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감시운동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노동운동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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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혁명은 문재인 정부의 탄생을 비롯하여 전직 두 대통령의 구속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사실상 거의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재벌’로 지칭되는 대기업이다. 부분적으로 개선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오너owner의 판단을 기다리며 안주하는 모습도 보인다. 적극적으로 상황 변화에 대처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재벌 대기업에 대한 변화의 압력에 따라 ‘사회혁신’이라는 낯선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기존 사회 시스템의 무능력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안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들에 대한 ‘감시’는 소통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고 사회혁신의 한 축이다. 여기서는 우리 사회 소통의 장에서 대기업과 같이 공존하기 위한 방법론 차원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촛불시민혁명의 바람 속에서 거의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어떻게 대기업은 강력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대통령도 구속한 검찰이 감히 구속하지 못한 삼성과 같은 재벌은 누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까? 스무 번의 광화문 촛불시민혁명에 참여한 수많은 직장인들이 왜 직장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침묵할까? 노동조합이 기업감시에 동참하고 직장 민주주의에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 속에서 우리 사회의 강력한 존재인 대기업을 감시하는 노력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노동운동에 대한 제언을 해보려고 한다.
 
 
기업권력을 시민사회가 통제하기 위한 여섯 가지 방법
 
우리 사회에서 기업감시운동, 정확히는 기업과 연계된 시민운동의 영역은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경제정의를 내세우며 1980년대부터 시작한 경제정의운동이다. <경제정의기업상>을 시상하고 경제정의 지표를 만드는 등 좋은 기업을 평가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사실상 기업운동의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정의기업’에 대한 시상뿐만 아니라 경제정의를 위해 당시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제한된 정보 속에서 경제정의기업에 대한 시상은 기업 및 산업계에 시그널 효과를 주기 어려웠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기업 전성시대에 경제정의라는 개념을 확산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둘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시작한 사회책임의 요구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민단체는 기업이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책임을 요구하고, 일차적인 방법으로 ‘지속가능보고서’의 작성을 촉구하였다.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한 사회책임의 결과가 보고서에 제대로 담기도록 하기 위하여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 시 국제기구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였는지를 감시하였다. 2003년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가 처음 보고되는 등 사회책임의 촉구는 양적으로는 확대된 측면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기업은 제대로 된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었다. 예컨대 삼성의 지속가능보고서에는 삼성반도체 직업병이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나오며, 삼성 본사 앞의 반올림 농성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 사업보고서나 결산보고서의 회계감사와 같은 법적 감사 기능이 지속가능보고서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민운동은 사회책임에 대한 사회감사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사회책임으로 미화되거나 반사회적 활동 등을 지속가능보고서와 대비하여 언급하며 기업에게 수정을 요청하고 이를 어젠다로 만들고 여론화하는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시민운동이 가지고 있던 사회책임 및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전문성과 데이터베이스 등은 기업의 내부 전문성이 제고되고 또 표준협회 등 공공기관, 사회책임보고서 컨설팅 회사 등의 성장으로 이슈화하는 역량 이외에 전문성이 저하되며 사실상 현재는 활동이 저조한 상황이다.
 
셋째, 경제정의 시상이나 사회책임 감시의 한계가 기업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기업정보 공개운동’이 시작된다. 기업정보는 자본시장법에 의하여 매년 사업보고서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고서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재무적 정보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 측면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노동자 수나 평균임금 정도만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성장성이 있고 수익성이 있는 기업인지 주주가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및 근로조건 등에 대한 여러 정보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업보고서에 기업의 사회적 정보가 담기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촉구하거나 별도의 사회책임 기본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등의 기업정보 공개운동이 진행되었다.
 
한편 기업 스스로 정보공개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책임투자’도 기업정보 공개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사회책임투자가 이루어지도록 기업정보를 공개하면 사회책임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투자도 유치하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거래소 등에서 사회책임투자가 크게 성장하고 있어 이의 활성화와 자본시장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기업정보 공개는 서둘러야 될 과제이기도 하다.
 
