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인터뷰 “비정규직이 중심인 민주노총의 미래를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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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 긴 과정을 거쳐서 당선되셨습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일과를 끝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입니까?

김명환: 마지막 날 마지막 유세가 전남 곡성에서 있었어요. 거기서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을 만났죠. 저녁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의 근무교대 시간에 현장에 들러서 인사를 하고 선거운동을 끝냈습니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들판에 서서 보니 하늘에 별이 총총한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캄캄한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감탄하다가, 동시에 지금 바로 여기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공포에 떨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더라고요. 정말 멋진 풍경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빡빡하게 살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게, 이처럼 아름다운 길과 힘든 길을 동시에 걷는 자리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가야 할 아름다운 길, 어려운 길

 

이주환: 다른 후보들의 선거운동본부를 누르고 김명환 후보 선거운동본부가 민주노총 9기 지도부에 당선되도록 만든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명환: 1차 선거 결과 우리 선거운동본부의 득표율이 47%가량이었습니다. 전혀 예상 못했던 수치였고, 이를 보면서 ‘대중운동의 역동성’이 민주노총, 그리고 직선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저희가 예상했던 1차 선거 득표율은 35% 정도였습니다. 우리 선거운동본부가 예상치 못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먼저,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중운동은 모든 측면에서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막연하게 ‘1차 선거에서 끝내자’라고 목표를 잡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몇 표를 얻을 수 있는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혹은 넘어서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그렇게 구체적으로 목표와 방침을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당장의 실천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구체적으로 작은 것들을 축적해 갈 때 예상치 못했던 역동적인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그래도 민주노총’이라는 조합원들의 공통된 신념에 호소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안에서야 뭐라 비판하던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이 외부에서 고립과 분열, 무능의 상징으로 비쳐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신뢰를 줄 수 있는 모습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지도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저희는 이러한 측면에 메시지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믿는다 민주노총!”이라는 우리의 캐치프레이즈였습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인상 깊은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유세 과정에서 어느 30대 초반의 노조간부를 만났는데, 이분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술도 한 잔 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흔치 않은 경우여서 이런 저런 말을 붙여봤지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유세 뒤풀이 끝나고 돌아가려는데 찾아와서, 자기 친구들에게 노조 이야기를 하면, 뭘 그런 걸 아직도 하고 있느냐고 탓하는데, 이런 현실을 바꾸는 건 신뢰입니다, 라고 얘기해주더라고요. 결국 보다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지도부가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조합원들은 작더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원한다

 

이주환: 선거운동을 하면서 현장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공약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입니까?

김명환: 먼저, 노조간부들에게는 조직 갈등 문제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최근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민주노총 산하 일부 산별조직들이 신규 조직화 대상을 두고 충돌하는 사건이 간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제기한 것이 공감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조합원들에게는 ‘민주노총이 성과를 내는 투쟁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명확하게 다가갔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투쟁 없는 교섭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조합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투쟁과 교섭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그렇습니다. 지금 조합원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서 작더라도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 집중적으로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합니다.

 

이주환: 이전 민주노총 8기 지도부인 한상균 집행부의 이념적 지향과 전략과 전술, 그리고 실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명환: 만약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시대가 연장됐다면, 우리는 선거운동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했을까요? 저는 목숨을 걸고 투쟁해서 민주노총을 지키자, 라고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이명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는 명확하게, 노동운동을 깨겠다, 혹은 노조를 복종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맞서려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을 게’ 같이 유혹하는 말에 솔깃해서는 안 되죠.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호랑이(이명박근혜 정부)’를 때려잡기 위해 동네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야죠. 3년여 전 동네 사람들에게 함께 호랑이 잡자고 호소한 사람이 바로 한상균 전 위원장이었다고 봅니다. 지난 집행부가 이런 부분에서 일점 돌파를 해내고 결국 민주노조운동을 지켜낸 점은 대단히 높이 평가합니다. 그렇지만 민주노총에게 주어진 역할은 다양합니다. 우리 사회의 대안적인 방향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산하 조직을 단결시켜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해야 하는데,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그런 부분에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난 선거에서 모든 선본들이 “정책노총”, “교육노총”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투쟁과 교섭의 병행 노선”도 그런 맥락이고요.

 

‘총연맹다움’과 기본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이주환: 1995년 민주노총 창립 이래 다양한 집행부들이 조직을 운영해왔습니다. 그간의 집행부 중 모범으로 삼고 있는 집행부가 있습니까? 어떤 모습을 닮고 싶습니까?

