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운동의 확산, 성평등 노동 현장을 위하여

글쓴이 :

 
 
발표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
윤은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 이 원고는 노동사회연구소 136차 노동포럼의 발표 내용을 필사하여 요약한 것이다.
 
 
이명규  여러 영역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느꼈던 것이 한국사회가 성폭력에 대해서 법적인 절차나 혹은 조직차원의 보호가 얼마나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이렇게 언론이나 SNS에서 많이 나올까, 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1990년대 이후에 성평등 혹은 성폭행에 대한 제도들을 만들어왔고, 또 특히 노동조합도 과거 ‘100인 위원회’의 고발 이후에 있었던 성찰을 통해서 제도적 차원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응이나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우리 노동조합 내부에서 과연 얼마나 성폭행 혹은 성평등에 대해서 제도·조직·문화·실천적 차원에서 어떠한 대응과 활동을 했는지 점검 해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또 이를 통해서 노동조합에게 요구된 역할과 과제가 무엇인지, 한편으론 해외 사례 속에서 어떤 정책적·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는지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통일된 제도적 과제를 찾고 이를 조금 더 영향력 있게 발휘할 수 있는 그러한 모색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만, 일단 모여서 이 주제에 대해서 공감하고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할 것입니다. 오늘 발표할 분들을 한 분씩 소개해 드리고 발제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김수경 민주노총의 여성국장님이십니다. 다음은 윤은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님 오셨습니다. 다음은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님이 발표해주시겠습니다.''
 
 
 





[발표 1]
 
김수경  네. 반갑습니다. 현재 미투로 인해 성폭력과 관련된 의제도 굉장히 많이 떠오르고 있지만, 동시에 노동조합 내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실태를 본격적으로 돌아보는 움직임도 생긴 즈음입니다. 그래서 원래 ‘3·8 여성의 날’이 끝나면 조금 쉴 틈이 생기는데, 요즘엔 하루하루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검색하면 아직도 쉽게 나오는 연관 검색어가 ‘성폭력’이라고 하지요. 민주노총은 ‘성폭력 가해조직’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왔고, 솔직히 이런 시선을 그다지 부인하지도 않았어요. 정말 그렇다 생각을 하고 성찰을 위한 노력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조직적으로는 10년 넘게 긴장감을 갖고 살고 있고, 제가 민주노총 온 게 5년차인데 그동안 단 한 순간도 이 관련돼서 긴장감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오늘은 그 역사들을 한 번 전달하고자 합니다.
 
 
100인 위원회 이후 민주노총, 긴장과 성찰의 역사
 
발표를 제안 받은 후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될까 생각하다 보니까, 민주노총이 조직혁신을 가졌던 계기가 대부분 성폭력 사건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들어오기 전 있었던 일도 많아서 말씀드리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100인 위원회 사건’이 민주노총을 한 번 뒤흔들어놓았고, 그리고 2008년 김◯◯ 성폭력 사건, 그리고 몇 년 전에 있었던 울산 동구 본부장 성폭력 사건이 조직에 긴장을 걸게 하는 사건들이었는데요. 100인 위원회에서의 폭로와 용기의 운동의 전통이 ‘메갈리아 운동’ 이후, 조직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증언, 그리고 현 시기 한국사회 ‘미투 운동’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00인 위원회 사건 이후 민주노총이 먼저 했던 일이 뭐냐면, 「성폭력 폭언·폭행 금지 및 처벌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어요. 2003년 제정 이후 세 차례 개정 과정을 겪었습니다. 개념에 대한 변화도 있고, 절차 과정에 대한 개정도 있었고 앞으로 고쳐야 할 것도 있습니다만, 규정이 만들어진 이후 성폭력, 2차 가해 금지, 피해자 중심주의, 진상조사위원회와 등 예전에는 익숙지 않았던 개념이 지금은 디엔에이DNA에 각인되었다고 이야기드릴 수 있습니다.
김◯◯ 성폭력 사건은, 민주노총은 이 사건이 개인의 성욕이나 일탈과는 무관한 조직 내 성차별과 강간문화에서 기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점이 이전 100인 위원회와 달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를 제지하기 위해서 △노동조합 성평등 의제 발전을 위한 연구 △노동조합 운동의 가부장적 문화와 극복 방향 등의 연구를 진행했고, 2011년 성평등위원회 설치로 이어집니다. 민주노총 조직 내 성인지적 의식을 높이고 대중적인 성평등 조직 문화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성평등위원회는 조직진단 보고서 1회 작성 후 유명무실해지고 말았습니다. 여성위원회 담당자·성평등위원회 담당자 2인은 1인으로 바뀌었고, 이후 성평등위원회 사업은 민주노총에서 사라졌어요.
 
