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의 2018년 전략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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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 제목이 ‘전략과 과제’라면 두 가지에 답을 해야 한다. 첫째는 노동운동이 소위 ‘전략’이라는 것을 가진 적이 있는가라는 점이다. 답은 부정적이다. 2년 혹은 3년짜리 임기를 가진 집행부를 중심으로 단기적인 대응을 주로 해 왔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중장기 전망을 만들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제대로 된 결론을 맺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사이 노동운동은 침체를 거듭하거나 혹은 같은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만 확대되었다. 그리고 오늘이 왔다. 
다음은 시대적 과제에 답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촛불이 만든 정세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란 도전에 대한 응전”이라 했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비극적이게도 지배세력의 ‘훌륭한 응전’의 역사다. 해방이라는 역사적 도전은 뒤 이은 한국전쟁과 그로 인한 일제 잔재의 온존으로 귀결되었다. 이어 1960년 4·19혁명에 대한 5·16쿠데타, 1980년 서울의 봄에 대한 광주학살, 그리고 1987년 6월 항쟁과 6·29 선언. 그렇게 역사가 흘러왔다. 그 역사 전체가 지배세력의 승리로 이어져 왔다. 오늘 우리가 겪는 어려움의 본질이다. 그리고 30년 만에 촛불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응전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노동운동은 그에 답할 수 있을까? 그 답 역시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게 나라냐?”라고 묻는 촛불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한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과제를 돌아보는 이유다. 
 
전환기 전략적 대응의 방향
 
촛불항쟁으로 노동에 적대시하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퇴진에 이어 주도적이고, 공세적으로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권이 등장했다. 노동정책의 전환기에 들어선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민주노총을 방문했던 것을 연상시키듯 획기적인 비정규직 전환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1987년 투쟁 후 꼭 30년이 지나서야 찾아 온 기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힘과 지혜가 있는가 여부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런 전환기에 조응하는 3년의 중장기 사업기조를 마련하고, 연간 사업목표를 설정해서 사업의 지속성과 집중점을 마련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그것을 표현하는 단어가 “전환기를 주도하는 노조, 전략이 있는 산별노조, 연대의 가치가 살아 있는 노조”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 정권은 모두 공공부문을 ‘밥’으로 알았다.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그들이 추진한 것은 수익성, 효율화 등 공공성과 거리가 먼 이름으로 추진되는 대책들뿐이었다.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공공부문을 더 많이 망쳤다. 민영화,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 등 끊임없이 공공성을 파괴했다. 이런 과거 정권의 정책 기조에 대한 전환을 통해 공공부문의 민주적 재편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공공대개혁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려는 것이 목표다. “늘리자 공공서비스! 만들자 좋은 일자리! 끝내자 비정규직!”이라는 우리의 캐치프레이즈가 이를 표현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는 ‘협력과 견제’라는 이중적 잣대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인 셈이다. 이를 통해 공공개혁과 적폐 청산을 통한 사회 공공성 실현 등 한국사회 변화를 위한 촛불 과제를 수행하려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다. 
영화 <1987>에서 그토록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한 것으로 묘사된 동아일보가 불과 몇 달 뒤 진행된 노동자 대투쟁에 대해 얼마나 적대적인 기사를 실었는지는 그 시기를 겪은 사람들은 잘 안다. 6월 항쟁으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진행해 온 ‘노동이 배제된 정치체제’는 오늘도 이어져 오고 있다.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로의 전환은 아직은 구두선(口頭禪)일 뿐이다. 우리는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노조로서 “민주, 평등, 공공성의 새 민주공화국”을 위한 투쟁을 주도하는 운동을 전개하려 한다. 이 표현은 작년 2월28일 ‘전국교수연구자비상회의’와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의 제목이었다. 신자유주의 30년 동안의 “경쟁과 차별”을 넘어 “연대와 평등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투쟁을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전개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안팎의 힘을 모아나가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노조 조직률 확대, 산별교섭 확보,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적폐 청산”이라는 3대 사업목표를 세웠다. 
 
노조 조직률 확대와 질적 발전 모색
 
무슨 일을 하려 해도 열 명 중 한 명의 조직률을 가지고는 한계가 분명하다. 공공운수노조는 현재 20만 조합원을 넘어섰다. 작년 한 해에만 약 2만 명의 노동자가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조합원 수로는 민주노총 안에서 최대 조직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을 비롯하여 서울지하철, 각 공사에서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조직 확대에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 추세를 보다 강화하여 30만 조합원 시대를 여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조직률 제고를 통한 노동조합 대표성의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조 할 권리’의 확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양적 확대에 못지않게 질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작정 조합원이 늘어난다고 좋아할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공공운수노조가 <미래전략위원회> 출범을 결정한 것은 2016년 정책대의원대회에서였다. 지난 1년 동안 미래전략위원회는 다양한 사안을 논의했지만 투쟁 등 사안으로 인해 꼼꼼한 논의를 진행하진 못했다. 따라서 노조는 올 1년 동안 미래전략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하고, 아예 내년도 정기대의원대회를 1박2일 정책대의원대회로 진행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산별노조다운 산별노조”,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결합”, “지역운동의 체계적 전개”,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 등 미래를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을 가진 노동운동 실현이 과제다. 청년사업에 집중을 통한 다음 세대 노동운동의 전망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미 서울지하철노조, 건강보험노조, 민주유플러스노조 등 규모가 있는 사업장에서 ‘청년국’이나 ‘청년위원회’가 구성된 상태다. 철도노조처럼 청년만을 대상으로 특화한 사업을 진행하는 곳도 꽤 된다. 2018년에는 이에 조응하는 사업을 전개하려 하는 중이다.  
또한 조합원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의 구심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과제도 크다. 공공운수노조는 작년부터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한 10억 모금을 진행하고 있고, 2018년 2월 현재 8억 2천만 원 정도가 모였다. 이 돈은 모두 조직활동가를 신규로 채용하여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전략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현재까지 10명이 활동 중이다.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점 더 조직의 중심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의결체계 등 제도를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산별교섭 확보와 제대로 된 정규직화 추진
 
