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여 생존하기 위해 노동자가 알아야 할 이야기들 - 『버려진 노동』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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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발라프 지음 | 이승희 옮김 | 나눔의 집 | 2018년 5월 14일
 

이른바 기업의 성장신화 혹은 경영신화 속에는 버려진 노동과 노동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경쟁성장 둔화와 함께 오랫동안 고여 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임금·불안정한 고용, 비정규직의 확대와 노동시장 파편화, 임금불평등 등 고도성장 사회에서 무시되고 ‘나중 일’로 취급받았던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계는 어리석게도 모든 문제의 원인이 유연하지 않은 고용과 고임금이라 탓하며, 노동시장 구조의 파괴는 물론 노사관계 파편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러한 기업들과 손을 맞잡고 분탕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우연히 『버려진 노동』이라는 제목의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독일 내 유명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책인 줄 알았지만, 그 속에서 기업들의 횡포를 용인하는 독일의 정치와 사회제도를 보게 되었습니다.
 
독일이라는 ‘오도된 신화’ 속 숨어 있는 계급문제
 
한국에서 독일의 노사관계와 근로환경은 도달해야만 하는 이상향 혹은 꿈의 일터와 같이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이 파편화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의 르포작가인 이 책의 저자 귄터 발라프는 자신이 직접 산업 현장에서 체험한 사실들을 토대로 노동문제들을 고발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저자는 경영계에서 신화처럼 여겨지는 기업들에 ‘위장취업’하여 경험한 생생한 체험과 문제점들을 『버려진 노동』에 기록했습니다. 각 기업들은 스스로가 기반하고 있는 산업과 문화의 특징에 따라 생존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들을 창조적으로 착취하고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경영계에서 신화처럼 알려진 경영방식 이면에 존재하는 피 말리는 작업통제, 인정되지 않는 노동시간, 노동자들의 존엄성 훼손, 비인간적인 작업환경, 무한경쟁으로 위장한 ‘임금하락’ 경쟁 등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착취방식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얼핏 보면 단지 유명 기업의 노동착취·탄압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그 심층에서는 이러한 노동착취와 탄압을 허용하는 독일의 정치·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크게 두 가지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첫째, 단물 빠지면 씹다 버리는 노동시장 시스템입니다.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해 인간을 소도구, 부품 취급하던 대기업의 횡포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만의 횡포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적으로 용인되고 확대되어 제도로서 노동자들을 억압합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이를 보조하기 위한 모든 제도들이 이러한 횡포가 자행되도록, 더 활성화되도록 자극하고 있습니다.
둘째, 계급사회와 계급노동의 심화 현상입니다. ‘1등 시민 정규직’, ‘2등 시민 비정규직’, ‘3등 시민 파견/용역’이라는 노동계급의 구분은 사회계급으로까지 고착되었습니다. 이들은 한 기업 내에서 이윤창출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대우를 받습니다. 그리고 기업은 이러한 차별과 배제를 통해 노동자들의 자기착취를 가속화합니다.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깨달음 없이 그저 ‘자기발전’만을 위해 다른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합니다. 노동계에서도 이미 노동자의 존엄을 위한 연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기업 내 계급 구분은 사회보장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2등 시민과 3등 시민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아우성은 1등 시민과 기업,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정치·사회세력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노동연대의 활성화를 위하여
 
우리에게 ‘일’이라는 행위는 생계를 책임지고 자기 꿈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일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우리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일을 하지만, 우리가 일하는 공간과 작업과정은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처량하게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탈출하여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목숨도 살리고, 조직과 지역을 살리는 사람들의 모험담, 혹은 또 다른 역경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일상적으로 노동을 착취하고 탄압했던 기업들은 고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순순히 호응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회제도는 합법적으로 이들을 아우성과 외침을 묵살하고 불법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 이러한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연대였고, 노조의 활동이었습니다.
이 르포르타주가 고발하고 있는 사회문제의 내용은 우리나라 노동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에는 변화된 정치·사회 환경에서 ‘근로자’들의 ‘노동자’로서의 자각과 연대의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주위를 둘러보고 살핀다면 보이지 않는 노동과 노동자들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과의 연대는 조금 더 인간다운 사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도록 할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동자들의 연대의 결과는 노동조합입니다. 노동조합이 우리나라를 더 나라답게 이끌어가도록 하는 활동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주도하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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