 
조직 내 페미니즘 의제의 성장과 축소
 
또 하나 우리가 내부의 반성폭력 운동을 바라볼 때 중요한 게 ‘여성 대표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민주노총이 1997년에 여성위원회를 만들었고, 2003년도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여성할당제를 도입합니다. 이때가 실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전성기였어요. 민주노총 여성 대표성이 곧바로 민주노동당 여성 대표성하고 직계 되어 정치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거죠. 실제로 그 시기 잠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안에서 페미니즘 의제가 확장됐었어요. 하지만 아주 오래가지 않고 금방 협소해지더라고요. 갑자기 노동조합 내 여성사업들이 축소되기도 했고요. 진보정당 분당 이후, 여성들의 진출이 좌절된 후부터 민주노총 안에서도 여성 리더로서의 역할이 동시에 같이 축소가 됐다는 느낌을 받아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안에서 변화를 모색해야할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거예요. 이걸 계기로 민주노총 내부 여성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성찰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건은 민주노총 건설 이후 약 10년 동안, 쭉 달려만 왔었던 가부장적인 조직문화하고 여성혐오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돌아보는 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동시에 조직 내 성폭력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 속에서 정파 구도에 가로막힌 소통과 민주주의의 부재를 돌아보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이 시기가 바로 민주노총 내 성평등 확대를 위한 모색의 시기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때 제기됐었던 많은 문제의식들이 지금 그대로 조직 안에 자리를 잡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악화가 양화를 불러온 격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현재 민주노총 여성조합원이 30%이고 비정규직이 40%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기에는 여성할당제의 30% 할당이라는 것이 우리한테 아무 의미가 없어요. 30% 할당에 갇히지 않고, 이제 (여성) 대표성과 가시화를 위한 계획을 또 새로 내어야 될 시기입니다. 바로 그 경로로서 성평등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가 됐습니다.
 
 
가해자의 조직이자 피해자의 조직, 그리고 연대 지지자
 
지금 보면 민주노총은 그동안 정체성이 특정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나 성폭력 사건만 바라봤을 때 성평등 조직문화 정착에 대한 각자의 이해와 그 경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상은 잘 그려지지 않아요.
 
최근 몇 년 동안 민주노총 상황을 보면, 넓은 의미의 폭력에 대해서도 직시하는 태도가 생긴 것 같아요. 이전에는 진짜 뭐 준강간, 강간미수, 성폭행, 강간 정도만 폭력이라고 보고, 그저 조직 안의 위태로운 사건으로만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폭력의 지점들을 바라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물론 성추행 같은 건 여전히 있죠. 주로 대상이 여성이고요. 그리고 그 대상이 노조 간부에서 노조 사무처 활동가에서 연대단체 활동가로 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요.
 
