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운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노동이 존중받는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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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토지주택공사LH가 주인인 아파트에 산다. 그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건설산업연맹이 있는 대림동의 4층 건물로 출근을 한다. 오늘은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차창 밖의 건물과 아파트와 다리, 공장을 보면서 건설노동자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 아마도 200만 건설노동자들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집도, 일하는 사무실도,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도, 지하철이 다니는 철로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5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건설노동자들인데, 이들의 노동은 왜 이리 야박하게도 존중받지 못하고, 천시되고, 인정받지 못할까?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바라며, 우리네 건설노동자들이 만들어낸 변화에 대한 얘기로부터 시작해 보고자 한다.

 

“쓰메끼리 업에자”부터 장시간 노동 척결까지
 
 
■ 장면 하나
십수 년 전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에 올라간 건설노동자들은 “쓰메끼리 업에자”주1) 라고 쓴 종이를 들고 농성을 했다. 매달 받아야 하는 임금을 짧게는 한달, 길게는 석 달씩 밀려서 주는 일명 ‘쓰메끼리(유보임금)’1를 근절해달라는 요구였다. 쓰메끼리는 체불임금의 시작이다. 결국 건설노조의 몇 년간 투쟁 결과로, 노동부는 2012년 유보임금도 체불임금과 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건설현장에서 쓰메끼리는 일상적이고,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최장 6개월 뒤에 임대료를 받기도 한다. 쓰메끼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장면 둘
13년 전인 2005년, 울산지역에서 공장을 건설하는 플랜트건설노동자들 천여 명이 서울로 올라와 집회를 했다. 요구는 건설현장에 화장실과 식당 등을 설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모래를 반찬 삼아 먹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건설노동자들의 수년간 투쟁과 요구로, 2007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건설현장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국회를 통과하였고, 2008년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삼성처럼 아직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대기업들이 존재한다.
 
■ 장면 셋
15년 전에는 타워크레인노동자들이, 그리고 10년 전인 2008년에는 건설기계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장기간의 파업을 하였다. 그후 건설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은 점차 줄어들었고, 그 영향은 비조합원들에게까지 확산되었다. 조합원이 아닌 건설기계노동자들도 이제는 8시간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한 달에 두번은 쉬고 있으며, 하루 8시간 노동도 전체는 아니지만, 시행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전국이 일터인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제도를 조금씩 스스로 개선하기 시작했다.
 
만악의 근원, 다단계 하도급을 끊어내다
 
건설산업은 주문이 있어야만 현장이 가동되는 일명 수주산업이고, 정부의 예산 투여와 제도에 따라 경기 등락이 심한 국책산업이다. 김영삼 정권의 주택 100만 호 건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며, 계약직이다.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모이기도 어려울 뿐더러, 노동조합으로 모였다 하여도 몇 달이면 없어지는 건설현장(사업장)에서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해 건설사업주들과 협상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아니, 열악하다는 말로도 표현하기가 부족할 정도였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은 어림도 없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은 이러한 어려운 조건에서도 노동조합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위에 열거한 3가지 장면은 그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획득한 성과를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만악의 근원이라 할 다단계 하도급 근절을 위해 시공참여자제도를 폐지한 것을 들 수 있다. 2006년 건설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그간의 요구를 집중하였고 2007년 시공참여자제도 폐지의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에 이르게 되었다. 건설사들의 극렬반대에도, 건설현장의 다단계를 근절하고자 하는 사회적 요구가 실현되었던 것이다.
 
2017년, 드디어 산별교섭의 성과를 이루다
 
이후 건설노동자들은 산별노조를 건설하고 건설사들과 노사관계를 통한 교섭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건설노동자들은 토목건축 지역별 노동조합, 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건설운송(건설기계)노동조합, 전기원 지역별 노동조합이 모여 2007년 전국건설노동조합이라는 산별노조를 창립했으며, 지역별 플랜트노동조합이 모여 2007년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라는 산별노조를 창립했다. 이후 10년 동안 지역에 있는 건설사들과 지역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교섭을, 타워크레인 분과는 산별교섭을 진행하였다. 물론 건설사들은 처음부터 순순히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산별교섭을 만들어 내기 위한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는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을 이른바 ‘공갈·협박범’으로 내몰며 범법자로 만들었다. 건설노동자들은 한 달에 몇 번씩 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투쟁을 1년 12달 동안 계속해왔다. 그간의 노력은 10여 년이 흐른 2017년 건설노조가 지역별 교섭을 넘어 철근콘크리트 건설사를 상대로 전국 산별교섭을 요구하여 대각선 교섭을 통해 노사합의를 체결하는 성과를 남겼다.
건설사들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모일 수도 없고, 건설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도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노동조합으로 모였다 하여도 지도부만 구속시키면 투쟁을 멈출 줄 알았다. 그러나 산별노조를 건설한 건설노동자들은 드넓은 건설현장에 혼자가 아닌 노동조합으로 하나 된 그 힘을 알았고, 수백 명의 구속자가 나오더라도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고 노동조건이 개선되도록 요구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여 왔다. 이렇듯 노동조합의 건설사 감시자로서 역할과 제도개선 활동은 건설산업의 부패와 비리를 일부라도 막아냈고, 부실시공을 막아 시민안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현장 변화를 가속화할 일자리 개선대책과 노동시간 단축
 
건설산업은 국책산업으로 정부의 건설정책에 따라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의 대표조직인 건설산업연맹은 정부와 꾸준한 제도개선 협의를 진행해왔다. 19대 대선 정국에서도 건설노동자의 ‘25대 대선 정책’에 대해 후보들에게 수용 여부를 답할 것을 요구하였고, 공약으로 입안하는 성과도 얻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여, 건설노동자의 제도개선 요구를 제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드디어 2017년 12월 12일,「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이 나올 수 있었다. 여기에는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근절 방안, 적정임금 보장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수년 동안 요구해왔던 건설현장 구조개혁을 위한 요구가 조금씩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합원만의 요구가 아닌 200만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이 체불되지 않도록 하는 요구, 퇴직금도 없는 건설노동자들이 사회보장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요구,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안정되도 록 하는 요구를 해 왔다. 그리고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일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은 기본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상당수의 사람들은 건설노동자로 취업하기를 희망하지 않고, 건설노동자임을 직업으로 밝히기를 꺼린다.
2018년 7월 1일부터 초과근로까지 포함해 주 52시간 이상의 노동을 금지하는 제도가 건설현장에서도 시행된다. 이러한 주 52시간의 제도적 적용은 장시간 노동의 터전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건설현장이 바뀔 수 있는 기회다. 나아가 이는 건설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은 이를 기회 삼아 건설산업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노동이 존중받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해낼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현장이 적정한 임금(임대료)이 보장되고, 안정된 내일의 삶을 약속받을 수 있는, 청년층이 일하러 오기를 희망하는 일터로 변화하길 바란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것들을 십수 년간의 끈질긴 노력으로 현실로 만들어왔던 건설노동자들의 뚝심과 진정성이 있다면, 이러한 희망을 실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 진정성으로 건설노동자들은 튼실한 아파트, 단단한 다리, 견실한 공장을 원하는 국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주1 )  ‘쓰메끼리’는 건설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로, ‘유보임금’을 뜻하는 일본어다. 유보임금은 매달 일정한 날을 정하여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당월에 받아야 할 임금을 30일이나 길게는 90일 뒤에 지급하는 임금 지급 관행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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