공공운수노조는 아주 다양한 업종을 포괄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부분은 역시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임금은 정부에서 마음대로 정한 지 오래고, 단체협약에 있는 내용도 정부의 지침 하나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도 해 왔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경우 노정교섭 혹은 협의의 제도화 추진으로 명실상부한 산별교섭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의 특성상 노사관계, 노정관계의 새로운 틀의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 각 부처별 정책협의를 정례화하고, 사회적 의제로의 확장도 중요한 몫이다. 이를 통해 민간부문 및 사회서비스 영역까지를 포함하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통제가 아니라 대화와 협의, 교섭이라는 새로운 틀을 제도화시켜야 한다.  
현재 정부와 대화가 진행 중인 내용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영역이다. 작년부터 정부가 상시·지속 비정규직 31만 6천 명을 정규직화 한다는 계획 아래 단계적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25일 기준으로 7만 9,084명의 전환을 결정했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다. 조만간 2단계 전환 가이드라인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2018년까지 전환을 결정해야 하는 기관 중 기간제는 71.3%, 파견·용역은 32.6%만이 전환이 결정되었다. 전환을 결정하는 기구인 전환심의위원회(기간제), 노·사·전문가협의체(파견·용역) 구성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참여가 배제되거나 형식화된 채 졸속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료와 기관들이 정책 집행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곳곳에서 관료와 관리자의 저항이 있다. “자율적 추진”이라는 원칙은 지침의 내용보다 후퇴된 전환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되어 버렸다. 특히 지자체나 교육청 등 독자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예산 등을 자체적으로 배정해야 하는 기관일수록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현재까지 진행된 과정을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정부기관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다. 결국 주요 주체는 정규직 노조였으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인천공항 정규직노조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저항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지하철노조,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등 일부 모범 사례도 존재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상시·지속 일자리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 제한” 등 노동시장 전체의 개선과 함께 가지 못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은 몇몇 사람들의 행운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몇 안 되는 안정적 일자리이기 때문에 입사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청년층의 즉자적 반발도 매우 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의 성과가 민간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정부의 법제도 개선도 지연되면서 좋은 일자리를 위한 ‘마중물’ 역할이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넘어서야 할 과제가 당장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017년 5월부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을 진행 중이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미흡한 정부 태도에 대해서는 투쟁을 전개하는 중이다. 노조는 3월 3일 서울 도심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전환 과정에서 대상들이 누락되거나 제외되고, 심지어 해고 등의 문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사회공공성 강화
 
무엇보다 공공운수부문 노조로서 한국사회를 ‘나라답게’ 만드는 과제가 중요하다. 서민의 벗으로서의 공공기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미 10년 넘게 국회의원들과 의정포럼을 구성하여 이를 제도화하려 했다. 그러나 국회 구성상 한계가 많았다. 제19대 국회의원들과 함께 구성한 3기 의정포럼은 올바른 공공부문의 위상 회복과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가칭)<공공대개혁 노동시민사회 연대회의>를 추진하는 이유다. 우리가 보기에는 국회,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이라는 3주체가 형성되어 공동으로 노력할 때 제대로 된 공공부문 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하고, 수익성 모델을 벗어나 국민들에게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바른 공공부문이 되어야 한다. 또 과거 정권이 민영화한 필수 서비스를 재(再)공영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철도 SRT의 재통합, 에너지 민영화 중단 및 발전 공기업 재통합, 의료 민영화·시장화 추진 중단, 통신·석유·SOC·지자체 민간위탁사무 등 민영화된 공공부문에 대한 공공 규제 강화와 단계적 재공공화 추진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역시 사회적 여론형성과 투쟁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응전을 시작하며
 
노동조합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촛불은 꺼지고, 모두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조직을 가진 대중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노동조합은 가장 유력한 사회적 힘을 가진 집단 중 하나다. 노동조합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확장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촛불로 타오른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도전에 대한 응전”이 시작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의 최대 조직이기도 하고, 국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공공운수부문 노동자들이 그 과제를 내면화할 수 있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에 터진 촛불항쟁의 승리, 그것은 노동조합이 지금까지의 한계를 넘어 전진하라는 시대적 명령일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어렵지만 차분하게 그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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