다양한 유형의 성폭언이 있고, 이 중에는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이제 우리 안에 있는 여성 비하 이미지와 그 의미를 인식하면서 문제시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조합원을 ‘아줌마’라고 불러서 징계위원회에 올라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업무에서의 성차별이 여전히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 전담하고 있는 일, 예컨대 총무 업무에 대한 무시는 여전히 있어요. 산하 조직으로 가면 여성은 내근 업무, 남성은 외근 업무로 나누어지기도 하고요. 사무처 내 폭언·폭행도 있고요. 최근에 사무처 내 폭언·폭행을 일터 괴롭힘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미치겠다는 거예요. 진짜 우리 안에서는 이미 ‘펜스 룰’이 약간 적용이 되고 있었어요. 여성들하고 만나면 너무 괴롭구나. 그런 게 있었고요.
 
한편으로는 사업장 안에서 노동조합이 이런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은 민주노총 조직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자, 또는 조력자·연대 지지자로서 다중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더라는 거예요.
 
 
공동체 안에서의 해결, 피해자 생존과 경험 공유를 위해 
 
이런 걸 확인하다보니까, 우리가 해야 할 역할, 노동조합의 역할, 우리가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들을 좀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우리는 일단 공동체 내 해결을 우선으로 생각을 합니다. 전 이것이 발전되고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조직 안에서 설득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중요한 이유 중 첫째는 바로 피해자 생존이 가능하다는 거죠. 내부의 지지자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 피해자를 조직 안에 남아 있게 합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잘 정리가 끝났음에도 피해자가 내부에서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도 해요. 하지만 적어도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하지않을까 싶습니다. 그 동지가 우리 안에서든 밖에서든 생존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바로 우리가 내부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공유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안희정 사건’ 이후에, 민주당은 바로 징계하고 끝냈잖아요. 저희는 이제 그게 안 통하거든요. 바로 징계 안 해요. 사직서 안 받아주고 무조건 절차 거쳐서 내부처리 합니다. 전 과정을 조직이 함께 다 봐요. 그러면 한 쪽에서 “너무 잔인하지 않냐. 사표 받고 끝내라.” 그러는데, 안 받아줘요. 끝까지 진상조사 다 하고 나서 마지막에 해고합니다. 이 과정을 조직이 함께 한다고 하는 것은, 그 공유의 경험을 우리가 갖고 있느냐 갖고 있지 않느냐는 너무 중요한 거 같아요.
 
 
노동운동 안에 페미니스트 주체들이 서다
 
이게 가능해졌던 변화의 지점이 있는데, 저희 안에서 페미니즘 주체가 많이 형성이 됐다는 거예요. 이전부터도 계속 쌓아왔었던 역사가 쭉 있는데, 많은 활동가들이 실은 여성위원회 사업을 하다가, 당에 가거나 또는 조직에서 온갖 성폭력 사건으로 이탈된 경험의 역사가 있었어요. 최근 2015년부터 ‘강사단 양성교육’을 했는데요, 굉장히 조직을 변화시키고 주체형성에 큰 역할을 하더라고요. 일단 사건에 대한 대응력이 엄청 커졌습니다. 안에서 다양한 경험들이 공유되다 보니까 이제 구력이 생긴 거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에는 사건 신고 접수가 많이 늘고 있는데 사실은 사건이 갑자기 더 많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말하기 공간이 더 넓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내부가 조금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생긴 게 아닌가 싶고요. 저는 오히려 신고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청신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조직을 바꿀 수 있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폭력이 근절되거나 사라지긴 어려운 상황이지만요.
민주노총이 강사단 양성교육을 하고 내부의 변화가 빨리 오게 된 게 외부 요인하고 같이 만났어요. ‘메갈리아 운동’이 벌어졌을 때 딱 저희가 1기 교육 시작할 때였고,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가 생겼을 때가 2기 교육할 때였습니다. 이게 조직이 같이 가더라고요. 페미니즘 이슈를 따라갈 수 있는 힘이 생기면서 내외로 서로 영향을 받았던 게 큰 효과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강사단 활동이라든가 페미니즘 활동가들의 활동이 교육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 문화를 바꾸는 걸로 조금씩 바꾸고 있고요. 저는 무엇보다 성폭력 방지와 구제 내용을 담은 2016년 보건의료노조의 산별 협약은 정말 놀라운 발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모델로 해서 공공운수노조라든가 또는 금속노조가 단체협약의 내용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성폭력만 죽어라 판다는 비난을 가끔씩 들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는 듣지 않다가 성폭력 이야기만 나오면 귀를 열어두는 거예요.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어요. 내부 활동가들이 차곡차곡 대응하고 있는데,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라는 이야기도 조금씩 하고 있어요. 노조가 바뀌고 있다는 거는 중요한 젠더권력이 재구성 가능하다는 거고요.
 