김명환: 사실 제가 민주노총의 과거 집행부의 조직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역대 집행부들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은 제가 철도노조 위원장으로서 수배를 받을 때 함께 투쟁했던 민주노총 제7기 신승철 집행부(2013.7~2014.12)입니다. 신승철 집행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울 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중앙총국 활동가들이 응집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시도들, 그리고 어떻게든 현장 조합원과 소통할 수 있는 접촉면을 넓혀가려고 하는 자세들, 이런 부분이었습니다. 조직운영을 책임지는 위원장으로서 저는 지금 민주노총에 ‘총연맹다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지도부답게 중앙총국은 중앙총국답게, 논의 수준을 격상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단편적인 것들에 매달리기보다는 민주노총이 산별조직 및 지역본부와 어떻게 하면 활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을까, 현장 조합원들의 공감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런 근본적인 이슈들에 집중해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죠.

 

이주환: 오늘날 민주노총은 공론장 또는 시민사회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한 평가를 당사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김명환: ‘민주노총이 빛과 소금 역할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요즘 같은 분위기에는 비웃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빛과 소금은 자기를 희생하는 거잖아요. 자기를 태워서 밝히는 촛불도 마찬가지고요. 민주노총과 괴리되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실 겁니다. 그런데 시민들 사이 퍼져 있는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어떤 말로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결국 진정성이 통하도록 실천을 만드는 문제고, 이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의 절박한 요구들을 끈질기게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시민사회의 평가가 비로소 달라질 수 있겠죠. 얼마 전 제가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민주노총이 과거와 같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낼 테니, 관심도 가져주시고 또 솔직한 말씀을 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이 듣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민주노총이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주환: 진정성 있는 실천을 보여주는 것이 평판과 여론을 바꾸기 위해 가장 중요하겠지만,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계획도 필요할 텐데요?

김명환: 기성 언론들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까이 해도 멀리 해도 안 되는 것이겠죠. 이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런 한편으로, 언론노조와 공동사업들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악성보도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민주노총과 언론노조, 그리고 시민사회진영이 공동 대응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곧 산별조직과의 논의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언론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내부의 적폐를 뽑아냈잖아요. 그러한 패기를 갖고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소셜미디어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는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본전략은 여전히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

 

이주환: 그간 민주노총의 기본 전략 방침은 산별노조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소위 ‘양 날개 전략’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명환: 먼저, 현재 민주노총의 조합원 중 80%가량은 산별노조 소속입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단결권뿐만 아니라 교섭과 투쟁의 권리가 동시에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산별노조의 교섭권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별 사용자단체 결성도 이뤄지지 않고, 특히 현대·기아차 등 민간 대기업들이 산별교섭을 회피하는 데 대해 어떤 제도적 제재도 없습니다. 대기업들이 교섭에 참여를 하지 않으니 산별교섭이 이뤄지지 못하고, 교섭이 이뤄지지 않으니 산별노조의 발전이 정체하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는 거죠. 결국 산별노조운동이 돌파구를 열려면 산별교섭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산별교섭은 산별 차원의 사회적 투쟁과 결합해야 합니다. 산별교섭과 사회적 투쟁이 선순환을 하게 될 때, 산별노조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다양한 접근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겁니다. 다음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문제는 정말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죠. 진보정당을 강화하자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현실의 진보정당들은 분열돼 있고, 이러한 분열을 우리의 한계로 인정하게 되면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노총이 진보정당들을 무리하게 통합시키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사회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동의 기반 위에서, 정치적인 판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또한 판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내부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겠죠. 어려운 일입니다만, 민주노총은 지금껏 쉬운 길로만 오지 않았습니다.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현재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같은 경우 진보정당은 아니지만 노동의 의제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체성이 변해왔습니다. 민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명환: 국회 전체의 세력 구도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회 안에는 이른바 ‘적폐세력’으로 이루어진 정당, 그리고 현 집권여당(더불어민주당), 진보정당 등이 구도를 형성하고 있죠. 이러한 구도 속에서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를 진일보시키기 위해 어떻게 개입하고 결합할 것인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현실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적폐세력들을 견제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 내 개혁적인 세력들과 개별 사안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함께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민주노총의 조직적인 입장과 방침은 진보정치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 전체의 세력 구도를 감안하여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열린 태도로 대화하고 협력하되, 기본적인 조직적 방침으로서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거죠.

 

이주환: 양 날개 전략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쨌든 양 날개 전략은 정체되어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새로운 전략적 돌파구가 필요할까요?

