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의 실태와 개선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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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롭힘’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통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요즘에는 ‘직장 갑질’, ‘직장 폭력’ 등으로 자신의 인권 침해를 노동자 스스로 명명하고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4~5년 전까지만해도 자신이 당하고 목격하는 일들을 괴롭힘이라고 이름 붙이지는 못했던것 같다. 힘들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까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이 참아내야 하는 일상이거나 심지어는 그러한 문제가 자신에게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자책하는 경우도 있었다. 행여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호소할 곳이 없었고 끝내 버티지 못하면 그만두고 마는 것이 과거의 현실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일컫는 말이 널리 쓰이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게 된 것은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괴롭힘으로 인한 인권 침해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상담하면서 항상 마지막으로 할 수밖에 없는 말이 있다. 현행법상 직장 괴롭힘에 관한 규정과 제도가 없기 때문에 당신의 괴롭힘을 곧바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현 시점의 한계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제도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우리는 직장 괴롭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해결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이 우리의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해결될 필요가 있었다. 필자가 참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년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이 연구는 직장 괴롭힘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하여 문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도출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삼았다. 이하에서는 위 연구의 내용을 중심으로 직장 괴롭힘의 실태를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주1)
 
 
직장인 3분의 2가 괴롭힘을 겪고 있어
 
직장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의 실태를 알아보고 대안 마련의 기초자료로 삼기 위하여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의 경우, 평생 1년 이상의 직장 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 64세 이하의 성인 남녀 임금노동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1,506명을 대상으로 직장 괴롭힘의 실태를 파악하였다. 먼저, 객관적 방법으로 측정한 최근 1년간의 괴롭힘 피해 경험은 전체응답자의 73.3%, 피해 경험 행위의 개수는 평균 10.0개로 나타났다. 주관적 방법으로 측정한 유형별 괴롭힘 피해 경험은 ‘개인적 괴롭힘’ 경험이 전체응답자의 39.0%, ‘집단적 괴롭힘’ 경험이 5.6%에서 나타났고, ‘조직적 괴롭힘’ 유형으로 경영 전략 차원의 괴롭힘이 22.4%, 노동조합 활동이나 근로자들의 모임 방해 괴롭힘이 4.6%에서 나타났다.
 
객관적 방법에 비하여 주관적 방법으로 측정한 괴롭힘 경험률이 더 낮은편이며, 객관적 피해 중에서 응답자들이 스스로 괴롭힘이라고 느끼는 주관적 피해의 정도도 높은 수준이어서, 우리 사회에서 직장 괴롭힘 피해가 널리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형별로는 개인적 괴롭힘 경험률이 가장 높았지만 경영 전략 차원의 괴롭힘도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는 외국 사례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특징적인 것이었다. 객관적 괴롭힘 경험 중 차별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응답은 50.5%였으며, 응답자들은 특히 나이(16.4%)와 사회적 신분(16.2%)으로 인하여 차별을 경험하였다고 느끼는 사례가 많았다.
 
괴롭힘 행위자(가해자)는 임원·경영진을 포함한 상급자가 77.6%로 가장 많아서, 직장 괴롭힘이 직장 내의 권력 관계를 이용하여 발생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응답자의 직업별로는 서비스, 판매직 종사자 집단에서 고객 등에 의한 괴롭힘 경험이 16.8%로 다른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직장 괴롭힘 금지 및 피해 구제 방안의 모색에 있어 직장 구성원이 직장 외부의 사람에 의하여 발생하는 괴롭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할 수 있다.
 
응답자의 직장 괴롭힘 피해 시 주변의 대응을 알아본 결과, 상담 및 고충처리 절차 관련자, 당사자들의 직속상관, 기타 상급자, 동료나 하급자 등 직장 구성원들에 의한 2차 가해 경험이 있음이 나타났다. 이는 괴롭힘 발생 이후의 2차 가해를 예방하고 통제할 적극적인 방안이 요청됨을 시사한다. 응답자들은 괴롭힘 피해 경험 이후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60.3%) 그 이유는 △대처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43.8%) △관계
상 불이익 우려(29.3%) △업무상 불이익 우려(19.2%) △고용상 불이익 우려(17.0%) 등이었다. 괴롭힘 피해 경험에 특별한 대처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 문제제기’(26.4%)가 가장 많았고, 공식적인 대응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대처의 효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직장 괴롭힘 피해자가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할 경우 괴롭힘 중단과 재발 방지 등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고
피해자가 불이익을 입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피해자’의 불이익으로
 