 
기업감시운동의 생활운동으로 전환
 
넷째, 이해관계자가 가장 알고 싶어 하며, 또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정보는 승계 등을 비롯한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보이다. 지배구조와 관련되어 이를 감시하는 운동으로 ‘소액주주운동’이 있었고, 기업 지배구조의 구조 등을 연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등의 민간연구소의 노력이 있었다. 지배구조 감시는 수많은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하며 지배구조의 변화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보고서를 내며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여 왔으며 이제 기업도 그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섯째, 분야별로 구분되어 있는 다양한 시민운동 분야와의 연대를 통한 대응이다. 연대를 통한 대응은 과거에도 있어왔던 운동방식이지만 최근에는 분야별로 시민단체의 연대가 더욱 활발하며 성명서를 위한 연대가 아닌 함께 대응방식을 논의하고 공부하는 연대 틀거리가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행동을 감시하는 시민운동, 환경단체나 산업안전, 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이슈,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안전 이슈, 그 외에 이른바
‘땅콩 회항’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될 때 이에 대한 성명서를 연대하여 발표하고 경우에 따라서 소송과 같은 대응이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다양한 모임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여도 지속가능한 운동의 형태라기보다는 일회성 문제제기 및 어젠다에 의한 운동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기업의 반사화적 활동에 대하여 연대하여 문제제기를 하고 국민이 관심을 환기한다는 측면에서는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여섯째, 기업의 재무정보에 근간한 감시만이 아닌 기업 내의 사람이나 조직, 문화에 대한 감시이다. 이 영역은 이제 시작해야 하는 직장 민주주의의 확산일 것이다. 직장인의 생활세계 속에서 부조리를 찾아내어 개선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미투운동’부터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의 문제까지 생활운동으로 기업감시운동이 전환해야 한다. “나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왜 하루에 여덟 시간을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면서 살아야만 하는가? 회사가 월급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나의 가치나 신념, 감정까지 통제할 권리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기업 내 권력구조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하는 문제제기를 기업감시운동으로 연계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시민운동진영 내에서 문제제기만 이루어지는 상태이지만, 미투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기업을 변화하고 혁신하는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직장 민주주의의 문화 확산,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다양한 그룹의 결사체 조직화 등 이러한 운동의 과제는 상당히 많으며 기업 혹은 노동조합과의 연계가 필요한 지점이다.
 
 
기업감시운동 한계 극복 위해 노조와 연대가 필요해
 
이처럼 기업감시운동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오면서 경제정의, 사회책임, 정보공개, 지배구조, 산업안전 등의 개념을 사회에 확산하고 부분적이나마 기업이 변화하는 동력을 만드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운동 특유의 일회성 어젠다 제기와 같이 많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기업 ‘외부자’에 의한 감시의 한계이다. 간혹 내부자가 양심선언을 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시민단체가 이를 받아서 대응한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외부자에 의한 감시에 머물러 있었다. 외부자에 의한 감시는 우선 거의 공개되지 않는 기업정보의 한계가 있다. 또한 기업의 특수한 상황 등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기업에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의 대응에 대하여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그 기업의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높이면 그에 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외부자에 의한 외부정보 만을 가진 감시는 피상적이며, 기업의 적극적 대응에는 특수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어 맞대응이 쉽지 않기도 하다.
 
둘째, 운동 지속성을 위한 인프라 부족의 한계이다. 시민운동은 한 이슈나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 등을 통하여 이를 일반화하는 속성이 강하다. 따라서 특정이슈나 사안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장기적으로 이슈화하며 문제제기 하기에는 정보 및 금전적, 인적 인프라가 약하다.
 
셋째, 노동조합과 연대하지 못한 한계이다. 노조와 연대하면 앞서의 두 가지 한계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 촛불시민혁명은 아마도 처음으로 시민단체와 민중단체가 연대하여 이룩한 쾌거였다. 아마도 처음이라는 말처럼 시민운동과 민중단체를 대표하는 노동조합과는 연대하여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촛불시민혁명의 이런 연대정신을 이어서 노조와 연대한 기업감시운동이 필요하다.
 