최근 여성들의 노조가 많이 조직되고 있습니다. 파리바게트가 85% 여성이잖아요. 지금 금속노조 서울본부 같은 경우, 가산디지털에서 조직되고 있는 여성들이 되게 많대요. 조직 내 주체가 2000년대부터 조금 달라지고 있는데, 지금이 또 한 번 혁신의 시기라고 봅니다.
 
 
 





[발표 2]
 
윤은정  안녕하십니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정책국장 윤은정입니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된 ‘미투 운동’이 이제 문화계에서 정치권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고, 저희도 매일 수십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병원 사업장은 요즘 조용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2017년 11월 성심병원 사태가 터지면서 병원 사업장이 잊히지 않고, 미투 운동에서 더 많은 사건들이 이슈화되지 않을까라는 언론과 사회의 궁금증을 유발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올해 3·8 여성대회를 앞두고 병원 사업장 내 미투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서 “나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고 해서 그동안 환자나 보호자, 또는 의사들로부터 당한 성추행·성희롱에 대해서 고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업장에서는 성폭력 제로로 만들자”라는 피켓 시위를 또 하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습니다.
 
작년 성심병원 사태에서 보듯 병원에서의 성희롱·성폭력 사건들은 다양하게 발생합니다. 유형도 다양하고 가해자도 다양하고요. 공공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상관없이 체육대회나 송년회, 또는 환우회 같은 병원행사에 주로 간호사들이 많이 동원됩니다. 그 이유는 병원 인력 중 80% 이상이 여성이고, 60% 이상이 간호사이기 때문이겠죠. 주로 20대와 30대 간호사들이 많고요. 20대와 30대 간호사들이 많다는 것은 이직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간호사들은 각 부서에서 부서장의 지시에 따라, 키와 몸매에 대한 품평을 듣고 근무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도 나와서 춤 연습이나 노래 연습을 해야 합니다. 춤도 그냥 단순한 춤이 아니라, 성적 수치감이나 모욕감을 줄 정도의 선정적인 춤을 강요하고 의상도 신체를 많이 보이게끔 하는 그런 옷들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동원되는 간호사들 대부분이, “내가 무슨 기쁨조냐.”,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병원 생활을 해야 하느냐.”, 그런 자괴감 때문에 그만두기도 하고 때로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병원 산업 성희롱·성폭력 실태
 
또 이와는 별개로 병원이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3교대로 환자의 곁에서 케어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간호사들이 성적 대상이 되곤 합니다. 매년 저희가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작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28,663명 중에서 2,288명(8%)이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간호사 직종이 1,727명(10.5%)으로 가장 많았고, 근무형태로는 3교대 근무자가 1,581명(11.0%)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전체적인 퍼센티지는 낮지만, 숫자로 보면 상당히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희롱·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로는 환자(71.2%)가 가장 많았고, 의사가 14.1%입니다. 하지만 병원 사업장에서의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은 수직적인 권력구조 속에서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참고 견디거나, 이직하거나, 약물에 의존하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이 어려움을 혼자 삭히고 만다는 점을 반드시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노동조합에 알려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비율은 1.3% 밖에 되질 않고요. 스스로 참고 견딘다는 의견이 77.4%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환자와 보호자들이 주로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 때 환자는 간호사에게 절대적인 ‘갑’의 위치입니다. 수시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하더라도 불친절이나 민원으로 둔갑하여 사건을 은폐하거나 감춰버리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은 피해자 스스로가 고립되기 십상이고요.
 