또한 피해자의 대처에도 괴롭힘 행위자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고(53.9%) 기껏해야 행위자가 개인적으로 사과(39.3%)하는 것처럼 개인적 차원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직장 괴롭힘에 대하여 아직은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괴롭힘 피해자의 대처는 피해자의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들은 괴롭힘에 대한 대처 이후 △자발적인 부서나 근무지 이동(22.1%) △원치 않는 부서나 근무지 이동(18.7%) △해고나 사직 권고, 근로계약 갱신 거절(13.7%) △자발적 퇴사(6.6%) △기타 고용상 불이익(4.3%)을 경험하였다. 또한 △업무상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을 입거나(31.1%) △그와 같은 대처를 하였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거나(29.5%) △악의적 소문이 퍼지는 것(26.9%)을 경험하였다. 고용상 불이익과 업무상, 관계상 불이익 경험을 교차하여보면,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부서, 근무지 이동, 퇴사를 한 경우 피해자가 경험한 업무상, 관계상 불이익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로부터 괴롭힘
에 대한 대응을 이유로 한 고용상 불이익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고용상 변화가 외견상 자발적으로 보이는 경우라도 실질적인 강제성 여부에 대한 조사와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괴롭힘 피해의 영향을 살펴보면, △직장 괴롭힘으로 인하여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66.9%)하거나 △상급자나 회사에 대한 신뢰가 하락(64.9%)하거나 △업무 능력이나 집중도가 하락(64.9%)하거나 △동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
지는(33.3%)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고, 실제로 괴롭힘으로 인하여 이직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또한 피해 경험자의 상당수에게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있었는데, 그 중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음에도 적절한 의료적 대응을 하지 못한 사례도 많은 편이었다.
 
특히 응답자들의 우울 수준과 관련하여 직장 괴롭힘 피해 경험의 빈도와 우울수준을 교차하여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는 수준은 괴롭힘 피해의 최대 빈도가 주 1회 이상인 집단이었고, 특히 거의 매일 피해를 경험한다고 답한 집단의 우울 수준은 매우 높았다. 이상과 같은 직장 괴롭힘의 부정적 영향을 볼 때, 그 위험성과 사회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직장 괴롭힘에 대한 직장의 태도에 대한 설문과 관련, 응답자의 25.6%가 자신의 직장에서 직장 괴롭힘을 실적이나 성과 향상을 위한 일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하여 괴롭힘이 ‘실적 향상’을 위하여 활용되
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직장에서 직장 괴롭힘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평가는 40.1% 수준으로 나타났고, 이는 우리 사회에서 직장 괴롭힘이 중요한 문제로 접근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내의 직장 괴롭힘 관련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직장 괴롭힘에 대해 상담하거나 고충 처리를 요청할 수 있는 담당자 또는 담당 창구가 있고 응답자가 이를 이용할 자격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21.2%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직장 괴롭힘에 대한 정책이나 대응 절차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응답(14.8%)과 △현재 만들고 있는 중이거나 곧 만들 예정이라는 응답(6.6%)을 합산하더라도 20%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괴롭힘 발생 시의 이의제기에 대한 동료 및 회사의 기대 정도의 경우에도 △동료들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49.1%)가 △상급자에 대한 기대(43.0%)와 △회사에 대한 기대(42.7%)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었으나, 모든 대상에 대하여 긍정적인 기대를 갖는 응답자의 비율이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괴롭힘이 발생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식적 이의제기로 인한 문제 해결이라는 수단이 신뢰받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무관리로 활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
 
면접조사의 경우 14개 사업장의 19명을 대상으로 수행하였는데, 그 결과도 설문조사의 통해 파악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괴롭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적이고 진화되는 양상을 띠었다. 조사에 응답한 노동자들 대 다수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여에 걸친 괴롭힘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심각한 사례의 경우, 괴롭힘의 가해자는 상급자에서 인사권한자, 심지어 조직 전체가 되기도 했다. 조직 전체에 의한 괴롭힘은 동료들을 가해에 동참시키는 데까지 나아갔다. 또한 최초에는 상급자의 폭언 정도나 노동자 간의 갈등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해당 노동자에게 사직을 압박하면서 ‘일을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비난받게 하고, 업무 공간을 분리시켜 
동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괴롭힘 행위가 추가되고 그 강도가 높아지며 복합적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면접조사에서 특히 확인할 수 있던 것은 기업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배제 의사로 괴롭힘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결과가 동료들 간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고, 이는 노동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강화한다는 점이었다. 노동조합에대한 기업의 적대 정책은 그를 체화한 다른 노동자들이 공개적으로 조합원을 비난하고 폭력적 언행을 하는 것을 방조하여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에 이르게 만든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노동자들은 괴롭힘을 해결하는 고충처리시스템이 없음을 호소했다. 오히려 괴롭힘의 가해자에게 해당 고충의 내용이 전달되어 괴롭힘이 강화되거나 은폐가 시도되는 경우도 있었다. 산업재해 신청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법적으로 대처방안을 찾기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실태조사의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사회에서 직장 괴롭힘이 널리 발생하고 노동자들이 피해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직장 내에서의 인식은 낮을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직장 괴롭힘을 어느 정도 허용되는 행위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하여 직장 괴롭힘을 예방하고 구제하는 제도가 미비하며 기존의 사내시스템도 직장 괴롭힘을 구제하는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직장 괴롭힘의 예방과 구제를 위한 정책적 대안 모색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직장 괴롭힘 예방 및 구제를 위한 법제도 및 정책 개선 방안
 