 
노동운동과 기업감시운동의 만남을 위한 제언
 
노동운동과 기업감시운동이 만나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노동운동과 기업감시운동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제조건이 요구될까? 기업감시운동의 차원에서 노동운동에게 하고 싶은 제언이다.
 
노동조합의 역할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역할이다. 우리는 흔히 노동자를 대변하는 ‘보이스voice’ 역할이라 한다. 지금과 같이 촛불시민정신을 실현하는 사회혁신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노조의 역할은 더 높은 보이스 역할을 위하여 기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왜 노조가 기업을 감시해야 하고 이를 통해 노동운동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강화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노조의 기업감시 역할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자정능력 부족과 과도한 파워 집중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 노동조합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노조의 양극화 해소 역할은 이기주의적 관점을 넘어서서 노동빈곤 대중의 관점에서 기업감시를 실제로 수행해야 한다. 노동조합이므로 노동에 대한 감시만 해서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협력회사 등 공정거래, 환경문제, 지배구조까지 모두가 다 연계되어 정보를 수집하고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이러한 방향설정에 기업감시운동은 많은 정보도 제공하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노조의 기업 감시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이제 기업을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가 노동자만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중 가장 파워가 강한 이해관계자는 대주주 등 재벌이다. 기업은 주주, 노동자, 협력회사, 고객 등의 이해관계자가 균형을 맞추어가는 생물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주주의 힘이 비대해진 기형적 생물체이다. 작금의 현실은 고객에 대해서는 독점에 의한 불이익, 노동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이나 사내하도급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저임금, 협력회사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로 인한 저단가 납품과 기술탈취 등 횡포 등이 만연해 있다. 노동조합이 주도가 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아내어야 한다. 이러한 활동 자체가 바로 기업감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고 노동자에게 돌아올 부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노동자 이해관계와 하도급 노동자, 고객, 외국인 노동자 및 해외 투자지역 노동자 등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노조가 중심이 되어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나 단체 등과 연대하여 대주주인 재벌과 맞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
노동조합이 양극화 심화 시대를 맞이하여 사회 빈곤층을 대변하여 노동과 생활, 일자리와 복지의 연계가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여야 하며, 구체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대하여 주도적으로 기업의 책무를 감시하여야 하며, 이를 통하여 일자리의 양과 질이 제고되며 궁극적으로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이런 이론적인 이유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는 대기업 등 재벌의 견제세력 및 제어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많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간의 역사와 대중성을 통하여 무시할 수 없는 사회 주체가 되어 있다. 이제 그 파워를 우리 사회 양극화를 위하여 또 빈부의 극복을 위하여 써야 할 때이며 그 중요한 시작은 바로 기업감시다.
 
 
이제 직장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당장 어떻게 기업감시를 하고 어떻게 연대를 할까? 앞서 언급한 기업정보 공개 및 공유를 통한 문제제기, 기업승계 등 지배구조의 변화에 대한 문제제기, 삼성 반도체 백혈명에 집중한 <반올림>과 같은 등 산업안전이나 재해에 대한 문제제기 등 시급하며 중요한 이슈를 선택하여 시범적으로 연대하여 활동할 수 있다. 또는 핫 이슈가 되는 GM자동차 등의 문제를 기업감시와 노조가 연대하여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조합과 기업감시운동이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은 생활운동으로서 직장 내 민주주의 운동이 아닐까 한다. 즉, 직장 내 권위주의 청산과 괴롭힘 및 성희롱 등의 추방을 위한 어젠다를 공유하고 일상적 운동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기업감시운동의 한계였던 외부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투로부터 볼 수 있듯이, 직장 민주주의의 시류 등과 결합하여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직장 내 민주주의의 방법을 강구하고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하고 일상적 노동운동으로서 직장 생활 속 부조리를 타파하는 운동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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