 시사점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이전까지 노동조합, 노동운동 하면 평균 소득 이하 혹은 평균 소득자들 정도를 대변한다고 여겨졌는데, 이제는 고소득자들에게도 노동조합이 유의미해진 것이죠. ○○회계법인에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주로 탄압, 무권리 상황 등을 다뤄왔던 우리사회의 노동조합운동에 ‘웰빙’이라는 주제가 추가된 사실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직장갑질 119가 만들어낸 변화에 주목합니다. 노동조합운동은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충을 집단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인데, 그러한 고충을 개인적으로 하소연할 곳을 활동가들이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거죠. 노동조합이 포괄하지 못하는 90% 노동자들의 문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로를 만들어서 성공시켜낸 운동이라고 봅니다.        
 
정경은: 이주환 위원님 말씀에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사들의 소득이 적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거든요. 전문직들이 노조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경향은 과거부터 계속 존재해왔다고 봅니다. 다만 최근에는 전문직들도 내부 경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화된 것이죠. 미국에서 노동조합의 기원이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노동조건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나라에 회계사들의 노조가 만들어진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 봅니다. 한편으로, 올해 발생한 사건 중에서 제가 노동운동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 사건으로 꼽고 싶은 것은 노회찬 정의당 대표의 비극적인 죽음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 노동운동은 산별노조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른바 ‘양 날개’라 부르며 미래전략으로 삼아왔는데요. 노회찬 대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당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노동운동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우리 노동운동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는 목소리의 일부를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용철: 노동정책에 있어 친노동적인 쪽으로 어느 정도 변화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사용자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 대해서 강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노동시간 단축을 한다지만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도 자회사 정규직 전환이라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효과가 상쇄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태안화력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산재사고로 숨진 김용균 씨 사건이 떠오릅니다. 원하청 문제는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로 위험의 외주화를 문제 삼는 여론이 일긴 했습니다만, 노동운동이 보다 확실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사용자 측이 모든 것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이렇게 불행한 사고는 계속해서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서 경영계의 불법적인 관행을 계속해서 알리고 바꿔나가야 합니다.       
 
노동정책과 공공부문에서 변한 것과 변화하지 않은 것
   
이명규: 여러 가지 사건들과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어쨌든 2018년은 정부가 노동정책 추진을 주도하고 의제를 점유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논의해주십시오. 
 
정경은: 정부와 여당이 노동정책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우려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최근 탄력근로시간제 논의 과정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이렇듯 여당이나 정부 인사들이 여전히 ‘대기업 노동조합 이기주의’ 프레임에 갇혀서 노동운동에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정책을 풀어가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와 같이 홍보문구는 선명하게 내세우면서, 실제 정책은 그러한 문구에 걸맞게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하고, 여전히 재벌 위주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박용철: 최근 여당 인사들의 행보를 보면 이들이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가, 자기들 말처럼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는가 회의감이 듭니다. 여당이 주도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여 인상효과를 억제한 것에서 특히 그러한 측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 같습니다. 
 
이주환: 우리사회 다양하게 분화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게 되면서, 정책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진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등과 같이 선언을 했는데, 이를 정책화하려면 지금까지 적용해오던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의 지침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관행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어떤 변화의 방향을 선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 선언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정책적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지난한 작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명규: 정부가 노동정책의 방향 전환을 선언했지만, 정부의 관성적인 태도로 인해 노정관계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이 전략적으로 노정관계의 변화를 주도할 수는 없었을까요? 
 