의사와 간호사 관계에서도 간호사들은 병동이나 외래진료실, 응급실, 수술실에서 수시로 성희롱·성추행을 당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전에 가해자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또는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전에 피해자가 스스로 그냥 병원을 떠나는 일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민간병원의 경우 의사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대학병원들, 특히 사립종합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진료과장의 인사권이 병원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 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려서 병원장이 그 의사를 징계를 하려고 해도, 학교 측에서 인사위원회가 다시 열리고, 진상조사위원회가 다시 열려서 교수들을 쉽게 징계할 수 없는 구조 속에 있고요. 그 과정 속에서 피해자들은 계속 고립되면서 아파하고 힘들어하게 됩니다.
 
 
보건의료노조의 대응, 전문가 양성·교육·조직문화 개선
 
그래서 저희 보건의료노조는 아직까지 조금 미흡하긴 합니다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되겠다는 각을 가지고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성평등 전문가 양성입니다. 아까 김수경 국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조력자가 공동체 안에 있어야 피해자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성폭력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교육입니다. 병원 맞춤형 성폭력 교육을 실시하고 성평등 교육 매뉴얼을 제작해서 피해자 보호와 지원, 그리고 예방을 하자는 취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지부 성평등 전문 명예고용평등감독관을 선임해서 평상시에 성희롱·성평등 교육과 더불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기에 이 사건을 처리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올해 담았습니다. 조직문화 개선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첫 단계인 ‘성평등 강사 양성과정’입니다. 이게 사실 참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주관이 돼서 우리 스스로가 강사를 양성해서 우리 사업장의 교육은 우리 스스로가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 하는 취지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작년까지 보건의료노조는 14명의 성평등 강사를 배출했습니다. 물론 그만 둔 분들도 계시지만, 강사 분들이 현재 지역본부나 각각의 지부로 들어가서 부서별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들어가서 현장조사 역할을 같이 하고 있고요.
두 번째 단계는 2016년부터 저희가 3대 캠페인을 진행을 했습니다. ‘노동 존중’, ‘환자 존중’, 그리고 ‘직원 존중’이라는 3대 캠페인을 통해서 저희가 산별중앙교섭으로 「폭언·폭행·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노사 합의로 이끌어 냈고요. 지금은 전 지부에서 활용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작년에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기 전에 저희 내부에 모 지역본부에서 지부장이 사무처 간부를 폭언·폭행 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무처 간부는 활동가로 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상당히 활동적으로 역할을 잘 수행했고 상당히 능력 있는 간부였는데, 수년 동안 반복된 폭언과 괴롭힘 때문에 결국은 사직하고 현재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사무처 간부들 한 명 한 명 양성해내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그 동안 잘 키워놓은 간부들을 이렇게 잃는 것은 정말 조직의 적폐다, 이런 생각으로, 임원 회의와 위원장의 결단 하에 우리 조직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해보고 개선 방안이 무엇인지 도출해서 우리부터 변화해보자, 그런 움직임을 가졌고요. 그런 차원에서 ‘조직문화 혁신 TF팀’을 구성했습니다. 조직문화 실태와 개선 방안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조직문화 혁신 10대 실천과제」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작년까지는 여성위원회나 성평등위원회가 없었습니다. 병원이 대표적인 여성 사업장이라고는 하지만, 여성사업을 저희가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조직문화 혁신을 하려면 성평등위원회를 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해 저희는 미투 운동이 전개되기 전에 성폭력위원회를 먼저 띄웠습니다. 성평등위원회는 기존 임원이 아닌, 상설위원장이 책임을 지는 구조로 만들어서 그분이 힘 있게 끌고 가도록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성평등위원회 첫 번째 목표는 각 지역본부별로 성평등위원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단체협약 개선과 조직 혁신을 위한 과제
 