직장 괴롭힘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먼저 조직 내부에서부터의 예방 교육 실시가 제시된다. 직장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대응의 시작은 직장 괴롭힘이 금지되는 행위임을 조직 내부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잠재적 가해자들은 상관의 지시나 사용자의 모멸적 처분이 위계적 권력관계와 조직문화 내에서 용인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직장 괴롭힘의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 괴롭힘에 대한 대응의 출발점은 직장 괴롭힘
예방 교육을 통해 조직 내 문화를 개선하고 직장 괴롭힘을 금지되는 행위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괴롭힘이 조직 내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조직내부의 규범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조직 내부의 규범은 최고경영자의 메시지에서부터 사내규정 또는 단체협약까지 제정 주체, 형식 및 내용 등에서 다양하나 그 핵심은 괴롭힘이 조직내부에서 용인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예방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본과 같이 중앙부처에서 직장 괴롭힘이 중요한 사회문제라는 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의 예방과 구제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정책에는 기본계획에서부터 관련 부처별 세부적 과제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의 전제로 현황 파악을 위한 광범위한 실태조사가 실시되고 이를 바탕으로 현상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괴롭힘 사건 발생 시의 구제에 관련해서는, 기존에 차별금지법, 노동법, 민사 구제, 형사 구제 등으로 괴롭힘 행위의 일부가 이미 규제되고 있기는 하지만 직장 괴롭힘을 효과적으로 구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법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안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안 등을 개정하거나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방법이 필요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는 ‘직장 괴롭힘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직장 괴롭힘 문제에 관한 총체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 법에는 직장 괴롭힘의 정의와 금지의무 부과, 예방교육 의무화,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 등 지원방안 법제화, 구제기관 및 절차의 법제화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직장 괴롭힘에 대한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조직 내부의 사내 고충처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경영전략 또는 가학적 노무관리의 형태로 야기되는 괴롭힘은 그 목적과 가해자의 요인을 고려하였을 때 사내 절차에 따라 해결되기 어렵고, 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각 기구들이 적절한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노동 사건과 연동하여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유리한 점이 있지만, 직장 괴롭힘을 ‘인권 존엄’ 문제로 파악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권옹호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들 외부 기구들이 직장 괴롭힘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전문성 확보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노동조합이 직장 괴롭힘 문제에 나서야
 
직장 괴롭힘은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여타의 인권침해와 달리 개념의 정의와 범주의 설정, 본질적으로는 이 문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예컨대 ‘괴롭혀서 제 발로 나가게 하기’와 같은 가학적 노무관리 등의 의도적인 괴롭힘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 괴롭힘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사인간의 갈등에서 출발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사람들은 직장 괴롭힘을 단순한 한 직장 내의 개인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개인에게서 찾곤 한다. 그러나 괴롭힘은 사회적 통념과 뿌리 깊은 조직문화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상담하고 목격한 직장 괴롭힘의 사례를 보면,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으로 출발한 괴롭힘이 조직 내 규범에서
그 행위를 용인하고 피해자에게 이를 순응하도록 요구하면서 결국 내담자의 심각한 피해로 이어졌다. 괴롭힘의 행위 태양이 권력, 직위와 결부되어 더욱 고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직장 괴롭힘을 개인 한사람의 성격의 개조나 조직문화에 대한 개인의 적응 등 순전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치환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직장 괴롭힘 문제를 ‘공동의 것’으로 인식, ‘공동의 문제’로서 의제화하고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노르웨이의 노동활동가인 Jon Sjøtveit는 『사회적 망이 붕괴할 때』라는 책에서 “괴롭힘은 피해자인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 감각에 타격을 가한다. 공동체가 개인을 보호할 수 없으면, 개인은 공동체에 관심 가지기를 주저할 것이다. 사회적 망은 붕괴된다.”고 하며 일터 괴롭힘을 노동조합의 중요한 이슈로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하였다.주2)
 
따라서 직장 괴롭힘 문제 해결에 있어 노동조합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피해 노동자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역할, 이들을 대신하여 가해자 혹은 사용자와 싸우면서 피해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역할, 직장 괴롭힘의 금지와 예방조치를 단체협약 등의 규범으로 제도화하는 역할 등 예방과 구제의 모든 측면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과거 이 문제가 노동조합에서 주의를 끌지 못하고 주요 투쟁의제에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직장 괴롭힘을 주요 투쟁의제로 상정하는 노동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 많은 문제제기가 다양한 채널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직장 괴롭힘이 존재하는지, 특히 취약한 지위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괴롭힘에 구조적으로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조합에 가입한 사업장에서의 직장 괴롭힘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등에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함께 맞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의 것으로 대응하는 것’, 즉 연대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 직장 괴롭힘 대응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노동조합운동의 본질이기 때문이다.주3)
 
 
 

주1) 이하는 필자가 참여한 홍성수 외,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 2017. 11의 내용 일부를 정리하고 수정한 것이다.
 
주2) 희망을만드는법,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인권연구소 ‘창’,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다산인권센터, 「일터 괴롭힘(Workplace Harassment)에 대하여」, 『일터 괴롭힘에 대한 합동 세미나 보고 자료집』, 2015. 9.
 
주3) 서선영, 「일터 괴롭힘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격월간 『비정규노동』 2015, 1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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