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세탁소’는 어떻게 지방선거 의제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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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오후 4시가 되면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이하 건강센터)에는 건강검진 사후관리(상담)를 받고 퇴근하려는 하남공단, 평동공단 노동자들로 붐빈다. 방문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작업복 차림으로 건강관련 상담을 받는다. 방문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기름때나 유해물질 등이 묻어있고 용접 냄새가 채 가지시지 않는 작업복을 입고 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어떻게 세탁할까
 
작업복을 입고 방문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늘 궁금했었다. 저렇게 작업복을 입고 퇴근을 하며 ‘기름때 묻은 작업복은 어떻게 세탁할까? 집 근처에 있는 세탁소에 맡겨 작업복을 세탁하나?’ 궁금증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올해 5월 방문한 노동자와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다가 “오늘 금요일인데 작업복은 어떻게 세탁하세요?” 하고 물으니 “집에서 하죠, 회사에는 세탁소가 없다보니, 매주 금요일마다 집에서 세탁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집에 있는 가족들 옷과 함께 세탁을 하게 될 텐데 걱정이 안 되냐고 하니, 사실 걱정이 된다고 한다. 오염이 심한 작업복을 가족들 옷을 같은 세탁기로 빠는 것이 너무 찝찝하고, 특히 아이들 옷을 세탁할 때는 혹시라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 노동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더욱 궁금해졌다. 광주지역 사업장 중에서 작업복 세탁소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자체 세탁소가 있는 사업장은 광주 전체 2~4개
 
광주에는 대형 산단(하남·첨단·평동) 3개와 소규모 산단(진곡·본촌·송암·소촌) 4개로 총 7개의 산업단지가 있다. 광주산단은 자동차생산 배후단지인 만큼 기계·장비, 금속가공, 전기장비, 자동차·트레일러, 광통신 사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2,500여 개의 크고 작은 사업장에 6만 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이 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92%다.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 3~4개 사업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장은 200인 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주에는 자체 세탁소가 있는 사업장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금호타이어, 그리고 캐리어(세탁용역), 대우전자 등 불과 몇 개 사업장뿐이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는 작업복 세탁소가 노동복지 차원에서 마련되어 있지만, 20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세탁소는 엄두도 못내고 있으며, 규모가 더 작은 사업장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사업장내 세탁소가 있는 곳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세탁이 된 옷을 입으면 기분도 좋고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운영비나 폐수처리 문제로 세탁소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오랫동안 세탁하지 않고 입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러한 점을 개선해보고자 지역에 있는 활동가 및 노동조합에 자문을 구했다. 그러나 의외로 노동조합에 있는 활동가들은 노동자 공동세탁소에 관심이 많이 없었다. 사실 약간 충격이었다. 왜 관심이 없을까? 현재까지도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서 건강센터를 방문한 노동자들에게 물었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생기면 어떻겠어요?” “공동세탁소가 만들어져서 내 작업복을 세탁할 수 있으면 당연히 좋지!” “공동세탁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방법 좀 찾아 달라”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추진해 달라” “노동자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의견과 요구들을 듣게 되었다.
 
광주시장 후보 모두에게 공동세탁소 건립 확답받아
 
이런 요구에 힘입어 지방선거에 출마한 3개 정당 광주시장 후보들에게 노동자 공동세탁소가 꼭 설립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담아, ‘하남산단 노동자 공동세탁소 건립’을 제안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답변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광주시장으로 출마한 모든 후보들이 노동자 공동세탁소 건립을 찬성하며 적극 추진하겠다 약속했다. 모 정당 후보는 하남산단 뿐만 아니라 나머지 6개 산단 전체에 노동자 공동세탁소를 건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답변이 왔다.
참 놀라왔다. 선거 때문에 그럴까? 아니면 진심으로 노동자 공동세탁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을까? 사실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작업복 세탁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의제가 되었고, 이제는 당선자의 이행공약이 되었다. 정말 전국 최초로 광주지역에서 노동자 공동세탁소가 건립될 수 있을까? 우리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노동자 공동세탁소가 만들어 지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아니 더 적극적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공동세탁소가 건립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서명을 받아 광주시장에게 전달할 것이다. 또한 다시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만나 하남공단 노동자 공동세탁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홍보를 시작하려고 한다.
노동자 공동세탁소를 설립은 조금만 노동자에 대한 배려, 신뢰만 있으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하남공단 세탁소의 필요성 실태(수요)조사, 그리고 운영기관 공모 등 몇 가지 조사들이 필요할 것이다.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작은 변화의 씨앗
 
그동안 기업하기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 정부기관은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실제 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후보들의 ‘노동자 공동세탁소’에 대한 관심은 조그만 성과이기도 하다. 노동자 공동세탁소가 만들어 지는 광주를 꿈꾸면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더불어 광주에서 시작된 이 의제에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울산 산단 노동자들의 사정도 광주와 다르지 않으니 세탁소 건립은 필요할 것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광주에 첫 노동자 공동세탁소가 생기고, 이와 관련된 전국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전국 산업단지에 노동자 공동세탁소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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