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의 개편 뭐가 달라졌나? 무엇을 하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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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변화는 정치로부터 왔다. 2016~2017년 촛불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면서 사회적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이전 우리나라에서 국가 수준의 사회적 대화가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산업 수준을 포함한 초기업 교섭의 미발달, 노·사 간의 사회적 신뢰 형성 미비, 합의 내용을 국회에서 추진할 친노동정당의 미약 등 아직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노·사·정 간의 사회적 협의는 1998년 2월 ‘노사정 대타협’ 이후 2015년 ‘9.15 합의’까지 사회 여러 영역에서 간헐적으로 진행되긴 했으나 1998년 2월 합의를 제외하면 사회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촛불이 요구한 사회적 대화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선거 기간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방향으로 내걸고 다양한 노동정책을 제시했다. 그리고 2017년 5월 대통령 취임 후 첫 나들이로 인천공항청사를 방문하여 공항 내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을 약속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 역시 “공항가족 1만 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답해 양극화 극복이 눈앞에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발표 후 내부적으로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직원 간의 갈등, 사회적으로는 비정규직 직원과 구직자 간의 대립이 발생했다. 결국 1년이 지난 2018년 6월, 비정규직 약 1만 명 중 11%에 해당하는 1,100명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그쳤다.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2017년 7월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 노조, 임용시험 준비생 간의 갈등으로 정규직화 과정이 난관에 부딪친다. 많은 시민들이 더욱 신속하고 광범위한 개혁을 요구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이 기존의 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시장의 외부자 간의 갈등으로 개혁이 가로막히자 2017년 하반기가 되면서 이해관계자 간의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국가 수준의 사회적 대화를 다시 가동시키기 위해선 지난 20년간 수많은 문제들이 제기됐던 노사정위원회의 재정비가 필요했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을 임명하면서 개편 작업은 시작됐다. 2018년 1월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소집해서 8년 만에 양대노총이 만나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논의를 시작하고 나서 사회적 대화는 급물살을 탔다. 4월 23일 제3차 대표자회의에서 기구개편의 주요 내용에 노·사·정 주체가 합의하고, 그 합의내용을 1개월 만에 신속하게 국회에서 입법하여 2018년 6월 12일 시행됐다.1)
 

제3차 노사정대표자회의 주요 결과

① 명칭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한다.

②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자대표 5명(한국노총, 민주노총,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사용자대표 5명(경총, 대한상의,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 정부대표 2명(기획재정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사회적 대화기구 대표 2명(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상임위원), 공익대표 4명 등 총 18명으로 확대한다.

• (기존) 10명 → (개선) 18명

• 필요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 관계 행정기관의 장을 특별위원으로 위촉

③ 사회 각 계층이 직접 참여하여 의제 개발, 정책 제안 등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비정규직위원회, 여성위원회 및 청년위원회를 우선 설치하기로 하였다.

④ 현행 상무위원회는 운영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노·사·정 위원으로만 구성하여 노사 중심의 협의 기능을 강화한다.

• (기존) 상임위원 + 노5 + 사5 + 정2 + 공익2 → (개선) 상임위원 + 노2 + 사2 + 정2

⑤ 지역별 대화체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기능과 사무처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

 