김명환: 새로운 전략적 돌파구라고 하면,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세우자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산별노조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정체돼 있고 흐지부지한 상태인 것은 맞지만, 기존 전략들을 폐기하고 추구할 만한 새로운 전략의 현실적인 토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위원장이 직접 조직화사업을 관장할 것

 

이주환: 민주노총은 2000년대 초반 이래 조직화사업에 투자를 해왔고, 그 결실이 2010년 이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직화사업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김명환: 조직화사업의 핵심 대상은 결국 비정규직노동자입니다. 한편, 비정규직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법제도 개선, 둘째, 노동현장의 처우개선, 셋째, 고용형태 정규직화 등 세 가지가 함께 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에서는 이러한 방향의 사업을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 등 몇몇 부서에서 맡아서 해왔죠. 저는 이제 조직 내부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비정규직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 개정, 처우개선, 정규직화 등의 사업에 민주노총 모든 부처가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전략조직화사업, 즉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는 사업은 별개 부서를 설치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의 기존 사업들 중 비정규직과 조직화를 분리해, 비정규직사업은 전체 조직의 골간으로 만들고, 조직화사업은 특정 부서에서 집중하는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이러한 조직 재편 구상은 아직까지 사무총국에서도 공유되지 않았고 검토 단계에 있습니다만,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조직화사업의 관리책임을 위원장이 직접 지겠다는 점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직화사업의 논의 주재 및 사업 현황 점검을 실시하고, 이와 관련해서 산별조직들에게 협조를 구한다면, 그만큼 의사결정과 사업집행에 있어 무게가 실리게 되겠죠. 이는 민주노총의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3년 뒤, 제3기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 시기에는 조합원 수가 백 몇 십만 명에서 이백만 명가량으로 늘어나 있을 겁니다. 조합원들의 구성도 대공장, 정규직, 공공부문에 속하는 노동자들보다는 중소사업장,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서비스부문 등의 노동자들 중심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고요. 요컨대 민주노총 조직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비정규직사업을 전체 조직의 사업으로 만드는 혁신을 추진해가야 그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주환: 지금 말씀하신 내용 외에 사업이나 조직의 재편 방향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김명환: 아직 확정된 건 없는데, 전면적으로 조직체계를 개편하기보다는 일단 실 단위가 몇 개 늘어나는 수준에서 내부를 정비하려고 합니다. 우선 노동안전업무를 기존의 정책실에서 다루던 것을 바꿔 독립된 실에서 다루도록 할 예정입니다. ‘노동안전실’을 별도로 설치하는 거죠. 기존의 산업재해 문제도 심각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감정노동, 트라우마, 직장 괴롭힘, 과로사 등 새로운 노동안전 의제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밀착해서 다룰 조직 체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선전사업을 확대 및 강화하려고 합니다. 기존 ‘교육·선전실’의 사업들을 분리해서, 교육사업은 교육원으로 집중하고, 기존의 선전사업에 기관지 발행 사업, 소셜미디어 대응 사업을 새롭게 결합해서 별도의 부서에서 다루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대변인 기능도 강화할 생각이고요. 다만 이러한 계획은 아직 구상 단계라 새로운 부서의 명칭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재벌들이 손해를 봐야 하는 거냐고? 그렇다!

 

