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는 노동운동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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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3년 전의 일, 1985년 창원공단에서 노조민주화 투쟁으로 구속 해고된 것이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습니다. 이후 마창, 울산, 거제, 포항, 부산 등을 열심히 뛰어 다니던 중에 서울의 김금수, 천영세, 김유선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고, 서울역 앞에 있던 ‘한국노동교육협회’를 찾기시작했지요. 이때부터 내가 걸어 온 길은 정확히 한국노동교육협회와 지금의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길과 역사적 맥락을 같이 했습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전노협,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의 험난했던 역사 속에서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세계 유수의 민간 노동연구소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그 기관지 『노동사회』 덕분에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교육선전 역량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결코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노동조합의 길』,『 노동사회 연구』, 마침내 『노동사회』라는 소중한 교육선전의 무기가 노동자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지만 묵직한 『노동사회』는 노동조합의 핵심 부서인 교육선전부의 화수분이었습니다. 여러 갈래의 노동운동 조직과 함께 많은 노동전문 잡지가 있었지만 대부분 명맥이 끊겼습니다. 여전히 줄기 찬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노동사회』의 지령 200호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존경을 보냅니다.
 
돌아보면 『노동사회』 지면에는 우렁찬 투쟁의 외침과 함께 너무도 가슴 아픈 기억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또한 치열한 토론과 방향 모색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노동조합이란 무엇이고 임금은 무엇인지,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자유주의와 외환위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산별노조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정규노동과 임금 격차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의 사회적 대화에 이르기까지….『 노동조합의 길』에서부터 시작된 『노동사회』의 발자취만 모아도 노동운동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령 200호 『노동사회』는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서입니다. 적절한 방식으로 합본호를 만들어 ‘노동운동 역사서’로 보급하기를 권합니다.
 
때로는 『노동사회』와 가까이에서, 때로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살았습니다. 노동운동단체협의회 의장, 전노협 사무총장,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 등 너무나 과분한 역할과 책임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 삶의 연장선에서 지금 노사정위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결국 김금수 선배님이 앞서 가신 길을 후배로서 따라가고 있습니다. 노사정 위원장도 선배님께서 십여 년 전에 닦아 놓으신 길입니다. 2012년부터 모든 활동을 접고 농사를 짓고 있는 와중에도『노동사회』는 경남 거창의 궁벽한 산골까지 찾아와 나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뜨악하고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책을 펴면 노동현장의 해고, 구속 등 여전히 아픈 소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비정규노동, 최저임금 1만 원, 임금 격차, 산별노조 등 남겨두고 온 과제들이 내 몸속의 ‘노동DNA’를 들쑤셨습니다. 『노동사회』가 전해준 노동현장의 소식들이 농사일의 동면으로부터 나를 다시 불러내었습니다. 그 후 수시로 노동사회연구소에서 이러저런 노동의제를 토론하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함께 했고, 그만큼 삶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사회』와 함께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합니다. 노사정위원장 일을 시작할 때는 노동조합이 주도하고 노사가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최저임금 1만 원을 정착시키는 일만 할 작정이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일에 민주노총이 새로 참여하였고, 한국노총이 정말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어서 노동현장 출신으로서 내심 뿌듯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이름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고 하자고 의견 접근을 했습니다. 앞으로 『노동사회』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 믿고 또 기대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시작된 사회적 대화기구는 시작하자마자 정부에 의한 동원 기구적 성격 때문에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넘어 온 산, 건너 온 강이 높고도 깊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더 험할 것입니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의 말처럼 “처음 가는 길이라 너무나 조심스런 길”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의지는 있으나 실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별 노사관계 틀과 관행에 익숙한 우리가 과연 제대로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입니다. 이제부터 노동조합은 ‘사회적’ 협의와 교섭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 우리는 기업별 교섭에서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론을 만들어 왔습니다. 수십 년 교섭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기본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방향이 분명하고 기본 실력이 있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된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꼭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사회』가 사회적 교섭의 공론장으로서 큰 역할을 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다시 한 번『 노동사회』 지령 200호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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