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 『4차 산업혁명의 충격』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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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본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예측할 뿐이죠. 어떤 예측은 맞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예측은 우스꽝스럽게 끝나고 맙니다. 다행히 지금 소개하려는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은 섣불리 미래를 단정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제한될 수밖에 없는 지식과 시야로만 쓰인 책도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 27인이 오늘날 기술 발전의 추이와 현실의 ‘팩트’를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 탄탄한 기반 위에서 미래에 대한 각자의 전망을 짤막하게 더한 것이기에 신뢰도가 높고, 상반된 시각을 비교해보는 재미에서도 뛰어난 책이라 생각합니다.

 

‘만능복제기’가 상용품이 되는 사회?

 

4차 산업혁명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그 말 많은 ‘4차 산업혁명’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정체를 파악하는 일일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기술 및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면서 경제, 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적 정의는 사실 집중해서 여러 번 읽어도 과학 비전문가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와 닿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3D프린터’니, ‘IoT(사물인터넷)’니 ‘빅데이터’니 ‘융합’하는 용어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봤고, 각각에 대해 기본 지식은 갖고 있었지만, 이 책의 여러 사례들과 설명들을 종합한 후에야 마침내 ‘4차 산업혁명’이란 전체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무르익은 가까운 미래, 사람들은 TV시리즈 <스타트랙>에서 나왔던 ‘만능복제기(replicator)’처럼 버튼만 누르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생산하는 도구를 갖게 될 것입니다. <MIT 비트-아톰센터> 소장인 닐 거쉰펠드는 현재 과학자들에게 이것이 이미 현실이며, 수많은 연구실에서 어떤 구조든 원하는 대로 개별 원자와 분자를 배열하는 공정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어느 비전문 총기 제작자가 3D프린터를 이용해 강력히 규제되고 있는 반자동소총인 ‘AR-15’의 하부를 만들었고, 해커에 의해 경찰의 수갑 열쇠가 3D프린터로 복사되기도 했고, MIT 학생들은 실습으로 여행용 가방 마스터키를 만들어내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반 복사기가 2차원 평면의 내용물을 다른 2차원 단면에 찍어내듯이, 3D프린터는 입체적인 3차원 사물을 그대로 복사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3D프린터는 ‘3차원 복사’ 기능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사물로 바꾸어내는 ‘3차원 출력’ 또한 가능합니다. 컴퓨터상에 데이터로 존재하는 문서 정보를 프린터로 인쇄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3D프린터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날 수 있는 무인비행기 드론을 볼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심지어 3D프린터가 스스로를 복사해 또 다른 3D프린터를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기술융합이 만들어낼 가공할 제조업 혁명

 