이주환: 2016-2017년 촛불시민혁명 이후 새로운 정치사회적 환경이 열렸습니다. 이는 김명환 집행부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주게 될 텐데요. 촛불시민혁명의 사회적 함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특히 1996-1997년 총파업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김명환: 1996-1997년 노동법개정투쟁은 노동운동이 주도해서 ‘전면적인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투쟁이었습니다. 당시 삼십대 초반의 철도 해고자였던 저에게 피가 끓는 경험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을 보면, 촛불시민혁명에 참여한 젊은 노동자들이 그때의 저처럼 피가 끓는 느낌을 받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 노동운동은 뭐하고 있나, 민주노총은 뭔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는 정권을 무너뜨린 후 다소 주춤하고 있는 촛불시민혁명의 기운이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는 데 민주노총이 더욱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이 혁명의 기운을 일터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주말에 촛불 들고 신나게 집회해서 정권은 쓰러뜨렸다고 하는데, 정작 직장으로 돌아와 보면 ‘갑질’과 고용불안, 저임금 문제는 여전합니다. 이러한 장벽을 부수기 위한 운동을 민주노총이 보다 공세적으로 제기해야 합니다. ‘직장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과거 정권과 자본이 ‘낙수이론’이라는 거짓말을 들이대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착취해갔습니까? 그런데 촛불시민혁명 이후에도 자본은 ‘우리 보고 손해를 보라는 거냐’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 이제 너희들이 손해를 봐야 한다. 지난 시기 부당하게 착취한 것들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답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경유착으로 결합된 박근혜와 재벌의 부당한 이익 추구 때문에 지금껏 이 땅의 기층 민중들이 너무 많은 피해를 봤습니다. 가난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 산재 등의 사고로 죽어간 사람들……. 그런데도 이들이 지금껏 누려왔던 걸 건드리지 못한다면, 이것은 혁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임금소득의 비율과 고용의 총량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단축시켜야 합니다. 지금 민주노총의 역할은 그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투쟁으로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봅니다. 민주노총이 나서서 지난 시기 우리에게서 저들이 빼앗아 간 것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서 요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노력을 같이 하자, 방법을 함께 찾자, 하는 것이 현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의 제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민주노총의 핵심 의제,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이주환: 새로운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 노동운동이 문재인 정부와 협력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명환: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의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승자독식, 즉, 양극화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거죠. 지난해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최근 어마어마한 이데올로기적 공격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자본과 보수언론들은 최저임금 문제를 ‘을과 을의 전쟁’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나아가 하루라도 빨리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해야 한다고 요구할 겁니다. 다음으로, 지금 인천공항 등에서 이뤄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반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세의 민간부문 확산을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은 결국 민주노총입니다. 민주노총의 상대편은 대자본, 재벌입니다. 이들을 상대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거죠. 그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적 지원을 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새롭게 노사정 대화의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환: 새로운 노사정 대화의 공간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민감한 주제입니다만, 지금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고, 또한 민주노총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명환: 현재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부분적으로 개편해서, 흔히 얘기하는 ‘노사정위원회 버전 2.0’로 만드는 것 정도로는 사실상 민주노총의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적 대화 기구를 원점에서 새롭게 만들어보자, 정부가 이런 정도 태도를 보여야 민주노총도 과거의 앙금을 훌훌 털고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거죠. 또한 정부가 그러한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대통령 면담’ 제안 등으로 진정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전향적인 제안이 없이 현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개편 논의가 진행된다면, 민주노총으로서는 기존 조직을 좀 변형하는 것 정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거죠.

 

사회적 대화 기구, 새롭게 만들어야

 

이주환: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생각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의 구체적인 상은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요?

김명환: 저는 우선적으로 산별교섭이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대화 기구는 결국 현장에서의 노동자 경영참여가 활성화되고, 중위 수준에서 대자본 재벌들이 참여하는 산별교섭이 이뤄지는 가운데 제기되는, 전국 수준의 법제도적 의제들을 다루는 상층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층적 교섭구조를 통해서 아래로부터 제기된 의제들 중에서 조정을 거쳐서 형성된 큰 의제들을 다루는 공간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거죠.

 

이주환: 한편으로, 민주노총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충돌하더라도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있을 텐데요.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명환: 노동법 개정이라고 봅니다. 최근 시작되고 있는 헌법 개정 국면도 한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어쨌든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노동법의 전면적 개정을 중장기적인 목표로 하는 항쟁을 지금부터 준비해갈 계획을 잡고 있는 거죠. 한국이 비준하지 않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의 비준부터 시작해서, 노동관계법과 근로기준법을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는, 아마도 현 정부와도 긴장관계를 형성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봅니다.

 

이주환: 과거 정부 아래서 법외노조가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문제도 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명환: 지금은 진척되고 있는 것이 없어요.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과거 정부의 반노동적 적폐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에 입각해서 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은 진영 논리에 입각해서 주춤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전교조와 전공노의 문제가 우리사회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점이라고 여기는 거죠. 여기서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주는 순간, 엄청난 공격이 가해질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쨌든 결국에는 넘어서야 할 부분이고 늦지 않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정부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거죠.

 

진보와 보수의 균열에 껴버린 법외노조 문제

 

이주환: 마지막 질문입니다. 임기를 막 시작한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마치고 퇴임을 하게 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김명환: 고기를 한 마리 더 낚아 놓은 집행부가 아니라 그물을 짜 놓고, 그물을 짜는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는 집행부…… 그러니까 다음 집행부가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집행부, 우리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춰놓은 집행부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우리 집행부가 남길 것이 구체적으로 사업의 작풍일 수도 있고, 조직체계일 수도 있고, 제도의 변화일수도 있겠죠. 우리의 사업방식, 전망과 성과, 계획 등이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골간에 남도록 하는 것이 염원입니다. 그건 그거고, 저는 철도 해고자 신분이기도 한데,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임기를 마치면 개인적으로는 철도 현장으로 복직으로 하고 싶어요. 철도 노동자로서 살아온 삶이 너무도 행복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시 철도 노동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주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답하기 조심스러운 질문들도 있었을 텐데 적극적으로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명환 위원장님과 9기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보다 신뢰를 받고, 사회적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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