정경은: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결국 어떤 것은 포기하고 어떤 것은 수용할지를 구체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를 예를 들면, 지금 일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없이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새롭게 노동자를 충원할 것인가에 대해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죠. 전체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것을 자기 역할로 삼은 노동운동이 이에 대해서 입장을 명확히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노동운동이 처한 근본적인 딜레마라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저도 노동운동이 내부자와 외부자의 딜레마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봅니다. 노동시장 외부에 있는 청년들에게 정부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일자리는 새롭게 만들어진 매력적인 일자리로 여겨질 겁니다. 그런 한편으로,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그 일자리를 위해 경쟁할 기회를 자신들에게 주지 않는 상황은 불공정하게 여겨질 겁니다. 노동운동이 노동자들 사이 이러한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쉽지 않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 한편으로, 저는 노동운동의 발전을 모색하는 이들은 공공부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 이후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조합원 중에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혹은 공무직 노동자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제조업 생산직에 토대를 뒀던 노동운동의 행동 방식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경은: 노동운동의 토대가 바뀌고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건설일용직, 대기업 사내하청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노동조합 조합원의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노동조합 조합원이 되면 정규직이나 원청기업 노동자들과 임금체계를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 요구가 강화될 겁니다. 이 부분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박용철: 한편으로, 노동시장의 분단 상황 속에서 원하청관계의 통제력이 커지면서, 하청기업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을 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직장갑질 119, 직장으로 발딛은 촛불혁명?
 
이명규: 이제 민간부문 쪽으로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공공부문에서는 정책의 변화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민간부문에서 변화를 노동운동이 주도해야 할 텐데요. 최근 민간부문에서도 노동조합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에서도 잠시 ‘직장갑질 119’를 말씀해주셨는데, 전통적인 노조운동에는 속하지 않는, 개별 노동자들의 고충을 처리할 수 있는 이해대변기구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주환: 뉴스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조합원 수가 12만 명가량 증가했는데,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2018년에는 민주노총만 2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국노총이나 미가맹까지 합하면 훨씬 숫자가 커지겠죠. 한편,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혁명을 통한 변화가 정치영역에 그치고 직장과 일상을 확산되지 못한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지나친 우려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노동영역, 여성영역, 세대문제 등에서 기존의 구조로 규율되지 못하는 다양한 개인들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제도 개혁이나 조직 건설 등 집단적으로 문제해결을 추구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움직임들도 과거에 비해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노동조합운동도 활성화되고, 직장갑질 119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운동도 등장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용철: 저는 개별화된 문제해결 추구는 결국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노동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세력화가 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새롭게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산별노조운동은 살아 있다! 우리가 외면하던 곳에서
 
이명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함께 노동운동의 양 날개 전략으로 불리는 산별노조운동에 대해서도 함께 평가를 해보죠.
 
정경은: 최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에서만 크고 작은 15개의 조직에서 초기업단위교섭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연구소를 포함해서 연구자들은 보건, 금속, 금융, 공공 등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 만들어져 노동운동을 주도하던 산별노조에만 주목해왔는데, 그 프레임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거죠. 한편, 재벌기업들은 여전히 산별교섭에 빠져 있습니다만, 비공식적 협의에는 응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서, 초기업단위교섭과 관련해 현실의 다양한 움직임들을 무시하고 독일식 산별교섭만을 모범 답안으로 생각하고 끼워 맞추려는 태도는 파탄이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업단위노조의 조직형식에서 기업이라는 틀을 삭제하고 지역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 베스트 웨이(One Best Way)’를 추구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여러 조직들이 만들어내는 현실의 역동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주환: 저는 우리 노동운동 안에 산별교섭 만능주의의 환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면 노동문제의 많은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근거가 약합니다. 조직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만으로 산별교섭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2010년 이후 등장한 학교비정규직들 혹은 교육공무직들이 7년에 걸쳐 전국단위 집단교섭을 만들어낸 과정이 이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노동현장의 구체적 맥락에 맞춰서 다양한 초기업단위교섭이 만들어질 수 있고, 그렇게 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용철: 보건, 금속, 금융, 공공 등 전통적인 산별노조들이 거시적인 의제를 다루고 있는 측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 등이 산별교섭을 통해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구체적인 성과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이러한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 노동운동이 20년 이상 산별교섭체계로의 재편을 추진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시장이 산업별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기업별로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노사관계나 노동운동을 산업별체제로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독일식 산별교섭만을 모범으로 삼는 태도를 버리고, 집단교섭과 대각선교섭 등 다양한 초기업단위교섭을 시도하고 현실에 맞는 다양한 대안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노동조합 스스로가 기업단위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산별노조나 산별단위 상급단체라면 산하 조직이 속해 있는 기업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정도는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료가 있어야 비로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하는 임금정책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임단협에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산별노조에서 연구소를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연구소들이 자기 조직 내부의 구체적인 데이터들을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 조합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여전히 조직사업에 비해 정책사업이나 연구사업이 불균형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봅니다.  
 