이 자체로도 놀랄 만한 기술 혁신이지만, 이것이 다른 분야들의 혁신과 ‘융합’되는 상황을 이해할 때, 그것이 가진 진짜 힘과 파급력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먼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와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등 인터넷과의 융합입니다. 오늘날 인터넷과 연결된 개인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며, 관련 기기는 135억 개에 이릅니다. 세계 최대의 통신 장비 업체인 <시스코>의 회장인 존 체임버스와 부회장 윕 엘프링크는 몇 년 남지 않은 2020년에는 이 수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기기는 500억 개로 증폭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물들에 1달러면 살 수 있는 손톱만한 크기의 웹서버들이 장착되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닐 거쉰펠드(<MIT 비트-아톰센터> 소장)와 JP 바쇠르(<시스코시스템즈> 사물인터넷 수석 설계사)가 그리는 사물인터넷이 가져올 가까운 미래는, 유토피아적 공상과학영화를 연상케 하지만, 이미 상당히 현실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선반과 약병에 인터넷이 연결되며 건망증 있는 환자에게 언제 약을 먹을지, 의사에게 투약 시기를 언제 놓쳤는지 알려주며, 바닥은 고령자가 넘어졌을 때 도움을 요청합니다. 냉장고는 식료품점과 커뮤니케이션해 스스로 식품을 재주문을 하거나, 제조업체에 유지보수 타이밍을 알려주고, 집안 스위치와 온도조절 장치는 거주자의 공간 이용률을 고려해 스스로 작동을 조절합니다. 도시의 교통신호, 상하수도 등 기관 시설들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해 최적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합니다. 도처의 사물인터넷이 수집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 –이른바 ‘빅데이터’라 불리는- 은 최적화된 편리함과 효율성 이상의 가치, 지금으로선 제대로 가늠조차 어려운 세상을 뒤흔들 가공할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IoT와 3D프린터가 융합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는 ‘제조혁명’이 일어납니다. 데이터가 사물로 변하고 사물이 데이터로 변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물리적 제약과 시간적 제약은 극소화됩니다. 제조 데이터가 인터넷을 통해 현지 생산설비에 전달되어 언제 어디서든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며, 주문 당일 제작에서 배송까지 완료되는 것도 가시권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와 같은 제조혁명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탑재한 로봇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인 다니엘라 리스가 말하는 오늘날 로봇 기술의 발달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미 로봇들의 월드컵인 <로봇컵>에서 로봇들은 팀을 이뤄 서로 드리블과 패스는 물론 골도 넣으며, 인간의 기본적 동작들을 흉내 내고 소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로봇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보였습니다. 인간과의 상호작용도 가능한데, 최근 이 MIT 연구소에서 개발한 ‘이케아 가구 조립 로봇’들은 협업해 조립품을 만들다가, 책상 다리 등의 부품이 로봇 손에 닿지 않는 위치에 있을 때 문제를 인식, 인간에게 그 부품을 요청하는 영어 문장을 쓰는 반응을 했고, 부품을 받은 후엔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제조업의 완전 자동화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알파고는 이미 낡아… 빛처럼 나아가는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로봇의 활용 범위는 제조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과 사무직까지도 확장될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이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인공지능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룬 장이 없었다는 것인데, 2015년 12월까지의 글들을 모은 것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2년여라는 인간들에겐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인공지능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이죠. 전 세계 바둑 챔피언인 우리나라의 이세돌 선수와 바둑 대국에서 4대 1로 압승하며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적 명성을 떨친 것이 2016년 3월입니다. 곧 이어 탄생한 ‘알파고 제로’가 2017년 10월 고작 72시간의 학습 만에 그 알파고를 100대 0으로 누를 정도로, 인곤 지능은 경이로운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알파고는 그동안의 인간들의 바둑 데이터(기보)의 방대한 양을 공부벌레처럼 학습한 데 반해, 알파고 제로는 기존 데이터 없이 바둑 규칙만 제공받은 채로 스스로 독학을 통해 얻은 결과라 하니 더욱 소름 돋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불과 얼마 전인 2017년 12월5일, 이 알파고 제로의 새로운 버전인 ‘알파 제로’가 알파고 제로를 학습 24시간 만에 또다시 제압했다는 논문을 구글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알파 제로는 다른 AI가 여러 가능성을 광범위하게 비효율적으로 탐색하는 것과 달리, ‘심층 신경망’을 통해 선택적으로 소수의 가능성을 집중 탐구했으며, 사람이 더 오래 고민할수록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가능성이 큰 것처럼 ‘고민하는’ 시간이 길수록 결과물의 질도 크게 향상되는 등 마치 ‘사람처럼’ 사고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현재 기술 진보의 속도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의 체감 여부와는 상관없이 전광석화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미 많은 부분에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자율주행차량이 시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구글의 자율주행차량은 2016년 말까지 320만km 가량을 주행하며 고작 열한 번의 가벼운 사고만 있었고, 그것도 대부분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알파 제로의 자율주행차량 버전인 인공지능이, 자동차 모든 부문에 달린 센서와 위성 GPS를 이용해, 시야가 제한되고 집중력의 한계가 있는 인간 운전자보다 안전하게 차를 모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몇 발짝 남지 않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 방위적인 산업구조 개편이 필연적으로 따를 것입니다. 그 가까운 미래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무직뿐만 아니라 전문직까지도 현재 인간이 하는 일들의 상당수 또는 대부분은 기계가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디스토피아인가 유토피아인가, 우리 손에 달린 미래

 

이것은 불가역적인 변화입니다. 1810년대 영국 섬유 노동자 그룹이 방직기 도입을 반대한 러다이트 운동이 1차 산업혁명을 막지 못했던 것과 같이 말입니다. 증기의 힘을 이용해 기계를 돌리며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의 수십 수백 배의 일이 가능해지기 시작했고, 증기기관차와 자동차가 생겨나며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력보다 수십 수백 배 빠른 이동이 가능해졌으며, 전기의 발명으로 인한 전등, 전화,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개발은 수천 년간 인간들이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적, 공간적, 물리적 제약들로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의 개발과 상용화에 이어 72억 세계 인구의 3분의 1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으로 인해, 인류는 무한한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인간 상호 간의 소통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혁명적 진보가 인류에게 더 많은 자유와 행복, 더 높은 삶의 질을 가져왔는지는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진보가 우리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는 더욱 감도 오지 않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존의 1, 2, 3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 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키며 기존의 직업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했을망정 계속적으로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해왔지만, 200년간의 연속된 엄청난 진보에 의해 이제 더 이상 극소수의 창의적인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도 “헬조선”이라 불리며 저임금 고위험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일자리라도 있어서 생존은 이어갈 수 있었다고 회고하도록 만드는 디스토피아로 이어질지, 아니면 사람들을 단순 반복되는 지루하고 고된 일로부터 해방시키고 여유를 즐기며 각 개인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유토피아로 이어질지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떠한 사회구조를 만드는가에 달려있을 겁니다.

<세계경제포럼>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기술과 함께 오는 기존 질서의 붕괴는 인간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혁명을 인도할 책임이 있고 우리는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투자자로서 일상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 우리는 미래를 만들되 사람을 제일 우선으로 하고, 미래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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