대화 목적이 무엇인가: 사회적 대화를 위한 3가지 방향

먼저 사회적 대화 기구의 목적이 바뀌었다. 과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목적은 ‘산업평화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이었다면,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의 목적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산업평화를 도모한다는 말은 1999년 5월 ‘노사정위원회의설치및운영등에관한법률’에서 등장한 것으로 당시 경제위기 극복하고 외국투자자본의 유치를 위해 주요 목적으로 설정됐다. 이에 비해 경사노위의 목적은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으로 바뀌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과거 1990년대 세계화 시대에 경제위기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회적 협의, 이른바 ‘경쟁적 코포라티즘competitive corporatism’이 유럽에서 발달했다. 그 결과 대규모 실업을 막고 고용을 유지하는 등 경제위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성장시키는 데는 나름의 효과를 거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수의 국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협의의 폐해에 대해 많은 비판들이 제기됐다. 그렇다고 사회적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결코 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2008년 경제위기 당시 사회적 협의가 사라졌던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사례에서 우리는 목격할 수 있었다.
사회적 협의의 목적을 바꾸어야 했다. 그것은 지난 20년간 신자유주의적 경제 흐름이 만들어 낸 사회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한 이른바 ‘포용적 사회적 대화’를 구현해야 한다.
더불어 사회적 협의에 대해 제기됐던 문제점을 성찰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참여자의 대표성 문제였다. 1990년 대 노조 조직률이 높지 않은 나라에서 사회 주체들의 전략적인 선택에 의해서 진행됐던 사회적 협의에서 이후 수가 늘어난 미조직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점이 협의의 정통성을 약화시켰다. 이에 우리는 ‘포용적 사회적 대화’를 위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의 운영 원리로 기존의 정부주도에서 벗어나 노사 중심의 원칙에 합의했다. 이는 향후 위원회 운영 전 과정에서 구현에서 될 것이다. 기존에 제도상으로는 노사가 간헐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어서 일상적인 논의와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웠다는 지적을 수용하여 노·사·정 실무자들이 일상적인 논의를 통해 의제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의제개발조정위원회’를 두었다.
또한 과거 정부가 과도한 합의 요구와 시기상 압박으로 충실한 협의가 진행되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수용하여 상호인정을 위한 협의 자체가 중심에 놓일 수 있도록 제도의 유연성을 증대했다. 합의 형식과 중립성을 명목으로 경직됐던 조항(가령, 순차배제 방식의 공익위원 추천)을 폐지하고 협의 주체들의 실질적인 권한을 확대했다. 더불어 노사 단체의 자발성과 전문성 증대를 위한 각종 지원 제도를 두었다.
두 번째로 노사 참여 주체를 과거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 즉 정상단체peak organization에 한정하던 것을 미조직 취약 계층까지 확대했다. 이는 양극화 시대 사회적 대화의 발전을 위해선 비정규직 및 영세 자영업을 포괄하는 등 노사단체의 대표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를 수용함과 동시에 앞서 지적한 대로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미조직 저대변 계층 간의 의견 조율이 필수적 전제조건이라는 성찰 결과이다.
이를 위해 본위원회 위원을 기존의 정상단체 대표로 노·사 각 2인으로 두었던 것을 노측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를, 사측은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표를 포함하여 노사 각 5명으로 확대했다. 더욱이 본위원회에서 미조직 취약계층 대표가 자신이 속한 계층의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취합하기 위해 특별위원회 형태로 ‘사회 각 계층 관련 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계층별위원회는 해당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전국적인 단체들로 구성하고 관련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두어 의제 형성을 지원하게 된다.
세 번째로 사회양극화의 해소를 핵심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하되 대화의 의제를 넓혀 경제·사회 정책까지 확장했다. 특히, 초기업 수준의 사회적 대화를 내실화하기 위해, 노·사·정에서 제기한 의제를 중심으로 의제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정의 요구가 있는 업종에 한해 업종별위원회를 운영한다. 현재 2018년 하반기에는 다음과 같은 의제와 업종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 중이거나 구성을 추진 중에 있다. 향후 위원회의 대화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면 이후 초기업 사회적 대화의 내실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본격적인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을들 간의 하모니’가 선행되어야
 
미조직 취약계층의 참여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기구의 개편 노력은 아이러니 하게도 지난 5월 저임금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갈등으로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미조직 취약계층의 대표성은 해당 계층의 참여나 단체의 조직화 정도에 따라 부여되어야 하지만 아직 미조직 취약계층의 조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관계로 초기의 미조직 취약계층 대표 위원이나 단체들을 위촉하고 선정함에 있어 초기에는 양대 노총의 의견이나 추천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일자리위원회 같은 대부분의 사회적 대화 공간에서도 취약계층 대표는 양대노총의 추천으로 선정되어 왔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사노위 계층위원회가 조직된다면 이후 다양한 사회적 대화 공간에서 취약계층의 대표는 취약계층 스스로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방안이 생길 것이라는 바램이다.
북유럽처럼 노조 조직률이 월등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협의가 진행됐던 대부분의 나라에선 노조 조직률의 하락과 사회적 양극화에 따라 노사단체 대표성의 위기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93년 이탈리아, 2008년 프랑스의 노조대표성 개혁에서 보듯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신들의 독특한 방식을 실험 중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오늘날 고유한 방식으로 사회적 협의를 재가동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와 유럽의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동시에 사회적 대화 기구의 가동이 절실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현실에 있다. 지난 대선, 다수의 후보들이 선언하면서 기정사실화 됐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얼마 전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토로 앞에서 좌절됐다. ‘갑-을 계약적 신분시대’, 금수저, 흙수저로 대표됐던 ‘수저계급사회’의 극복은 ‘을들’ 간의 조화로부터 시작된다. 경사노위가 시급하게는 ‘을들’간의 조화, 나아가 ‘갑과 을의 공존을 위한 협상’을 위한 공간이자 독려자로 출범하길 바라며,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의제에 관해 지역, 업종, 계층을 연결하는 사회적 대화의 명실상부한 메인보드로 뿌리 내리길 희망한다.
 
 

1) 법률의 시행령은 공포 후 3개월 이후인 9월 13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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