여전히 뜨거운 사회적 대화
 
이명규: 주제를 사회적 대화로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노총만 참여하고 민주노총은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로 전환하고 사회적 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경은: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사회적 대화 기구는 경사노위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해서 다양한 사회적 대화 기구들이 있고,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빼고는 다 참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겠지만, 저는 타이밍의 문제와 정부와 여당의 태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친데다가 최근에는 여야정이 탄력근로시간제를 이미 합의해놓고 경사노위에서 다시 절차를 거치겠다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경사노위의 논의를 사측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참여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는 거죠.      
 
박용철: 노동운동의 입장에서는 경사노위가 정부 내 위상이 높지만 않지만,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많은 좌절과 한계가 있겠지만 하나씩 쌓아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편, 대통령이 경사노위가 의결구조가 아니지만 여기서 합의된 것은 의결된 것으로 인식을 하고 반드시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은 경사노위의 중요성과 동시에 위상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저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경사노위를 바라보는 입장에는 여전히 과거의 노사정위원회 정리해고 합의의 상흔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민주노총이 참여에 조심스러운 것은 이해하지만, 의제별 위원회에 산별조직까지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경은: 노동운동이 경사노위를 통해 업종문제를 논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노동에게 의제설정권이 거의 주어지지 않고, 재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제들은 거부되는 한계는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경사노위가 합의의 공간인 건지 논의의 공간인 건지 위상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이를테면 2017년에 보건의료 노사가 이미 일자리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기업에 유리한 정책은 일자리위원회에서 통과되고 노동조합의 요구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운동 입장에서는 어떻게 활용할지 모호한 거죠. 
 
이주환: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해관계가 갈리는 이슈에 대해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공론화를 거쳐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행정기구가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저는 경사노위가 경제문제, 사회문제, 노동문제 등에 대해서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인 합의는 아니지만, 경사노위에서 논의된 결과에 근거해서 정책결정권자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위상을 갖추도록 하는 거죠. 그런데 노사정 관계자들 사이에서 경사노위의 위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경은: 노동운동이 처한 딜레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민주노총에게 적용되는 부분인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서 투쟁에서 끝까지 버티는 마지막 보루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징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업종단위 참여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면서 총연맹의 참여에 대해서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러한 상징적 인식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우리 노동운동은 광장에서 의제를 제기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정책결정의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는 다소 수동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합의 이전에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여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19년 새해,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전
 
이명규: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2019년 노동운동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의견들을 말씀해주십시오. 
 
정경은: 2020년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데요. 내년에 이를 잘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의회권력의 절반은 여전히 전 정권 세력이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이 2019년에 다양한 정책과 의제를 제기하고, 이것이 정치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인지 아닌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노동운동도 경제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에 기초해서 어떤 요구를 가져갈지 마스터플랜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용철: 2019년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부 정책기조에 있어서도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전환점을 맞이해서 노동운동은 우리 사회구조의 기저에서 병폐를 재생산하고 있는 근본적인 부분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원하청 문제, 산업안전 문제, 일자리 문제까지. 특히 일자리 문제가 2019년에 더욱 부각될 텐데요. 어디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지, 외주화된 일자리들을 어떻게 인소싱해야 할지 등등 이런 부분에서 여전히 연구와 정책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시작해서 끈질기게 제기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주환: 노동운동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이후 조직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데, 어쨌든 이러한 추세는 구조적으로 결국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전에 최대한 조합원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집단적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과 조직화사업을 결합하여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019년은 국제노동기구 창립 100주년이라 이러한 부분에서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한편으로, 이제 노동운동도 ‘공정성’의 문제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합니다. 요즘 청년세대들에게는 불평등이 아니라 불공정이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경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사회를 집단이 아니라 개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요구하는 공정성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노동운동의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명규: 노동운동의 평가와 전망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면서도 평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들이 연구소가 노동운동 활동가들과 좀 더 깊이 교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긴 시간 동안 수고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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