그리고 올해 단체교섭을 14명의 성평등 강사가 분석을 해보니까, 성차별적 조항이 곳곳에 많이 숨어있더라는 거예요. 하나의 예를 들면, ‘경조사 휴가’를 들 수 있겠습니다. 모계냐 부계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겁니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이틀의 경조사 휴가를 받는데,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 휴가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조항들을 우리가 하나하나 들춰내서 올해 교섭할 때, 지부별 교섭에서 다 수정하도록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동안 시대가 변했음에도 단협의 내용이 변한 것이 거의 없더라고요. 옛날에 사용했던 그 내용 그대로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육아휴직이라든가 산전·산후 출산 휴가 법제도 관련 내용들이 조금씩 바뀌었음에도 단협을 수정하지 않은 지부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것도 저희가 수정을 하려고 합니다. 근로조건과 임금도 중요하지만 여성 노동자가 반드시 누려야 하고 또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반드시 개선하려고 합니다. 노동조합에서조차 성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잖아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보건의료노조가 대표적 여성 사업장이라서 저희 임원 중 여성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십니다. 적어도 한 50%는 될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데요. 사실 지부장의 경우에는 여성이 한 40% 정도 되고요. 임원도 위원장님이 여성이긴 하나, 아직까지는 임원하고 지역본부장 포함해서 여성 비율이 30% 정도밖에 안 됩니다. 특히 지역 사무처 간부의 경우 지역본부가 ‘조직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남성을 많이 선호하시더라고요. 제가 놀란 건, 여성이 지역 본부장임에도 조직 담당자는 남자를 원하시는 거예요. 이런 문화도 좀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가 지역 사무처 남녀의 성비 보면 남성 8대 여성 2 정도 되는데요. 그러다보니까 지역사무처 여성간부들이 상당히 많이 힘들어하고, 특히 원하지 않는 술자리에 불려가기도 하고, 또 그게 조직사업단 일이면 모든 것이 그 안에서 이뤄지는, 성희롱도 그냥 무마되는 이런 문화들이 있어서 올해 보건의료노조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 좀 힘차게, 열심히 좀 노력해보고자 합니다. 이상입니다.
 
 





[발표 3]
 
황수옥 앞에서 두 분의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성평등을 위한 실천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고, 특히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우리 노동현장이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느끼고 이 변화가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을 받게 돼서 정말 좋습니다. 저는 현재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법적 쟁점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또 정책적으로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도 부재
 
첫째, 직장 내 성희롱 부분이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우리나라 법제는 제3자에 대한 성희롱 방지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외국의 법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문제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만연하는 것은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성희롱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하고, 조직 내에서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노동자회의 조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 사건은 2012년 249건에서 2016년 55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 기소 건은 지난 5년 간 9건에 불과했으며, 시정 조치도 대부분 행정종결인 ‘진정 취하’ 또는 ‘시정 완료’로 처리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직장 내에서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속하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를 하고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를 지원하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구제를 위한 명예고용평등감독관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명예고용평등감독관은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피해 노동자와 상담을 하고 법 위반 사실 확인 후 사용자에게 제도개선에 대해 건의하거나 감독기관에 신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명예고용평등감독관 운영규정」을 보면 실질적으로 감독을 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운영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주1) 직장 내 성희롱 같은 경우는, 물론 당연히 사법에 대한 처리가 뒤따르겠지만, 조직 내의 신속한 대처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반드시 실효성 있는 대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동의 간음죄’ 조항이 도입돼야
 
다음으로, 형법상 강제추행 및 강간에 관한 부분인데, 사실 이 부분은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큽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강간죄는 ‘폭행·협박’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도 높은 폭행·협박과 피해자의 강한 저항이나 도망을 치는 등의 행위가 수반되어야 하는 ‘최협의설’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현저하다”라는 이단어 하나가 굉장한 무게를 가지고, 사실상 많은 피해자들이 사법 시스템 내에서 구제받을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판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가 되거나 아니면 불기소 처분, 그러니까 검사가 사건 수사 후 재판에 회부하지 않겠다고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가해자가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하게 만드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를 입증하지 못한 피해자는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어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성행위는 성폭력이라는 인식이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고, 이미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강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 한국에서 어떤 폭행, 협박이 수반되어야만 성폭력으로 인정하는 것은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판결이며, 따라서 ‘비동의 간음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비동의 간음죄라고 하는 것은 피해자가 분명히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성관계, 즉, 폭행·협박의 증거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만 명확하면 강간죄로 처벌을 할 수 있는 그런 해석이 도입이 되어야 합니다.
 
한편, ‘안희정 사건’ 같은 경우는 가해자가 합의한 성관계를 주장하기 때문에 강간죄로 기소가 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변호사들이 주로 기소를 하고 있는 게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강제추행과 강간이 될 것 같습니다.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강간은 통상적인 강제추행이나 강간과 달리, 양 당사자 사이에 업무 또는 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해서 일방의 보호·감독을 받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 성립하게 되고, 따라서 특례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하게 됩니다. 문화계, 예술계에서 나오는 ‘미투’들은 여기에 속하는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투에 동참하고 있는 현재 많은 피해자들이 이에 해당된다는 건, 그만큼 위계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가해질 때, 피해자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으며 가해자들이 가진 권력을 이용하여 피해자들에게 가할 불이익이 엄청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명예훼손죄와 무고죄의 효과, 2차 가해
 
그 다음에 또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게 2차 가해라고 합니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사실은 강제추행, 강간과 같은 성폭력보다 2차 가해 피해가 오히려 더 크다고 합니다. 2차 가해는 한 사람이 가해자가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로 인식될 수 있을 만큼의 정신적인 타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2차 가해가 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 위원회에서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냈습니다. 당장은 법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소사건에서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공공의 이익”을 넓게 해석하거나, 범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기소유예로 처분할 수 있도록 권고했습니다. 또한 혹시 나중에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소하였다 하더라도 수사가 완전히 종결된 다음에 진행될 수 있도록 권고했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같은 경우도 명예훼손죄 내용 중에 ‘성폭력’ 부분 제외 적용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명예훼손죄 같은 경우는 허위사실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있습니다. 사실이라도 저 사람의 명예가 훼손됐다라고 판단이 되는 경우는 모두 명예훼손죄에 해당이 됩니다. 사실상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명예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과대평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실체가 없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사실상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도구로 사용이 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추가 피해를 막고자 하는 공익이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는, 혹은 적용되지 않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만약에 예를 들어서 저와 아주 유력한 정치인과 서로 비방을 해서 명예훼손을 했다고 할 때, 검찰은 어쨌든 기소를 하고 처벌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 명예를 위해서 기소를 할 것인가, 아니면 유력한 정치인의 명예를 위해서 기소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너무 명백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선택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명예훼손죄가 저 같은 일반인의 명예훼손에 대해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여지는 굉장히 적습니다. 사실상 명예훼손죄는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비판에 대응해서 남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명예훼손죄는 폐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궁극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도 명예훼손죄는 폐지되는 게 옳다고 봅니다.
 
무고죄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성폭력 사건 같은 경우, 제3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 쪽이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을 때는 사실상 입증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전형적으로 사법기관이 굉장히 잘못된 대처를 하고 있는데요. 성폭력 가해자로 신고를 당하면 무고죄나 명예훼손죄로 맞고소를 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피해자는 피해사실로 인해서 굉장히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맞고소를 당하게 되고, 그 상태로 수사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의자 신분이 되는 거죠. 당장 불안한 피해자가 피의자 신분이 돼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 그 자체가 굉장히 피해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진술을 철회하거나,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게 됩니다. 이를 역이용해서 고소를 취하한 것을 무고죄로 증명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국제사회에서는 수사기관이 성폭력 무고의 피의자로 기소하기 위한 수사원칙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경찰장협회IACP,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hiefs of Police’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 기소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피해자에 대한 무고 수사를 개시할 때는, 성폭력 사건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다음에 하라고 합니다. 어떤 성폭력도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가해자가 증명하기 전까지는 무고로 피해자를 기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 다음 두 번째는 경찰은 피해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보인 피해자 행동과 반응에 의존해 무고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린다든가, 아니면 피해자가 거짓진술을 하는 경우를 무고로 오인해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가 경찰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믿지 않고 비난한다고 판단했을 때 침묵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습니다. 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살펴볼 수가 있겠습니다.
 
 
‘성평등담당관 제도’와 ‘단체협약 통한 여성 책임자 지정’ 도입해야
 
정책적 제안에 대해서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아까 잠깐 말씀 드렸던 명예고용평등감독관 제도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은 없는 제도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있는 제도를 활용하자라는 취지에서 보완할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소개를 해보면, 독일에는 ‘성평등담당관’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성평등실현법에 따라서 100인 이상의 공공기관(법원, 행정기관, 군대 등)과 민간에 위탁되어 운영되는 수탁기관에 성평등담당관을 선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여성만이 성평등담당관으로 선출될 수 있고, 그 성평등담당관을 선출하는 것도 여성만이 가능합니다. 사업장에 소속된 모든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고 그 투표로 당선된 사람이 4년의 임기를 갖고 있는 성평등담당관이 됩니다. 성평등담당관으로 선출이 되면 인사부서에 소속이 되고, 이전까지의 임금의 삭감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인사부서에 속하긴 하지만,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회사 내의 어떤 명령도 따를 필요 없고, 회사는 성평등담당관에게 필요한 인적·공간적·물적 설비를 지원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성평등담당관 업무 내용을 보면 성차별, 특히 여성차별에 대해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에 따른 지원을 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인적·조직적·사회적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개별 노동자들에 대한 상담도 실행합니다. 사실 이 성평등담당관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법 규정에 따라서 권한이 굉장히 확실하게 주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로부터 업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정보권과 합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채용과정이 성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인사가 성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감독하기 위해서 그 과정에 참여하거나 직장 내 성폭력 해결과정에 참여를 해서 합의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한 이의제기권도 갖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생각한 정책적 대안은 단체협약을 통한 ‘여성책임자’ 지정입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사용자가 안전한, 그러니까 성평등한 직장문화를 마련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사업장협정이나 단체협약을 통해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장 협정이나 단체협약에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해 규정함으로써, 사용자와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평의회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체협약에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규정하고 특히 여성 책임자를 지정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 보건의료노조에서 말씀하셨던 성평등 단체협약과 같은 것들이 독일에는 이제 여러 담당관 등을 통해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명규 발표 감사합니다. 제가 따로 정리를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이 주제를 선정하면서 든 생각이, 변화는 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 변화의 속도가 만족스러우냐 아니냐는 개인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노동운동 내부든 외부든 보이스를 내면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향후 입법과제나 제도적인 대안과 같은 부분들에 대해선 몇 가지 의견들을 주셨는데 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다뤄보면 조금 더 이야기할 거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을 오늘 포럼 기획의 의의로 삼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늘 세 분께 발표 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리고요. 이것으로 136차 노동포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1) 명예고용평등감독관 위촉현황(2017)에 따르면 위촉 사업장 수 자체도 매우 적고, 여성 비중(25.6%)이 낮으며, 노동조합 간부나 사원급·조합원 비중이 약 26.6%로 매우 낮은 편이다. 노동자를 보호하거나 대변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자료: 강병원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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